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의 불편함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 지음, 김지현(아밀)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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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거부감없이 생각하는 슬픔은 자연스러운 슬픔이다. 흔히 떠올리기 쉬운 죽음 말이다. 사고사가 아니라면, 우리는 대개 노년의 죽음을 생각한다. 인간이 제 수명을 다하고 소멸하는 일. 노환이라고 부르며 그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런 죽음 앞에서도 슬픔은 존재한다. 한동안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고, 빈자리를 바라보며 멍하기도 하다. 예견한 죽음이어도 그렇다. 이별이니까. 이미 받아들일 준비를 한 죽음 앞에서도 그럴진대, 갑자기 찾아온 죽음 앞에 우리는 속수무책이 된다. 마음을 다잡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어른이어도, 부모여도, 아무리 강한 심장을 지녔어도 그렇다.


오빠가 돌아오면 나는 오빠의 의자를 식탁 가장자리에 닿을 만큼 밀어놓을 것이다. 음식을 흘리거나 자리에서 일어날 때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도록. (58페이지)


그날도 다를 게 없었다. 평범했던 어느 가족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했다. 같이 식사를 하고 가끔 투덕거리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 주인공 야스는 스케이트를 타러 간 큰오빠와 인사했다. 재밌게 놀고 돌아올 시간을 떠올렸겠지. 하지만 그날 오후 오빠는 죽음으로 소식을 전한다. 스케이트를 타다가 얼음이 깨져 빠진 것. 예상하지 못한 큰오빠의 죽음은 이 가족을 슬픔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엄마의 일상은 사라졌다. 식사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삶의 기력을 잃었다. 아버지는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야스는 그날 입고 있던 코트를 벗지 않는다. 대변도 참는다. 코트 속에 몸을 감추는 것을 넘어서서 슬픔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까. 자기 몸 안의 것이 아무것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당연히 배출해야 할 대변마저도 몸속에 저장한다. 게다가 마을에 구제역이 발생하고 이들이 키우는 소를 살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이 슬픔에 고통이 겹쳐진다. 이 가족을 어둠이 감싸 안는다.


재앙처럼 느껴지는 이 기분을 표현할 길이 없다. 야스가 코트를 벗지 못하는 건 오빠의 죽음이 마치 자기 탓인 것만 같아서. 속상한 마음에 저주의 말을 퍼부었던 게, 오빠의 죽음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코트로 몸을 감싸고, 대변을 보지 않는 것으로 오빠의 죽음이 잊히지 않겠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날 이후로 엄마는 피폐해져만 가고, 엄마와 아빠는 애정을 나누지도 않는다. 오빠의 죽음은 잊힐 수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바란다. 어느 순간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슬픔을 감당한 채로 살아가면서도, 죽은 이를 잊지 못하면서도,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믿는 성경마저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점점 눈을 뜨게 되는 성적 호기심과 폭력성을 알아가면서도 감출 수밖에 없으니, 정말 이 고통과 저주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인지.


겨우 열 살 소녀가 바라보는 죽음은 어떤 것일까. 어른조차 죽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텐데, 야스 남매가 겪는 슬픔을 알려줄 사람도 같이 이야기할 사람도 없다. 부모는 자기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고, 자기 자신도 추스르지 못한 채로 아이들을 보지 못한다. 어쩌면 방치된 상태에 가까운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감정 역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알아간다. 성적 행동에 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채로, 성경이 말해주지 않은 것을 습득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어른들의 보살핌을 벗어난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어른들도 그들의 슬픔 역시 깊을 테지만, 아이들이 겪어야 할 성장의 혼란과 슬픔의 깊이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내몰린 것처럼 어른의 시선 밖으로 밀려난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들, 야스가 친구와 동생을 성적으로 괴롭히는 일을 막아줄 사람도 없다. 이 모든 일을 지켜보는 독자 역시 감당하기 복잡한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성경 말씀에 의지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아무도.


실제로 작가의 가족은 성경 말씀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작가 역시 어렸을 적에 오빠를 잃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이 소설로만 읽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암시 같다. 한 사람의 경험으로 새긴 슬픔, 성장 과정에서 겪었을 혼란까지, 주인공 야스와 많은 부분이 겹쳐 보인다.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할 수는 없겠지만, 작가의 내면에 쌓인 많은 것이 야스에게 담겼으리라 본다. 본인 스스로 넌바이너리로 선언한 것을 보면, 어느 성별에도 갇히기 싫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만큼 안에 담아낸 것을 쏟아냈으면 싶다. 세상 어느 것에도 제약받지 않고, 이야기 하나로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고 폭발하기를.



