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와 서울에서의 사고가 생각보다 많이 큰 사고군요...(너 뭐하느라고 이제 그러느냐고 물어보신다면 그동안 뉴스를 거의 안보고 살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일부러 안 보려고도 노력했구요...)

뒤늦게나마 조의를 표합니다. 서울에서는 부상자가 얼마나 많은진 모르겠지만 충격들이 많이 크실거라고 생각되네요.

부디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으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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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향이 시골이어서, 굉장히 자연친화적으로 자라났다. 그러던 내가 어느 순간,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살게 되었다. 도시에 이십몇년을 살면서 시골에서의 삶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휘황찬란한 것들이 얼마나 많던지!

나는 성격이 내향적이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얼마 안되어서 도시에 빠지기 시작했다.

먹는 거 좋아하는 성격 탓에 동네에 생겼다가 망하는 음식점 수를 꼽기도 하고, 가까운(옛 우리집은 교통요지에 있었다.)홈플러스, 이마트에서 살 거 없이 한바퀴 도는 산책을 하기도 했다.나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시민들 중 그런 거 안하는 사람은 오히려 드물 것이다. 지금도 그런 데 들러서 일없이 한바퀴 도는 일을 종종하곤 한다.

물론 나도 아직까지 양심은 있어서, 소상인들이 그런 매장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냥 찬양할 수도 없으니 그저 눈요기나 한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의 시골살이가 행복하긴 했지만, 조금 더 도시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그 마음을 누르진 못했다. 시골 살아보면 이 뜻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그래서 우리 먼 친척께서 숭배하시는 선이나, 헬렌 니어링 등등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곳에 사는 것만으로도 헬렌 니어링은 그저 자기 잘난 척을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대개 도시민인 경우가 많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살아보지도 않으니 그런 말을 쉽게 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미니크 로로의 여러 가지 책들은(내 기준으로는 그런 사고관을 가진 사람치고는 책 양이 좀 많다싶다. 나무를 생각한다면?)헬렌 니어링을 조금 더 일본화시킨 게 아닌가 한다.

실제로 일본인 남편과 같이 살고 있고, 일본인 친구들로부터 소박한 방법을 배워나간다...

그것도 선이나 하이쿠를 인용한다.(헬렌 니어링의 요리책을 보면 여러 가지 명언이나 책속 구절들이 등장하는데 아마 거기서 발상을 얻은 듯 하다.)

한국에 대한 예도 나오지만, 주로 일본, 중국에 대한 인용이 많다.

나는 도미니크 로로의 저작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어쩌다보니 로로의 책을 제법 가진 편이 되었다.

 

그런데  위에서 약간 언급한 내용을 유난히  많이 가진 소식의 즐거움은 내게 실망감을 주었다. 책 내용이 그렇게 새로운 것도 아니고, 책에서 언급한 생활을 하는 일본인은 의외로 드물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플하게 산다가 인기를 끌면서 그 전작인 소식의 즐거움은 절판되었다. 그리고 사실 난 소식의 즐거움의 이북을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북을 잡은지 사흘만에 나는 다 읽었고,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사실 심플하게 산다. 는 내용이 알찼고, 실생활에 유용한 팁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소식의 즐거움같은 경우에는 우선 번역도 심플하게 산다. 보다 좀 거친 느낌이 들었고, 인명번역에 있어서도 내가 아는 인명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오기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번역자의 문제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소식의 즐거움은 앞에 했던 말을 뒤에서도 반복하는 동어반복이 잦아서 읽기가 껄끄러웠을 것이다.(물론 실생활의 팁은 뒷페이지에 굉장히 많이 있다. 동어반복을 줄이고 그 내용들을 앞에 배치를 했다면 좀 더 편하지 않았을까 싶은게 아는 거 별로 없고 투덜거리기 좋아하는 독자의 마음이다.)

동어반복을 뒷작품에서는 거의 안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괜찮은 작가라고 생각해왔다.

아마 소식의 즐거움이 전작이거나 첫작품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심플하게 산다가 인기를 끌어서 절판하고 새판을 찍은 거? 라고 생각하면 출판사가 딱히 좋게 보이진 않는다. 도미니크 로로의 작품들이 하나같이 준수하기는 하지만, 단지 가격만 올려서 새로 내놨다면 출판사의 안목이 별로 없다고 할 밖에.

이게 내가 소식의 즐거움을 제대로 기쁘게 읽지 못한 이유다.

