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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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다. 엄마의 목소리가 커서도 아니고 화를 내서도 아니었다. 발음이 너무 좋았다. 식탁에 둘러앉아, 과일을 앞에 두고, 차를 마시며 가족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항상 아버지가 의견을 내고 엄마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리고 오빠들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의 이사, 누군가의 진학이나 취업 같은 중요한 결정도, 여행지, 회식 메뉴, 텔레비전 채널 같은 사소한 결정도 결국은 아버지 뜻대로 되었고 엄마는 늘 중얼거리는 사람이었다. 엄마도 저렇게 간결한 문장과 정확한 발음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구나. (95~96페이지, 가출)


누군가의 간절한 버킷리스트를 완성하는데 동행한 이가 시어머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너무 놀라웠고, 그 불편한 동행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했다. 작가가 여성의 연대를 말하려는 건가 싶으면서도, 왜 하필 그 연대의 한편이 시어머니였던가 의아했다. 이 단편을 읽고 한참 생각하다가 내가 범한 오류를 찾아냈다. 나는 시어머니를 한 사람의 인간, 여성의 삶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지금껏 내가 생각한 시어머니로만 봤던 거였다. 생각의 시작이 틀렸던 거다. 시어머니가 시어머니 이전에 한 사람으로 살아온 세월, 그 사람 고유의 인생을 들여다봐야 했던 것을. 그래서 단편 오로라의 밤을 다시 읽고 다시 생각했다. 세 여성이 살아온 흔적을 되짚어보면서 이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지켜봐야 했다.


남편이 죽은 후에야 말녀라는 이름을 동주로 개명한 여성은 그 이후 어떻게 살았을까? 남편의 말처럼, 다 늙어서 이제 개명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 단순한 이름 하나에 누구는 행복과 자신감을 얻는다. 언니 금주, 은주의 이름대로라면 셋째딸인 그녀의 이름은 동주여야 했다. 그런데 왜 말녀인가.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시절에 딸은 이제 그만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 말녀. 남동생이 둘이나 태어났는데 왜 말녀냐고 물어도 대답해줄 사람이 없다. 매화나무 아래의 동주는 요양원에서 죽어가는 금주 언니를 보러 다니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이름만큼이나 차별받으며 살았던 시간과 싸우듯 그녀는 늦게라도 삶을 바꾸려 애쓴다. 그 증거가 개명이었고, 동주라는 이름이었다. 이어지는 시간은 단편 오로라의 밤으로 들려준다. 아들을 잃은 후 며느리와 같이 사는 시어머니가 되었고, 며느리와 오로라를 보겠다며 캐나다로 향한다. 말녀의 삶과 너무 다른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동주의 오늘이 상상되는가? 읽으면서 너무 신났다. 남편도 아들도 없는 지금이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된 것 같았다. 그게 더 슬펐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후의 웃음이 그녀의 진짜 미소 같아서 말이다. 고부 사이가 아니라 룸메이트처럼 살아가는 이 고부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누군가는 이 조합을 보고 웃을지도 모른다. 여든을 바라보는 시어머니와 예순을 바라보는 며느리가 오로라를 보겠다며 그 추위를 견디고 있다고? 이 늙은 여자들 따뜻한 아랫목에서 일일드라마나 볼 것이지 뭐 한다고 그 길을 나서냐고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두 과부가 저지른 일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였다. 이것부터가 나의 잘못된 인식을 드러냈다. 나이 든 여자가 뭐? 남편 없는 여자가 뭐? 이들은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었다. 자기 일을 하고, 자식을 키웠고, 보고 싶은 것을 보러 간 것뿐이다. 노년의 삶을 손주를 보면서 보내는 게 어느새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세상에서 이들의 행보는 낯설면서도 너무 늦게 찾은 당연함이었다. 자기 삶에서 자기가 주인공이어야 했던 당연함을 잊고 살아왔던 시간을 되찾은 기분. 딸이 엄마에게 아이를 봐주지 않는다며 서운해했을 때, 내가 미처 놓치고 있던 것들을 떠올렸다. 엄마가 처음부터 엄마였던가? 여자아이에서 여자가 되고,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왜 항상 엄마여야만 했던가 묻게 되었다. 그러다 그 물음은 꼬리를 물고 다시 묻게 된다. 한 여자의 인생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끝나는가.


82년생 김지영을 몰입해서 읽었는데도, 순간순간 가슴을 두드리는 장면에 숨을 죽이곤 했는데도, 여전히 나는 그 김지영의 인생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이 소설집은 그 김지영의 확장판이라고 말하는데, 나처럼 봐야 할 것을 놓친 독자들에게 던지는 김지영의 생애였다. 8편의 단편을 통해 10대부터 80대까지 여성이 겪는 삶의 다양한 면을 드러냈다. 여자아이는 자라서에서 삼대의 모습은 페미니즘을 겪는 세대 차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30여년 전 지방 소도시의 가정 폭력 상담소를 운영했던 엄마를 보고 자라면서 대학에서 페미니즘 관련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했던 ’. 이제 의 중학생 딸은 그 아이만의 방식으로 성추행 남학생들을 응징한다. 같은 뜻을 가지고 살아왔어도, 살다 보니 변하는 세상에 흡수되느라 외면했던 것을 딸의 한마디로 소환한다. "그러니까 어쨌든 예쁘기는 해야 할 것 같잖아. 예쁘지 않아도 된다고 해 줄 순 없어?"(290페이지)


