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은 상처가 낫자 시무하던 본당으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부는 그에게 최대한 오래 피정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대신해서 다 처리해놓았다면서 한동안은 피정이나 다녀오라고 했다.

지윤은 자신의 휴대폰, 개인 물품을 다 빼앗긴 상태에서 이름도 모를 남자의 집에서 지루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것도 피정이라면 피정이겠지만. 부지런한 그에게는 이것이 닥쳐온 재난같을 뿐이었다. 어째서 왜 아버지의 말을 듣고 그 남자에게 권총을 건넸을까...

그는 그게 후회스러웠다.

 

오늘은 들을 준비가 되셨습니까?”

 

남자는 매일매일 그의 방에 들렀다. 하지만 지윤은 그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이었다. 어째서 형은 자신을 죽이려고 하고, 아버지 대신 복수권을 이어받았다는 남자는 자신을 그 음모에 끼어들게 하려는 걸까.

 

듣지 않겠습니다. 들으면 전 신부가 아닌 사람이 됩니다.”

 

벌써 100번이상 들은 이야기인 것 같군요. 정당방위도 안된단 말씀이십니까.”

 

아벨은 형에게 정당방위를 하지 않았습니다.”

 

“......”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당신은 왜 꼭 복수를 하셔야 합니까. 용서해도 되지 않습니까. 어느 누구건 사사로이 복수를...”

 

그때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준구씨!”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 다시 방으로 들어오면서 신발을 내동댕이치면서 외쳤다.

 

젠장할! 어째서 이렇게!!!”

 

지윤이 바깥을 내다봤을 때 밖의 TV에서는 한창 병률의 얼굴이 자막을 깔고 올라가고 있었다. 모 국회의원 보좌관, 모 국회의원의 비리를 폭로하고, 신당에 입당.

다음 전국구 의원으로 선발 유력.

 

차라리 잘 됐군.”

 

이빨을 갈던 이준구가 냉랭하게 읊조렸다.

 

위로 올라간 네놈을 자근자근 밟아주지. 신부님, 이러고도 안된단 말씀이십니까. 당신을 향했던 총구는 이제 다른 사람에게 향할 겁니다. 자비로운 크리스찬이라면 그 총구가 다른 사람에게 가기 전에 막을 것 같은데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가 이 정보를 입수하기 전에는 화미인 유적을 골백번을 더 뒤졌어도 항상 결론은 같았다.

거의 소금 덩어리일 뿐이라는 것. 그림이 있다한들 소금기에 찌들어 이미 옛 모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그리고 구애를 거절당한 영웅왕의 성격으로 보아 이곳의 백성들또한 목숨을 건지기 어려운 판국에 하물며 그림임에야...

하지만 미축이 일어경에서 건져낸 단서로 황제국은 하나의 실마리를 얻었다.

황제국의 제 3대 황제였던 영웅왕은 후에 화미인을 닯은 여인을 후궁으로 얻었다.

그때까지 화미인을 잊지 못했던 영웅왕은 화가에게 오랫동안 품고 있던 화미인의 초상화를 주어 참고하여 사랑하는 후궁의 모습을 그리게 했다.

황제국에는 아직도 그 후궁의 그림이 걸려 있다.

 

그렇게 대단한 미인이...”

 

소금이 되었으니 애석하다고 하려느냐.”

 

나는 말에 채찍을 가하지 않고 발로 살짝살짝 말의 배를 건드렸다. 명마라서 그런지 역시나 감이 좋은 말이었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자기 밑의 백성들이 불쌍하지도 않았을까요.”

 

털보아우는 집이 가난해서 노예로 팔려가다가 우리 부모님의 손에 의해서 건져졌다.

원래는 제국에 살던 아이도 아니었다. 변방 제후국들의 다툼에 의해서 몰락한 제후의 영주국에서 세금을 뜯기는 생활을 해왔다.

 

불쌍한 걸   윗대가리들이 알면 그렇게 했겠느냐. 화미인은 그저 심술궂은 여자였을 뿐이란다.

