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그대.


생각나는 말이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는 그렇게 타자를 쳤다.
그녀도 타자를 쳤다.
애인에게 쓰는 글이었나요?
아니오.
남자가 대꾸했다.
그냥 생각난 게 저 단어들이었답니다. 마감은 곧 있는데 쓸 말이 생각나는 게 없군요.
마감 생각하지 말고 주욱 써보세요.
여자가 그렇게 스마트폰의 타자를 멈추고 커피를 앞에 둔 남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남자가 카톡을 날렸다.
왜요?
시선이 시끄러워서요.
어머. 그럼 제가 나갈까요?
아니오. 됐습니다.
그는 끙끙거렸다.
잘되었네요. 저는 잠시 뒤의 약속이 여기라서. 막상 나가도 할 일이 없거든요.
...잘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남자가 한숨을 쉬면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그는 그게 무슨 쓴 독이라도 되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얼굴 근육 하나하나가 그 독에 중독이라도 된 듯 얼굴에 굵은 자국을 남겼다.
멋있어요.
그녀가 스마트폰으로 두들겼다.
예?
그 오묘한 표정이 멋있어요.
그 말에 남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고...고맙습니다.
별 말씀을.
남자는 다시 타자를 쳤다.

그대 그리고 그대
내 머릿속에 생각나는 건 오직 당신뿐.

한 문장 다시 늘어났네요?
역시 연애소설이군요.

그녀의 말에 그는 다시 타자를 쳤다.

하지만 당신 옆자리가 비어있는지 
난 확신이 없네.

어머.
그녀가 말했다.
이미 애인이 있는 사람인가 봐요?

뭐, 알 수가 없으니까요.

남자가 카톡을 날렸다.

이게 연애신지 연애 소설인지는 모르겠어요. 좀 더 나가면 치정 사건이 될 수도 있겠죠.

치정사건이면 흥미진진하겠는데요?

여자의 말에 남자가 흥미를 잃은 듯 짤막한 카톡을 보냈다.

전 그냥 솜사탕같은 연애물이 좋아요. 치정사건까지 가면 너무 감정이 깊거든요.

난 당신의 말을 듣지.

연애시?

여자의 질문에 남자는 쉿! 하고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하지만 당신은 내말을 들을 수 없네.
괜찮아. 내가 당신 몫까지 다 듣고 있어.
듣지 못한 들 어떻다고.

그제서야 여자의 얼굴도 약간 분홍빛을 띠었다.

우린 적을 수 있어.
사랑을 적을 수 있지.
그대는 나의 그대
나는 그대의 그대.
그대로 사랑을 나눌 수 있어.

순간 참지 못하고 여자는 벌떢 일어나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사랑해요!

역시 분홍빛이 된 얼굴로 남자는 카톡을 다시 날렸다.

사랑합니다. 그대. 사랑합니다.

그리고 남자도 여자를 격하게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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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가라...
싸이의 노래를 배경으로 깔면서 삼촌은 발가락으로 요가를 시연했다.
저런 유연성이면 확실히  어디가도 한판은 벌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째서 아버지의 구박을 견디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삼촌, 요가 학원  차릴 생각 없어?"

내 말에 삼촌은 연체동물처럼 유연한 몸놀림을 보이면서 말했다..

"등록부터 해야되잖냐. 돈 없다. 귀찮구."

"....아부지는 삼촌이 취직만 하면 업고 다닐거라던데."

"흥. 형같은 늙다리가 날 어째 업어."

다리밑에 얼굴을 놓고 하는 말 치고는 천하 태평이다.

"내가 보기엔 삼촌 적성은 요가인것 같아."

"도인하려면 어렵진 않아."

"......"

한숨을 쉬는 내게 삼촌이 기묘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늘 하는 이야기였지만 오늘은 거기서 살이 더 붙었다.
삼촌이 요가를 하지 않는 건  인도에서 진짜 요기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때  삼촌은 대학가에 도는 적게 먹고 잘 사는 법에 심취했다고 한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을  자본주의가  차려놓은 조그만 밥상이라고 생각했던 삼촌은 여기저기 말썽을 피우며
지냈다.물론  말썽을 피우는 건 술마시는 건 아니었다. 아버지 말마따나

"안 그래도 골 아픈놈이 술까지  퍼먹었음, 내가 어매  보기  그래도 내 손으로  때려잡았을 거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당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것이 모든 자들이 환생으로 모든 것으로 견뎌낸다는 인도였다.
내생을 믿기에 자본주의에 잘 따라가지 않는다는 겉보기에 현혹된  학생들이 치기에 못 이겨 떠난다는 곳.