그 여자아이는 자라서 자기 의지대로 세상에 맞서며 살아가다가도 현남 오빠에게의 화자처럼 은근한 불빛으로 가스라이팅 당하는 여성으로 성장하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나를 위해서, 나를 편하게, 나를 보호하려고 애쓰는 남성 보호자로 여겼던 대상이 어느 순간 들여다보니 나를 조종하고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절망과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 절망에서 벗어났고, 진짜 자기 삶을 찾아가고 있다. 깍듯하게 존칭하며 불렀던 그 이름은 끝은 개자식이었다. 이렇게 당당하게 자기 인생을 찾아가는 여성에게 응원을 보내면서, 미스 김은 알고 있다에서 마주친 성차별은 그 당당함에도 물리치지 못할 거대한 벽이었다. 직급도 없는데 그 회사의 모든 일을 맡아서 하는 미스 김. 그녀의 영역이 넓어지자 미스 김의 자리는 사라진다.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그 능력에 의지하던 인간들의 연대로 밀려난 미스 김의 활약은 그 이후에 드러난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력 갑이었던 그녀가 회사에 있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이, 유령처럼 그녀는 존재감을 뽐낸다. 학연과 혈연으로 뭉친 어느 중소기업에서 횡행한 성차별의 결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미스 김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미스 김으로 존재하는 화자의 선택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이런 여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는 매도당하기도 한다. 오기의 초아는 한 편의 소설로 악플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 시도를 꺾고 싶지는 않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는 오해를 받는다. 그때야 비로소 꺼내지 못한 자기 이야기를 쏟아낸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상처 입고 고통받은 사람은 어느 한 명이 아니었다고. 나는 내 사유의 영역 밖에도 치열한 삶들이 있음을 안다고, 내 소설의 독자들도 언제나 내가 쓴 것 이상을 읽어 주고 있다고 쓴다. 그러므로 이제 이 부끄러움도 그만하고 싶다고, 부끄러워 숙이고 숨고 점점 작게 말려 들어가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고, 그만하고 싶은 이 마음이 다시 부끄럽다고 쓴”(79페이지)다며, 작가가 여성의 삶을 계속 쓸 수밖에 없음을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비슷한 흐름으로 읽다가 분위기 전환하듯 양가감정을 느끼게 한 작품이 가출이었다. 어느 날 편지 한 통 써놓고 가출한 아버지 때문에 엄마와 두 아들, 화자인 막내딸이 자주 모인다. 처음에는 사라진 아버지를 걱정했지만, 이상하게 이 가족은 부재중인 아버지의 자리에 익숙해진다. 항상 중얼거리듯 말했던 엄마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들린다. 아버지의 권위에서 벗어난 엄마가 이제야 편안해진 모습이다. 동시에 아버지의 생애를 본다. 가족을 먹여 살리는,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의무로 살아온 세월에 퇴직하고 이제는 좀 편안해진 아버지. 가출한다고 하고서 가족들을 놀라게 하지만, 정작 본인은 딸의 카드를 사용하면서 잘 지내고 있음을 알린다. 앞서 읽은 작품들이 억눌리고 차별받아왔던 여성의 삶을 보여줬다면, 가출은 여성과 남성 모두가 겪어온 세대의 흔적이고 살아가는 일의 고충이었다. 이 지점에서 다시 떠올리게 되는, 우리가 누군가를 볼 고 생각할 때 한 인간의 생을 보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여자 남자, 어머니 아버지, 딸 아들, 이런 구분 말고 그냥 인간, 사람, 인생을 보는 일에 먼저 시선을 던져야 한다고 말이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을 때도 그랬는데, 결국은 같이 살아가는 세상인데 잘살아 보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 흐릿하지만 분명 빛이었다. 하얀 별들이 콕콕 찍혀있는 까만 하늘에 파란빛과 노란빛이 규칙 없이 섞인 한 줄기가 연기처럼 흩날렸다. 그러다가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지고 넓어지고 너울거리기 시작했다. 지난가을, 서울에서 보았던 바로 그 빛. 하지만 더 크고 선명하고 역동적인 빛. 누군가 빛의 깃발을 들어 올리는 것 같기도 하고 천천히 우주의 창을 여는 것 같기도 했다. 살이 있는 무엇. 의도와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는 지적인 영혼. 눈도 깜박이지 못하고 빛을 올려다보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내가 흐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얼어 버릴 틈도 없이 두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245~246페이지, 오로라의 밤)


다양한 여성의 삶을 보여 주면서도 다시 보고 새롭게 보기를 바라는, 함께 여행하는 고부가 수평적 관계가 되고,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페미니스트 삼대가 업뎃하고 균형을 이루는, 우리가 쓰고, 우리가 아직 쓰지 않은 것을 보게 하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첫사랑 2020이 써 내려갈 내일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 어린 영혼들이 펼칠 내일의 이야기들은, 얼마나 달라지고 있을 한 사람의 인생일까.



#우리가쓴 것 #조남주 #민음사 #한국문학 #문학 #소설

##책추천 #한국소설 #여성 #여성의삶 #조남주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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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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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집을 몰래 지켜보는 여자. 그 여자의 시선에 딸이 들어온다. 창문 너머 집안에서 바깥을 쳐다보며, 엄마를 발견한 딸은 여전히 표정이 없다. 반갑지 않은가? 엄마는 밖에서 그 모습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는다. 집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는다. 남편은 다른 여자와 함께 있고, 그 안에서 딸은 다른 아이를 살갑게 대하고 있다. 마치 엄마가 이걸 봤으면 하는 듯이. 너무 다정한 남매의 모습을 연출하며 눈으로 말한다. ‘내가 얼마나 동생을 사랑하고 아끼는지, 이제 알겠어?’


