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아이돌 노래는 즐겨도 아이돌 자체는 별로 안 좋아함.
예쁘다고는 생각하는데, 뭔가 노래 이상의 것을 기대하진 않아서...
어쩌다가 프로듀스 101의 픽미 동영상이 도는 것을 보게 되었다.
대형무대에서 101명이 춤추는 건데, 오! 마음에 들었다. 난 본래 떼거지로 나와서 하는 걸 구경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데 주로 카메라가 잡는 사람이 수수하게 생긴 귀엽게 생긴 아가씨 한명이라는 데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나중에 101명 프로필을 뒤지다보니 이름을 알 수 있게 되었다.(도통 아이돌 이름을 외우지 않는 내가...심지어 소녀시대의 얼굴을 지금도 구분 못 하는 내가..임정민이라고...

수수하게 잘 웃는 얼굴이 맘에 든다.
픽미 ! 픽미! 도 마음에 들고...

픽미가 경쾌하게 떠오르는 곡이라는 걸 생각하면 저 웃는 얼굴이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지...
다만, 픽미의 사다코 머리 안무는 영 별로였다. 하필 저 부분에 저렇게 넣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다음에 노래가 좀 더 좋은 게 또 나오면 좋겠다.임정민 양이 11명안에 들어가건 들어가지 않건 맘에 들었다.
프로듀스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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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야 저렇다지만, 실상은 간단합니다.
이제 겨우 20번째 들어서 귀에 익을락 하는 그 순간, 삑사리를 내는 시디...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보면 처하게 되는 그 순간.
네. 맞습니다. 시디가 닳은 거죠. 어떤 분은 플레이어 안에서 시디가 박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하필이면 앞부분 다 끝나가고 2시디의 16, 17번 트렉이 삑사리를 냈습니다.
주인공 루치아가 죽고, 주역들이 애도하는 그 부분이!
겨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감격한 그 순간!
아아...이럴 수가. 이해될 때까지 튼 게 겨우 20번이었건만.삑사리 나기 전에 리핑해놨어야 했단 말인가...
리핑 시디도 한 6번 굴리면 박살이 나길래 음반사의 시디를 구입했건만.
정품이나 가짜나 비슷하단 말인가..;;;;;;
하필이면 딤라우(담라우였던가?)의 판이 음원시장으로 직행하는 통에, 이젠 원본은 거의 구할 수가 없을텐데...;;;;
아직 1시디가 그렇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2시디도 앞부분은 괜찮았으니 1시디도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저의 루치아는 죽었어요...박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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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써나가고 있었는데 모티프가 어떻게 되느냐고 말씀하시니...

음,거기에 대해서 깊게는 생각하고 있진 않았어요.

근데 저도 정리는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아직까지는 초반부이고, 보시는 분들도 별로 없고 해서, 그리고 중간에 망가지는 일이 자주 있는 제 소설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그냥 저를 위해서도 한번 써봅니다.

 

1. 내용.

 

사실 간단한 거였어요. 제가 17살때 그나마 형태를 갖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지 한 몇년 되었을 쯤이고, 그 전에는 만화같은 이야기를 많이 만들었었죠. 소설에 대한 갈망은 컸는데, 아직 어리다보니...;;;;;;;;

지금 생각해보면 17살때 썼던 거나 그 전이나..싶지만.

하여간 졸업해보자는 의미에서 17살때 17편의 연작 소설을 써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친 것이 바로 박희정 선생님의 '호텔 아프리카' 였습니다.

 

호텔은 너무나 먼 이야기이니, 전 그당시 생소했던 외국식 카페를 주제로 만들었죠.

사라진 아들. 이라는 모티브를 잡아서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가 꾸려나가는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1편 내용이 그때 그 내용이었어요.

그러다가 외국이라는 내용으로 하기에는 제가 뭘 모른다고 생각해서 총 17편짜리가 한 6편까지 만들어지고 없어졌죠.(옛날 그 원고 갖고 있었는데 다 어딜 갔는지...)

마지막 결말은 만들었어요. 그리고 아마 제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으면 그 결말이 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이어질 듯 하군요.