#그날저녁의불편함 #마리커뒤카스레이네펠트 #비채 #김영사 #문학

##책추천 #부커상 #네덜란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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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책!찜
저자의 외모가 아이도루! ㅎㅎ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ヾ( *・ω・) °・ 🎁
`し( つ つ━✩* .+°
(/しーJ

구단씨 2021-12-28 22:42   좋아요 0 | URL
기온이 많이 내려가네요. 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
이번주는 지난 주말의 크리스마스에서부터 이번 주말의 새해 첫날 휴일까지 있어서 그런지...
묘하게 계속 휴일인 기분입니다. ^^
 
성소년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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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운 소년을 바라보는 네 명의 여자가 있다. ‘요셉으로 불리며 만인의 연인이 된 아이돌 소년. 네 명의 여자는 요셉을 향한 사랑을 주체할 수 없다.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다. 그래서 납치했다, 요셉을. 옆에 두고 계속 보고, 만지고 싶었다. 하염없이 바라만 봐도 좋을 것 같은 사람, 요셉을 사랑했다. 이 마음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매번 떨기만 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던 이들이 요셉을 옆에 두고 보니 묘한 마음이 샘솟는다. 더 강한 욕망, 욕심 같은 거. 다른 누구와 공유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피어올랐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이들 각자의 마음속에는 요셉의 독점이 목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같이 납치했고, 같이 요셉을 돌보고 있지만, 요셉을 차지할 사람은 나야. 나 아니고서는 아무도 요셉을 가질 수 없어.’


안나, 희애, 미희, 나미. 네 명의 여자는 시골 산장에 요셉을 감금했다. 요셉의 기억은 온전하지 못했고 사고로 다리를 다쳤다. 오직 침대에서 누워 지내는 요셉을 그들을 돌아가면서 돌본다. 요셉의 식사를 챙기고, 누워지내는 그가 더러워질 때마다 옷을 갈아입히고, 그의 통증을 줄여주려고 약을 먹인다. 어느 한 사람도 이 업무에서 빠지지 않는다. 성실히 임하고, 매번 자기가 요셉의 방으로 들어가는 시간만 기다린다. 그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손끝으로 얼굴을 만지기도 한다. 얼마나 긴장되고 떨릴까. 내가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앞에 앉아 있다니. 내가 떠넣어 주는 밥을 먹고, 가만히 자는 모습을 보면서 슬쩍슬쩍 그의 피부를 쓸어보고. 하아. 미칠 것 같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싶다.


이들의 행동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세상 모든 사랑이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광기가 넘실댄다. 납치는 범죄이고, 이들은 범죄를 공모한 관계다. 요셉 한 명의 납치로 끝난 일도 아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산장 주인의 손자, 그 산장을 동경하며 자라온 지역 경찰 등 이들의 살인은 예상의 범주에서 벗어난다. 걷잡을 수 없는 범죄를 만들면서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처음 요셉을 납치할 때 이게 범죄인 걸 몰랐을까? 이들은 이게 범죄인 걸 알면서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이건 사랑이니까! 자기 방식으로 사랑한 것뿐이라고 변명하겠지만, 결말을 걱정하지 않고, 단 한 번 붙잡을 이 쾌락을 느껴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사랑이 왜 이렇게 변질된 것일까. 이들은 각자의 결핍이 폭발하기 직전에 사랑을 만났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삶이 유지되지 않을 것 같은 그 순간에, 그 사랑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고 삶의 활력이 되었다. 그 정도면 일상을 유지하면서 적당한 즐거움으로 여길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사랑은 선을 넘었고, 사랑은 모습을 바꾸고 악행이 됐다. 어쩌면 이들의 행보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사랑의 본성을 찾아가는 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떻게 사랑이 한 가지 모습만 가지고 있겠는가. 사람이 다 다르듯 그들이 하는 사랑도 다를 테지.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위장한 사랑의 본성을 다 알지 못한다. 여기 모인 네 명의 여성이 보여준 사랑에, 사랑이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새삼 확인한다.


, 나는 이 정도의 열정으로 누굴 사랑한 적도 없는 것 같다. 연예인을 보면서도 그 작품이나 노래에 빠져들기도 했지만, 그 대상을 갖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치게 빠져들었던 적이 있던가? 없던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의 광기 같은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듣다 보면 이들의 집착은 단순히 사랑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이들 각자를 둘러싼 환경, 그 삶에서 채우지 못한 것들을 어느 순간 요셉을 보면서 담았다. 가족에게 받지 못한 관심, 한꺼번에 감당해야 했던 부모의 부재, 돈 때문이지만 아들을 뺏겨야 했던 여인, 거리를 방황하던 시간을 멈추게 했던 대상. 누구 때문에라도 슬픔과 고통을 잊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 유혹에 손을 뻗게 되지 않을까? 나를 살게 하는 이유가 그라면, 그에게 빠져드는 것 말고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녀들의 사랑도 그랬다. 그거 말고는, 요셉에게 빠져드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위로와 충만함이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저 그를 사랑할 수밖에.