마법사니까 더 독하지.“

 

난 그래서 미축을 알 수가 없었다. 단 한번 손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여자의 무덤을 1년에 한번 꼭 찾아가 술을 붓고 제상을 차리며 무덤에 꽃을 바치는... 그런 순정을 나는 알지 못한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드는가.

 

...그래도 왕이기 이전에 여자잖아요. 자존심이 있었을텐데.”

 

백성을 생각하고 여인같은 사람이었다면 영웅왕에게 인생을 의탁했을 거다. 그 잘나빠진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라...”

 

나는 돈 때문에 상대를 죽이는 부부도 알고 있다.

단순히 돈 때문에 상대를 의심하고 죽인 부자들도 알고 있다.

가난해서, 찢어지게 가난해서 삶을 괴로워하다가 도망간 부부도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단지 이쁜 여자 하나 얻겠다고 도시 하나를 전멸시킨 바보같은 왕의 이야기도 알고 있다.

 

1시간쯤 화미인 유적을 둘러보고 있을 때 털보아우가 소리를 질렀다.

 

화미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얼핏 봐서는 흔한 얼굴인데 잊혀 지지가 않아. 그건 그 사람이 []이기 때문이지.

[]는 특별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니, 슈퍼맨 같은 건 아니고.

아직도 슈퍼맨을 따라해? 어리면 봐주겠지만 당신은 서른이 넘었다고. 언제까지 아기처럼 굴 거야? 하긴 좀 비슷하기도 하겠군. 인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사람을 만난 건 작년이지. 그래. 시월쯤. 당신이랑 싸우고 미국으로 떠나겠다고 방방 뛸 때 말이야. 그래봤자 갑자기 연가가 떡 하니 내려올 리도 없고. 한동안은 속만 썩이고 있었지.

근데 어느날인가 내 핸드폰에 엉뚱한 번호가 찍혀 있는 거야. 내가 술김에 여러 군데 전화를 하긴 했지만 모르는 번호로는 전화 절대로 안 하는 거 알잖아. 근데 그 전화로 문자도 왔다는 거. 내가 옛날부터 호기심 작렬인거 알지. 그렇다고 모르는 전화로 내가 먼저 전화하기도 그렇고. 끙끙 앓고 있는데 이번에 그 번호에서 전화가 온 거야. 그럴 때 내가 스마트폰을 안 쓴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깨달았지. 받았어.

 

유혜리씨 되십니까?”

 

근데요?”

 

그 문자 읽어보셨습니까?”

 

“......”

 

읽기야 읽었는데 읽었다고 말하기도 그렇더라. 그래. 문자 내용 빼먹었다고 지적해줘서 고마워. 미안하지만 절대로 안 잊어버렸거든?

그래서 지금 말하는데 그 문자 내용이 아마 고민을 들어드립니다. 은하 전화사. 였을 거야.

내 고민을 왜 지들이 들어줘? 거기다가 후지게 전화사는 뭐야. 전화사는?

 

고민은 나혼자 떠안고 가면 되니까 끊을게요.”

 

아니, 잠깐만요. 진짜 고민을 털어놓기에 정말 멋진...”

 

뚜우뚜우...

 

웃기긴 웃기더라고. 은하 전화사? 이게 뭐야. 정말.

근데 전화가 이번에 또 왔네? 받을 생각 안하고 끊었는데 계속 전화가 와.

그래서 잔뜩 짜증을 낼 생각을 하고 받았더니 갑자기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이 지지배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엄마?”

 

그래. 3은하계의 네 엄마다. 은하 전화사에서 전화 구매고객으로 널 뽑았다니까. 꼭 이 번호로 오는 건 받아야 해?”

 

사기 치지 마. 엄마가 아니잖아!”

 

3은하계의 엄마라니까. 이 지지배가 정말!”

 

뭐가 제 3은하계인지 나발인진 모르겠지만 계속 전화가 왔지 뭐야. 그래. 솔직하게 고백하는데 그 중에서는 제 9은하계의 당신도 있었어. 거기서는 둘이 결혼하고 노인이 되어서 알콩달콩하게 잘 살 더래. 지금 당신 모습 보면 믿을 수도 없는 이야기지만 말이야.

