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작가의 놀라운 이력에도 불구하고, 복사 붙여넣기를 열심히 한 책같다.

그 중에는 저작권문제로 표절한 걸 신고하라고 약 6개월 전부터 신고제를 운영한 사람의 글도 떡하니 붙어 있다. 최근사례가 많이 실린 걸 보면 그 신고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을텐데.

무슨 뱃심이길래...

다른 책에서 베껴 온 것은 저작권 표시가 되어 있으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주도 없고, 저작권 표시가 아예 되어 있지 않다.

 

내용은 좋았으나, 저작권 문제에 예민한 나는 별로 좋은점수를 못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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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된 띠를 두르고 은으로 된 잔으로 물을 마신다. 호사는 호사이지만 넓다고는 할 수 없는 숭문관에 갇혀 있는 몸이다. 혹자는 왕의 신세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임금군자를 좌로 보고 우로 보는 것에 따라서 다른 것처럼 왕처럼 호화로워도 빠져나갈 수 없으니 거지라고 할 밖에.

 

그대는 참 대단키도 하지.”

 

왕의 조카가 금강사 저편에서 약을 올렸다.

 

나갈 줄도 알고 들어올 줄도 알면서 왜 그렇게 약을 올렸나?”

 

“......”

 

숭문관은 왕의 궁궐 중 비밀에 쌓인 궁이다. 크기도 제일 작고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는...

 

어머니 몰래 은가락지를 하고 싶으니 가까운 거 아무거나 집어서 던져보게.”

 

그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됩니다. 심심한게 풀리셨으면 저쪽에 축국이나 하러 가시죠.”

 

나도 패설사관일때는 미처 모르던 일이었다. 그리고 패설사관을 떠나서 아우들과 진품찾기를 할 때도 모르던 일이었다. 왕실이 왕실의 물건이 외부에 있는 것을 하나하나 거두고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알았더라면 그토록 위험한 일은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이곳의 문지기와 이야기를 좀 더 깊이 나누었더라면...

 

 

형님! 형님! 합격했습니다!”

 

아버지로 새로 모신 분의 아들이지만 내게 격의없이 대해주었다. 그래서 한참 어린 나이여서 그랬던가 마음을 풀고 그를 대했다.

 

, 잘했구나. 훌륭한 패설사관이 되거라.”

 

그러던 형님이 일찍 돌아가시지만 않았더라면...

 

.

 

그때 누군가가 내 허리께를 세게 쳤다. 나는 화가 난 나머지 똑바로 보고 다녀!라고 소리를 질렀다.

 

뭔가. 이제 들어온 잔챙이 주제에 이 몸에게 감히 그런 말을 해도 되는 줄 아느냐.”

 

걸걸한 노인이 관대도 띠지 않고, 관모도 쓰지 않은 채 인상을 썼다.

옷만이라면 호화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아무리 호화스러워도 그건 정복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상한 것은 그런 난잡한 복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졸부티라던가, 어설픈 티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알게 뭔가.”

 

나는 그 노인에게 고개를 치켜세워보였다.

 

자네 앞에 있는 나는 이제 곧 패설사관이 되실 몸이란 말이야.”

 

하하하하.”

 

노인은 호탕하게 웃고는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대답했다. 주름도 하나 없는 것이 묘하게 징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한가. 그럼 나도 인사를 하지. 밀궁의 숭문사라고 한다네. 자네가 그 자리에 오르게 되면 조만간 내게 인사라도 하러 올 날이 있을 걸세. 그 생각 그대로라면 말이야.”

 

그러고는 잠시 잊어버렸다. 그 말을 듣던 형님의 얼굴에 스친 한자락의 불안은 생각지도 않고.

 

 

그래. 잘했다. 널 양자로 들여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아버님도 크게 칭찬해주셨다.

 

네 형도 자질은 있지만 몸이 약해 가업을 이을 수가 없구나. 너라도 우리 가업을 잘 이어주면 좋겠다.”

 

. 알겠습니다. 아버지.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패설사관이 되어 정직하게 일을 한 것은 3년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 2년은 옛무리들과 다시 뭉쳐 진품들을 수집하고 다녔다. 그리고 화미인도를 찾다가 붙들려 이곳에 갇히게 된 것이 3개월 전이다.

 

 

내 말이 맞았지.”

 

궁안에 수없이 깔린 금강사 위를 사뿐히 걸어다니면서 전대 숭문사가 말했다.

 

"그 성질을 못 죽여서 결국 이곳에 갇히지 않았나. 한번 들어오면 못 나가는 곳이라네.”