 

중간에 한국으로 배경을 바꿔서 대대로 이어져내려오는 카페 이야기도 썼는데...그것도 음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하필이면 왜 서양식 카페여야 했단 말인가. 지금이라면 한국식 카페도 많이 있는데...)중간에 접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배경을 옮겼죠. 내용도 대폭 바뀌어서 주인공들의 외모도 많이 바뀌었어요. 17세때의 주인공은 무슈(배경은 미국 내슈빌)라고 불리는 노인이었고, 중간에 나온 한국식 카페는 주인공들이 여러명이어서, 주인이 계속 바뀌었죠. 아이스크림 가게는...음, 할아버지 계속 나옵니다.

 

뭐, 몇개의 페이퍼에 쓰다시피 저 음식 좋아합니다. 특히 맛있는 음식 좋아합니다.

그래서 요리 만화도 많이 보고, 수험생일때는 희귀한 레시피를 보면 꼭 만들어보곤 했었어요.

손이 곰손이라 실패만 했지만...

 

음식을 좋아하다보니 소설도 카페 소설같은 걸 자주 썼는데, 언제부턴가 아기자기한 그런 맛이 있는 소설은 접었죠. 스케일 엄청 크으으으은것 잡아서 막 썼는데, 워낙 음침하고 냉정한 소설이다보니 (물론 못 쓴 탓도 있었겠지만.)호응이 없죠. 후후.

이번에 다시 시작한 이 가게 이야기는 좀 아기자기하게 가렵니다. 뭐, 중간에 멈출 일도 별로 없을 것 같네요. 이 주제로 벌써 3번째이다보니. 네번째는 없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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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이 생각보다 더 빨리 다가왔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보았다. 언제 도착할까?
출소일이라고 했을 뿐, 그는 몇 시에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조용히하라고 한 후 가게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그리고 수업을 당당히 째고 들어왔는지 부장도 부실에 들어와 앉아 있었다.

"너 수업은 어쩌고?"

"선생님이 여기 계실 것 같아서. 마침 제 감이 맞았네요."

그 녀석은 웃지도 않고 폼을 잡았다. 물론 난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대로 꿀밤을 먹이려다가, 잠시 멈췄다.

"부장."

"네. 선생님."

"너 라이벌을 만나고 싶어서 그러지?"

"아..."

"나가자.."

나는 어디에나 들고 다니던. 마크 코어스 핸드백을 들었다.  한때 그 남자가 사랑하던 나는 이제 명품이라면 들고 보는 어디에나 보는. 평범한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사이에 스토커 짓을 하고 누군가를 다치게 해서 몇년간 교도소에 있었다. 한때 아름다운 사랑을 속삭이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그 빛이 어두워진다.
하지만...

"선생님."

부장이 말했다.

"정말 나가고 괜찮으신 거에요? 작별 하실 거 아니였어요?"

"작별할거야."

내 싹뚝 지르는 답변에 부장은 잠시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선생님...저기..."

"너에 대한 대답은 겨울에 할 거야."

사랑에 대해서 답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사람을 품는 것에 대해서라면 답은 있다.
그 노란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여러개 찾아봤다. 노란색만을 내는 것이라면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결정한 레시피는...

"이게 정말 맞는 걸까요? 선생님?"

부장이 그렇게 말했다.

"그 사람한테 상처만 주는 거 아닐까요? 그냥 모른다고 하는 게 나았을 지도 모르잖아요."

[그 분한테 상처주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대학시절 고백했다가 교생실습 때 다시 찾아온 남자에게 생각해보자고 한 후 돌려보냈다. 무척 싫은 남자였다. 그 점을 지적하는 그에게 무심코 그렇게 대답했다.

[아, 노선생님이라면 그럴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알고 있어."

나는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선생님. 저 외출증!"

"에이. 성가시게 하네. 지금 외출증이 문제야!"

"선생님!"

대리석 계단이 보인다. 그리고 약 700미터 거리의 철문.  너머에 있는 모퉁이의 아이스크림 가게..
잘되지도 못되지도 않는 그런 가게.  거기에 나, 노란 손수건을 나무에 매달리라.
힐을 벗어던지고 달린다. 아직 그가 있을 거다. 항상 그를 향해서 고정되어 있던 내 안테나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왜냐하면...