누군가를 돌보고 사랑한다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인 줄 몰랐어. 다시는 이런 행복을 느끼지 못할 거야.” (318페이지)


설은 인기 아이돌 요셉이 사라지고 이십 년이 지난 후에, 요셉을 잊지 못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시작한다. 요셉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요셉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그 자리에 한 여자가 나타나고, 이제 요셉에게 일어난 일의 진실을 알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렇게 시작된 요셉 납치사건의 경위, 과거의 그 사건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너무 다양하게 표현되는 이들의 사랑은 놀라웠고, 무서웠다. 처음에는 누군가 이 이야기를 정리해주는 느낌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소설의 마지막에서 다시 앞부분과 연결되는 설명은 이 소설의 반전이었고, 요셉 납치사건의 진실을 말한다. 그게 끝이었을까 싶은 궁금증은 비로소 풀리고, 결핍으로 시작된 이 광적인 사랑의 끝은 처참하면서도 순수했다. 그 순수함이 왜곡한 사랑의 정의는 누가 바로 세울 수 있을까.



#성소년 #이희주 #아이돌 #사랑 #팬심 #어긋난사랑 #광기 #미저리

##책추천 #소설 #한국문학 #문학 #결핍 #성장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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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2-23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이 작가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에는 더 무서운 이야기를 썼네요 미저리 같은... 그 영화 제대로 못 봤지만,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네 사람이나 그 일을 함께 하다니... 그건 좋아하는 게 아닌데...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희선

구단씨 2021-12-23 22:27   좋아요 1 | URL
그렇더라고요. 이 책 읽으면서 찾아보니 전작도 비슷한 소재였나 봅니다. 읽진 못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강렬한 욕망은 알 것도 같은 마음에 다다릅니다. 이상하죠? ^^
 


정말로, 순식간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내리네요...

어제부터 한파주의보나 폭설 예보는 있었어요. 

사이렌 울리면서 문자가 요즘 하도 많이 도착하다 보니 확인도 잘 안했는데, 

지금 보니 어제부터 경고를 했었네요.


그동안 겨울인데도 나름(?) 포근하다 싶었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밀려오듯 폭설이 쏟아지니,

진짜 겨울 같은데도 반갑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

어렸을 때나 좋아하던 눈이 이제는 다니기 불편한 것부터 떠오르게 하고 말입니다.

그나마 주말 시작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일기예보 잘 안맞을 때가 더 많다고 궁시렁대면서 이번에도 안 믿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눈이 내리니 기분이 묘합니다.

연말이라 그런지, 이런저런 생각할 게 많아서 그런지, 

어쨌든 2021년도 이렇게 가는구나 싶은 심란한 때문인지.

원래 그렇잖아요, 연말에는. 또 그렇게 끝나고 또 그렇게 내년이 시작되는구나 하면서 받아들이고야 마는.


뜨끈한 것이 저절로 생각나는 날들입니다.

뜨끈한 국물, 뜨끈한 방바닥, 뜨끈한 마음들. ^^



코로나 확산세도 그렇고, 눈도 펑펑 내리고,

나가지 말고 집에서 책이나 읽으라고 하는 건지 뭔지. 

사다 놓았지만 읽지 않은 책, 너무 많잖아요? ㅎㅎㅎㅎ

눈과 추위로 채워질 주말, 즐겁게 지내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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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17 1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눈이 많이 오고 있군요. 멋지네요 ㅋ 눈오는 날 너무 좋은것 같아요 ^^ 작별하지 않는다와 잘 어울리네요~!!

구단씨 2021-12-20 21:19   좋아요 2 | URL
그날 하루 그렇게 눈이 오더니 바로 얼었어요.
10중 20중 충돌사고로 뉴스를 장식했네요.
오늘은 포근해서 제법 맘에 들었던 월요일입니다. ^^

stella.K 2021-12-17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신 곳이 어딘가요?
호남쪽에 눈이 많이 왔다고 하던데...
펜으로 그린 그림 같네요.^^

구단씨 2021-12-20 21:20   좋아요 2 | URL
네. 호남지역입니다.
순간적으로 막 쏟아졌네요.
눈은 보기에는 좋은데... 참... ^^

책읽는나무 2021-12-17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오늘 눈이 온 곳도 있었군요?
눈이 오지 않는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그저 와~~~~ 감탄할 수밖에요^^

구단씨 2021-12-20 21:20   좋아요 2 | URL
아, 책읽는나무님 사는 곳에서는 눈이 잘 안 오는군요.
여기는 안 올 때는 안 오는데, 한번 폭설 경보 내리면 정말 눈이 막막막 내리더라고요.

