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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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ㅋㅋ 웃음부터 한번 웃어보고 시작하자. 미우라 시온의 책을 이야기하면서 호감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번 작품 독특하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하는 성 이야기. 기대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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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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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한권의 책으로 포우의 세계에 푹 빠져들 수 있다. 상당한 부피감과 무게감에 오던 부담은 내다 버리고 포우의 몽환적이고 으스스한 이야기의 모든 것을 즐기면 된다. 겉표지만 봐도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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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례 이야기 세트 - 전2권
지수현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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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는 살인용의자 박해일을 마주했을 때 이렇게 물었다. 밥은 먹고 다니냐고……. 붙잡아서 주리를 틀어도 모자랄 판에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묻는 장면을 보면서 분명 한국인의 오래된 정서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요즘 세상에서도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이렇게 인사를 묻고 있지 않는가,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배를 곯지 않고 다니기를 바라는 마음, 어려웠던 시절의 배고픔이 세상살이의 가장 큰 해결 과제였던 것처럼, 밥을 먹고 다니냐고 묻는 것은 묻는 이와 대답하는 이 서로의 가장 큰 마음을 담은 안부인사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밥으로 정을 나누는 것 같은, 밥에 대한 애착 같은 책이 아마 이 책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구수한 밥 냄새 나는 이름이 있다, "쌀례" 평생 쌀알 모자라는 법 없이 살라고 쌀례라 불렸던 여자. 열네 살의 나이로 얼굴도 모르는 스무 살 신랑을 찾아가서 혼인을 한다. 꽃가마를 대령하고 모셔가야 하거늘 기차를 타고 혼인하기 위해 경성으로 가는 쌀례(세상이 바뀌어서 꽃가마로 3일 걸리는 거리는 기차로 하루 만에 간단다. ㅎㅎ). 그런데 이 신랑, 혼인은 하되 거기까지란다. 일본군에 끌려가지 않게 하기 위해 쌀례를 조혼 시킨 어른들의 입맛에 딱 그만큼만 맞춰준단다. 그렇게 너 자리 내 자리 알아서 살아가는 두 사람이다. 신랑은 학교도 다니고 몰래 야학도 하면서 자신의 신조에 맞게 살아가고 있고, 쌀례 역시 그녀의 모든 바람을 담아 기원하고 또 기원하는 그 공간 부엌을 신봉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역시나 이야기는 그냥 그렇게 흐르면 재.미.없.어. ^^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세월이 흘러, 이 신랑님 쌀례에게 반했다네~~ ㅎㅎ 줄거리도 그냥 다 말하면 재.미.없.어. ^^

아직은 우리나라가 일본이라는 나라의 지배를 받던 시절인 1943년부터, 1945년 광복을 거쳐 1950년 육이오 전쟁을 겪고, 종전 그 후의 몇 년을 더 살아가는 이야기다. 시간으로 따지면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들을 살아가는 두 사람 아니 세 사람, 쌀례와 쌀례의 남편 한선재, 그리고 거지 윤찬경의 이야기. 평생을 지아비 한 사람만을 정인으로 알고 살아가겠다는 여자 쌀례, 친일파 아버지의 욕심과는 반대로 조국을 위해 일하겠다는 남자 한선재, 거지로 살아가게 만든 누군가를 위해 복수하겠다고 마음먹은 남자 윤찬경. 전체적인 틀은 이들 세 사람의 인생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조금은 더 넓게 보자면 암울했던 우리의 역사 안에서 우울하고 한편으로는 비장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까막눈은 안 된다고 세상을 보게 하려 애쓰던 남편에게 글자를 배우는 여자 쌀례의 인생은 피어난다. 나중에 쌀례 스스로가 독립하게 만들기 위해 가르쳤던 글자와 문명이 쌀례를 새로운 인생으로 살아가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자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른 이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어겼던 아버지 때문에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도 마음대로 품지 못했던 남자가 한선재다. 자신의 인생만큼 그 누군가의 인생도 소중할지 언데 그런 우선순위를 무시해버리는 아버지 때문에 나라를 위해 살기로 마음먹고 전선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선재의 인생 역시 꼬이고…….
무너져 가는 또 하나의 청춘 윤찬경. 단 한마디면 되는데, 그저 잘 돌아왔다고 한 마디면 모든 것이 될 것 같았는데, 자식으로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을 뻔 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욕심만 알았던 아버지라는 인간 때문에 세상의 악귀가 되어간다.