당신은 잘하고 있어. 당신이 자랑스러워. 당신은 내가 아이에게 젖을 먹일 때 어둠 속에서 이렇게 속삭여주곤 했어. 당신은 우리 둘 머리를 토닥여주기도 했지. 당신의 여자들. 당신의 세계. 당신이 방을 나갈 때면 나는 울곤 했어. 나는 당신과 아이, 둘이 돌고 있는 이 축에 끼고 싶지 않았거든. 나는 당신들 누구에게도 줄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우리가 같이하는 삶이 막 시작한 거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걸까? 나는 어째서 그 애를 원했을까? 어째서 나는 나를 낳은 엄마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을까? (68페이지)


전남편 팍스의 집을 바라보던 여자는 블라이스. 한때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녀는 팍스와 결혼했다. 이 남자와 함께라면 완벽한 가족을 이룰 수 있을 거로 믿었다. 그녀의 재능은 자라고 있었고, 팍스 역시 나무랄 것 없는 남자였다. 아이도 생겼다. 이제 이 가족은 더 완벽해질 거였다. 사실 그녀는 아이를 낳는 일에 두려움이 많았다. 자기 성장을 돌이켜보면 아이를 낳는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옆에 있는 남편과 딸이 이제 그녀의 행복에 더 크게 만들어 줄 거로 생각하고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녀의 엄마와는 다르게 좋은 엄마가 되겠다며 노력했다. 하지만 육아는 그녀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너무 힘들었다. 아이는 엄마와 가까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엄마를 밀어냈다. 그녀는 이 상황이 이상했지만,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남편은 그녀가 육아 스트레스를 겪는 거라며 이 상황을 진지하게 보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자기 탓으로 여겼다. 엄마의 엄마, 엄마에게 물려받은 결핍된 모성이 자기에게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딸 바이올렛이 자기를 자꾸 밀어내는 것인지 불안하기만 했다.


읽는 내내 불안했다. 바이올렛이 보여주는 게 진짜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어서 계속 지켜봤다. 아이가 보이는 행동이라고 하기에는, 엄마와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적도 없지 않은가. 대개 우리가 거부의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는 그 전의 사건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니까 미워해야지 싶은, 다가가지 않을 거라는 마음의 닫힘. 블라이스와 바이올렛 사이의 감정이 닫히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가 아이를 미워하는 마음을 보였던가? 아닌 것 같은데, 그저 육아가 버겁고 힘들어서 지친 모습이었을 뿐이다. 나는 블라이스가 아니라 바이올렛을 더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점점 드러나는 블라이스의 성장 과정에서 생긴 불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블라이스의 엄마 세실리아, 세실리아의 엄마 에타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타는 의사가 되려는 루이스와 결혼하지만, 에타의 아버지는 루이스에게 의사가 아닌 농사를 요구한다. 루이스는 위험한 농사일을 하다가 사고로 죽고, 에타는 딸 세실리아를 낳는다. 에타가 딸을 온전히 키우지 못할 상태에 이르자 세실리아는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로 자란다. 무관심과 학대 속에서 자란 세실리아는 임신으로 결혼하게 된다.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세실리아는 아이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했고, 결혼생활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애정을 쏟을 수도 없었다. 아이를 볼 때마다 죽은 엄마 에타가 생각나곤 했다. 그렇게 세실리아는 블라이스를 키웠고, 블라이스 역시 그녀의 엄마, 엄마의 엄마가 그랬듯이 온전하게 사랑받으며 자라나지 못했다. 엄마가 된다는 건 불안하고 불행한 일이라고 여겼을까. 아이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여성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질 자격이 있지. 모성도 마찬가지야. 우리 모두 좋은 엄마가 있기를, 그런 사람과 결혼하기를,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20페이지)


유전적으로 모성애가 결핍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블라이스의 불안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그랬듯, 자기에게도 모성애가 부족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바이올렛에게 엄마의 당연한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아이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많은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도 아이를 돌보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녀 안의 갈등을 꾹꾹 내리누르며 바이올렛을 사랑하고자 애썼다. 왜냐고? 그녀는 엄마니까, 바이올렛은 그녀의 딸이니까. 그녀가 노력할 때마다 아이는 더 심각하게 반대의 기질을 보였다. 엄마를 자꾸 밀어내기만 하고, 섬뜩하리만치 잔인한 면모를 보였다. 결국, 끔찍한 죽음을 불러오고야 만다. 그런데도 그 고통을 다 말하지 못하고 외면받아야만 했던 그녀의 이야기가 점점 깊어진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나쁜 엄마가 되어버린 블라이스는 이제 말하지 못한 것들을 써 내려간다. 당연하고 강요된 모성에 대해, 노력했지만 실패한 엄마의 태도에 대해, 모성과 상관없이 벌어진 일들에 대해.


아무도 보지 못하고 누구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 일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겪는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이 책의 제목 푸시(Push)’는 몇 가지 중첩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를 낳는 출산의 행위, 유아차를 밀어 아이를 죽게 만든 사건, 그리고 문장을 읽을 때마다 더 적나라하게 와닿는 엄마와 딸 사이의 밀어내는 감정, 점점 고조되는 모성애의 강요를 이 한 단어에 다 담았다. 아이를 낳았으니 키우는 건 당연히 부모의 몫이다. 그런데도 엄마의 육아를 온전히 이해해주고 그 고됨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블라이스의 남편 팍스도 좋은 남편이었지만, 아내의 육아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바뀐 것들에 전혀 불편하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이 상황이 어렵고 힘든 사람은 블라이스뿐이다. 하고 싶은 글쓰기는 자꾸 멀어지고, 자기에게 가까이 오지 않는 아이는 버겁기만 하다. 남편과의 잠자리가 더는 황홀하고 다정하지 않았고, 악의 없는 시어머니의 한 마디는 폭력 같았다. 도대체 좋은 길을 찾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지.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이 상황을 견디는 것만이 남은 길이었다. 모성이란 단어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부터 찾고 싶어졌다.