희선 2021-12-18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날씨 잘 안 맞기도 해서 눈이 얼마나 올까 했는데 제가 사는 곳에도 좀 왔어요 어제 날씨 보니 몇 시간 눈 그림이 있기는 했군요 조금만 오다 말겠지 했는데... 눈이 왔는데 저녁에 달이 보였습니다

구단 님 주말 따듯하게 보내세요


희선

구단씨 2021-12-20 21:21   좋아요 4 | URL
저도요. 일기예보 자주 보면서도 사실 잘 안 믿기도 하는데. ^^
그동안 겨울이면서도 눈 안 와서 그런가 보다 하다가, 오랜만에 눈 구경 했습니다.

scott 2021-12-23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눈이 가루 처럼 쏟아 졌네요
크리스마스 앞두고 강추위! 몰려 온다고 합니다
구단님 따숩게 ^^

구단씨 2021-12-23 22:29   좋아요 0 | URL
네. 눈이 막 쏟아져서, 갈수록 눈 보기 힘든 날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번 겨울은 눈을 보긴 했네요. ^^
요즘 새벽 기온이 낮아지긴 했나 봅니다. 아침에 춥더라고요.
강추위 정말 싫은데. ㅠㅠ
건강 챙기셔요.
 


 

엄마를 생각하면 정말 지독하게 슬픈 기억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가장 기억나는 것 한 가지.


어느 날 집으로 최후 독촉장 같은 게 날라왔다. 뭔가 하고 펼쳐보니 가압류 통지서였나 보다. (그땐 어려서 그 서류의 정확한 이름이 뭔지 기억나지 않는다) 흔히 아는 그거, 빨간 딱지 붙이러 오겠다는 최후통첩이었다. 엄마는 왜 이런 게 우리 집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아뿔싸. 남에게 보증 서주는 게 취미였던 아버지가 엄마에게 의논도 없이 동네 후배의 사업에 보증인이 되었던 거다. 뭐 가진 게 있어야 털릴 거라도 있지. 낡고 허름한 집 한 채가 전부였던 우리에게 이 무슨 날벼락인지. 엄마는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았고, 그래도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어린 막냇동생을 둘러업고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녔다. 당시 세무 관련 일을 잘 알았던 이모부에게 의논했고, 결과는 어찌어찌 집은 엄마의 명의로 변경했고, 돈을 빌린 후배는 간신히 사업 관련 채무를 정리한 듯했다. 그것도 꽤 오랜 시일이 걸려서 말이다.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얼마 안 되는 값어치의 집이지만, 이것마저 없다면 갈 곳도 없는데 온 식구가 길바닥에 나앉으라는 것이냐 하던 엄마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후로도 아버지는 또 다른 이의 빚보증을 서주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간을 졸이며 그 순간을 건너갔다. 항상 일을 터트린 사람은 아버지였는데, 언제나 그 일을 마무리하는 건 엄마의 몫이었다. , 엄마 속이 터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지.


기억 속 엄마는 항상 사는 일에 억척이었다. 아마 대부분 엄마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을까 싶다. 뭐 하나 넉넉하지 않은 생활을 꾸려나가려면 억척스럽고 드세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까. 어릴 때 뭣 모르고, 나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남들과 싸워도 지지 않으려는 엄마의 태도는 용감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느 곳에서도,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했던 엄마의 모습이 때로는 뻔뻔해 보였지만,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꽤 든든하게 느꼈더랬다. 어려서 그랬다고 말하기에는 참 말도 안 되는 이유였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엄마의 그런 세월이 안쓰럽기만 하다. 살아오느라 참 힘들었구나, 고생 많이 하셨구나. 그때나 지금이나 엄마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 번도 여유로웠던 형편인 적이 없었으니까.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때의 어린 자식들은 다 커서 더는 엄마의 돌봄이 필요 없어졌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이 말도 모순이다. 엄마의 자식인 우리 남매들은 여전히 엄마를 부르며 엄마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일을 부탁하곤 하니까.