암울했던 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의 사랑과 인연에 가슴이 저리다. 왜 나를 봐주지 않느냐고 울먹거리는 쌀례나 마음에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선재나 한번 마음에 들어오면 남의 것이라도 뺏고야 말리라 다짐하는 찬경이나. 욕심이 지나친 사람들 때문에 꼬이고 엇갈리는 이들의 인생이, 보면서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시대적 배경이 그렇고, 사람의 욕심이 그렇고, 역시나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마음들 때문에 그렇다. 어쩌면 한 여자(쌀례)의 일생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모든 이야기는 그녀의 중심으로 흐르고 열네 살 그녀가 스무 살이 넘어가고, 까막눈이었던 그녀가 글을 알고 학교에 다니고 신식여성의 삶을 살아보고, 어른이 되고 여자가 되고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 그대로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시대를 그렇게 살았던 누군가가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 같기 때문에. 실제 작가의 가족사에서 힌트를 얻어 써내려간 이야기라니까 완전 허구는 아닐 것이다.

특히나 아름다운 그 여자, 쌀례.
참 답답한 인생을 살아가는 듯 보여 이해가 안 될 것 같았는데(사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 저절로 그녀의 마음에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새벽 일찍 일어나서 부엌의 부뚜막에 정안수를 떠놓고, 부엌 조왕신에게 마음을 다해 빌면서 쌀을 안쳐 식구들을 위한 밥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삶. 집 나간 누군가의 몫으로 밥 한 그릇을 늘 따로 챙겨두고 그 밥의 주인을 위한 안부를 빈다. 집 떠나 있어도 배곯지 말라고 기원하고, 어딜 가서도 매 순간마다 '밥, 밥, 밥'을 외치는 그 여자의 밥 예찬은 끊임없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부르짖는 밥을 바로 내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보는 듯한 기분을 내내 떨칠 수가 없다. 동그란 밥상 위, 누런 놋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이 고봉으로 담겨진 그 뿌듯함, 콧속으로 스며드는 그 뜨끈뜨끈한 밥 냄새, 아무런 반찬이 없이 그냥 그 밥만 먹어도 뱃속이 든든해지는 기분, 그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가면 그 무엇도 다 해쳐나갈 수 있는 듬직함이 그 밥 한 그릇에서 나온다. 그동안 쌀례가 배워오고 쌀례가 계속 했던 밥 예찬은 그래서 멈출 수 없다. 계속되어야 한다.

여기서 나가면, 나는 새로운 주발을 살 거야.
내가 깨뜨렸던 것보다 훨씬 예쁘고 단정한 새로운 조왕신의 주발을 사야지.
맑디맑은 물을 떠서 바쳐야지.
그리고 다시 한 번 합장을 하고 감사드려야지. 혹은 다시 빌어야지.
- 보우해 주세요. 내 쌀독에 쌀알이 가득하길. 내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기를.
기도는 이루어진 것도 있었고,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노여워서 주발을 부셔 버린 적도 있었고, 더 이상 기원할 것이 없다고 기도하는 것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주발이 있거나 없거나 정안수가 가득 채워졌거나 말라 버렸거나 그녀는 늘 빌어 왔었다.
기원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끊임없이 보채는 것 같아 어떨 때는 스스로 얼굴 붉어지는 때가 있더라도, 삶은 기도다.
그것도 멈출 수 없는 기도.
끊임없이 허기진 배를 쌀알로 채우고, 집 떠나 있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더운밥 한 공기 아랫목에 묵혀 두고, 사랑하고, 울고, 웃고, 다투다가 다시 밥상을 함께하는 그 모든 것은 다 행복해지기 위한 기원인 것이다. - 2권 445페이지

로맨스소설 특유의 달달함은 없지만, 그 약간의 로맨스에 저릿저릿함은 충분히 있다. 한 여자의 인생에서 우리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인생을 배우게 된다. 어두웠던 그 시절의 젊은 인생들의 아픔도 보인다. 그리고 시간의 배경만 바뀌었을 뿐 지금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의 욕심이 가져오는 선과 악을 동시에 보게 된다. 이른 새벽, 정안수를 떠놓고, 그 무언가를 간절히 빌고 있는 그 시절의 여인네들의 간절한 바람이 아직까지도 들리는 듯하다. 앞으로도 계속될 그 바람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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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 김경욱 소설집
김경욱 지음 / 창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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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보면, 너무나도 평범한 독자인 나는 가끔 ‘나쁜 작가’ 라고 작가를 부르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이건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이건 아니라고’ 투정이라도 부리면서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이야기를 들려준다거나, 흔히 열린 결말이라고 하는 마무리를 선사하는 작가는 나쁜 작가라 부르고 싶어진다. 단편집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로 만난 작가 김경욱 역시도 그런 의미로 보자면 나쁜 작가다. 도저히 ‘이건 사실이 아니야.’ 라고 따질 수도 없는 회색빛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뻔뻔하다. 읽고 난 후의 어떤 답답함에 대해 답을 주지도 않는다. 그저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세상의 속물적인 이야기(그건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독자들의 표정을 어디선가 숨어서 살펴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하게 만든다. ‘네가 한번 그 답을 말해봐.’라고 묻기라도 하는 듯이.