"알지, 우리 자신에게는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점이 많이 있어.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야. 하지만 가끔 어떤 부분은 본 것에 따라 형성이 되기도 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에 따라. 어떤 느낌을 받게 되었는지에 따라." (387페이지)


한 여성의 삶이, 어느 순간 아이가 살아 있도록 하는 일에만 몰두하게 되는 과정은 끔찍했다. 내내 불안이 깔려있었고, 장면들은 불편했다. 이상하게도 이 가족의 관계에서 불행한 사람은 한 사람뿐일까. 그 불행이 엄마를 침범할 때마다 점점 더 불안은 쌓여간다. 내가 부족한 엄마여서, 유전력으로 모자란 모성 때문에 아이를 사랑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심리적 압박감이 굉장했다. 스스로 괴물이라고 여기기까지 하다가 급기야는 자기 딸이 자기와 같은 괴물이 되어가지는 않을까 걱정하기에 이른다. 어쩌다가 그녀는 이 상황에 이르게 된 걸까. 당연하지 않은 모성이 당연시되면서 만들어낸 악몽은 아니었을까. 소설의 결말을 보면서 더 충격적이었던 건, 그녀에게 강요된 자세가 가린 눈을 이제야 마주했다는 늦은 후회였다. 그녀의 부족한 모성에 원인을 돌리던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그들은 이 위험을 또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다. 그 어떤 감정도 자세도, 당연하지 않았다.



#푸시 #내것이아닌아이 #푸시내것이아닌아이 #소설추천 #인플루엔셜 @in__fiction

#문학 ##모성 #여성 #아이 #책추천 #애슐리오드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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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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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까이 있었다. 세민과 세민 엄마가 겪은 고통의 순간은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사람들에게 생기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 일상 곳곳에서 마주하는 당연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렇게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무서웠다. 알게 모르게,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 행하는 혐오와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지 보여준다. 개 다섯 마리로도 따뜻해지지 않을 고통을 감싸 안은 사람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소설은 동네 아파트 단지 근처에 방치된 폐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초등학생 두 명이 살해되고 그 범인은 동네 태권도장의 사범이었다. 아이들이 잘 따랐는데, 더없이 선한 인간으로 보였던 그가 살인자라고 하니 믿을 수가 없던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리고 수상한 의심은 또 다른 폭력이 되어 세민을 힘들게 했다. 죽은 아이들이 세민을 괴롭혔던 가해자였던 것. 만약 사범이 잡히지 않았다면 또 다른 아이가 죽었겠지? 그만큼 세민을 괴롭힌 아이들은 많았다. 세민은 엄마에게 이 사건과 관련하여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거절한다. 세민 엄마는 두렵다. 살인자인 사범과 아들 세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도 묻고 싶지 않다. 알고 싶지 않다.


흰 눈썹, 흰 머리칼, 빨간 눈동자. 세민은 백색증을 앓는 열두 살 소년이다. 이런 외모가 왕따를 당하는 이유는 아니다. 누군가는 이런 외모와 편모 가정 환경이 주눅들만 한데, 세민은 당당하고, 똑똑했다. 이 동네로 전학을 온 날부터 세민은 1등이다. 이 때문에 만년 2등으로 밀려난 안빈은 고통받는다. 안빈뿐만 아니라 안빈 엄마 역시 세민이 죽이고 싶도록 밉다. 내 아들의 1등은 날아갔고, 세민을 신경 쓰느라 안빈은 정신질환까지 앓는다. 엄마니까 당연하게 드는 감정이라고 말하기에는 안빈 엄마의 집착과 혐오는 심했다. 급기야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해가면서 세민과 세민 엄마의 인생을 난도질한다.


이번엔 더 센 것이 필요했다. 박세민을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한 것. 퍼뜩 근친상간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 낡은 공책에 적혀 있던 기록이 정말 일기가 맞다면 박세민은 근친상간에 의해 태어난 아이였다. 아니, 새아버지니 생물학적으로야 근친상간이 아니지만 사회적으로는 그 정도면 얼마든지 근친상간이었다. 그녀는 검색창에 알비노 근친상간이라고 쳤다. 곧 관련 기사들이 떴다.

알비노, 근친상간에 의해 출생하는 경우 많아.’

그녀는 인쇄 매수를 20으로 지정하고 인쇄 버튼을 눌렀다. 안빈에게 머리 쓰는 것 대신 씨름이나 하라고 했다고? 되바라진 새끼 같으니. 주둥이 함부로 놀린 값은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 그녀는 스무 장의 종이를 한꺼번에 접어 안빈의 알림장 맨 앞에 끼워 넣었다. (114~115페이지)


고통의 시간이 세민에게만 있었던 건 아니다. 세민 엄마 박혜정 역시 고통의 세월을 살아왔다. 아픈 언니만 돌보는 엄마는 새아버지 방으로 그녀를 밀어 넣었다. 어린 그녀에게 구원을 바라던 날들이었지만, 구원은 찾아오지 않았다. 절망의 세월을 꾸역꾸역 살아온 그녀에게 남은 건 세민뿐이다. 남들과 다른 외모로 자칫 기죽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들은 너무 똑똑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그 자신만만하고 기죽지 않은 삶이 아들을 힘들게 했을까? 아이들은 때로 어른보다 더 잔인했다. 말을 거를 줄 모르고, 그게 어느 정도의 상처를 만드는 줄 몰랐다. 그렇게 그어대고 할퀸 상처가 얼마나 깊게 파이는지, 소설의 결말을 보고 궁금했다. 그때쯤 이 아이들은 그게 얼마만큼의 상처가 되고 고통이었는지 알게 되긴 했을까.


