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 취향에서 힙합, 재즈(그래도 재즈는 탱고하고 퓨전하는 경우가 많아서 탱고음악 들을 때 흘러흘러 같이 듣기도 한다.)는 가장 멀리하고픈 당신인데...어쩌다 보니 빈지노 노래가 좋아졌다. 빈지노가 누군지 설명하자면 내 좁은 지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고...

그냥 엔하위키에서 검색하면 잘 나올 듯.

 

나는 빈지노를 네이버 뮤직쪽에 소개가 올라와서 처음 알았다.

[아쿠아맨], [달리 ,반, 피카소]가 듣기가 좋았다.

물론 곡으로만 따진다면야 아쿠아맨은 어장관리하는 여자를 비난하는 내용이지만, 역시 어장관리당하는 입장이다보니 약하게 스스로를 아쿠아맨으로 자처한다.(약자인 남성)

[달리,반, 피카소]는 예술가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통렬하게 다가온다.

나도 달리, 반 고흐, 피카소처럼 되고 싶단 말이다!!!! 나도!!!(기왕이면 피카소가 좋겠지만.)

빈지노의 예술가적 감성이 [달리, 반, 피카소]를 통해서 나온 것 같다.

비트가 별로 없으면서도 피아노가 박자를 맞춰준다는 느낌이다.

힙합에 피아노라니...;;;;;;;내가 힙합하고 랩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여간 그 음색에 어울리는 몽롱한 빈지노의 목소리.

차분하다못해 약간 졸린 듯한 그 목소리는 에미넴처럼 따발총처럼 쏴붙이지도 않고, 스스스스스...한 느낌으로 피아노 위에서 흘러내린다.

진짜 달리의 작품같은 느낌.

 

가사는 진짜 좋지만, 퍼올 수가 없으니...들어보시라 할 밖에.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친구가 있다면 한번쯤 들어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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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래부르는 건 싫어하지만 듣는 건 좋아한다.

휴직시절에는 네이버 뮤직 무제한 끊어서 음악만 하루종일 듣기도 했다.

뭐가 힘들었을까. 도대체 뭐가 날 힘들게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하고 생각했지만 역시 음악만한게 없었다.

백수시절에는 돈을 조금씩 모아서 클래식 cd나 테이프를 사서 들었다.

그때는 가요...는 잘 몰라서, 인디도 잘 모르고 그래서 그냥 들었다. 내가 좀 아는 건 클래식뿐이었으니까.

 

그리그, 비발디 사계(그당시 카라얀 버전으로, 물론 지금은 파비오 비온디걸로 바꿨다.), 차이코프스키,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프로코피예프와 쇼스타코비치는 fm 라디오의 힘을 빌렸다.)

라디오로 안되면 인터넷에 고클래식에서 틀어주는 무료 음악을 들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가요도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 좋아한 건 소녀시대...(네 나이가 몇살인데...라는 말은 사양한다. 지금도 트윙클이 제대로 먹혔으면 내 베스트는 소녀시대라고...)

지금은 다양하게 듣는다. 이젠 아이돌이 조금 지겨워져서 가끔 검색창에 엉뚱한 걸 쳐본다.

쳐보고 거기서 검색되어서 나오는 것들 중에 좋은 걸 추려서 듣는다.

가끔 지뢰를 밟기도 하는데 나름 괜찮다.

 

그래서 건져서 듣기 시작한 게 [페퍼톤스]다.

물론 비슷하게 랄라스윗도 건졌지만, 랄라스윗은 내가 보컬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좀 약하다. 내 기준에서.

페퍼톤스는 나름 유명한 모양인지, 카누의 광고음악을 넣기도 했다는데, 나는 그 광고곡보다

for all dancers가 마음에 든다.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멘트들도 마음에 들고, 믹싱이 뭔진 모르겠지만 중간에 들어가는 믹서기 소리가 맘에 든다. 전반적으로 음악이 덜컹거리지 않고 세련되었다는 느낌.