그렇게 당시 배낭여행붐을 이용해 삼촌도 잠시나마 인도로 향했다. 인도에서 있었던 일이나 그 밖의 다른 곳을 여행했던 이야기를 삼촌은 해주지 않았다.다만 가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구경 한 썰이나 풀었을 뿐이었고, 그나마도 그건 다 거짓말로 판명이 되었다.

"인도에서 도인 되는 법 배워온거야?"

내 말에 삼촌이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도인이 되었으면 내가 여기 있겠니?"

삼촌의 말이 이어졌다. 본인은 본토박이 인도 요가를 배웠지만  그건 소화불량에나 도움되지 돈이 되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본인은 요가를 종류별로 다 통달했는데, 실용성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삼촌은 잠시 망설였다..

"너,  내 가방에 들어있던 도마뱀들 기억나냐?""

"...엄마가 냄새난다고..."

가방을 털자 와르르르 먼지와 함께 아마 삼촌의 요가스승들이 선물로 준 듯한 두텁한 책과 도마뱀 12마리가 굴러 떨어졌다. 도마뱀들은 삼촌 뒤로 나란히 도망쳤고, 삼촌은 아버지에게 수족관을 빌려 도마뱀들을 키웠다.

삼촌의 애완동물 키우는 실력이 없어서 그랬는지, 한마리   두마리 죽더니 그 이후부터는  어머니가 쓰레기통에 버린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남은 10마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삼촌은 느긋하게 수족관을 보더니 말했다.

"득도들 하셨군."

"그래서?도마뱀 안 불쌍해?"

"....설마.짐덩이를 좋아하는 수련자는 없다. 이로서 한 겁  벗은 거지."

삼촌은 다시 우두둑  몸을 꺾었다.삼촌의 말은 이어졌다.  인도에서 유명하다는 요가선생들을 따라다니며 요가를 배웠지만 대부분 요기들은 별 다른 말 없이 행동으로 수련을  했다고했다.
근육으로 달성하는 도...
삼촌은 의외로 스마트한 타입이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모신 12명의 요기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스승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12명의  요기들이 입을 열었다.  우리도 가끔 텔레비젼을 본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잘 산다면서.
그럼 우리를 데려가주지 않겠나

삼촌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요기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어떻게 가시려고요?"

요기들은 표정없이 삼촌의 배낭을 가리켰다.

"그렇게 해서 12명의  요기들은 자본주의의 애완용 도마뱀이  되었지. 아님 뱀탕 재료로 들어갔던지."

"...삼촌..."

아버지한테 들려주면 아버지는 틀림없이 삼촌의 어깨를 탁 치면서 이렇게 말할 게 틀림 없었다.

"네가 맘 고생이 심해서 드디어 돌았구나."

"근데."


삼촌은 연체 동작을 다시 시연하면서 말했다.

"내가 인도에서 도마뱀들을 원없도록 구경하면서 느낀 건 꼬리를 언제건 떼놓고 도망갈 수 있다는 거지."

"......."

"도마뱀은 비정한 파충류야. 기르기도  힘들고...하지만 본인은  마음이 편할 거 같다. 그러고보니 한마리 더  키우고 싶은데?"

그리고 그 다음날, 나는 삼촌방을 열었다.
삼촌이 그 전날 밤, 갖다놓았던 12마리의 도마뱀이 있었던 수족관 안에 조금은 퉁퉁하게 생긴 유연한 도마뱀 하나가 혀를 낼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책상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인간 장학우, 자본주의에서 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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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로 따지자면 도미는 귀한 선물이었다.  도미는 엄청나게 컸지만 볼살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볼살만 올린 밥상을 받은 그는 그제서야 그 자리에  앉은 것을 실감하는 것처럼 보였다.

"허어.. 호사스럽군요."

"별 말씀을..."

바둑계의 거성. 젊은 나이에 9단을 얻은  그는 바둑계와 계속 충돌을 해왔지만,  가끔 물심에는 마음이 약해지곤  했다. 상대가 어떤  무기를 들고 올지 몰랐지만...젊으니 알 턱이 없었다.

"9단. 혹시 사귀는 여성이 있습니까?"

그 말에 25세의 9단은 잠시 오물거리던 입을 멈췄다.

"사귀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연을 하나 놓을까 합니다만."

상대는 재벌그룹의 접대를  맡은 상무이다. 어지간한 상대를 데려올리 없다. 9단은 호사스러움을 먼저  맛본 후 이내 그 자리의 무거움도 실감했다.

"아, 나갈 것을 괜히 들어왔군요."

25세의 9단은 한숨을 쉬었다. 9단에게는 물론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귀는 여성이 있었다.
부모가 심하게  반대하는  통에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몰래 사귀고 있었다.
30세가 되면 결혼할 생각이었으므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9단은 그저 좋을 뿐이었다.