세민과 태권도장 권 사범과의 관계 역시 평범하지 않다. 항상 시선 받고 차별당하며 살아온 세민에게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대했던 권 사범은 따뜻했다. 세민의 상처를 볼 줄 알았다. 그래서일까, 권 사범은 세민에게 폭력을 가한 아이들을 죽였다. 아무리 아끼는 아이를 괴롭히는 대상이라고 해도 그 아이들을 죽이는 게 쉬운 일이었던가. 그 배경에는 권 사범이 세민을 보호하고 다치지 않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권 사범 역시 차별받았던 약자였다. 권 사범의 오른손가락은 여섯 개였다. 육손이. 항상 안쪽으로 집어 넣느라 손가락 하나는 안쪽으로 굽어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세민은 같은 고통을 받는 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권 사범에게는 세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있었다. 권 사범이 소속된 종교 단체, 흔히 이단이라고 불리던 이들이 바라던 구원의 순간에 꼭 필요한 존재가 세민이었다. 어쩌면 세민과 이 종교 사이에는 주변으로 밀려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공동체에서 밀어내는 사람들의 폭력에 고통받는다는 것. 구원을 기다리는 이들은 이제 무엇을 해야만 하는 걸까. ‘고되고 고되고 고된 길을 통해서만 천국에 이르게 하는’(266페이지) 이념을 믿고 기다려야 하나.


너무 평범한 보통의 일상을 보다가 그 안에 자리한 폭력을 보는 순간 이야기는 비극으로 가득했다. 듣다 보면 폭력의 가해자들 역시 약한 자들이었다.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 그 약함 때문에 공격당하기 전에 행하는 폭력이 오히려 무기가 되었다. 잔인해졌다. 안빈 엄마, 세민의 반 아이들, 권 사범, 세민을 찾아온 종교인들, 박혜정의 엄마, 모두 자기의 약함을 감추려고 모른 척 외면했던, 가해인 줄 알면서 했던 일들이 또 다른 폭력이 되고 고통이 되었다. 자기 고통을 몇 겹으로 감싸느라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졌다. 정신적 폭력,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내 것만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강해졌을까? 그들의 고통이, 불안이, 약점이 사라졌을까?


아주아주 오래전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운 밤에 개를 끌어안고 잤대. 조금 추운 날엔 한 마리, 좀 더 추우면 두 마리, 세 마리 ……. 엄청 추운 밤을 그 사람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고 불렀대. (209페이지)”


소설은 친절하지 않았다. 흔히 보던 결말을 마주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현실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구원을 기다리지만, 그 구원은 선뜻 찾아와주지 않았다.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너무 멀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사이에 슬픔과 혐오는 지독한 일상이 되어버렸고, 무의식적으로 가담한 타인의 고통에 무뎌지고 있었다. 개 다섯 마리를 끌어안고 자야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극한의 추위는, 때로는 개 다섯 마리로도 견딜 수 없는 정도가 되어 더 비극적으로 추위를 이기게 한다. 결국, 우리는 어떻게 더 잔인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우리를 감싸 안아줄 진정한 구원은 어디에서 오는지 묻는 이야기였다.



#개다섯마리의밤 #채영신 #은행나무 #소설 #한국소설 #문학 #한국문학

#황산벌청년문학상 #책리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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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8-07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만 보면 안 될 텐데, 소설을 보고는 이렇게 말해도 똑같지 않아도 자신이 안 좋은 처지에 놓이면 자신밖에 못 보기도 하는군요 그럴 때는 거기에만 빠지지 않으려고 해야 할 듯합니다 사람은 다 힘들게 살 텐데, 자신만 힘들다고 해서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되겠지요 그게 다시 자신한테 돌아오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구단씨 2021-08-09 13:24   좋아요 1 | URL
이 소설의 분위기가 참 묘합니다.
나와 다른 타인, 밀어내기 바쁜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우리가 소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내는 아이들의 악의 없는 공격에, 진짜 악의는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랬어요.
쉽지 않았지만, 생각할 게 많아졌습니다.

scott 2021-09-1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달의 당선 추카합니다
주말 가족 모두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ㅅ^

구단씨 2021-09-12 20: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더운 주말이었는데, 잘 지내셨나요? ^^

서니데이 2021-09-10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9-12 20: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희선 2021-09-11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 님 축하합니다 사람은 다 힘들게 사는 듯해요 자기 안에 갇히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희선

구단씨 2021-09-12 20:03   좋아요 0 | URL
그게, 많이 어렵죠? ^^
그래도 나아지겠지, 애써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게 되는 듯해요.
새로운 한 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초딩 2021-09-1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9-12 20: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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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우리를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가. 아니,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사랑해야 하는가. 아니,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사랑하면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느냐고 묻는 게 맞겠다. 일부러 사랑의 자세를 정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어가는 이런 사람. 내가 사랑하는 상대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건 너무 당연했다. 내가 상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된다는 것. 누군가에게 좋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게 사랑의 긍정 효과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해야 하고,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한시라도 빨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웃으며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그 사람에게로 이어졌다.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바라 마지않던 힘찬 충동이었다. (179페이지)


이 아이들도 그런 사랑을 했다. 비록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사랑이 흘러가지 않았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그게 최선이라고 믿고 행동했다. 오늘을 행복한 기억으로, 웃게 해주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각자에게 간절한 날들이었기에, 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 사랑을 믿었다. 그것뿐이었다.