 반복반복해서 듣는다. 곡 자체는 젊은이의 험난함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막상 흐르는 게 암울하지가 않다. 일어서서 다시 걸어나간다는 느낌.(가사를 다 못 봤다.)

 

음원으로 듣는 건 북클릿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거나 마찬가지이니...

페퍼톤스를 이제부터 천천히 따라가서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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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온 책, 잘 받았습니다.

모 출판사라고 표기한 것은 쓸데없는 오해를 받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10명이 뽑혔다니 그 중에 한명인것은 아시겠지요...

이 감사글을 올리는데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개인정보가 사전에 동의없이 흘러간 게 이 글이 늦어진 원인입니다.

출판사에 전화를 해? 아니면 알라딘에 진상을 부려?(진상 짓 자주 합니다...인터넷 서점에서...근데 알라딘에서는 안 하는 이유는 주로 알라딘에 전화를 걸면 안 받기 때문입니다. 상담전화 좀 받아주세요. 좀... 아주 획기적인 진상고객 진압기로 다른 서점에 가르쳐주면 좋아하겠군요.)

 

그런데 선물을 받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진상을 부릴 일은 아니었기에 이렇게 씁니다.

10명 뽑았다는 데 왜 뽑혔는지는 대강 짐작이 갑니다.

개인적으로 책장이 작아서 웬만한 책은 다 전자책으로 구매하기 때문이지요.

아마 알라딘내에서는 전자책 보유량이 아마 제가 좀 많은 편에 들지 않을까 싶네요...

하여간 이 글로 그간의 글 없음에 대한 설명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벤트가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이벤트란에도 설명이 없었구요.

(급조된 이벤트가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 직업은 정보를 다루는 직업입니다...개인정보를요.

그런데 함부로 사용하진 않습니다. 적어도 서점이라면 그런 점도 고려를 좀 해야 하지 않나 싶네요. 미리 전화를 줬더라면 그 책 받고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놀라움 다음에 불쾌감도 안 들었지 않았을까...

 

모 출판사에 대해서는...

편지로 설명을 해주셨기에,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여간 상품 보내주신 건 잘 받았고, 모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들은 제 관심분야들이기에

앞으로 자주 이용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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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를 풍미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어머니.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생을 그리는 소설,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대망]으로 바꾸긴 했지만 역시 그 남자의 이름으로 불러주는 편이 위화감도 없고, 적어도 다른 책하고 헷갈리지 않아 좋을 듯 하다.

사실 알라딘에서 검색하면 세트로 나오는데ㅡ2부로 불리는 태합기(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주인공), 3부는(안 읽어봐서 제목을 모른다. 제목은 본문에 나오는데...)사카모토 료마가 주인공이다. 즉 다른 인물을 다룬 소설가도 다른 소설들이다.

참고삼아 이야기하자면 태합기는 요시카와 에이지, 3부는 시바 료타로가 지었다.

 

옛날에 우리 국사 선생님이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만 줄창 보시길래 뭔 책인가...이랬더니만

제목을 몰라서 그냥 놔두고 있다가 이번에 세트로 나와서 구매했다.

1부도 열두권 2부도 열두권 3부도 열두권...

1부가 재미있어서 2부도 세트로 구매하려고 했으나 2부는 혹시나 싶어 1권만 구매했다가 입맛만 버리고 치웠다.

역시 소설가가 다르면 취향차가 있구나. 를 절감하면서.

요시카와 에이지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매우 인간적이고, 선량하다...(야마오카 소하치하고는 좀 다르다. 보는 관점이.)근데 전체적으로 일본인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이고 대범한것처럼 묘사해놔서 좀 웃겼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해서는 별로 웃기진 않았는데, 하여간 욱일승천기를 매달고 달리는 모양새 같아서 2부에 대한 기대는 접어버렸다.