"아, 오셨군요."

길노인이 싱긋 웃었다.

"그. 사람 왔나요?"

당신을 용서할 게요. 하지만 사랑은 할 수 없어요.
그 대답보다는 용서할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라고 해야 할까.
물론 지금.

"돌아갔습니다. 선생님."

"그 레시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길노인은 빙긋 웃었다.

"잘 먹고 간다.고 하더군요. 알겠다고 대답했어요."

"그 레시피, 틀린 거였는데..."

나는 울어버린다.
그가 잘 먹던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망고. 아이스크림이었다.  그건 샛노란색의 달고 신 맛이 있는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었다. 길노인의 아들은 거기에 살짝 레몬과 파인애플을 가미한 트로피컬 아이스크림을 만들었었다.

왜 잊고 있었던걸까. 내게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어서?

"선..생님...?"

용서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세상에서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 하나없다고 오해하고 떠나버리면...그 사람이 상처받으면...
아니, 내가 상처받는게. 두려운 거겠지...

정문에서  등을 돌리고  살짝 눈가를 훔치는 내게 부장이 뭐라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난 진심을 털어놓고 싶었다.

"노란 색을 내려는데 너무 집중했어요...그래서. 시고 노랗게 만들려고,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다가...레몬과 파인애플을 같이 넣어서 갈았죠, 시트러스. 아이스크림이었어요...(글쟁이주: 레시피는 유명 과일 브랜드 돌의 아이스크림기계 요나나스 레시피에서 따왔습니다.광고는 아닙니다.)하지만 그 사람이 즐겨먹던 아이스크림은 아니었어요..."
"선생님...뒤에..."

"선생님,취직시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낯익은 목소리.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약간 긴 머리에 샛노란티셔츠를 입은 그가 서 있었다.

"아...선생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아,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말이죠. 이제 같이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요..."

1년전까지 음침하다고 불린 그 사람이 맞나?

"저도 이제 신경통이 있어서 청소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숙식해결하고 아르바이트로 일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보다 미남이니 손님도 많이 오겠죠?"

"......"

그 남자는 내게 고개를 살짝 끄덕여보였다.  직접 말을 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이미 우리 둘 사이에 말은 필요 없었다.
더 이상 연애를 다시 시작하자거나, 용서해달라거나...그런 말은 필요가 없었다.

"가자."


"선생님?  그게 다에요?"

"너, 수업 중간에 째고 나왔지. 들어가면 혼날 각오 해."

"하지만 선생님도 수업 중간에 째고 나오셨잖아요."

"흔한 관용구 하나 들려주리?"

"예?"

"넌 학생이구, 난 선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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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0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스크림의 가게가 이 소설의 어떤 모티프가 될 지
궁금하네요.

태인 2016-02-0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배경입니다.나중에 따로 쓰겠지만 원래는 카페이야기였어요
 

아이스크림은 적어도 베이킹 분야와 비교하면 쉬운 편에 해당한다. 얼음이 살짝 어는 정도라던가, 달걀, 우유등의 재료의 양 조절 등이 약간 문제점이 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쉽다.
아니 심지어 기계라도 구입한다면 머리는 돌아가고 손은 쉬는 셈이다.
그걸 아니까 저 노인도 이때까지 꾸준하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던 거겠지만.
나는 화이트 초콜릿 아몬드 아이스크림 한 입을 넘기면서 노인이 판매대에서 조용히 계산하는 것을 보았다.
저 노인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있는 거지?

"더 갖다드릴까요?"

학교에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제공하는 일이나, 경찰들에게 50% 할인가로 판매하는 건 그의 재산을 고려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은 다들 별 거 아닌 일로 생각하지만 옛날에 저 길노인은 목공업을 해서 큰 재산을 모았다. 아들 일만 아니었다면 목공일을 거쳐 마련한 건축업을 그리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오. 되었습니다. 선생님. 잘 먹고 갑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참 많았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이 가게의 간판을 자진해서 만들고, 메뉴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겁없이 그에게 덤벼들어서 점점 더 앞으로 나가게 만들었다.

"잠깐만요."

노인이 날 불러세웠다.

"아까전에 한 손님이 이걸 선생님에게 전해 달라고..."