히노 마오리는 사고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오늘의 일을 내일 기억하지 못한다.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된다. 이런 병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히노의 기억 장애는 불행이었다. 그렇다고 오늘을 살 수 없지는 않은가. 그녀만의 방식대로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살아간다. 휴대전화와 수첩, 메모지에 오늘의 모든 일을 기록한다. 다음 날 아침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록으로 기억을 복구한다. 매일 그녀의 일과다. 그러다 우연히 사귀게 된 가미야 도루와의 시간을 걱정한다. 그래서 조건부 연애를 시작했다. ‘학교 끝날 때까지 서로에게 말 걸지 않고, 연락은 짧게 하고, 정말 좋아하지는 말라는 조건으로 히노는 도루가 내민 손을 잡는다.


처음 히노의 연애 조건을 들었을 때는 뭐가 이렇게 수상한가 싶었다. 그녀가 감추는 게 무엇이기에 이렇게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상대를 수용하는지 모르겠다는 마음이었다. 알고 나니 그녀 나름의 생존 방식이었고, 상대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기억 상실이 그녀에게 끼칠 위험을 막기 위함이었다. 장난처럼, 다른 친구를 구하려고 히노에게 연애 제안을 한 도루에게도 이 연애가 순수한 시작은 아니었다. 학교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구하려고 나선 게 히노에게 연애를 하자고 말하는 거였다. 히노는 당황했겠지만, 바로 이 상황을 설명하면 되니까 일단 부딪혔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두 사람 앞에 놓인 거다. 히노는 도루의 연애 제안을 받아들였고, 도루는 장난과 임무였다는 처음 의도를 바로 털어놓지 못했다. 이 연애 어디로 갈까?


이렇게 시작한 연애였으니 두 사람의 연애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겠지. 거짓(?)으로 시작된 연애가 온전한 적이 없었으니 이 위태로움도 곧 터지고야 말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이미 한참 나이를 먹은 내가 불신으로 사랑을 바라보는 걸 지적하는 것처럼, 너무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게 오늘을 사랑했다. 방과 후 만나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더 알기 위해 애썼다. 함께 벚꽃을 보고 같이 도서관에 가고 놀이공원을 걸었다. 뜨거운 여름날에 자전거를 탔다. 히노는 도루에 관한 걸 알아낼 때마다 기록했고, 도루는 히노의 웃음에 자꾸만 빠져들었다. 이제 이들의 연애 조건은 변경되어야 했다. 진짜 좋아해 버렸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씩 더 알게 되는 서로의 진짜 이야기들은 이 연애에 자양분이 된다. 상대를 더 깊게 알아간다는 건 연애의 기쁨이다. 사랑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각자의 불행과 상처에 자리한 것이 영역을 넓혀가기 전에, 행복하고 좋은 일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졌다. 내일이면 지워질 오늘이 아니라, 내일 더 잘 지내고 싶은 오늘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이거 아닌가? 간절하게 기다릴 내일이 있고, 그런 내일을 위해 오늘 더 충실하고 값지게 살아가는 일. 사랑의 의미는 그렇게 또 쌓여간다. 이런 사랑이 틀릴 리가 없다.


새롭고 즐거운 일상을 시작하자. 그게 바로 희망일 것이다.

안 그래, 히노?

계획이 있던 나는 평소라면 짓지 않을 표정으로 씩 웃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마음이 풍족해지는 일이라고 말하듯이. (128~129페이지)


누군가를 좋아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일을 본다는 건 그 자체로 설렌다. 게다가 이 아이들은 고등학생이다. 막연하게 누굴 좋아한다고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상태의 감정이 어떻게 스며들고 흘러가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히노는 히노대로 그녀가 기억을 잃고 복원하는 일을 반복함으로써 불안했던 것이 도루와의 연애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호기심에 시작했다. 도루 역시 아버지와 둘이 사는 가정환경에, 학생이자 살림꾼으로 지내는 날들의 빈틈을 히노와의 시간으로 채웠다. 엉뚱하게 시작된 만남이지만, 이 아이들은 그 연애를 완전하게 이끌고 있었다. 그건 진심이 아니면 이루어지지 못할 일이다. 시작이야 어땠든지, 함께하는 시간에 마음을 다한다는 건 사랑이 아니면 보여주지 못한다. 누가 뭐래도 지금 이 아이들이 하는 건, 사랑이다.


이 소설이 단순히 히노와 도루의 사랑만으로 채워졌다면 이 복잡한 감정을 쉽게 설명하지는 못할 듯하다. 두 사람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했을 때 이 시간은 더 완벽해졌다. 히노의 기억 장애를 잘 아는 친구 와타야 이즈미는 도루의 접근에 히노를 걱정하면서도 두 사람의 진심을 알았을 때는 누구보다 응원했다. 어떻게 해야 이 두 사람이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도움을 주었다. 도루의 아버지는 아들의 연애를 응원했다. 그리고 지금은 따로 지내지만, 누구보다 도루의 삶을 염려하는 누나 역시 이 관계의 든든한 조력자다. 각자의 인생도 챙겨야 했기에 모든 시간을 같이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인생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히노와 도루에게는 든든한 힘이 된다. 성장한다는 것, 꿈을 찾아가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고 증명한 이들이었으니까.


나는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가면서 보여주는 연애의 풋풋함에 설렜는데, 거기에 이 소설이 보여주는 성장의 힘에 더 눈길이 갔다. 하루하루의 기록에 몰입하고 내일 기억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하는 히노에게 미래는 없어 보였다. 당연하다. 내일이면 기억에 없을 오늘을 사는 것도 벅찬 일인데, 감히 오늘보다 먼 시간을 계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 히노에게 도루는 제안한다. 히노가 잘하고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기를. 어차피 내일이면 오늘 그린 것도 모를 텐데 뭐하러 시간 낭비를 하는가 싶겠지만, 인간의 기억이란 상실되면서도 몸이 기억하는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히노가 하루하루 쌓아갔던, 그리는 시간이 나중에 어떤 기적을 일으키는지 알게 되었을 때.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눈물이 날 뻔했다. 누군가 나의 불가능을, 좌절을, 불행을 걱정하고 나아지게 하고 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힘이 될까 싶었다. 나 혼자 일어서지 못하고 자꾸 그 자리에 서성거리면서, 불안을 느끼는 것보다 안주하는 것을 택할 때, 의견을 내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 정말 행복하지 않아?


