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으로 끝에 내용무. 라고 적을 뻔 했다.

막심 므라비차.

10년전 그의 음반은 참 즐거운 곡들이었다. 장중한 곡은 장중했고, 전자음도 거기에 썩 잘 어울렸다. 하지만 리마스터 된 최신곡들을 들은 순간, 나는 굳어지고 말았다.

 

과연 이것이 막심의 것인가?

전자음이 강하게 튀고, 전반적으로 막심의 건반은 생기를 잃은 것 같았다.

만약 음악이 진짜로 사람들의 성격과 시대를 반영한다면, 막심이나 최근의 팝적인 스타일을 강조하는 음악가들은 갈수록 찌들어서 생기를 잃어가고 있단 말인지...(가장 좋은 예 bond)

 

리마스터된 곡들이기에, 크게 내용물이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은지도 ...

 

내 인생의 포르테는 아니긴 한데, 한때 포르테였으니 태그는 여전히 내 인생의 포르테로 붙인다.

 

막심. 기운내서 예전보다 더 나은 연주를 들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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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는 한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어전에서 일어나는 비무야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오늘은 더욱 특이했다.
용가에서 올라와야 할 진상품들은 모두 하품이었고, 용가의 가주는 갑자기 하늘로 날아올라가 사라졌다고 하니
황제의 심기가 좋을리 없었다.
늘 용가에 대해서는 듣기 좋지 않은 이야기만 들려왔다.
황후의 심기도 그다지 좋진 않았다. 전설속의 여황제가 그녀가면 그녀의 조카는 그 자리에서 죽었어야 했던 것이다. 눈치없는 미축을 보는 게  탈이었을까...하고 황제와 황후는 생각했다.
일어경을 읊조리고 있는 미축은 아무 생각도 없이 비무를 지켜보았다.
소녀들의 어전시합이었다. 얇은 비단천을 상대에게 휘두르며 검을 날린다. 쌍검으로 겨우 막아내고 다시 반대편 소녀가 비단 채찍으로 상대를 겨냥하면서 장검으로 공간을 가른다.
신발은 잘 만들어붙인 진주로 되어 있고, 대모로 된 검집을 두른 그녀들은 잘 만든 인형같았다.

그 검이 그녀들에게 쥐어졌다면...
미축은 고개를 저었다.
저 인형들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황제와 황후는 피를 멀리해야 하기 때문에 검을 들 수 없었다. 신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 대신 황제의 검을 옛 황제시절부터 쓰던 인형에게 맡겼다.

"비도 천공. 쌍검 자야."
 
중얼중얼거리면서 황제는 손을 들어 인형들을 멈추게 했다.

"잠깐만 봐도 알겠군. 그래, 비룡, 그대의 친가의 수장은 겨우 이런 걸 만들어놓고 도망갔단 말이오?"

"...그저 말씀드리기 송구하올뿐."

"미축에게 맡겨야겠군. 검문제는 검을 쓰던 자가 다루는 것이 맞는 게요."

"예. 폐하. 신 미축 준비되었사옵니다."

"황가의 검과 새로운 용가 가주를 불러오라...그리고 사라진 가주는 숭문사에 억류시키도록."

황제는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 미축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새 가주가 있을 리 없다. 용자가 붙은 직계는 이제 황후밖에 남지 않았다.
당연히 황후는 황제의 아내이므로 성이 말소되었다.
그렇다면 황제는 그 검에 대해서 뭔가를 아는 것이다...
패설사관도 파고들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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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그리는 건 허망한 짓이다. 
운룡은 자신의 이름자의 용을 좋아하지 않았다.

"용?"

미축의 말에 운룡은  망상에서 깨어났다..

"아, 미축인가. 황산에서 돌아왔나보군."

"......"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미축의 얼굴을 보고 운룡은 슬며시 미소지었다.

"난 왜 당신의 굳어지는 얼굴만 보면 기분이 좋을까."

"비뚤어졌기 때문이지."

미축은 그렇게 말하고는 흙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번 용이 죽었으니 황가도  드디어 안심하겠군."

운룡의 말에 미축이 고개를 저었다.

"그저 소문일 뿐이니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네."

"다음 황제야말로 하늘이 내린 용일테니 앞으로는 용자를 피휘하게 되리라 하지 않았던가."

"그건 믿을 수 없는 헛소리네."

"그거 자네가 한 헛소리라네. 미축. 그거  덕분에 자네가 패설사관으로 승진한 거 아닌가. 그리고  감시도 받지만 말이야."