"네. 감사합니다."

기계적으로 대답한다. 이것은 ...그러니까...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손수건에 쌓인 책갈피 하나. 그는 늘 그런 식으로 내 뒤를 쫓아다닌다.
길노인이 자기 자신의 저열한 호기심을 만족시킬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이번에도 한숨을 쉴 뿐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 물건이 자신의 손에 들어올 일도 없었을테니.

길노인은 이상한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 그의 아들이 이곳에 가게를 얻었다. 길지 않았다. 그녀가 부임해 오기 전, 그 책갈피의 주인이 이곳에 있었을 때...
그때 길노인의 아들은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무엇때문에 그는 아이스크림만 팔았던 것일까.
분식집과 겸했더라면 돈을 더 벌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이유를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밝게 웃던 책갈피의 그.
부임받기 전 얼마동안 사귀다가 그의 순수한 얼굴에 속고 말았다. 용서할 수 없었다. 그대로 헤어졌고, 그는 부임지를 떠나고 얼마 뒤에 교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이어진 피투성이 소식들. 그는 얼마 후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건 그맘때쯤 아들이 행방불명된 후 이 가게를 사들인 길노인이 이곳으로 온 것과 거의 비슷했다.

[나는 노 선생님만 보면 웃음이 나요.]

그가 그렇게 말했다.

[왜요?]

[세상 시름을 다 잊고 사는 것 같아서, 아직 어려서 그렇겠지만, 난 그래서 노 선생님이 부러워요. 사진 한번 같이 찍지 않을래요?]

그런 식으로 넘어간 여자들이 많다는 걸 안 건 훨씬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몇 여자들로부터는 그가 스토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헤어지자고 하는데도 억지로 따라다녔다고...
하지만 내가 헤어지자고 한 후 그는 조금 섭섭해하긴 했지만 이내 떨어져나갔다.
그제서야 알았다. 그가 다른 여자에게 쏟았던 만큼의 애정이 없었다는 걸.

잠시 안도했지만 내내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어째서 난 그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걸까. 그리고 그는 어떻게 나온 거지? 소름이 어깨에 오소소 돋았다. 어째서 나온 거지? 어떻게 나온 거야? 내겐 어떻게 연락을...
나는 허겁지겁 손수건을 풀어헤쳤다. 그리고 나온 책갈피...

[내가 지은 죄가 많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노선생. 당신에게도 폐를 많이 끼쳤지요. 난 너무 내 감정만 생각한 것 같습니다. 노 선생. 지금이라도 날 용서하고 다시 시작해줄 순 없나요? 출소일은 아직 멀었습니다만, 곧 출소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배신감이 들었다. 
배신감. 그 많은 여자들에게 했던 말들.

만약 용서해준다면...

그가 한 말들.

노 선생. 예뻐요.
노 선생. 잠시 업어줘도 될까요.
노 선생. 낙엽 이쁘죠?

노 선생.


노 선생.


노 선생.

노 선생님!

목소리에 그만 깨버렸다.

"선생님."

문예부 부장이 날 내려다봤다. 아, 방과후 교실에서 그만 졸고 말았구나.

"응?"

"오늘 숙제 내주시기로 했잖아요. 그리고 아이스크림 사주신다면서 혼자서 드시고 오셨죠!"

"그건 너희들이 숙제를 다 해왔을 때 이야기고! 오늘은 너 하나밖에 안 가지고 왔잖아!"

문예부는 느슨한 조직이다. 열심을 가지고 있는 건 부장 한 사람뿐이고, 나머지는 그저 건성건성.
그나마 부장이라는 녀석도 뭔가 노리고 있는 것 같다. 주로 아이스크림에 꽂힌 모양이지만.

"읽어주세요."

읽기도 힘든 갱지에 빽빽하게도 쓰여 있다. 아니, 이녀석은 원고지에 작성해오라니까 그 말도 안 듣고!

"읽기 힘드니까 네가 읽어줄래?"

"오늘 선생님 많이 힘드신 것 같은데...그냥 숙제만 내주세요. 읽는 건 나중에..."

"읽어!"

내가 종주먹을 들어올리자, 그제서야 녀석이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첫마디가.