그래서 결국 그 남자를 만나기로 했어. 은하 전화사 사장과 약속을 잡은 건 내가 자주 가는 커피숍이지. 진한 에스프레소 맛이라면 외계인도 제정신이 들겠지 싶어서.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건지.

 

전화기 팔러 온 사람치고는 준수하군요.”

 

나는 외모품평을 하려던 건 아니었어. 그냥 비꼬고 싶었는데 말이 그렇게 나오더라. 앞에서도 말했잖아. 평범한 외모지만 쉽게 잊혀 지지 않는 외모라고.

 

하하. 그런 말 자주 들어요. 아무래도 모든 시공에서 단 하나만 존재하는 외모니까요.”

 

뭐에요. 그렇다는 이야긴 모든 시공에서 당신 하나만 존재한다는 말? 신이네요?”

 

아니요. 신은 아니고요. 그냥 []라고 불러주시면 되요.”

 

3인칭인데 어쨌든 그는 곧 전화기를 꺼내서 내게 보여주었어. 구식 전화기. 그것도 다이얼을 돌려야 되는 전화기더라고. 내 노골적인 실망에 그는 식은땀을 닦았어.

 

이게 아직 모든 시공에서 돌아가야 되는 전화기라서 업데이트가 좀 느려요. 그래도 전화비는 적게 들어요.”

 

얼만데요?”

 

3은하게의 내 엄마라는 존재를 믿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엄마가 딸에게 뭔가를 사라고 강요할때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거잖아? 특히나 당신이 알다시피 우리 엄마는 10년전에 암으로 돌아가셨으니까.

 

“1시간에 10?”

 

 

전화비는 왜 그래요?”

 

구형에 어울리는 구형 가격대였지. 내 말에 그는 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그러더라고.

 

모든 시공에 맞는 가격대니까요...”

 

그래서 어쨌겠어? 난 그 전화기를 샀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는 역참에서 마권을 뽑아들고, 화미인 유적이 있는 곳까지 갈 말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제의 마권으로 본래대로라면 얻을 수 없는 적파마를 얻었다.

화미인 유적은 소금기 많은 암염지대다. 길이 험해서 웬만한 말로는 달리기도 힘들고, 낙타는 성질이 나빠 괜히 데리고 다니면 힘들기만 했다.

하지만 적파마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 말은 애초에 화미인 유적지에서 개량된 말이고, 화미인지역에서 3년을 자란 후에야 제대로 된 적파마 인증을 받는 말이니까 말이다.

적파마를 타고 나는 화미인 유적지로 달렸다.

몇 번 말을 갈아탈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난 화미인 유적지에서 말을 멈췄다.

도적떼들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쉽게 만날 줄은 몰랐군.”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형님이 오셨구려.”

 

도적떼, 아니 나의 친애하는 형제들이 내게 다가왔다.

 

이번에는 빠져나오기가 정말 힘들었나보구려. 형님.”

 

“...말마라. 더위까지 겹쳐서 하마터면 이리로 오지도 못할 뻔 했으니.”

 

올해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글쎄다...”

 

나는 말을 흐렸다. 화미인 유적지에서 과연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었다.

더더군다나 이것은 원래 황제국에서 추진하던 일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패설사관급이 추진할만한 국가적 특수임무인 것이다. 성공하면 나는 패설사관으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포기하고 일개 도적이 되어서 쫓겨다녀야 한다. 물론 패설사관대리에게 뒤집어씌울 작정으로 독주를 마시게 했지만...

 

그건 팔만한 물건인가요?”

 

그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물건이란다. 아우들아.”

 

도적의 자식에서 오로지 대를 잇기 위해서 패설사관 집안의 양자가 되어 패설사관의 자리까지 올라간 내가 궁중의 기밀을 이용해서 형제들의 도둑질을 도왔던 것은 단순한 물욕때문이 아니었다.