전반적으로 묘사도 치밀한 야마오카 소하치에 떨어지는 모양새다. 물론 역사에 대한 관점이라던가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야마오카 소하치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야마오카 소하치는 전체적으로 감정적인 반면, 요시카와 에이지는 전반적인 양상에 대해서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차근차근하게 밟아나간다. 인물의 심리에 기댄 야마오카 소하치와는 다른 양상이다.

 

1부에 대해 말하자면(이제 3권째다. 아직까지는 손이 뒤로 술술 잘 넘어가는 걸 보니 12권까지는 한달이면 다 읽겠다.)야마오카 소하치는 마더 콤플렉스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1권부터 2권 후반까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모친인 오다이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오다이는 그 시대 여성으로서는 먼치킨이다. 현숙, 지혜, 다정, 온화, 참을성. 등 그 시대 안주인으로서는 최강이다. 세나히메처럼 속좁은 질투나 어리석은 변태짓은 안하니까, 상대적으로 그래 보일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개 중 나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쪽의 여성들 중에 오다이만한 여성은 없다. 오다이가 없었다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없다! 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생각인지.

어린 시절, 신경질적인 마쓰다이라 히로타다에게 시집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낳고 이후 정략이혼으로 다른 남자에게 갔던 오다이.

그런 오다이는 사실 첫남편에게 첫정을 느꼈기 때문에 슬퍼하지만...

인데.

개인적으로는 소설에 묘사된 대로라면 오다이는 사실 함량미달인 남자를 사랑했던 것 같다.

이후 벌어지는 히로타다의 광태를 보면 죽어도 싸다. 라는 말이 나오니...

(실제 인물이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하긴 그렇게 광태를 부려대니 아들이 노부나가와 요시모토에게 볼모로 끌려가지...

 

 

근데 내 지론 중 하나가, 훌륭한 여인은 훌륭한 남편을 알아보고 같이 커나간다...주의라서.

오다이의 약점이 그래서 남자 보는 눈이 없었다...인가,싶다.

그런 걸 제외하면 오다이는 최강의 여인이다. 여인, 아니 여신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압도한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니 아마 4권쯤 돌아가시지 않을까 하는데, 그때가 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한 40세는 되지 않을까 싶다...(인건 아직 다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미있어서 천천히, 그러면서 빨리 읽고 있다. 짬 날때마다 읽는데 이거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일을 못하겠다. 아우...)그때쯤 되면 이에야스도 오다이를 넘어서는 남자가 되지 않을까...

지금도 이에야스는 충분히 훌륭하지만, 오다이를 생각하면 아직 멀었어...라는 느낌.

이에야스도 아들이 장가갔고, 며느리도 봤지만 그래도...

하긴 3권까지 노부나가도 아직 안 죽었고, 우지자네도 살아있으니...

두고 봅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태합에 올라가고, 막부 생길 때까지 느긋하게 재미있게 따라가야지. 아, 재미있다.

(물론 한 선으로 주욱 그려나가는 요시카와 에이지에 비하여 음모론이 자주 나와서 조금...이 소설만 읽어서는 역사를 오해하는 수가 있겠다 싶긴 하다. 좋은 예로 주아미의 사망과 마에다 도시이에의 살인 같은 거...)

 

 

ps.재미있다는 점에서는 소설의 기본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다만 부하들을 계속 직명으로 부르지 않고 졸개라고 부르고, 아마 도노라고 불러야 할 부분을 대감으로 부르고 있다는 게 좀 불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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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쉽게 넘어가는 답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나의 결론을 내기 위해서 항상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건 내 좌우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빠.”

 

갑자기 나타난 6살짜리 딸애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여자친구가 많긴 했지만 한번도 실수해 본적이 없는데...아직까진 직업도 없기 때문에 애를 키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노력해본다고 1주일 있어봤는데...아닌 건 아닌거다.

애가 물론 울고 심통부리는 건 아니었지만.

애 엄마? 애를 던져놓고 뛰쳐나가버렸다.

 

“여기가 어디야?”

 

그래서 답. 고.아.원. 내지는 보. 육. 원.