 

“......”

 

여기에는 장인들과 금강사를 열고 닫는 숭문사만이 있을 수 있네. 자네는 후자지.”

 

“......”

 

실망이 컸나보군. 그러게 누가 마마님들 성격을 건드리랬나?”

 

“......”

 

입만 다물고 있어서는 될 일도 안되네. 내가 떠나면 자네가 여길 관리해야 하니까 짧은 시간안에 잘 듣게.”

 

밖으로 떠나는거요?”

 

금과 옥과 은으로 범벅이 된 이곳을 이 노인은 이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나는 금강사위에 위태롭게 섰다.

 

밖으로? 누가 밖으로 간다고 했나?”

 

....”

 

한번 숭문사가 된 자는 빠져나가질 못해. 얼마 뒤면 내가 먹고 죽을 독약이 이리로 올테니까.”

 

“......”

 

왕실은 무서운 곳이군.”

 

세상에나. 십몇년을 근무해놓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이 나오나.”

 

노인은 익숙한 솜씨로 이곳저곳을 소개시켜주었다. 왕실에 어울리는 호사품들과 옛 그림들.

풍류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행복해할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자유의 몸일때나 가능한 것.

마음이 답답해졌다.

 

그 노인과 소소한 농담따먹기를 하는 것은 좋았으나, 독약이 도착한 후 마신 뒤에도 노인은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 여자를 따라가게나. 정헌.”

 

“......?”

 

오래 전에 이 밀궁에 나만 아는 보물을 숨겨두었지. 영혼을 담는 그릇을. 그것을 찾으러 그녀가 올게야. 꼭 찾으러 올테니...”

 

뼈도 쉽게 삭지 않았다. 노인은 땅바닥에 녹아들어가면서 계속 그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그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녀에게 계속 조종당하는 것이 싫어서 그 메인 것을 다 떼어버리고, 그릇만 가져왔지.

그 그릇에 사람의 영혼을 담아..컥컥...“

 

남도 지방의 패설이었다.

사람의 영혼을 그릇에 담아 조종한다는 인형술사.

그런 자가 있다는 말만 들었는데, 숭문사가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도...

 

 

[소년]

 

붉은 입술에 약간 드러나는 송곳니.

화장은 한 듯 만 듯하고, 흰 소맷자락 여기저기에 붉은 까마귀의 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은 그녀가.

 

[여기서 한 남자를 못 보았느냐?]

 

[......]

 

대답을 하면 안된다. 나는 그때 운명적으로 느꼈다. 대답을 하면 그녀는 옛 패설에 나온 대로 날 알 수 없는 세계롤 끌고 가버릴 것 같았다.

 

[옳지. 잘 하는 구나.]

 

여자가 내게 사탕을 주었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는 착하지. 크게 될 것이다. 허나, 네 마음속에 이걸로 보니 탐심이 있구나. 네것이 아닌 것은 도둑질 하지 말거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그 말을 잘 지키면 너한테 선물을 해주마.]

그런데 전임자님.”

 

나는 땅에 녹아들어가 횡설수설하는 숭문사에게 말을 던졌다.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다.

 

밖에 못 나온다면서 그때는 어떻게 나온 거요?”

 

“...그건...”

 

말을 하기도 전에 숭문사의 숨이 끊어졌다,

나는 시체가 완전히 녹을 때까지 들어오는 밥과 반찬을 먹으면서 무감각하게 지냈다.

그가 알려준 고급품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기회였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이 나라는 내가 땅을 순례하면서 본 것 이상이란 말인가.

그렇게 앉아서 1년을 있었다. 숭문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가져오는 보물들을 감정하고, 어떨때는 그 감정결과로 인해서 밀궁의 다른 집에서 다리가 잘린 장인을 보기도 했다.

 

여기 계속 있었구나. 착한 아기야.”

 

그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나랑 같이 가자. 약속은 잘 지켰으니까.”

 

그녀는 한쪽 팔에 축 늘어진 남자를 데려왔다. 그리고 그를 내려놓고는 붉은 딱딱이 같은 것도 밑으로 떨어뜨렸다.

 

이제 이 남자와 이 물건은 소용없게 되었으니...”

 

그녀는 녹아내린 숭문사의 옷에서 동그란 작은 그릇을 꺼내었다.

 

가자꾸나. 얘야.”

 

“......”

 

, 이름을 지어야지.”

 

내겐 정헌이라는 이름이...”

 

, 금강사위를 그렇게 부지런히 다닐 수 있으니, 네 이름은 거미가 좋겠구나. 수리보다는 좀 잘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거미?”