미축은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인즉슨 내가 자네 일족을 위험으로 빠뜨렸다는 이야기처럼 들리는군."

"말이야 사실이지. 자네만 아니었으면 사기장이던 고모님이 황후가 될 일도 없었을테니."

미축은 서서히 불만을 표하고 싶어졌다. 아무리 황후의 조카라지만, 자신에게 계속 반말을 하다니...

"어딜 가나 자넨 제사냄새를 흩뿌리게 되는군."

운룡은 빙긋 웃으면서 하얀 가루를 미축에게 갑자기 뿌렸다. 향을 잡아주는 가루였지만, 미축은 갑작스런 공격에 옛날 하던 버릇대로 검대로 손을 가져갔다. 

"저런."

"아..."

운룡은 하하하고 웃고는 그 가루를 미축에게 던져주었다.

"이젠 마지막 용은 나겠지. 용자붙은 건 이제 고모님과 나하나뿐이니...하지만 나도 얼마 후엔 죽게 될거야. 그때가 되면 자네가 그 가루로 내 몸 전체에 불냄새 나지 않게 흩뿌려주게. 유품이야. 미축."

용가의 자손들은 성씨를 앞에 붙이지 않는다. 원래는 용을 앞에 썼다고도 하는데 황제의 권력이 세지고 나서부터는 그걸 돌림자로 썼다. 그럼으로써 그들이 원래 이 대륙의 선주민이었다는 것을 알리어 왔다.
하지만 황제들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고, 그들이 이름을 그대로 쓰는 대신, 장인이 되게 만들었다.용자붙은 이는 장인이 될 수는 있어도, 관리나 무사가 될 수 없었다.
오로지 예외가 있다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황후자리뿐이었다. 그래서 전대 용가의 장녀는 사기장이었다가 황후가되었다.

"아, 하나 부탁할게 또 있는데..."

운룡은 손질이 좀 덜 된 듯한 날붙이를 갑자기 미축 앞으로 쑥 내밀었다.
운룡이 하는 일은 늘 이랬지만 미축은 항상 적응이 덜 되어 놀랄 뿐이었다.

"이거 어떻게 생각하나?"

"검?"

"음. 눈이 달렸으니 대답은 정확하군."

운룡은 검을 들어서 이리 저리 흔들어보였다. 시엑! 쉥!
버드나무 가지가 기분좋게 흔들리는 느낌...이라고 하기에는 살벌했다. 하지만 검 자체에 탄력이 있어 비무하는 순간을 즐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살인자가 쓸 만한 검이군. 그게 이번에 진상품인가? 움직임을 보아하니 어장을 많이 건드린 것 같군."

"호오. 역시."

운룡이 날붙이에 나무집을 대어보면서 말했다.

"원래 백부께선 간장과 막야를 기본으로 잡으셨지. 하지만 황가에 진상 올릴 날은 다가오고, 병은 심하시니 어쩌겠나. 내가 대신 만들었지."

"충고 하나할까?"

미축의 말에 운룡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필요없어."

"그 검 가지고 가면 자넨 죽어."

그말에 운룡은 미축의 옆에 주저앉아 날붙이 하나를 더  꺼냈다.

"이건 이름 없는 검이야. 무명이라고 하지."

"이름 있잖나."

"하여간 진상할 검은 이거네."

"...죽진 않겠지만 자넨 호되게 경을 칠거네. 진상품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하지만 이 두 검의 주인은 따로 있어."

운룡은 검 두개, 아니 아직 검이 되지 않은 날붙이 두개를 엇잡았다.

"이 검에 이름을 붙여줄 사람. 자네."

"...나까지 곤란하게 할 셈인가?"

"그리고 이 검을 가지게 될 이름없는 어떤 무사. 그가 룡을 이어받게 되겠지."

"정말 죽을 셈인가. 이걸 황제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이 검들은..."

아쉬운듯 운룡은 말을 흐리고는 갑자기 땅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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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교과서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선생님, 차에 치인 환자가 왔는데요...
그  학생 아버지가 데리고 왔어요.얼른 수술 준비를!! 알았어! 이 수술은 내가 집도한다! 막 메스를 드는 순간 의사가 말했다! 내 아이잖아!
지금은 케케묵은 농담이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꽤 급진적인 농담이었다.
근데 이 농담이 현실이 될 줄이야...

"수술 결과는?"

난  대기실에 있다가  아내에게 물었다.

"잘 끝났어."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자기가 너무  긴장하는 것 같아."

