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우리는 할 수 있어.

모두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니까?

 

뭘 못 믿니.

할 수 있다는 걸 못 믿는거니?

어느 장소에서건

나는 너에게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어.

 

너도 할 수 있어.

너도 나에게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사람들이 아무리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넌 너 자신을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어,

 

그러니까 말했잖아.

우린 할 수 있다고.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모든 것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모두들 서로에게

모든 것이 될 수 있지.

무한하게 허락된 바로 그것.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는

할 수 있는 거야.

 

 

------------------------------------------------------------------------------

 

내용과는 별개로 제목은 물랑루즈 한 곡에서 따왔습니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썼지요. 내용과는 좀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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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마저 소리없이 추위에 떨던 날.

난 부름에 이끌려 침상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했노라.

그때는 아직 밤이었고 사람들은 잠들어 있었네.

 

맨발에 흙이 닿았고 나는 그것들을 느끼며 땅에 입을 맞췄다네.

사람들은 내게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노라.

그들은 내게 보드라운 흙대신에 신발을 신으라 말했고

나는 그들을 떠나왔네. 그건 마을 안의 일이었으므로.

 

어느새 뛰기 시작한 내 발은 저절로 춤을 추기 시작했고

마지막 마을의 한 노인은

왜 춤을 춰야 하는지 내게 물었다네.

고생스럽고 목적지도 없는 그 춤은 도대체 무엇이오?

 

그렇게 만개의 마을을 돌았네

모두들 비웃었고 내게 질문했지.

하지만 그들이 부름을 들어본 적이 있던가?

 

이 순간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라는 것을.

변하지 않고 영원히 나와 함께 할 순간.

숨을 고르고 앞을 보면

세상이 얼마나 찬란한지.

 

그 부름이 없어도 나는 달리리라.

그것은 이미 나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

찬란한 그 순간, 영원히 나와 함께할 그 순간을 위해서.

 

--------------------------------------------------------------------------------

모티브는 수잔 보일의 이것이 바로 그 순간이야(디스 이즈 더 모먼트)에서 따왔습니다.

제 해석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노래를 듣는 순간 손이 움직인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초고는 좀 발랄한 편인데, 이건 언젠가 다른 제목으로 올라올 것 같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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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누각에 올라

옛 여인들의 웃음자욱을 쫓는다.

간드러지고 방울이 울리는 듯한 소리

수면위를 스치는 학의 발끝과도 같이

 

남아의 가슴에 살짝 자국 내고

도망가는 그이들의 웃음소리는

지금도 먼 풍경마냥 울려온다,

 

수면 위를 휘도는 그 눈매와 입매가

아련하고

제각각의 곷인양

화려한 그 모습이

다시 피어나

 

누각을 거닐 새

그대들의 모습, 나무인 듯 돌인 듯하니

어찌 그리워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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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백' 샀어.

그 말에 뒤돌아봤지.

친구네 얼굴이 아니라

그 가방을.

 

내것도 네것도 명품백

고급백 3초백

다들 같은 가방

 

그거 갖고 싶어서 계를 들었지.

정말 가지려면 계같은 걸 들어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별 거 아냐.

다들 들고 다니잖아.

근데 그게 내 몸값보다 더 비싸.

 

어쨌든 좋아. 

널 사줄테니

날 더 비싼 인간으로 만들어줘.

 

하지만

유행이 끝나면 어떡하지?

감당할 돈이 없어도

다른 인간에게 밀리기 싫어.

 

결국은 또 다시 시작하겠지.

내것도 네것도 다 명품백

다들 같은 가방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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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를 썼지만, 사실은 저도 가방 좋은 거 좋아합니다.

책 들고 다니기에 좋은 큰 가방 애호자지만...

간만에 제가 가방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큰 돈(그래봤자 중저가 브랜드지만.)을 투자하고

제 가방을 봤더니.

다들 비싼 가방에 열광하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되는 순간이었죠.

저도 속물인가 봅니다.

물론 제 가방은 국산 브랜듭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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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달란트>

 

옛날에 한 부유하고 강한 사람이 있어, 왕자리를 얻기 위해 잠시 집을 떠나 있기로 했다.

