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의 북서쪽에 위치한 밀궁에 시녀 하나와 내시 하나가 손을 꼭 잡고 들어갔다.

“아이, 이러다 들키면 어떡하지?”

“걱정마. 이쪽으로는 아무도 안 와. 여긴 보물 수장고거든.”

“어머, 그럼 더 안되잖아.우리 나가자...”

소녀의 말에 청년이 대꾸했다.

“여기 보물은 걱정 안 해도 돼. 진짜 아무도 안 온다니까. 내가 확인하고 또 확인했는데 내 말을 못 믿겠어?”

청년은 소녀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하지만 소리지르면 누군가가 올지도 모르지. 그러니까...조용히...”

그런 그들을 누군가가 안광을 빛내면서 안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궁의 수문장.
밀궁의 거미라고 불리는 자였다.

“자, 준비 되었지...?이쪽으로 와.”

청년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한쪽으로 데리고 가면서 보물들을 설명했다.

“이건 동방 용아족을 정복했을 때 그 왕으로부터 거둔 것, 이 버섯은 영자라고 하는 건데 300년전 피어난 걸 거둬온 거지. 아직까지 쪼그라들지 않아서 신비의 버섯이라고 불리고, 그리고 이 해골은...”

청년은 손에 쥔 해골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이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진짜 해골이다.”

“자기야, 소리 지르지 않기로 했잖아. 일부러 겁주는 거지?”

“아...아니...으아아.”

소녀의 바로 뒤에 안광을 형형히 빛내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다리는 8개인 궁중에 대대로 내려오는 비전의 수문장이.

“어디보자. 그 해골은 내가 술을 부어서 마시는 술잔인데...이제 네 머리통으로 해볼까?”

청년은 그래도 무공이 강한 편인지 소녀를 나꿔챈 후 방에 뒹굴던 보검 하나를 꺼내들고 거미를 상대했다.

“호오, 용기가 가상하거니.”

거미는 냉정하게 대꾸했다. 칭찬이 칭찬이 아닌 듯...

“그 보검이 뭔지는 아느냐? 태조가 이 왕조를 여실 때 내게 맡기신 물건이야. 나같은 천한 것이 만질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거미는 바닥에 늘어져 있는 보라색 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자아. 한판 해보자꾸나.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네가 2번 이기면 나가게 해주며. 안 그러면 네 해골짝을 내놓아야 할 게야.”

비록 상대가 무섭기는 생겼지만 손에 쥔 것이 보검인데다가 가위바위보만 하면 된다는 말에 청년은 무섬증을 잃었다.그리고 호기롭게 말했다.

“흥! 그까짓거. 그 전에 저 소녀는 나가게 해줘.”

“오라버니!”

소녀는 거미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저희 둘다 그냥 보내주세요...잘못했으니 아무쪼록 오라버니도 그냥 보내주세요...”

“...그럴까?”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수문장이 그렇게 말했다.

“...뭐? 감히 도발을 해놓고는...”

청년이 그렇게 말하면서 보검으로 수문장의 다리를 쳤다. 애초에 그는 가위바위보를 할 생각이 없었다.

“어린 놈이.”

수문장은 긴 다리로 청년을 후려갈겼다. 그냥 거대한 거미의 다리가 아니라 그것은 백금과 강철로 만든 8개의 의족이었다.
그리고 그는 한 손으로 든 보라색 천으로 청년의 목을 감았다.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의 발에 감아 힘을 주었다.


뚜뚜뚝.


목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청년 내관의 숨이 끊겼다.
소녀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혼절하고 말았다.

거미 수문장은 머리를 긁적이면 중얼거렸다.

“나라고 꼭 그러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말이지...그나저나...이거 빙타편을 감쌌던 천 아닌가? 이게 왜 이렇게 따로 나와 있지?...자고 있는 동안 누가 훔쳐갔나? 황제가 알면 큰일인데...”

그는 한동안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호쾌하게 말했다.

“좋아. 황제가 알기 전에 돌려놓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그날 거미는 밀궁의 문을 열고 8개의 다리를 어기적어기적 거리면서 경공술을 써 수도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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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맹약을 새로 맺으러 기혁과 시길이 왕 앞으로 나가자, 왕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야, 이건...이라는 표정같다고 혁은 생각했다. 왕은 충성맹세를 받아들이고, 시길을 평민으로 내렸다.
흔한 맹약이거든...하는 얼굴에 시길은 등에 땀이 솟았다.
지금은 저런 표정이지만 공주가 임신한 것이 자신의 아이라고 알게 되면...