그래도 애기를 내버리는 건 아니니까 싶었지만.

 

“보육원이야. 아빠 올때까지 여기 들어가야 하는...”

 

“아빠. 나 버리는 거야?”

 

...조숙하기도 하지.

그래. 바로 고아원으로 데리고 간 게 너무 순진한 방법이었다는 거 인정한다.

그럼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아빠. 놀이공원 가자.”

 

“어...어. 응.”

 

답을 애가 먼저 내놓으니 할 말도 없다. 그래. 거기가 그래도 좀 낫겠지.

보육원은 너무 쓸쓸하다. 붉은 벽돌이 곧 허물어질 것 같았다.

 

“아빠.”

 

“응?”

 

“저거 타고 싶어.”

 

이거 타고 싶다. 저거 타고 싶다. 등등.

이야기를 듣고 회전목마에서 인형로봇 있는 데, 여기저기...

순한 애인건 맞는데 욕심이 많다. 언제 버리고 튈까 했지만 시간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마감시간때까지 애 손잡고 여기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왔다갔다 해야만 했다.

 

“재미있지?”

 

내 계략이 간파당한 걸까. 나는 씁쓸한 마음에 지갑에 남은 돈을 세보았다.

만원 남았다. 돌아갈 정도의 차비...

 

“응. 아빠는 나 못 버려서 섭섭했겠다.”

 

“......”

 

이것을 조숙하다 해야 할지. 여우같다 해야 할지. 내 딸내미지만 머리가 너무 좋다. 날 안 닮아서 좋은데, 잠깐...

 

“그래도 아빤 착해. 엄마가 아빠 착하다고 했어.”

 

“......”

 

혹시나 하는 생각이 목욕탕의 거품같이 보글보글 솟아오르지만 참았다.

난 아빠지만 이 애 이름도 모른다.

 

어쩌면...

 

“집에 가자.”

 

“응.”

 

집에 가면 먹을 것도 없을 것이다. 교통비 탈탈 털어 가서 남은 돈으로 야채나 몇 개 사서 된장국 끓이면 그걸로 삼시세끼 이틀이면 끝이다.

어떻게 키울까. 보다 어떻게 먹고 살까가 먼저다.

아이를 키우기에 남자는 어쩌면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진짜 아버지를 아는 건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운한 경우, 여자도 아이의 아버지를 모를 수 있다.

 

나는 남은 돗대를 피우면서 잠자는 애를 봤다. 관상을 보아하니 지금껏 여러군데를 전전한 모양이다. 물론 데리고 올 때는 땟국물도 빼고 데려왔겠지만 그 어투, 태도 등에서 알 수 있었다. 하루면 모르지만 1주일이지 않은가.

내일이면 정확히 8일째였다.

 

나는 지갑에 남은 돈을 세어보았다. 야채사고 남은 돈 5천원.

집에서 송금이 오려면 아직도 멀었다.

집에 아이이야기를 할 순 없었다. 아니 하기도 전에 결말은 나리라.

 

심사숙고해야 한다. 남의리.

남은 건 의리밖에 없지 않은가. 남자의 의리, 형제의 의리, 애인의 의리, 그리고 아버지의 의리...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진지하게. 얼렁뚱땅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

내 성격, 내 좌우명은 사실을 피하지 말라고 날 공격한다. 평소에 찾던 의리가 이렇게 날 죄어올 줄은 몰랐다.

 

아침이 되었다. 된장국을 끓이면서 물을 가늠한다. 송금 올때까지 둘이서 얼마가지고 먹을 수 있을까. 내가 먹고 쟤까지 먹일 수 있을까?

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면 난 이렇게 말하고 말리라. 그럴 바에는 지금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아빤, 울 아빠 아냐.”

 

어느새 다가왔는지 애가 뒤에서 말했다. 할렐루야! 인샬라! 나무아미타불! 만세! 하려고 하다가 뒤를 돌아봤다.

 

“어...”