그는 세 명의 신뢰하는 종들을 불러서 자신의 재산을 맡겼다.

필요한 경비를 제외한 돈을 3분하여 한명당 각각의 돈을 맡겼는데, 돌아와보니 한 종만이 그 돈을 그대로 가지고 돌아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심은데서 거두지 않는 악하고 강한 사람이라서 내가 그 돈을 그대로 땅에 묻어두었나이다. 보소서. 당신의 달란트이옵니다.-

 

그 사람은 그 종을 당장 내쫓아버렸고, 다시는 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왕이 된 그 사람의 땅은 아무것도 그에게 주지 않았고. 종은 그대로 슬퍼하면서 이 땅 저 땅을 떠돌아다녀야 했다.

 

 

성경책을 읽다가 나는 고개를 돌렸다. 기다린지 30분이 넘었는데도 그는 도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카톡으로 재촉한지도 벌써 1시간이 넘었다. 도대체 어째서 이 남자는 돈을 갚으라고 재촉할때마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알면서도 재촉하는 내가 미웠다.

항상 이런식이다. 빌려주고, 갚지 않고, 거기다가 또 빌리고, 또 갚지 않고...

내가 잘못이다. 단지 그 외모에 혹해서 다른 친구에게 과시용으로 사귀기 시작했으니까.

나이 서른 넘은 여자가 여자들의 무대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첫째 외모가 빼어나거가, 남편이 잘났거나, 명품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나는 경제관념이 투철한 터라 고등학생 시절부터 상당한 돈을 모았기 때문에 남들이 지금은 손 벌벌 떨어가면서 산다는 명품을 여러개 가질 수 있었다. 빼어난 외모?

나에게 그건 없지만 여자들에게는 한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남자. 자신의 옆에 있는 남편이 성공의 잣대인 것이다. 처음에는 열등감이 좀 들었다. 내가 나 스스로가 뛰어난 인재지만, 남편이란 존재는 없으니까 이 나이 먹도록 싱글이면 그런 면에서 모두가 다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기 마련이다.

 

직업이 모델이라고 했던가.

부족한 외모와 잘난 남편을 둔 친구들이 명품 개수를 늘리는 동안에 느낀 열등감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던걸까.

어느날 무척 취해서 부킹을 한 나는 그 날 취기가 몽땅 다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정말 마술이 빚어낸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남자가 거기 있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듯한 외모, 갈색 피부에 옅은 금색으로 염색한 그 남자는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여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내 취향은 좀더 남성적인 형이지만, 사실 옆에 끼고 다니기에는 이런 외모가 적당했다.

그날 나는 빠르게 그 남자에게 접근했고, 서로 명함을 주고 받은지 2주도 안되어서 사귀기 시작했다.

 

[아직도 멀었어?]

 

카톡으로 다시 재촉한다.

 

[으응. 이제 막 일어났어. 자기야. 조금만 더 기다려줄래. , 어디라고 했더라?]

 

왜 이제와서 성경책을 읽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공식적으로 교회를 안 다닌지 10년이 넘었고, 교회가 말하는 달콤한 진리. 영생을 포기한지도 꽤 되었는데. 물론 영생이 아니라 영원한 지옥불이 기다리고 있는 걸 알면서도.

 

[미란다 커 카페.빨리 와. 그리고 일어났단 이야기는 1시간 전에도 했잖아. 빨리 와.]

 

사채까지 하고 있는 내가 이제와서 다시 교회로 돌아간다고?

사업은 흥하고 있었다. 남자친구도 있다. 부족할 것이 없는 삶.

? 지금 이 남자에게 뿌리고 있는 돈이란 것도 사실 많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사귀고 있는 남자는 이 남자만은 아니었다.

외모가 빼어난 건 사실이지만, 인간이 빚어낸 것이 아닐 정도로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것이 필요하다.

해결사라던가, 아니면 같은 사업의 입장에 있는 남자라던가.

그래서 총 3명이었다. 물론 나머지 2명은 애인의 입장까지 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자기야, 지금 막 샤워했다. 사진 보내줄게. 기다리는 동안 보고 있어.]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오기나 해.]