“자넨 가보고.”

혁에게 그렇게 말한 후 왕은 거의 왕좌에 엉덩이도 걸치지 않고 홀을 들었다.

“왜 너만 두었는지 알겠지?”

시길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어?”

왕은 왕좌에서 튕기듯이 일어나서 발로 시길의 가슴팍을 확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쳤다.
시길은 뒤로 물러났다가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지금 상황이 파악이 되나? 안되나?”

“폐...하.”

“내 기분 개떡같은 거 아느냐고. 네놈이!”

“......”

“그 앤 원래 그런 애다. 너하고 결혼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어. 하지만 이미 정해진 걸 어떻게 무르려고! 네가 그 왕자의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죄송합니다.”

“연극은 그만해.”

왕은 분노를 이내 가라앉히고 시길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 애 네 애가 아닌 거 안다.”

“...어떻게...”

“딱 보면 알아. 공주하고 내가 얼마나 친분이 깊은지 모르나?”

“...그럼...”

“넌 다시 귀족이 되는 거지...좋은 거래야. 하지만 넌 거기까지 머리 굴릴 위인이 못되지.”

“.....”

“가 봐.”

왕이 다시 손가락질을 하다가 멈췄다.

“잠깐.”

“네?”

“너, 기왕 우리 왕가 사람이 되었으니...내 부탁 한가지만 들어다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애가 태어나면...”

시길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짐작했다. 좀 둔한 그이기는 했지만 왕이 그에게 좋은 이야길 해줄 턱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 아기를 안고 공주랑 같이 그때쯤 귀국하는 다희양의 환송식에 나와라. 그리고 아길 그 여자에게 안겨줘.”

“...네?”

“알고 있겠지. 난 복수를 원해. 하지만 예술적인 복수가 그 여자한텐 더 잘 어울리겠다.”

“그건...안됩니다.”

시길이 가슴 통증을 느끼면서 말했다. 얻어맞아서 가슴이 아픈가? 그건 아니었다.
이것은...배반에 합당한 복수인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배반한 댓가...

“명령이다.”

왕은 냉정하게 말했다.

“난 원한다. 네가 그 여자에게 가장 가혹한 상처를 줄 것을. 왜냐하면 그 여자가 가장 사랑하는 건 너니까.”

왕은 왕좌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던 신문을 시길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그 신문에는 열연하는 다희의 얼굴이 크게 나와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건 거울같은 배우 앞에서 연기 하는 것.]

그 거울이.
지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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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어 일어났을 때, 설한은 한빙이 머리를 염색했다는 것을 알았다.

“머리를?”

놀란 둘에게 한빙은 계속 간을 내놓으라는 사람들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대꾸했다.
시큰둥했지만, 그 말투에는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린 사람 특유의 약간의 공포심이 있었다.

“오라버니도 그렇고 나도 그렇지만...”

설한을 잠시 쳐다본 후 한빙이 얼굴을 붉혔다.

“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강호에는 우리보다 더 강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요.”

설한은 놀랐다. 누이가 조금 자만하고 있다고는 생각했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정리할 정도로 명민한 줄은 몰랐었다. 특히나 자만감을 일시에 정리할 정도로...

“그래서 평범한 외모로 돌아가면 시비는 안 붙을 것 같아서...”

그녀의 말에 미홍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그래.”

그러나 그 표정은 동의나 존중의 표정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깔깔함이 느껴져 설한은 얼른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저 염색약을 구한 것이 한빙은 아닐 터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성격의 한빙이 챙겨왔을리 만무했다.
아마 저것은 미홍이 주었거나, 일이 시끄럽게 번지기를 원하지 않는 누가 자신이 없는 사이에 챙겨주었겠지...

“하지만 이제 와서 염색한다고 해도...”

설한이 지적했다.

“그 눈꺼풀과 눈동자만은 염색을 하지 못하지 않니.”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오라버니.”

한빙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인피면구를 쓰면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

“아?”

그제서야 설한과 미홍이 동시에 의아함을 표시했다.

“그것까지 챙겨왔더냐?”

미홍은 말에 설한은 그가 염색약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궁주님께서 짐을 꾸려주셨어요.”

한빙은 그제야 실토를 했다.

“밖으로 나가면 꼭 필요한 것이라면서 챙겨주셨는데...그럴 필요는 못 느꼈거든요.”

“.....아.”