"당연하지."

"이마를 좀 꼬맸을 뿐이야."

"여자애니까."

내 말에 그녀가 쿡 하고 웃었다. 순간적으로 손이 떨려왔다. 그녀가 웃은 것이 먼저인지, 내가  손이 떨린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여보, 나도 옛날에 얼굴 꼬매봤거든, 의외로 별거 아냐."

"....."

이건 얼핏 들으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복수의 시작이라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사고차량은 어디 갔어?"

"도망쳤어."

내 말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뺑소니 차량이야?"

"음....."

그 차의 운전자의 얼굴은 잘 기억하고  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니까.
20년전.  그녀를 친 운전자.
내 아내의 얼굴에 상처를 남기고, 그리고 내 딸의 얼굴에 상처를 남긴 그 얼굴을 어떻게 잊겠는가.

그러나...이 일은 경찰에 절대로 알려져서는 안된다.
번호판을 외워서 신고할 수도 없지만, 신고해서도 안된
이 문제는 오롯이 그 자와 나와의 관계에서만  해결되어야 한다.

"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뭐...."

나는 과거에 그녀가 차에서 운전하다가 그 차에 치여 얼굴을 차 창에 정면으로 박은 것을 기억했다.
첫  데이트였는데, 그녀는 차에 이마를 찍혀 고통스러워했다. 엄청난 양의 피가 차 시트에 얼룩을 남겼다.
내가 결국 책임을 지고 결혼했을 때, 그 자는 마치 음화된 영상처럼 결혼식장에 스르르 나타나 뱀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다만 남아있던 것은 부조봉투안에 들어있던 섬뜩한 글,

[네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네가 그녀인지, 나인지는 불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닌 것 같다. 그 자의 얼굴을. 그 얼굴을.. 그 뱀같은 얼굴을 알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었으니까.

"여보, 무슨 생각해?"

그녀가 어깨를 툭 쳤다. 항상 남자같이 동작이 큰 그녀답다고나 할까.

"들어가자. 은혜 맛있는 거 사줘야지."

"음."

나는 무겁게 자리를 일어났다. 그 애의 얼굴을 어떻게 볼 건지  답답한 마음이었다
앞으로의 복수극은 그 애의 얼굴에 일어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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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뭘 부인하겠습니까. 저 좋아합니다. 복수극...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림자의 햄릿을 잠시 쉬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이 얼마나 계실런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한동안 손이 안 나가서 많이 날렸습죠. 시간을...
드디어 안되겠다싶어서 슬슬 시동을 걸고 있긴 하는데...손맛이 영...
이건 그래도 조금 마음에 드는군요. 또 상만 하다가 날리는 거 아닌가 불안감이 들긴하지만...
저 앞의 농담은 아시겠죠? 중학교 교과서에 대한 오마쥬! 응답하라 199#!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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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나이테가 새겨진
의자에 앉아
나는 그를 생각한다.

10년전  그는 키가 나무같이 큰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의 키만큼 생각을 키웠다.
더 이상 자랄 곳도 없는데
내 생각은  이 나라를 벗어나 
그가 있을 저 먼 나라까지 자라나려 한다.

이 밤에  
저 이국 어느 땅에 그와 그의 아내와 아이가
웃을지 울지 모를 그 어느 땅에 
나무 뿌리를 심었을런지.

그때부터 잘린  내 그루터기는
더 이상 밑으로는 자라지 않는데
먼 소식은 그가 이제 밑으로 자라고 있다고 한다.

머나먼 상념..
레일 위를 달리는 세계일주 기차처럼
나는 그가 있을 저 먼 곳으로 
내  머리를 날려보낸다.

뿌리내린  그 어느 땅에서
어느 누구도 잘린 그루터기 묻지 않을 땅에서
자유로워지라고...


나, 나의 생각을 마음의  날개에 실어
날려보낸다.저 멀리 날려보낸다.
그로 인하여 내 뿌리는 이 땅에 내리고
필요없는 가지는  저 멀리 떠난다.


기억하라.
나여.
네 뿌리 둘 곳  
그곳만이 너의 마음의 고향일지니..
더 이상의 빈집에 마음두지 말고
마음껏 땅에 발을 디뎌라.


그 굳건한 땅 어디에선가
뿌리를 잡아줄 누군가
널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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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느 모 게시판에서 본 기형도 시인의 빈집을 조금 참조했습니다.
그러고보니 기형도 시인 시집을 언제 사놓았던것 같은데
오래간만에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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