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무슨 일이 있었니?"
윤연출의 말에 승아는 대답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승아는 아직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
"그건..."
1주일 전의 일이었다. 길윤택은 다른 아이돌들과 놀고 있는 승아를, 다른 아이돌들이 보는 앞에서 세게 꾸짖었다.
"넌 앞으로 저 애들하고는 격이 다를 아이돌이야. 근데 여기서 뭘 하는 거야!"
그러자 다른 아이돌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아무리 친해도 아이돌은 아이돌이다. 인기로 먹고 살고, 이 아이돌이 죽어야 다른 아이돌이 사는 그런 상태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다른 소속의 아이돌이라면 더 이상 말할 나위도 없었다.
"아아, 여왕님과 기사님이시네. 네네. 저희가 비켜드리죠. 하긴 이번에 대작 뮤지컬에도 올랐는데 오죽 하시겠어요. 애인사이를 방해하면 안되죠. 비켜드릴게요."
"재수없어. 유령처럼 발걸음 소리도 안 나면서."
"뭐, 유령이긴 하다 뭐...후후..."
그 쑥덕거림에 얼굴이 새빨개진 승아를 길원택은 말 그대로 질질 끌고 갔다.
"대표님, 손 좀 놔주세요. 아파요..."
"이럴 시간이 없어. 어째서 넌 그렇게 태만하냐."
무엇에라도 홀린 것같았다고 승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긴 연습실도 없잖아요. 여긴...방송국인걸요..."
"항상 방송국옆에 내가 임대해놓는 스튜디오 있는 거 까먹었냐?"
길원택은 팔을 꽉 쥔 손을 놓지 않았다. 아니, 살짝 미친 것 같기도 했다. 그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벼운 도,레,미를 웅얼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부르고 있는 것은 이번 뮤지컬의 남자주인공이 맡고 있는 노래.
그렇게 두 사람이 빠르게 로비를 걸어가고 있는 동안 사람들이 그 둘을 알아보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잠깐 승아는 중우군을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