사실 엄마에 관한 정말 잔인한 기억 하나가 있는데, 그건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하겠다. 엄마와 나만 아는, 우리가 함께 욕하는 그 일을 두고두고 반복하지만, 그건 엄마와 나만 기억하는 일로 묻어두어야겠지. 엄마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되고, 엄마의 바깥 활동의 즐거움을 끊어버린 그 일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의 표지를 보면서 잊고 싶은 그 일이 생각났다. 세상 모든 엄마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고 하면 과장일까. 누구나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면서 사는 건 아니겠지만, 머리끄덩이만 잡지 않았지 그런 자세로 살아가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작품 속 엄마는 빚만 남기고 살면서 행복한 적 없던 남편과 이혼하고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건물 청소 일을 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생계를 위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나날 속에서 노조를 만들기도 한다. 노조를 만들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부당한 대우는 더 심해졌다. 일은 고되고 힘들지만, 엄마는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춤을 배우면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린다. 오래된 애인도 있다. 그 애인 때문에 덜 외롭고 울고 웃고 하지만, 항상 헤어지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놈의 정이 뭔지 쉽게 헤어지지도 못한다. 집에는 서른 넘은 아들이 음악을 한다며 엄마와 함께 산다. 그 집에 애인까지 드나들며 서로의 인생을 꾸려가는데, 이게 참 묘하다. 친구들과 술 마시고 춤추러 다니고, 또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소장과 반장의 부당함에 입을 모아 욕하고, 애인은 또 다른 여자를 만나는데도 너만 한 여자 없다고 말하며 엄마 옆에 붙어 있다. 아들은 그런 엄마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건 또 엄마의 인생이니 서로의 삶을 존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도 이제 지쳤다. 인제 그만 혼자 지내고 싶다. 아들에게 독립하라며 집에서 내보낸다. 애인과는 헤어진다. 혼자가 된 엄마는 그럭저럭 잘 지낸다.


아, 이런 결말을 기대한 건 아닌데, 암튼, 엄마 이야기의 결말은 조금 더 이어진다. 상당히 팍팍한 삶을 겪어온 엄마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멋있어 보인다. 자기 일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자식 잘 키웠고, 애인과 외로움도 나누면서 돈도 나누고, 친구들 만나서 신나게 놀기도 하는 일상을 가진 사람. 너무 멋진 것 같다. 여전히 엄마의 삶은 팍팍하기도 하고, 돈이 궁하기도 하다. 노후 준비도 못 한 채로 살아가는 날들이 불안하다. 애인과 싸우기도 하고, 친구와 절교하기도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사는 데 그런 일도 생길 수 있는 거지 뭐. 보통 어머니를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과 억척스러운 날들을 살아온 것이 뭐가 얼마나 다른 건지 모르겠다. 이 모자(작가가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쓴 이야기란다. 50% 정도 비슷하다고)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많이 착각하고 살아온 건 아닐까 싶다. 나는, 내가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어쩌면 내가 아는 엄마는 10%도 되지 않는 거 아닐까? 보여주고 말로 하는 것 말고, 가슴에 담아둔 많은 이야기와 생각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들더라. 엄마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 부분도 있다. 그런 생각마저 뭔가 어긋난 느낌이다. ‘엄마가 아니라 부모의 역할이었을 뿐이었던 건 아닐까. 가끔은 엄마의 신세 한탄 같은 푸념을 듣고 있다 보면, 엄마 인생이 참 쓸쓸하다는 생각에 한참 머문다. 왜 엄마의 시간은 이렇게 채워져야만 했을까.


내가 모르던 시절의 엄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웃기기도 하고 눈물 나기도 하는데, 같이 나이 들어가는 지금, 이제 그런 이야기는 우리의 공통 주제가 되기도 한다. 가끔 어떤 책을 읽으면 유독 엄마 생각이 많이 나서, 그 책의 후기에 나도 모르게 엄마 이야기가 주절주절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제 내가 그럴 나이가 된 건지 어떤 건지, 엄마의 지난 세월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돼버리고야 마는... 작가는 엄마의 연애를 중심으로 엄마의 인생을 그렸지만, 나는 엄마의 고된 시간만 자꾸 생각난다. 오늘도 엄마를 모시고 병원 투어를 했는데, 젊은 엄마의 씩씩함과 열정은 어느새 사그라들어버렸다는 걸 새삼 느낀다. 시우 작가의 쑥부쟁이속 엄마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다. 언제나 인내만을 필요로 했던 삶을 곱씹으며, 고단한 시간을 억척스럽게 버텨온 것도 모자라 아직도 자식을 더 보살피지 못한 안타까움을 안고 산다. 쑥부쟁이속 엄마는 딸의 이혼 소식에 어떻게든 말리고 싶어 한다.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사는 고단함을 알기 때문에. 다 그렇게 산다고, 아이들 때문에 산다고 조금 참으라고. 하지만 딸의 이혼 결정은 또 다른 길을 연다. 딸은 이제야 숨 쉬는 것 같다고, 살 것 같다고 이혼 결정을 담백하게 받아들인다. 반면 엄마는 딸이 자기 삶을 따라오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미안하다.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삶, 그나마 큰딸이 있어서 의지가 되고 든든했던 건데, 이제 그 큰딸에게 엄마는 해줄 게 없다. 그저 마음만 아플 뿐.