그 외에는 심플한 정리법이나, 지극히 적게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갈수록 작가의 인용법이나 작성 방법이 간단명료하고 섬세하고 조근조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도미니크 로로의 작품 5권 중 3권은 안심하고 읽을 수 있다고 추천한다.

(비록 심플하게 산다. 는 나하고 잘 맞지 않아서-작가의 접근법이-팔아버리긴 했지만.)

목록에 대한 책은 아직 안 읽어보았다.

거기에 대해서라면 또 어느 분이 읽고 서평을 올려주시면, 참고해서 살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ps.서재턴데이는 제윤경의 냉장고턴데이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중 큰 영향을 미친 건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이다.

덕분에 재놓은 책들을 정리 중이고, 터져나갈 것 같은 이북도 다 읽고 정리하려고 게획 중이다.(영향을 끼친 책이 그 대상 중의 하나가 된 건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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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의 다에코와 만의 미쓰코는 한 배에서 나온 자식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녀환상에서 태어난 쌍둥이 말이다. 사실 작품으로 따진다면 두 작품은 성격이 너무 다르다.

하나는 극단의 미에 빠진 죽음을 그려냈고, 하나는 다소 어두침침한 성격의 아가씨가 밝은 결혼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묘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리 갈 것도 없이 두 캐릭터는 마치 기름종이에 대고 그린 것 모양 닮아 있다.

다소 풍만하며 서양적인 캐릭터인 다에코와 역시 몸매로만 따지면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의 몸에 가까운 하얗고 보살의 느낌까지 소화해내는 미쓰코.

몸매로만 따지면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유혹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현세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누려보겠다는 욕심쟁이 같은 성격이 꼭 닮아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파멸의 미를 추구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평범한 작품조차도 이채를 띄는 부분이다. 사실 나는 세설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풍속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만을 읽으면서 깨닫고 말았다.

아, 그건 풍속소설의 껍질을 쓴 파괴적인 관능문학이구나!

 

 

아직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을 완독하지는 않았다. 사실 완독하기에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이 다 들어오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읽으면 읽을수록 그 무서운 집착에 겁을 먹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두 작품 다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더 추가할 사항은 세설을 읽기 전에 꼭 만을 읽으시라는 것.

그러면 세설 속에서 드러나는 세 자매의 자매애, 미모비교, 다에코의 타락한 모습. 등을 좀 더 세밀하게 읽어내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센바(오사카 상인 명문가)의 아가씨들의 이야기이니만큼 만(물론 이쪽도 센바의 명문가들의 이야기지만, 유부녀가 나오고, 다중연애를 즐기는 팜므파탈의 이야기이니)보다 좀 더 청초한 맛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상쾌한 자극도 될 것이다. 파괴적인 관능문학의 모습이 좀 숨어 있어서 그렇지...그나마도 환상적인 배분탓에 약간 아린 맛을 볼 뿐이니 그거 좋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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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태인입니다.

울새를 누가 죽였나...를 매주 금토일마다 즐겁게 쓰고 있습니다.(^^)

물론 보는 분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보시는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노력 중입니다만, 어떠신지?

다름이 아니라, 5월부터 6월, 아니 8월까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거의 모든 연재가 쉬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 따위가 뭘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냐고 하실지도 모르겠군요.

음, 여기 와서 처음 몇달은 적응기였고, 그 이후부터는 즐겁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비례해서 알라딘에서 사는 책들도 늘어나고 있죠. (노렸구나. 알라딘!)

아마도 연재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책들을 꽤 많이 사고 계시지 않나 합니다.

즐거운데, 앞으로도 즐겁게 잘 지내기 위해서 우선은 한 텀 쉬고 지나갑니다.

생활이 우선이지, 취미가 우선은 아니니까요...물론 대박의 꿈을 포기하진 않습니다만...;;;;;(출판계가 요즘같이 어려운 시대에는 대박이 문제가 아닌 듯 하군요.)

그 이야기 하려고 이렇게 바이트를 낭비합니다...;;;;;;;;;;

아무쪼록 무사히 봄 지나고 여름 지나 항상 즐겁게 지내시기들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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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어를 만드는 건 도공들이다. 운어는 인간이 생기기 전에는 생기지 않았다.
인간들이 붓으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릴 때 운어가 생겼다.
그래서 가끔 하늘의 도움으로 황제가 되었다는 자들은 운어를 얻기 위해 신필들을 가두거나 도공들을 가두고 죽이고는 했다.
그리고 여기에...한 도공이 있었다.