 

바보같이 어 소리만 내고 있는데 애가 말했다.

 

“된장국만 먹고 살 순 없잖아. 아빠 잘 있어.”

 

야무지게 옷 입고 운동화끈을 조인 후 아이가 내게 다시 말했다.

 

“아빠. 된장국 끓어.”

 

이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아빠란 소리는 떨어지지 않는다.

 

“야! 너 어디가!”

 

“새 아빠 구하러 가.”

 

“...뭐?”

 

“새 아빠. 돈 많고 잘생긴 우리 아빠.”

 

그리고 아이는 문을 열고 나갔다.

아마 자지 않고 깨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자기를 보면서 계속 걱정하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리고...아마 애 생각으로는 자기 아빠는 잘 생기고 돈 많고, 다정한 그런 아빠이리라.

구질구질하게 혼전관계로 제 앞가림도 못하는 그런 아빠가 아니라, 그런 엄마가 아니라.

그나저나 엄마가 오기도 전에 나갔으니...

 

“내버려둬.”

 

전화상으로 들은 목소리는 차분하기만 했다.

 

“왜? 우리 애잖아.”

 

“꼭 키워야 된다는 법 있어?”

 

“그럼 너 나한테 애는 왜 데리고 왔는데?”

 

“그렇게 가난하게 사는 줄 몰랐어. 직업도 없는 줄 몰랐고.”

 

아마 그녀도 남은 돗대를 피우고 있으리라.

 

“지금까지 6명 찾아다녔어. 하나는 결혼했고, 하나는 장사하고 있고, 하나는 엘리트가 되긴 됐는데 질겁을 하더라...그래도 제일 무난했던 게 너였는데 애가 나갔다니 뭐...어쩔 수 없지. 나도 더 이상 데리고 다닐 수도 없고...”

 

“애 아빠가 누구야!”

 

“어, 왜 그렇게 흥분해. 그게 중요해?”

 

“애가 지금 나갔어! 못 찾는다고! 경찰서에 신고하려면 애 이름이라도 알아야 할 것 아냐.”

 

“걔? 호적 없어. 주민등록도 없구. 그냥 편한대로 불러.”

 

“야!”

 

“어, 난 바빠. 그리고 인연 이걸로 끊어. 애가 찾아오면 그때 다시 연락하구...그거 말곤 너랑 엮일 일 없으니까. 끊는다.”

 

뚝.

 

애 엄마도, 애도, 나도 개념이 없다.

이름도 없는 애를 어떻게 찾으라고.

그나저나 요즘은 소아성애자도 많아져서, 잘못 되면...

끔찍한 상상이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이 기회인지도 모른다. 애가 스스로 나갔으니까.

나는 이 좁은 자취방에서 단 한번도 개나 고양이를 키워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외롭고 쓸쓸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하지만. 내 외로움을 그저 그것들에게 맡기기 위해서 그들의 생명을 책임질 순 없었다.

나 혼자서 먹고 살기도 빠듯한 마당에 개 미용비에, 개 사료에, 개털들을 책임질 순 없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했다.

그런데 이제 개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고 햄스터도 아닌 사람을 책임질 순 없었다.

나는 애 엄마의 비정한 말에 상처받았지만, 나 또한 그녀 못지 않은 사람이었다.

내 애가 아니라는 사실이 차라리 명확하게 밝혀졌다.고 내심 기뻐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내 아이라면 기를 수 있...

아니. 아니다. 결국 키울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9일째 아침까지 악몽을 꾸었다. 진통제를 먹고, 약을 먹었다.

나가야 되는 아르바이트는 없던 걸로 하고, 차가운 방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웠다.

경찰서에 신고하지도 않았고, 애 엄마한테 다시 전화하지도 않았다.

애는 제발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10일째 되는 날, 아픈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갔다.

그 어디에도 애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파서 흐린 눈을 비볐다.

 

뚝.

 

손에 작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뚝.

 

눈물.

 

아니.

 

빗물.

 

그렇게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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