뭘 그렇게 잘못하며 살아왔다고, 자식들한테 다 퍼주기만 하는 인생을 기꺼이 받아들었더냐. 오늘도 몸과 마음이 쪼그라드는 우리 엄마는 가난밖에 물려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고, 이제는 나이 든 몸을 자식한테 기대느라 미안함이 곱절이 되었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만큼 해줬으면 됐지 뭘 더 해주겠다고. (뭔가 더 주면 받기는 하겠다만. ^^) 어찌 보면 아직도 이해할 게 더 많이 남은 사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엄마들의 아들은 진즉에 엄마의 삶을 이해하며 받아들였기에 엄마의 애인을 인정했고, 쑥부쟁이의 엄마는 오랜 세월 키우고 지켜봤던 딸을 이제 좀 알 것 같다. 그 딸은 또 엄마가 조용히 적어둔 시를 들춰냄으로써 엄마의 시간을 읽는다. 그렇게 또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말고,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게 뭘까. 나이 들어갈수록, 한 해 한 해 서로의 시간이 쌓일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 어려워지는 이 아이러니는 또 뭐고. 에휴.


눈이 오는 것도 아닌데 주변이 어두컴컴 흐려진다. 엄마가 이제 힘들다고 김장 안 하신다고 했는데, 엄마가 담근 김장김치 묵은지로 만든 김치찜에 막걸리 한잔하고 싶다. 아쉬운 대로 오늘은 치킨에 캔맥주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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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2-15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마들>이란 책 존재도 몰랐는데 덕분에 알게 되어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리뷰 읽을 때는 소설이겠거니 했는데 마지막 링크를 타고 가보니 그래픽노블이네요. 엄마 는 이상하게 그냥 엄마 라고 부르기만 해도 코끝이 찡해져서 어쩌면 저 그래픽 노블 읽다가도 울어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읽어볼래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구단씨 님.

구단씨 2021-12-17 14:44   좋아요 0 | URL
작가가 엄마의 연애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기에 유쾌하고 재밌어요. ^^
근데 또 그 엄마 인생의 바탕에는 고생과 서글픔이 깔려 있어서 그런지 웃기만 할 수는 없더라고요.

쎄인트saint 2021-12-16 1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12-16 15:37   좋아요 1 | URL
저도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1-12-17 14:47   좋아요 0 | URL
세인트님,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일년동안 좋은 글, 좋은 책 이야기 잘 듣고 보관함에 많이 넣었어요. ^^
즐거운 시간 감사한데 서재의 달인까지 되어서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이하라 2021-12-16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연말 되세요.^^

구단씨 2021-12-17 14: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thkang1001 2021-12-16 15: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2021 서재의 달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12-17 14: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일년동안 좋은 책이야기 잘 듣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mini74 2021-12-16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제목도 내용도 넘 슬퍼서 읽기만 하고 댓글 못 단 글이네요 ㅠㅠ

구단씨 2021-12-17 14:5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책은 유쾌하게 잘 흘러갑니다. 재밌어요. 엄마의 인생이... ^^ 그래도 엄마는 언제나 힘드셨겠지만요.

감사합니다.
미니74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

서니데이 2021-12-16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과 좋은 하루 되세요.^^

구단씨 2021-12-17 14: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2-16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의 21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구단씨 2021-12-17 14: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강나루 2021-12-16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2021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1-12-17 15: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강나루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

러블리땡 2021-12-17 0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21년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 좋은 밤 되세요~

구단씨 2021-12-17 15: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희선 2021-12-17 0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좋을 텐데... 구단 님도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걱정이 많겠습니다 덜 아프시기를 바랍니다 구단 님은 어머님 여러 가지를 아시네요 저는 더 몰라요

구단 님 서재 달인 축하합니다 2021년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구단씨 2021-12-17 15:04   좋아요 3 | URL
그래도 잘 모르겠죠. 아마 더 많은 세월을 같이 해도 다 알기는 어려울 듯해요.

감사합니다.
희선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thkang1001 2021-12-17 14: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2021 서재의 달인!‘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2년도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이 모두 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구단씨 2021-12-17 15:0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코로나로 정신없이 지냈던 2년이 이렇게 흘러가네요.
제발 별일 없이, 무사히 한해가 마무리 되기를 바랍니다.

thkang1001 2021-12-17 16: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감사합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드실텐데, 오늘 일기예보를 들으니, 내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까지 떨어질 것 같다고 합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scott 2022-01-07 1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달의 당선 추카 !✌관왕 ^^

구단씨 2022-01-11 15:00   좋아요 1 | URL
우앙~ 감사합니다. 놀랐어요. ^^

mini74 2022-01-07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무지 감축드리옵니다 *^^*

구단씨 2022-01-11 15:01   좋아요 1 | URL
좋은 책 읽고 즐거운 소식까지 들으니 더 기뻐요~ ^^

새파랑 2022-01-07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과 당선을 동시에~!! 축하드립니다 ^^

구단씨 2022-01-11 15:01   좋아요 0 | URL
연말연초 좋은 소식에 즐겁네요.