"또 여기에 갇혀 있구나."

패설사관 유모는 갇혀 있는 여자애를 꺼내주었다. 또래들의 장난이었으리라. 도공 후보생 중 여자는 이 아이 하나밖에 없었다. 얼핏 들여보내기 전에 성분조사를 했을 때 부모가 도공이라 했다. 하지만 한가지가 하나 더 있었다. 신필들이 도공행세를 했던 것.

"사부님."

"난 사관이다. 사부님 소리를 하려면 저어기 사옹원장 도조에게 말하거라."

유모가 억지소리를 해서 사옹원장 도조에게 맡긴 게 탈이라면 탈이었다.
 도조는 그 아이를 보자마자 부모를 알겠다며 역모죄를 지을 일 있냐면서 유모에게 엄청나게 화를 냈다.
신필의 도공들이 죽었다면 그건 운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면서. 현 체제에 대한 반역이라는 것이었다. 

"도조님이 가두셨어요."

"도조에게 이야기를 좀 해야겠구나."

"도공들은 반역자니까, 그래서 이렇게 궁안에 묶어두는 건가요?"

아이의 당돌한 말에 유모는 잠시 침묵했다.

"누가 그러더냐."

"도조님이요."

"뭐?"

유모는 혀를 찼다. 도조는 젊었고, 혈기가 방장했다. 아마 이 아이가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출세해서 이름을 날리겠다는 도조였으니만큼 반역자의 자식을 보는 눈이 좋을 리 없었다.

"네 부모가 신필의 도공이었던건 사실이다."

"....."

"너도 기억날게다. 네 부모가 빚은 그릇에서 운어가 태어났더 것을...네 나이 여섯살쯤이었을게다. 운어가 그릇에서 발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지."

"......"

"운어를 빚는 것은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

"때와 장소, 천명이 바뀌어지는 그 순간 태어나는 것이지. 물론 서투른 도공이나 붓질하는 아이에게는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겠다 마음 먹은 자에게 생긴다.그래서 반역죄로 처단하고, 관에 묶어두는 것이다."

"......"

아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유모의 손을 꽉 잡았을 뿐이었다.

"그럼 전 꼭 운어를 만들어야겠어요."

"천명을 바꾸게? 아서라. 천명을 바꾸는 도공과 신필은 100세대에 1인뿐이란다."

"꼭 그럴거에요."

"왜 그래야 하느냐?"

"제대로 된 세상같으면 제 부모님이 운어를 만들 일도, 돌아가셔야 할 일도 없을테니까요."

"허어. 참..."

유모는 먼 발치에서 도조가 오는 것을 보았다. 아이의 몸이 굳지도 않은 걸 보면 하도 익숙한 체벌이라 별로 겁먹지도 않은 듯 했다.

"모. 데리고 올 필욘 없었을텐데."

"조. 자네 정말 자꾸 이러긴가. 타고난 도공을 맡겼더니 매일 가두기나 하고 말일세."

"...타고난 도공은 무슨, 운어타령이나 해대서 정신 좀 차리라고 넣었을 뿐인데."

도조는 유모에게서 아이를 떼냈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서 아이 손에 들려주었다. 

"자, 가서 네 그릇이나 마저 만들거라. 난 사관과 이야기 좀 해야겠다."

아이가 달음박질해서 사라지자 도조는 유모에게 말했다.

"아직도 저 앤 운어를 못 잊고 있다네."

"......"

"궁에선 아직도 저 애를 잘 몰라. 단지 점술사가 하는 말만 믿을 뿐이지. 하필이면 황자의 눈에 띌게 뭔가. 점괘에 따르면 저 애는 운어를 또 불러올 거라 하더군. 덕분에 나만 죽을 맛이지. 궁에서는 독이든 뭐든 먹여서 죽이라고 하고. 내 도공의 마음은 저 애를 어떻게든 반항심을 죽여서 살게 하자 그러고..."

"황자가?"

"점괘에는 황자와 결혼한다는 말이 있어. 그리고 황가는 저 아이로 인해서 멸망한다 하고...그러니 내 꼴이 뭐가 되겠나. 그래서 말인데, 조만간 저 앨 사옹원에서 쫓아낼 계획일세. 상궁쪽에 이야기를 넣어서 무수리나 시켜볼까 생각 중이라네."

"허어. 자네..."

"악질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앞뜰을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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