숫자가 딱 떨어지는 계산이 아니라, 오직 서로를 봐주는 이런 이야기가 오랜만에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게 하고, 마음껏 내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관계가 있다는 게 행복할 것 같다. 매일 내 머릿속 기억이 지워져서 슬퍼도, 가슴이 아는 일이 되어버렸다. 내가 기억하지 못해도 같이 사랑을 했던 한 사람이 기억하면 되는 일. 우리는 같이 사랑했고, 같은 시간을 통과했으며,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니, 그거면 됐다. 정말 소중하고 간절한 것이 새겨진 기분이다. 이쯤 되면 소설의 결말도 궁금할 테다. 이런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지 확인해야 했다. 마지막의 반전을 확인하고 나면 또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글쎄, 이게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사랑하는 시간은 행복했으며, 하루하루 쌓여가는 모든 시간에 그들은 성장했으니, 머리가 기억하는 것보다 가슴에 남아버린 것을 소중히 아는 이가 되었는데 말이다.


어떤 슬픔도 사람은 언젠가 잊어버린다. 상처는 언제까지고 아픈 것은 아니다. (362페이지)


모두 언젠가는 잃을 것들이다. 없어질 것들이다.

그래도…… 온갖 것이 변해간다 해도. 인생을 삶으로써 과거가, 아름다운 것이 흐릿해진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있다.

마음이 그리는 세계는 언제까지고 빛바래지 않는다. (374페이지)


담백하고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묘사되는 풍경이 너무 예뻐서 봄날의 푸릇한 장면을 상상하며 읽기도 했다. 얼핏 어떤 장면에서는 두근거리기도 한다.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며, 같이 고민하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어쩌면 우리가 이미 오래전에 지나왔을 순간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별일 없는 오늘에 안도하며 기대 없는 내일을 다시 바라보기도 하는. 도루의 다정함에 사랑을 다시 보고 싶고, 히노의 노력에 인생의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잔잔했지만 그 어느 날보다 뜨거웠던 오늘, 어느 여름밤을 식히는 이야기로 남을 듯하다.



#오늘밤세계에서이사랑이사라진다해도 #이치조미사키 #모모출판

#소설 #문학 #성장 #사랑 #청춘소설 #기억장애 ##책추천

#첫사랑 #선행성기억상실증 #계약연애 #벚꽃 #불꽃놀이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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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7-30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하루만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사람 처음 본 건 아니지만... 다른 데서도 하루만 기억하는 사람 봤어요 그런데도 아주 다 잊은 건 아니기도 하더군요 혼자가 아니고 곁에 누군가 있어서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야기가 그렇게 좋게만 흘러가지 않는 듯하네요 그것보다 두 사람이 그리고 둘레 사람과 지내는 이야기를 보는 게 더 낫겠습니다


희선

구단씨 2021-08-03 00:50   좋아요 1 | URL
예전에 봤던 영화 메멘토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혼자였다면 견딜 수 없는 날들 아닐까요?
이 소설 읽고 그런 생각했어요. 님 말씀처럼, 곁에 있는 누군가가 이 불행도, 위기도 잘 건너갈 수 있도록 돕고 있었으니...
 
내향적인 사람 중 가장 외향적인 사람 - 까꿍TOON
최서연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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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읽다가 커피를 뿜기 일보 직전에 겨우 정신 차리니, 옆자리 사람이 나를 째려보고 있더라. , 나 정말 그렇게 진상이었어? 나도 모르게 첫 페이지에 등장한 지하철 빌런을 읽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옆자리에 앉은 모르는 아줌마가 내 거 이어폰 한쪽을 당당하게 끼고 있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막 화내도 되는데 순간 너무 당황해서 할 말을 잃은 듯한 느낌. 남의 이어폰을 마치 자기 것처럼 당당하게, ‘너 한쪽 이어폰 안 듣잖아?’ 하면서 자기 귀에 꽂는 사람은 뭐냐? 이것뿐만 아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에피소드가 웃음 폭탄이다. 왜 까꿍의 일상은 이런 건가 싶으면서도, 까꿍에게 이런 재미난 일상을 끌어당기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했다.



까꿍의 주변에는 웃음유발자가 가득하다. 친구, 가족, 그 밖의 사람들. 아르바이트하면서 만난 진상들은 왜 그렇게 다 특이한지, 멀쩡하게 잘 신고 가던 구두는 왜 하수구에 끼어서 그녀를 절름발이로 만드는지, 학원 수강하는 초등생에게 나눠 먹으라던 비타민은 왜 발치한 이가 되어야만 했는지. 독서실의 불청객 비둘기를 쫓지 못하는 사장님 대신에 그녀가 나서야만 했던 일, 버스에 탄 커플의 셀카에 당당하게 중심을 차지한 그녀의 얼굴은 어쩔. 레이어드 커트로 세련미를 폭발시키겠다는 계획은 시간을 거스르는 자가 되어 인생 역주행하고 있었다. 인생 사진은커녕 기본 사진에서조차 대충 찍으면서 자기와 다른 얼굴로 의심의 도가니를 만들고, 뷔스티에 원피스의 수명을 한방에 꺾어놓는다. 돼지껍데기집사장님의 서비스는 공포 그 자체였고, 음식을 남기고 뛰쳐나가게 만드는 일상의 특별한 기억이 아무에게나 찾아오지는 않는다.