 

 

사채를 하는데는 자본금이 많이 든다. 그리고 돈을 제대로 갚지 않는 사람에게는 가혹한 요구도 해야 하는 것이 이 사업이다.

그래서 나는 철없는 동기들 몇 명을 그대로 절망에 빠뜨리기도 했다. 사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 아이들은 모두 남편 자랑을 하면서 은근히 날 조롱했던 아이들이었다.

물론 나는 그에 대한 철저한 복수를 시행했고, 그 아이들은 내가 주는 돈으로 명품에 명품을 사모으거나 남편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주식투자를 하다가 집안이 망해버리거나 했다.

 

[자기야, 난 지금 가방 들었다. 카페까지 가는데 한 30분쯤 걸릴 거야.]

 

[그래.]

 

문제는 지금 이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데 있다. 정부는 사채에 대해서 강경하게 나오고 있고, 어느 단체에서는 사채를 막자는 운동까지 벌이고 있었다.

사채는 은밀한 곳에 숨어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양지에서 운동까지 벌어지면 목이 좁아지고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직적인 사채를 막자는 운동이 오히려 어둠에서 작은힘을 행사하고 있는 자들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30분 정도라면 기다릴 수 있다.

나는 다시 성경책으로 눈을 돌렸다. 사채를 쓰던 사람 중 한 사람에게 받아낸 채색본 성경책이다. 고상한 취향이었던 듯, 목판화로 아름답게 장식이 되어 있다.

한구절이 계속 눈에 밟혔다.

나는 이 남자친구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것과는 달리 저리로 돈을 빌려주었다. 하지만 사채의 특징상 어차피 은행이자보다는 비싸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 남자는 그게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갚지 않고 있었다.

정부가 계속 사채에 대해서 강경세를 보인다면 이 정도 금액이 비는 것도 치명적일 수 있었다.

나도 다른 사채업자에게 최근 빚을 지고 있어서,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소액일수록 빨리 빨리 거둬들이고 이 사업을 접는 게 상수였다.

 

아쉽지만 여기서 끝이었다. 그 예쁜 인형같은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안타깝긴 했지만.

 

도착했어. 어디야?”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펼쳐놨던 핸드폰을 들었다. 멍청하게도 핸드폰을 열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창가자리야. 어서와.”

 

밖에는 해결사 남자친구가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핸드폰을 들면 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 1주일만이네.”

 

해맑게 웃는 남자친구의 얼굴이 오늘따라 굉장히 아름답게 보였다.

 

그러게. 돈은 갖고 왔어?”

 

, ? 인간 유혜림이 변했네. 애인끼리 만났는데 대화가 고작 그거야?”

 

그는 말을 빙빙 돌렸다.

그렇게 말을 돌리고 돌리는데 재주꾼이지. 항상 그래왔다.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원금이라도 갚아야지?”

 

, ?”

 

그는 천천히 어깨에 매고 온 가방을 내쪽으로 밀었다.

 

, 원금.”

 

이자는?”

 

원금만이라도 갚으라며.”

 

그는 되려 큰소리를 쳤다.

 

원금이야.”

 

.”

 

.”

 

그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이자는 왜 안 갚느냐고? 그거야, 너는 법정 이자율대로 안 받는 악독 고리대금업자니까 그렇지. 얼마 전에 내가 문의했더니 그런 돈은 원금만 갚아도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말 듣자마자 안 쓰고 모아놓았지. 우리 기왕 헤어지는데 좋게 좋게 헤어지자고.”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해결사 남자친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였다.

 

서로 동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남자친구를 향해서 카페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말했다. 해결사 남자친구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 뒤에 또 앉아있던 체격 건장한 남자에게 붙들렸다.

 

유혜림씨 되십니까? 서로 동행해주지요.”

 

나는 성경책을 떨어뜨렸다.

마지막 구절이 생각났다.

 

[당신은 심지 않는 데서 거두는 악하고 강한 주인이기에, 나는 당신의 달란트를 묻어놓았습니다. 보소서 당신의 달란트이옵니다.]

 

그 말이 맞았다. 원금만 남기고 그 종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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