가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대체적으로 부패관리들의 사재를 털어서 국가적 보물을 구하는 일이었다.

 

형님, 너무 위험한 일 아닙니까? 패설사관이...”

 

패설기록에 의하면 그 이상 가는 지복의 물건은 없다고 한다. 너희들도 깨닫게 될게야.”

 

또 저번처럼 되는 건 아니우?”

 

털보 아우가 투덜거렸다.

 

형님은 항상 그게 문제란 말이요. 지복이야 누리겠지. 그러다가 들고 튀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숨겨놓기만 하니...”

 

어허.”

 

나는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형제들 중 항상 정식무관이 되어도 모자람이 없을 털보아우에게 손짓을 했다.

 

넌 진짜 보물이 뭔지 모르는게구나. 항상 이렇게 진짜 보화는 모르는 곳에 숨겨둬야 하는게야. 가짜와 진짜도 분간할 줄 모르는 놈들이 진품을 학대하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

 

두렵긴 뭐가 있어서 두렵소?”

 

진품에는 넋이 깃들어 있어서, 어두운 곳에 빛없이 오래 있으면 그 넋이 운단 말이다. 그 넋을 구해주는 것이야 말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털보아우의 얼굴이 새하야졌다. 하긴 귀신 이야기에는 예전부터 약했으니...

 

그건 아마...”

 

말을 더 이으려고 하자 아우가 손을 휘휘 저었다.

 

됐소. 형님. 더 이상...”

 

처녀귀신일게다. 너같은 놈을 좋아하는...”

 

말이 이어지기가 무섭게 아우는 웩웩거리기 시작했다.

 

후후후후후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웅왕의 시작은 황제국에서 시작된다. 대에서 태어난 영웅왕은 유명한 가희의 아들이었고, 상인으로 대성한 후 이내 왕국으로 내려왔다. 물론 지금도 제후국 중에서 왕국은 황제의 피를 이은 왕이 다스리는 나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17대쯤에서 혈족이 다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그때 영웅왕이 홍수와 도적떼로 피폐해지고 있던 나라를 다시 일으켜세웠다.

그래서 영웅왕은 제 18대 왕으로 즉위하였고, 도적떼들의 우두머리인 화미인을 제압해 왕비로 맞고자 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머리를 정중히 숙이면서 패설사관대리가 들어왔다.

 

괜찮네. 요즘 미축은 괜찮은가?”

 

글쎄요...그게...”

 

들어보나마나겠지. 미축은 내게 황제국의 이야기같은 건 잘 해주지 않는다. 이맘때가 되면 미축은 황산에 틀어박혀서 노래나 짓고 있다. 바쁘다곤 하지만, 그건 표면상의 이야기일뿐.

 

또 나하고 약속을 어겼군.”

 

나는 그렇게 말한 후 자리에 앉아 독한 술을 주문했다.

패설사관대리도 자리에 앉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

궁중에서 패설사관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패설관부터 시작해서 올라가는 패설사관은 원래 귀족이 아니면 하기도 힘들거니와, 평민이 패설사관에 오른다는 것은 황제와 황비, 혹은 왕과 왕비의 두터운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나같은 경우야, 본래 패설사관으로 키워진 집안의 독자이니 말할 나위도 없고.

 

나한테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또 황산으로 갔지. 노리는 자도 많을텐데.”

 

사관님은 강하신 분이십니다.”

 

아차하는 표정을 짓는 대리에게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자넨 쉽게 비밀을 누설하는군.”

 

“.......”

 

그래가지고는 같이 일 못하네.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아니...저기...사관님...”

 

말을 억지로 이어보려고 하지만 안될 노릇이었다. 왜냐하면 난 술잔에 독을 발랐으니까.

. 하고 쓰러지는 대리를 보면서 나는 대리의 허리춤에 있던 마권과 황제국에서 뽑은 자료를 집어들었다.

자료는 별 거 없었다. 그냥 내가 아는 것하고 다를 것도 없었고.

 

역시 혼자 하는 게 낫겠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