, 생각만 해도 웃기다. 다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웃기고, 어이가 없어서 웃긴 이야기들에 푹 빠져 있다 보면 이 여름의 더위는 생각나지도 않는다. 가만히 듣다 보면 까꿍의 이런 천연덕스러운 긍정 마인드와 당황할 순간에도 무던하게 넘기는 자세는 이 가족에서 물려받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LA 여행에서 살아남으려고 중국인 여행객 속에 뛰어든 모녀는 너무 기발했다. 자전거 도둑이 극성일 때 꽁꽁 묶어둔 까꿍 엄마의 자전거는 안심되었다. 이 정도로 꽉 묶어놨는데 누가 훔쳐 갈 수 있으리. 하지만 웬걸. 자전거를 못 훔친다면 안장이라도 가져가 보겠다는 도둑의 집념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런 도둑 따위 별거 아니라는 듯이 엄마는 또 그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어떻게? 뒷자리에 타고 허리를 바짝 수그리며 두 팔을 쭉 뻗어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괴상한 자세로 힘껏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도둑이 아니라 이 가족의 집념을 이길 수 없다는 게 맞는 말. 오호, 까꿍 어머님 최고!



어디 가족뿐이겠는가. 그녀의 옆에 있는 친구들은 이 웃음에 절대 빠질 수 없었다. 비밀 생일 파티를 망쳐버리는 것은 기본이고, 같이 공부하자면 카페에서 만나면 책의 표지에 빠져들다가 헤어지기 일쑤였다. 만나기로 찰떡같이 약속해도 귀찮음과 게으름, 추위가 뭉개버린 약속은 너무 쉽게 취소되었다. 누구도 이 약속 취소에 딴지를 걸지 않았고, 오히려 기쁨의 안도를 만끽했다. 역시, 비슷한 사람은 통하는 게 있는가 보다. 비슷하지 않다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겠어? 기가 막힌 상황은 언제나, 계속 펼쳐진다. 친구의 남친을 만나러 갔다가 못 볼 꼴을 보고야 말았으니, 친구는 남친의 웃기지도 않은 얘기에 격하게 리액션 해주다가 사레가 들었고, 급기야 콧구멍으로 쫄면을 내쏟는 마법을 펼쳤다는. @@ 절대 안 먹겠다고 서로 다짐하면 헤어졌는데, 야식 배달을 잘못 받고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온 친구. 민망할 것 같은데 민망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지우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쏘아내는 이 친구들이 어쩌면 좋으냐.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까꿍은 내향인 49% + 외향인 51%’ 성향의 소유자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만 보자면 까꿍은 그저 완벽한 외향인이 아닐까 싶다. 아무렇지도 않게 드립의 끝을 보여주는 그 표정과 몸짓 발짓 손짓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이 만화가 재밌는 이유는 간결하게 그려진 한 컷에 그 많은 말을 충분히 담고 있다는 것(몇 마디 말에서 모든 상황 파악하고 결론까지 다 보게 해주지 않나?). 거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멘트가 이 만화를 더욱 몰입하게 한다.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더 찾아보고 싶게 하는 이 마성의 매력은 뭐냐고 대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게 아쉬울 정도로 실컷 웃고 유쾌함의 끝을 보게 했다.


그렇다고 웃음만 남긴 건 아니다. 코로나 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도 공감을 더 한다. 마스크 속에서 움직이던 입술의 흔적은 또 다른 자국을 남기고, 어느새 비대면 수업은 익숙해졌다. 오랜만에 시험을 치르러 학교에 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늦잠으로 잠결에 비몽사몽 온라인 수업 듣는다고 카메라를 켜기도 한다. 초등학교 조카 아이 온라인 수업 듣는 거 보니까, 상의 티셔츠만 갈아입고 하의는 여전히 잠옷인 채로 책상 의자에 앉아 있더라. 이제 온라인 수업이 편하고 익숙해서 오히려 일주일에 한두 번 학교 가는 날이 귀찮단다. 집에서 뒹굴뒹굴하다 보니 살이 쪄서 고무줄 바지밖에 안 맞는다고. ㅠㅠ 까꿍의 코로나 일상도 다르지 않았다는 게 너무 공감된다. 히잉.


평범한 2000년생 대학생인 저자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려서 SNS에 올리면서 시작된 까꿍TOON은 인기 인스타툰이라고 한다. 미술을 전공하거나 만화를 배운 것도 아니라니 더 놀랍다. 캐릭터 표정 하나에 많은 말이 담겼고, 특유의 유머 감각은 짧은 멘트로 발휘한다. 왜 이걸 아직 몰랐는지 아쉬울 정도로 일상의 웃음유발자였다. 남의 이야기라 웃긴 건가 싶다가도, 이거 내 얘기인가 싶어 두리번거리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보면서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 오랜만에 실컷 웃고 얼굴 주름살 늘리는 일이 행복했다.



#내향적인사람중가장외향적인사람 #최서연 #까꿍툰 #까꿍TOON

#일상만화 #코믹 #긍정의최고봉 #까꿍 #비채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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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7-30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이 코미디라니, 무슨 일이든 재미있게 봐설지도 모르겠네요 저라면 안 좋게 여길 일도 이걸 그린 사람은 재미있게 여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사람한테는 그런 친구가 있는가 봅니다


희선

구단씨 2021-08-03 00:51   좋아요 1 | URL
재밌어요.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저와 웃음 코드가 다른 사람도 분명 있더라고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