이 책에 담긴 총 9편의 단편들 모두 우울하고 건조하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의 희망 같은 것은 없다. 미래도 없는 것 같고,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일은 내일이 와봐야 안다. 그리고 오늘을 살았던 것처럼 또 반복적으로 내일이 살아지겠지. 그래서 우울해진다. 기댈 것도 바랄 것도, 한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는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같은 반 남자아이들에게 성폭행 당한 손녀에 대한 응징을 하려는 할아버지(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강의 이쪽저쪽으로 나뉜 삶에서 아무리 노를 저어도 건널 수 없는 강의 한 가운데에 표류하는 듯한 취업 사수생(러닝 맨), 1%를 향해가는 삶을 살고자 발버둥 치면서도 정작 그 1%에 속한 이들에게 질투와 부러움을 느끼는 최대리(99%), 결국은 이기지 못한 이의 뼈를 갈아 마셔야만 했던 비운의 복서(허리케인 조의 파란만장한 삶), 아무 연관도 없는 이들 같지만 무의미한 삶을 사는 것 같은 것은 너무 닮은 이들을 건조하게 바라보는 형사의 시선(하인리히의 심장), 통속적인 연애소설이라고 비하하고 싶지만 인기 있고, 베일에 가려져 있기에 더 잘 팔리는 소설을 쓰는 작가를 취재하는 사진 기자(연애의 여왕), 아무리 구르고 굴러 뛰는 것보다 빨리 달리는 것 같지만 늘 제자리의 가난이 찌든 삶을 3대가 모여 사는 그 집의 청년(태양이 뜨지 않는 나라), 그날 그렇게 그 사건과 시간을 겪으면서야 드디어 마음의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을 가져온 여자(혁명기념일), 어쩌면 우스운 이야기일지 모를 일로 어긋난 삶을 살아온 부자(父子)(아버지의 부엌).

이들 9편의 단편들이 가진 공통점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첫 번째로 수록된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의 노인이 보여준 것처럼 신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신의 뜻대로 용서를 행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신이 보여주는 그 ‘착함’이 가진 진정성이 뭔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노인은 당장에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손녀를 성폭행한 가해자들과 타협할 수도 있었다. 돈을 받고, 먹고 사는 일을 해결을 하고, 덧난 상처가 아물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면서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이 말하는 용서를 선택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에는 노인만의 방식의 용서를 선택한다. 신이 말하는 ‘착한’ 용서가 아니라 노인이 선택한 ‘진짜’의 방식으로 말이다.
실제 우리의 삶 속에서 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을지도 모른다. 정말 간절해지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외치는 대상이 되기도 하니까. 요즘처럼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들다고 외쳐대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우리는 신의 그 모든 뜻대로 방식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 우리는 신이 아니고 또한 절대적으로 착할 수만 있는 존재도 아니기 때문이다. 신을 믿는 척, 신이 바라는 대로 하는 척 하다가 저절로 가슴에 묻을 이름 모를 그것에 대한 ‘용서’는 또 누가 해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필요하다.
벼랑 끝에 몰린 순간에 보여지는 모습들이 진짜 모습일 것이다. 신이 내린 용서가 아닌 자기가 만든 용서, 결국은 파헤쳐 끌어내리겠다는 욕심과 질투, 강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고자 하는 발버둥, 책임지고 싶지는 않지만 미련 역시도 끊어내지 못하는 감정들. 인간이 가진 모습들은 그런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신께서 그 모든 것을 총괄하여 같은 방식으로 보듬을 수가 있겠느냔 말이다.

이야기들이 들려주는 그대로다. 그냥 나열이었다. 그 누구의 진심을 파헤쳐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리고 굳이 애써서 억지스럽게 그 속을 열어보이고자 하지도 않았다. 그저 들려주었을 뿐이다. 이런 삶 저런 삶, 자기 안의 소리들이 말하는 대로 행했던 이런 용서 저런 용서. 종교가 없는 내가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삶을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신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내 안에서 내가 만든, 나의 생각에 따른 맞춤형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읽는 이로 하여금 교묘하게 그 안에 빠져들게 만들고, 또한 저절로 빠져나오게 만들고, 다시 읽게 만든다. 그게 작가가 가진 매력일 수도 있겠고, 그의 펜 끝에서 나오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들려주면서 동시에 함께 하게 만든다. 그 다음 이야기는 알아서 써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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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1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내숭구단님. 글 잘 읽었습니다 :)
정말이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맞춤형 신'이 마음 속에 있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복수를 할 때 그것을 아버지의 뜻이라고 되뇌이는데, 그건 또 다른 사람의 맞춤형 신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김경욱의 단편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깔끔하게 잘 쓰여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직 심히 애정이 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

구단씨 2011-11-18 15:09   좋아요 0 | URL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교회에 다니시지만...) 그래서인지 아니면 평소에 호감이 없었던 부분들 때문인지 받아들이기 힘들 신의 '용서'였어요.
저 역시도 김경욱의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다른 작품들 가지고 있는데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호감 가는 작가분이 되셨어요, 저에게...
댓글 감사합니다.

