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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습니다.”
병률은 m의장에게 그렇게 보고했다.
“누군가가 샀다는데, 그 누구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자넨 실패했다는 말을 매우 쉽게 하는군. 안되면 되게 하면 되지.”
죽일엽을 없애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어서 그런지, 병률은 입맛이 영 없었다.
윤희도 죽일엽에 다녀온 후로 얼굴이 별로 안 좋았다.
“어차피 그런 조그만 상점따위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이...”
“자넨 그래서 틀린 거야.”
m의장이 냉랭하게 말했다.
“정이 끼어들고, 조그만 게 끼어들고 하다보면 디테일이 부족해지는거라고. 디테일이.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줄은 아나? 그 자리는 말이야. 그 물건들이 있으면 안되는 자리라고...그리고 그 동네 무지렁이들한테서 얻는 게 얼만줄은 아나?”
“.....”
병률은 안다고 대답하려고 했다. 잘 알고 있었다. 정의원의 말로 시작했던 그 쇼도, 그 비정함 때문에 끝났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된 탓인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예의 사모님과 대화를 몇 번 나눴지만 평범한데다가 속물적이기까지 해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게 사모님이면 아마 자신의 부인인 윤희는 귀족일 것이다.
“저 근데 의장님.”
“왜 그러나.”
“한군데 미심쩍은 것이 있습니다...”
“뭔가.”
“이준구라고 하는 남자에 대한 건데...아마 그 사건을 막은 사람일 겁니다...혹시 의장님 권한으로 제가 조사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하게. 안된 건 안된거니 어쩔 수 없지.”
“그럼 의장님 명의로 이곳에서 조그만 행사를 열어도 괜찮겠지요?”
“...상관은 없지만 선거법에 걸리지 않게 잘 하게. 실수하지 말고.”
“아닙니다. 실수는 없을 겁니다. 그 독지가가 누군지, 또 의장님 가시는 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 가면을 벗겨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