"사귀는 여성이 있습니까?"

재차 질문이 들어왔다.9단은 망설이는 듯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까? 그러면..."

그리고 1년  후 9단은  상무가 권해준 여성과 결혼을 했다. 
30세가 되던 해, 9단은 웬만한 바둑대국에서 연승을 올렸다.

"연승 축하합니다."

마주선 자리에서 9단은 씁쓸하게 웃었다.아내가  출산때문에 병원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도 9단의 연승은 계속 이어져갔다. 다만 한 여성을 만나기 전에는..

"다만, 나하고 두는 것이니 연승은 이제 끝난 거죠. 그렇지 않나요?"

손미정 8단은 9단보다 2년정도 입단 일자가 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차분하게 승급해 이제 10대국만 승리하면 9단 승급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에도 내가 이길텐데. 쓸데 없는 설레발을..."

9단의 다소  무례한 말에 그녀는 생긋  웃었다.

"이번에 아기까지 얻으면 당신은 정말 행복하겠네요."

그 경솔한 성격탓에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은 9단을 비웃는 듯 했다. 9단이 냉랭하게 대꾸했다..

"그렇게 좋으면 당신도  한번 해보지 그래?"

"...어머. 혀에 침도 안 바르고..."

선수가 정해지고 두 사람은  반상에 바둑판을 응시했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처음으로 9단이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입회인이 있기에 더 이상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달그락 거리는 바둑돌소리가 이어지고 좀 있다가 결판이 났다.

손 8단 승

그리고 10분후 9단의 아내가 무사히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이 전화로 전해져왔다. 9단의 연승 행렬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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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알라딘 메인에 뜬 LG다니는 분이 썼다는 메모 관련 서적을 읽고, 마인드 와칭 블로그에 가보았다.(그분의 블로그 명이 마인드 와칭이다.)

책 나오면서 블로그 몇부분을 비공개처리 하셨는지 관련 포스팅은 11개뿐이었다.

그래도 대강의 틀이 보였고, 맘에 들었기에 알라딘에서 주문을 했다.(알라딘이 완전히 좋아진 건 아니다. 여전히 그때 감정은 남아있다.)

 

하여간, 그 블로그에서 보니 만페이지를 읽는 방법...이라는 부분을 보니 하루에 33페이지만 읽으면 된다고 한다!

안 그래도 책은 쌓여 있고, 독서량은 점점 줄고 웹서핑하는 시간은 늘어나니...;;;;;;

읽어보고 브라보! 라고 외치고 실행한지 이틀되었다.

어제부터 잡은 책이 상징적(?)이랄까.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이북)이다.

 

한 몇달쯤 철학자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다가 교보에서는 하우 투 리드 라캉. 을.

알라딘에서는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을 구입했다.

하우 투 리드 라캉은 예전에 읽다가 중간에 놔둔 것인데...전반적으로 읽기 쉽게 적은 책이라 그만두었던 것을 후회하고 다시 읽고 있다.(공교롭게도 하우 투 리드 라캉은 지젝이 저자다.)

하우 투 리드 라캉은 주로 자면서 읽고,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은 산책시간에 읽는다...

하여간 철학서들은 요즘 다들 그런가. 꽤 재미있다.

속도만 내서 읽다가 , 다시 3번 읽어야 하는 내 멍청한 머리를 생각해보면 그저 재미있어할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69페이지.

제 7장 민주주의외 민주진창. -호모 서케르에서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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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길...남자인가 했다.(아나운서이고, 현재는 여행책을 낸 작가다.)

산지는 오래되었는데 첫번째 인상이 그다지 안 좋아, 달갑잖게 여긴 책이었다.

그래, 손재주있고 머리좋고, 성격 좋지. 그런데 그 손재주 나는 없어서 상관없는 것 같은데?

근데 다시 읽어보니 첫인상이 반전이었네.

 

이런 참하고 똑똑한 사람이 있을 줄이야.

옷도 만들어 입고, 베란다 채소 키워 먹는 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데

또 굉장하다고 생각하면 굉장하다.

난 명품은 안 사입지만, 그래도 만들어서 살아간다는 건 정말 귀찮았을텐데.

 

특히 냉장고에 포스트 잇 3장으로 식경제의 기틀을 잡아간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될 거 같다.

예전에 인상 별로 안 좋을 때도 이 부분만 필사한 적 있는데...

이번에 또 필사를...

 

본래 재테크 책이라는 것이 자기 돈자랑...이라지만, 항상 보면서 배울 것은 있으니...

그래서 재테크 책도 자기계발서로 넣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항상 배울 만한 내용이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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