"내가 사랑하는 선생님께."

푸웁! 그만 공기를 내뱉으며 나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부장을 봤다.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이...그러니까 선생님이 읽으시라니까..."

그걸 끝까지 다 읽은 부장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알았다. 아이스크림 사주마. 가서 이야기하자?"

"숙제는요?"

"스토커로 해와."

녀석의 얼굴이 암울해졌다.

-----------------------------------------------------------------------------------------------------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나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나는 선생님이고, 너는 아직 어리다.그리고 사랑이란 건 그런 게 아니다. 등등...

"근데 왜 숙제가 스토커에요?"

"음...그건."

책갈피에 적힌 날짜를 읽는다.

"8월 3일이 되면 알게 돼."

"왜요?"

그걸 왜 말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아직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내가 너무 사랑하는 노 선생! 만약 8월 3일에 내가 출소하게 되면 나는 예전에 내가 부임했던 그 학교로 돌아갈 겁니다. 그 학교에 옛날 우리 둘이 갔었던 아이스크림 가게가 다시 문을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잘 먹던 아이스크림을, 그 사장님께 부탁해서 노란 아이스크림, 내가 잘 먹던 ,딱 1인분만 만들어달라고 해주세요...아마 그 날 수업중일테고, 당신은 날 보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만약 그 메뉴가 올라와 있다면,나는 당신이 날 용서하고 다...>
그 이야기를 들은 부장이 화를 냈다.

"그건 자기 멋대로 잖아요."

"그래도."

"선생님, 그 아저씨보다는 내가 더 나아요! 잘 할게요!"

"뭘 잘해!"

그제서야 나는 기분이 탁 풀려서 부장의 머리에 알밤을 먹였다.
 
"근데 너무 고리타분하다. 노란 손수건 같네."

"1인분이니까 만들기도 귀찮을 거야."

나는 떠올렸다. 그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그는 베스킨라빈스 31도 꽤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인공적인 색감은 그가 원하는 건 아닐테고...
도대체 그가 말하는 메뉴라는 게 뭘까?

나는 나도 모르게 길노인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내 말에 그가 날 쳐다보았다.

"그 손수건 남자가 잘 먹던  노란 아이스크림 생각나시나요?"

"...음, 전 그때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손수건 남자라면 그 노란 손수건의?"

그러고보니 이때까지 전달받은 손수건은 다 노란색이었다.
이렇게 되면 용서해주고 싶어도 메뉴를 알 수 가 없다. 하긴, 어차피 우린...헤어진 사이니까.

------------------------------------------------------------------------------------------------------다 잊어버렸다는 내 말에 부장이 화를 냈다.

"왜 잊어버렸어요!"

"그걸 알면 내가 왜 여기에..."

"차라리 잘 됐어요. 선생님. 차라리 나랑 사귀어요!"

"에라이. 이녀석아!"

길노인은 참견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하게 그날 그날 분의 아이스크림을 내갈 뿐.


"그럼 있잖아요. 선생님."

"응?"

"아주 신 아이스크림을 내놓는 거에요...시고 달고...노랗고. 손수건처럼."

"......"

"너하고는 상관없잖아."

나는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선생님, 거절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요. 그냥 어영부영 넘어갈 생각이에요? 그래도 옛날 애인이라면서요."
"......"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할말이 없었다. 중학생인 애가 저렇게 똑부러지게 말하는 데 나이도 먹은 넌 도대체 뭐하는 거니. 노영희!

"...맞아. 그러고보니 그 사람, 신 걸 좋아했었어..."

레몬에이드,자몽주스, 오렌지 주스(는 하지만 색소들어간다고 그렇게 썩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를 좋아했다. 그 사람은...

"노란색...흐음.  할아버지는 모르시겠다고 하고..지금 메뉴에는 노란 메뉴가 없는데요? 그래도 오렌지하고, 레몬은 될 것같은데..."

"레몬은."

그때 길노인이 참견했다.

"레몬아이스크림을 만들면 색깔이 노랗지 않습니다. 아주 하얗죠."

"오렌지 아이스크림은요?"

"그건 주황색이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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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0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아스크림 가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설이군요. 다음이 기대됩니다 ^^

태인 2016-02-0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