미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궁주는 어떻게 돌아갈지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예전같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않았겠지만...”

그럴 터였다. 세상에 어느 누가, 황궁의 인가를 받는 빙궁의 행렬을 습격하겠는가.
그러나 일은 터졌다.
병에 설녀의 간이 좋다는 헛소문이 퍼졌고, 당랑적이나 이런 무리들이 습격을 하는 것이었다.

“오라버니는 머리색이 검으니 염색은 따로 하지 않으셔도 될테고...”

확 하고 한빙이 인피면구를 얼굴에 썼다.
검정 눈동자에 조금 평범하게 생긴 여자아이의 얼굴이었다.
낯이 익은데...라고 생각한 미홍은 깨닫는 바가 있었다.
저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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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의외인 선곡.
ㅎㅎㅎㅎ
바로 왕좌의 게임 메인 테마곡.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인지 유튜브에는 5시간짜리 확장판도 있습니다!
도전해봤지만 끝까지 듣진 못했어요.
사실 음악도 음악이지만, 백미는 바로 영상으로 보는 미니어처 성곽 올리기!죠.

워낙 인기있는 곡이다보니 (약간 클래식한 느낌도 있고)여러 버전으로 편곡되기도 했죠.
제가 좋아하는 2첼로의 곡으로도 나왔고, 아마 피아노 가이즈 버전으로도 있지 않았나 싶은데...
하여간 음악이 너무 좋아서, 전 이 곡만 반복해서 틀기도 했어요...

왓챠 플레이를 하면서 좋았던 게 이 동영상을 매 회 시작될 때마다 볼 수 있다는 사실이죠.
아, 음악 담당한 분 너무 좋아요~(이 분 퍼시픽 림에서 음악 맡았을 때는 뭥미? 했었지만. 다큐멘터리 ost도 담당하셨는데 그 때 그 곡들도 너무 좋았고.)발음이 안 되어서 적지는 못하겠어요..ㅎㅎㅎㅎ

중세 게임같은 분위기의 곡으로 우리 한번 하얗게 불태워보아요~

https://youtu.be/B3vqcbJwgCI

https://youtu.be/foYFiqjbP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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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좀 길다.
굳이 줄이자면 클래식. 정도?
저자 남훈 님은 알란스라는 편집 매장을 운영하고 계신 분이다. 여러가지 이력이 더 있지만, 그건 블로그에 가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본인의 블로그 이웃으로 추가한 분이기도 하다.)
수트를 사랑하시는 분으로...이 책 자체가 수트를 위한 수트에 의한 수트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체 다 내용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포멀과 인포멀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글쓴이의 취향이 포멀쪽에 가까워보이긴 한다.
이 책의 중심은? 신사와 수트! 클래식하게!

이 책의 장점은 그간 남성들의 패션을 다루는 책에서 간과했던 신사(그 전에는 그냥 패션!이었다. 신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들의 패션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신사...그건 뭘까? 단순히 비즈니스 수트만을 다루고 있는 건 아닐텐데...
국적별로 수트의 스타일과, 수트에서 놓치기 쉬운 원단, 구두, 서스펜더(남성들의 가터벨트를 말하는 건가?;;;;;;;남성이 근데 가터벨트를?;;;;;;;), 구두, 시계들을 다루고 있는데...
중간중간 클래식의 진수를 맛보여주느라 장인들의 인터뷰도 실어놓았다.(저자님 존경합니다...외국분들하고 인터뷰 하기가 힘드셨을텐데. 그것까지 실어주시다니.)

알짜같은 팁과 함께 주의 사항을 머리에 쏙쏙 박히게 말씀하신다.
여성에게 자신의 옷을 맡기지 마라.
당신의 옷을 사는 것이 아닌가?
...이쯤 되면 내 남자친구, 내 남편의 옷은 내가 사준다! 라는 개념이 와장창 깨어지는 순간이겠다.
(네 옷이지 내 옷이더냐...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지만.)

사실 가장 잔소리같은 팁은 제일 끝에 있다.
공공장소에서 코후비지마라..., 신사는 이렇게 해야 한다...등등.
신사다운 옷을 권하는 분의 노파심이겠지만...다음 부터는 그 부분은 빼면 좋겠다. 화보는 더 늘려주시면 좋고...

참고로 남훈님은 책을 한권 더 내셨다.제목을 잘못 써서 이 부분은 삭제하였습니다.

#편집샵알란스 #남훈 #신사의멋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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