알리샤 2011-11-2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숭구단님, 질문인데요. 제일 위에 작품이미지와 평점, 장바구니 - 이걸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 저도 신간평가단인데, 이미지 넣기만 되고 다른 것들을 넣으려니 잘 모르겠어서 여쭤봅니다~~

구단씨 2011-11-21 15:49   좋아요 0 | URL
^^
저건 제가 이미지를 넣는 게 아니구요. 리뷰 등록하면 자동으로 생성되는 겁니다. ^^
이미지도 따로 넣는게 아닙니다. 해당 도서의 마이리뷰 등록하면 책 이미지와 같이 말씀하신 것들이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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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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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배우자나 애인)에게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범위가 있다. 쉬운 말로 ‘바람’이라 부르는 행위. 최소한 가장 일순위로 지켜야할 서로의 믿음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생각한다. 나는 단순하고 멍청해서 그런지 바람은 못 피우겠다. 상대방에게도 그걸 요구한다. 마음이 식었거든 바람이 아니라 한 번에 한 사람씩 선택하라고. 누군가와 나누기는 싫다고. 실제로 상대의 바람을 알아차리고 헤어진 경우도 있다. 마음을 준 사람과 헤어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가슴에 돌덩이를 끌어안고 사는 것보다는 어쭙잖은 자존심을 택하겠다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어떤 변수가 생겨서 생각이 달라질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그렇다. 그래서인지 이런 불륜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보면서도 분명한 복수가 등장하지 않으면 심통이 난다. 내가 해줘야지, 그 복수.

세상에서 불륜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와타나베. 그런 그가 그렇게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야 만다. 같은 회사의 계약직 직원인 아키하와 불륜이란 것을 저지른다. 그 아름다운 이름 ‘사랑’으로. 여기까지만 보면 이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쓴 한 편의 사랑과 전쟁이 되시겠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추가가 된다.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동안에도 우리에게 재미를 선사하던 미스터리가 등장한다. 아키하는 15년 전 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관계된 인물이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 그리고 그런 아키하와 불륜에 빠진 와타나베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아키하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계획하던 찰나에 그 사건을 알게 되고 아키하가 그 사건의 용의자임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그 사건의 내막 파헤치기에 참여하게 되는 와타나베.

자신의 장점을 상대방에게 최대한 드러내는 것이 연애라면, 결점을 있는 대로 드러내는 것이 결혼이다. 더는 상대를 잃을 염려가 없기 때문에, 연애할 때처럼 상대의 눈길을 끌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혼을 동경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도 그랬다. 상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게 너무 힘든 나머지, 편안해지고 싶어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편안함을 얻는 대가로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192페이지)

결혼이 그런 것이야?
사실 결혼뿐만이 아니라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하다 보면 어느 것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는 거 아닌가? 그렇게 선택한 것이 버린 것의 몫까지의 만족감을 주는 순간도 있지 않아? 이 책에서 와타나베와 그의 친구들이 등장하면서 풀어내는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려올 때면 진정 그런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들면서 동시에 그들이 선택한 결혼이 가져다주는 장점들에 대해서도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에 공평한 것 아닐까 하고.

와타나베와 아키하의 불륜을 보여주는 그 과정이 참 재미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딱 한 번만’, 그 다음은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미심쩍은 안도의 마음으로 계속 진행 중으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결국은 유지해 온 가정을 버리고 새 사람을 선택하겠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대부분 불륜의 과정이 그런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듣고 싶으면서도 씁쓸하다. 결국은 누군가의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짓일 수도 있음을 간과하고 말이지.

처음부터 불륜임을 말하고 시작하는 이야기다. 와타나베의 고백 같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15년 공소시효가 끝나감을 자꾸만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불륜의 대상인 아키하와 살인사건을 연결시켜줌으로써 이야기의 재미는 배가 된다. 물론 살인 사건의 전말을 마지막에 드러내주면서 그 모두가 연관되었던 ‘불륜’의 말로를 가장 잔인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무고한 하나의 생명이 사라짐으로써 더 이상의 불륜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경고 같기도 하다.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주던 그 센스도 잊지 않는다.

결혼이란 것을 선택한 자의 책임이란 게 있다. 사랑해서 결혼이란 결실을 이루었으면 지켜야 할 것들도 생겨난다. 배우자 외의 사람을 만나면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될 거라 생각하지 말자. “불륜은 불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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