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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준은 재테크 전문가에게 강의를 들었다. 한동안 법인을 만들려던 계획이 어그러졌으니 차라리 잘 되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소설가를 꿈꾸면서 법률을 외우며 집행하던 경찰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그는 이제 막대한 부를 운용하면서 때를 기다려야했다.
사회복지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지금은 핵심실무진이 빠져나가 있어서, 곧바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 빈 시간동안 길준은 그 알맹이를 채워넣어야 했다.
물론 실무는 이준구가 보겠지만. 이준구가 언제든지 빠질 수 있다는 것도 최근에 확인했다.
은미에게서 배우는 사회생활 매너도 잊지 않았다.
적에 좀 더 가까운 인물이지만 은미는 절도를 지켰고, 길준도 거기에는 불만이 없었다.
경영자는 만능일 필요는 없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고 자신의 뜻에 맞게 움직인다.
그에게 그 재능은 충분히 있었다. 이제 그 기본틀을 만드는 것만 하면 되었다.
혹시 모를 적의 공격에 대비해 길준은 병률이 익혔을만한 것들은 모두 마스터하기로 했다.
단순한 육체공격만이라면 경찰 시절에 가지고 있던 태권도, 유도, 검도 단수로도 충분할 터였다. 그리고 그만한 돈을 가진 사람에게 최고의 공격무기는 호신술이 아니었다.
다만, 팽팽 돌아가는 머리와 뱃심만이 그 세계를 지배했다.
“아직도 못 찾았습니까?”
그는 개인적으로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는 심부름센터 사장에게 말했다. 물론 진실을 다 말한 건 아니었다. 찾는 대상도 어머니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네. 행방이 잘 잡히질 않는군요.”
이준구는 직접 찾지 않고 심부름센터를 이용한다면서 불쾌해했지만 그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예전의 길준이 아닌 것이다. 그랬으니 방법도 달라야했다. 돈 있는 사람에게는 돈 있는 사람의 사람 쓰는 법이 있다고... 물론 그 말을 하면 준구는 싫어할테니 그는 미소만 지었을 뿐이었다.
물론 위험성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충실히 일에 몰두하다가 찾지 못하면 의뢰인을 살해도 할 수 있다. 물론 그는 그 사실도 잘 알았다. 이 심부름센터의 주인은 전직 조직폭력배이기도 했던 것이다. 경찰 시절 입수한 정보가 이렇게 쓰일 줄은 그도 몰랐다.
“못 찾으면 50%는 반납하셔야죠?”
그의 말에 주인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위로 치솟았다 내렸다. 아마 돈을 반납할 여유도 없으리라.
“그건...”
“계약대로 해야죠. 설마하니...”
길준이 다시 미소지었다.주변 사람을 공포스럽게 만드는 그 미소.
“위약금 대신에 밤중에 내 목을 조르러 오는 건 아니시겠지요? 흐흐.”
“아...아...아닙니다.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저택에서 심부름센터 주인이 나가자 은미가 뒤를 이어 들어왔다.
“자알 하시는군요.”
“음.”
“정신 좀 차리시죠.”
“뭡니까.”
길준은 은미를 보고 단 한마디만 했을 뿐이지만 은미는 무척 화가 나 있었다.
“왜 자기 어머니를 찾는데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하시죠?”
“...그 사람들이 발이 넓으니까.”
“잘 하시는 짓이십니다. 저 남자가 뭔 일 하는 남잔줄 은 아세요?”
“내 걱정 하지 말고 병률이 걱정이나 하지 그러십니까?”
“네. 그렇게 하고 있어요!”
탕! 하고 그녀는 한쪽 팔로 안고 있던 파일들을 내려놓았다.
“k빌 심부름센터! m하우스 심부름센터! 그 중에 저 심부름센터도 있는 건 아셨을 것 아니에요.”
그녀는 평정을 잃었다.
“병률씨는 종류별로 심부름센터를 부리고 있어요. 그리고 저 심부름센터 사장은 바로 당신을 찾고 있구요.”
“나도 그 인간을 찾고 있는 중이죠.”
길준의 말에 그녀가 버럭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찾으실려면 다른데서 찾으실 필요 없잖아요. 지역구에서, 전국구에서 찾으시면 돼요. 그 돈 많은 건 어디다가 쓰시게요. 정치권에 돈 좀 뿌려주면 쉽게 찾을 것을. 하다못해서 지역사회 행사에 참가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찔러죽이던지, 사람 시켜 황산 테러라도 하던지...”
“......”
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길준이 부드럽게 그녀를 불렀다.
“은미씨. 재단 전면에 설 신부님과 목사님은 찾으셨습니까? 찾았으면 이제 시작해도 될 것 같군
요... 그리고, 내 복수는...”
빙긋. 하고 그가 웃었다.
“그 친구가 -아니, 이제 친구가 아니지.- 제 손으로 제 몸을 찌르게 될 겁니다. 심부름센터를 여러개 운영하는지는 알았지만 그렇게 많이 운영할 줄은 몰랐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