이하라 2022-01-07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새해 기쁜 주말되세요^^

구단씨 2022-01-11 15:02   좋아요 0 | URL
한파가 또 온답니다. 바람이 벌써 차갑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편한 날들 지내세요.

그레이스 2022-01-07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2-01-11 15: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얄라알라 2022-01-07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이 아니었다면 놓치고 울고 갈뻔했네요

겨울이라 더욱 그런지, 어머니 아버지 엄마 아빠 어무이 아부지 이야기가 더욱 더 뜨겁게 들립니다.

구단씨님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2-01-11 15:03   좋아요 1 | URL
엄마가 요즘 많이 편찮으셔서 그런지 엄마 이야기가 나오면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책 공유하게 되어 기쁩니다.

서니데이 2022-01-07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구단씨 2022-01-11 15:03   좋아요 2 | URL
주말 잘 지내셨나요? ^^
밖의 바람이 차가워져서 목도리 감싸고 나왔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thkang1001 2022-01-07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구단씨 2022-01-11 15:0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평안한 날들 지내세요.

러블리땡 2022-01-08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축하드립니다 ^^ 2관왕 멋져용

구단씨 2022-01-11 15:04   좋아요 2 | URL
기뻐요~! ^^ 책 사고 싶네요.
 
소녀와 노인 사이에도 사람이 있다 - 인생의 파도를 대하는 마흔의 유연한 시선
제인 수 지음, 임정아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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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병원에 다니는 거였다. 언제부턴가 병원에 갈 일이 너무 많아졌고, 다양한 병명이 나를 대신하고 있었다. 작년 말부터 나를 힘들게 하던 대상포진은 일 년 동안 두세 달에 한 번씩 나를 찾아왔다. 감기와 구분이 되지 않아서 괴로웠던 비염을 진단받았다. 오랫동안 통증이 있었던 어깨는 염증이 생겼다고 반년 가까이 치료받고 있다. 너무 많아서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이제 언젠가 엄마를 놀렸던 종합병원이라는 별명을 되돌려받았다. 사십 대는 그런 나이인가?


당신의 사십 대는 어떠한가. 나처럼 육체의 고단함으로 먼저 확인하게 되었는지, 아니면 이십 대 삼십 대와 확연하게 다른 뭔가로 불안해하고 있는지. 흔히 중년이라고 불리는 나이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 책의 제목 때문에라도 한 번은 더 생각해보고 싶은 문제였다. ‘소녀노인사이에 존재하는 우리는 뭐라고 불릴 수 있을까? 단순히 호칭보다는 그 나이가 된다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 이십 대, 삼십 대를 살면서도 불안했던 마음은 사십 대가 되어서도 멈추지 않았으니까. 왜 이런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물어봐도 대답해줄 사람은 없었다. 단지, 다음 나이대를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때, 우리의 예상과 계획대로 다음 나이대를 맞이한 적이 있었는지 되짚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십 대는 이렇게 살 것이다, 삼십 대는 저렇게 살아가겠지 싶은 생각 그대로 우리의 이십 대, 삼십 대가 그렇게 흘러갔더냐고 묻고 싶은 마음 말이다.


작가는 우리가 느끼는 이런 불안을 다 안다는 듯이, 자기도 그렇게 겪어왔던 시간을 그대로 풀어낸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우리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 살아가면서 벅차게 달리고 있다. 최신 IT 기술보다는 신형 안마의자에 현혹되는 그 마음을 아실는지. ^^ 필요하다면 겉으로 보기에 예쁜 것보다 실용적인 것을 선택하게 되는, 맛있는 걸 먹을 때도 위장 걱정하는 날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테다. 나도 비슷하다. 줄임말을 몰라서 못 알아듣기도 하고, 최신 스마트폰의 기능에 접근하기 어렵기도 한 일상. 초등학생 조카가 알려주는 몇 가지 얘기에 엄청나게 신기해하면서 듣기도 한다. 밖에서 나를 아줌마로 불러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병원의 물리치료실에서 뜨끈한 찜질팩을 깔고 누워있는 것도 좋다. 갑자기 찐 살이 너무 밉고 부담스럽지만, 살을 빼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외모가 아닌 건강 때문이었다. 뭔가 대단하고 우아한 사십 대를 예상했을지도 모르는데, 별로 변한 것 없이,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 시간을 산다. 여전히 실수투성이,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수다에 즐거워하는, 십 년 이십 년 전에도 살아왔던 그대로.