 

그렇단다. 거미. 거미로 하자꾸나.”

 

그래서 나는 그녀와 함께 왕실의 지독한 박물관, 숭문관을 떠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후에 듣자하니 패설사관직을 완전히 박탈당하고 파양되어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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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동네로 놀러갔다가 득템한 책.

정치의 즐거움.

서울 시장 박원순과 오마이북의 오연호기자가 대담한 걸 모은 책입니다.

중반까지 읽었는데, 기존 대담집이 사회운동가인 그의 면모를 잘 드러내줬다면.

지금 대담집은 굳이 나와있었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싶습니다.

분위기가 안철수의원의 최근(이랄게 있는지...)책과 스타일이 워낙 닮아서...

대담집은 저도 좋아합니다만 치고 받고 넘기고 다시 치고 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다보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군요.

그래도 다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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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가끔 영화를 봅니다. 3주전에 구입한 안나 카레니나를 보기로 했었는데, 오늘일정 변경으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보았습니다. 음, 어제는 또 버즈 루어만 감독의 개츠비를 봤었군요.

둘 다 아직 원작을 못 읽었습니다.

도리언 그레이는 다 못 읽긴 했지만 알고 있는 결말과 굉장히 달라서 조금 놀랐고, 해리라는 캐릭터가 소홀히 다루어진 것 같아서 별로 였습니다.

개츠비는...음 이걸 읽으려고 시도한게 3년전인데, 4분지 1만 읽고 덮어둔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마 개츠비의 라이벌이 지나치게 야비한데서 격분해서 못 읽은 모양입니다.

개츠비는 전반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영화였습니다. 전 색깔 예쁜 영화를 좋아합니다.

파티장 장면이 워낙 압권인데다가, 소품들이 다 하나같이 색감이 화려했던 터라, 열광하면서 봤지요.

결말에서 다소...ㅡㅡ 이런 분위기였습니다만.

 

그리고 무료영화인 톨스토이의 마지막 나날들은 재미있다고 할 순 없지만 꾸준히 볼 값어치는 있는 영화였습니다. 적어도 톨스토이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된다고나 할까.

여기 나온 불가코프가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그 불가코프인지 헷갈리는데 그건 나중에 찾아보면 나오겠죠.(아마 동시대인은 아닌 모양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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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물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태인은 소설과 시를 씁니다.

남들이 보고 귀가 막히건 코가 막히건 상관없이 계속 쓰고 있지요.

보통은 소설을 쓴다고 하면 명작부터 읽으면서 필사하거나 그러는데...

태인은 고등학교 이후부터 읽은 명작이 없습니다.(사실 고교때 읽었던 테스나 적과 흑은 정말 잠이 오더군요. 도대체 왜 그랬을까?셰익스피어 극본은 재미있었는데...)

그런데 최근에 태인은 다시 용기를 내어서 읽기를 시도했고, 처음으로 3권짜리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 읽었습니다.(이건 이북이었고, 작년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근 1년이 넘었군요. 그거 다 읽는데...)

마르치노의 마지막 고백은 사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꼬아서 만들었습니다.

사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워낙 자주 언급이 되건 하던터라(마쓰모토 세이고의 책에도 나오는 이야기인데, 대심문관 이야기는 충격적이라고들 해서)한번쯤 읽어야지 했는데 결국 3주전에 다 읽었습니다.

읽은 감상은...그래. 나도 서양문학을 읽을 수 있었구나. 정도군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한구석에 쌓여서 전자먼지를 안고 있고(이건 오늘 영화까지 봤으니.)기 드 모파상의 벨 아미는 두근두근 거리면서 읽다가 진행되는 내용을 보고 GG.

이런 악독한 놈들이...(근데 재미있는 걸 보면 저는 주인공이 다소 악독해야 보는 맛이 있는가 봅니다.)

재미있어도 서양 순문학이라 거부감이 드는 걸까요. 중학교때는 데미안에 감동받아 번역된 데미안 판본을 수집했었는데...;;;;;;적어도 판본 수집은 아니더라도 서양명작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소소한 재미를 맛보고 싶었는데...;;;;;;;

하여간 서재정리도 겸해서(도대체 읽은 것보다 산 게 더 많으면 어쩌잔 말인지...)

이제부터 천천히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제윤경씨가 진행하는 희망살림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죠?

냉장고턴데이. 저도 제 서재를 하나하나 털어서, 읽는 책 정리겸 안 보는 책도 좀 정리해야겠습니다. 

이름하야 서재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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