나이를 먹으면 다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작가도 비슷했을 듯하다. 우리는 나이를 먹고 어른이라고 불리지만 아직 완전한 어른이 되지 못했다. 여전히 젊은 날의 감성을 가지고, 때로는 깊이 있는 공부보다는 보기에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노지에 텐트 치고 숙박하는 게 아니라, 몸이 편한 숙소를 선호하기도 한다. 때로는 수준 높은 물건에 눈길이 가면서도, 일상에서 편한 것은 한 번 쓰고 버려도 미안해하지 않을 물건이 되기도 한다. 기분전환일 수도 있지만, 삶의 계획이나 우선순위를 살짝 변경하기도 하는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여전히 변화에 둔할 때도 있고, 온갖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찾아 헤매는 시간이 익숙한 날들이다. 조금 전에도 오랜만에 접속한 쇼핑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찾다가 변경하기도 했던지라, 작가의 이런 에피소드가 왜 이렇게 공감이 되는지. 세상이 바삐 돌아가는 걸 지켜보면서도, 그 안으로 스며들지 못하면 한참 뒤처지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한 나이. 사십 대는 그런 나이인가 보다. 젊음을 발산하기에는 힘에 버거울 때도 있고, 인생의 노련함을 뽐내기에는 부족한 것투성이인 지금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날들을 잘 살아가는 법을 작가에게 듣는다.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도 빠르게 변해간다. 일하는 남성의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전업주부의 무상 돌봄노동으로 지탱되던 경제는 진즉에 끝났다. 낡은 가치관에 매달려 있으면 남자들의 매일은 암담할 것이다아버지의 씩씩함을 보고 있으면 나도 배워야 한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때는 좋았지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에 몸과 뇌를 점점 적응시켜간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언제까지나 인생을 즐기는 비결이라고 아버지는 있는 힘을 다해 가르쳐 주신다언젠가는 엄마를 만나러 가버리실 테니, 아버지가 숨 닿는 데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만큼 다 해보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111페이지)


어쩌면 이렇게 긍정적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가는 나이 들어감의 대단함이 아니라 별일 없는 날들을 살아가는 오늘을 즐겁게 표현한다. 지나온 시간이 마냥 좋았던 건 아닐 테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끔은 젊은 날을 그리워하면서 산다. 서툴러서 긴장하고 알게 되면서 만만해 보이는 것도 생긴다. 그러다가 익숙해지는 것들로 나이와 경험을 채워가겠지. 여러 가지 위기를 힘겹게 통과해온 시절이 내 것일 수밖에 없듯이, 지금 살면서 겪는 모든 것도 내 것이 된다. 좋은 일 나쁜 일 찾아오는 게 인생일 텐데, 이왕이면 기쁘고 좋은 일에 더 마음 두면서 살아가도 좋겠지. 작가가 들려준 소박한 날들의 이야기가 그 증거가 된다. 일상의 곳곳에서 적당한 선을 지키며 관계의 비결을 발휘하고, 육체의 노화와 건강, 여행이나 우정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면서, 결혼이나 출산, 동거와 같은 주제에 공감하며 행복한 날들을 만들어간다. 사십 대의 날들, 그동안 살아온 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 살아간 날들과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제껏 살아왔던 것처럼, 그럭저럭 괜찮은 날들이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비혼으로 살아가는 작가에게 일상은, 일이 중심이 되면서도 여성의 연대와 같은 우정이 큰 축이 된다. 각자의 삶은 다르지만, 그 영역에서 축적된 지혜로 서로를 돕기도 한다. 미혼(비혼)이거나 기혼이거나, 결혼생활 중이거나 이혼이거나, 그 생활에서 보이는 많은 것이 대화의 주제가 되고 인생의 지침이 된다. 과거를 기억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법 말고는, 여전히 우리는 미래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정답도 없다. 매 순간 새롭게 덮쳐오는 파도를 견디는 수밖에. 그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작가의 일상으로, 이야기로 알게 됐다. 변해가는 세상에 적당히 스며들어도 좋고, 상황에 맞게 사고를 전환해도 좋다.


삶이 꼭 계획대로, 또 예정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이 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는 것, 그것 또한 삶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64페이지)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느끼는 평범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듣기 좋았다. 실수나 어설픈 것을 감추려고 하기보다는, 이래도 괜찮다고 보여주고 싶은 것처럼 유쾌했다고 해야 하나. 마냥 불안하게만 여기던 시기를 건너가는 것이 생각보다 재밌다고 말하는 것만 같더라. 괜찮았다. 미리 불안해할 필요도 없고, 걱정할 것도 없다. 굳이 마흔이 아니어도, 사십 대가 아니어도 공감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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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2021년 서재의 달인 추카 합니다 ^ㅅ^

구단씨 2021-12-17 14: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스캇님도 축하드려요.
내년에도 다양하고 깊은 음악 이야기 계속 듣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