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카모토 키요시는 들고온 노트북으로 그녀의 옛 DVD를 틀었다. 그녀가 마치 크리스틴처럼 복장을 한 채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이었다.

 

[당신의 음성.]

 

그녀의  음성을 한숨처럼, 마치 깃털을 떠받들듯이 그가 따라불렀다.

 

[당신의 음성.]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그녀의 곡 모두는 자신이 키를 낮춰 바로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곡들이었다.

 

[날 움직이게 해. 날 다시 살게 만들어줘.]

 

[날 움직이게 해. 또 다시 불러줘. 내게.]

 

단지 가사만 조금씩 바꿔서. 뮤지컬의 넘버처럼.

 

[날 멈추게 하지 마. 그대로 불러줘.]

 

길원택이 꺽꺽 거리면서 다시 대꾸했다.

 

[날 멈추게 하지마. 이대로 멈추게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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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아노를 기가 막히게 잘 치는 건 집안 내력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길원택의 뛰어난 머리에는 의대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길원택은 음악을 좋아했지만 아버지의 명에 따라서 성적과 인맥, 돈을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서울대 정형외과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순간이었다.
그 소녀를 보지 않았다면 길원택은 음악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병원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사랑하는...]

 

곡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소녀의 목소리였다. 반주도 중요하지 않았다.
반주는 바이올린이었는데 무척 서툴었다. 소년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버지!]

 

소녀의 음성에 그제서야 길원택은 환상에서 깨어났다.

 

[아버지.]

 

자신의 아버지가 언제 한번 자신에게 그토록 따뜻한 존재인 적이 있었단 말인가?
그저 원하는 것은 의사, 의사, 의사. 의사로서의 자신뿐이 아닌가 말이다.
그제서야 길원택은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닌 그저 주어져서만 하는 일. 이게 무슨 소명이란 말인가. 자신에게 소명은,...

음악이다 오로지 음악이다.

당연히 아버지는 반대할 게 뻔했다. 그리고 합당한 이유를 대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합당한 이유따윈 없었다. 단지 음악은 그저 에전부터 그의 목숨같이 질긴 것이었고 주어진 것이었으니까.
아버지가 원하지 않는다면 집을 나가자. 그는 그렇게 단 한번에 결정을 내렸다.

 

[아버지!]

 

그리고 그의 운명을 바꾼 소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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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이 반지가 예전에 톱 가수로 활동하셨던 저희 사모님이 끼시던 반지죠. 이번 경매는 저희 어르신이 돌아가시면서..."

경매장을 돌아보는 한 남자. 가면에 얼굴이 가리워졌지만 한쪽 얼굴만큼은 수려하다.
아니, 수려하다기보다는 귀기에 서려 있다고나 할까.

"아니, 더 듣고 싶지 않군."

얼굴을 보면 연배가 있어 보이는데도 뭔가 한스러운 듯, 머리카락은 윤기나는 검정색이다. 염색한 검은 머리가 전혀 아니었다. 날카로운 눈빛 속에 원망이 가득한 그 눈동자.

"나가주겠나. 이제부터 이것들은 내것이니까."

나카모토 히요시. 일본 kk가극단의 대표. 왜 이 사람이 한국의 대표적인 톱가수이자 지금은 재벌이 아니지만 한때 200대 재벌에 들었던 윤아기업의 진중우 회장의 부인인 윤승아의 저택을 사들인것일까?
그것은 20년전의 윤승아와 길원택 사장의 약혼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제서야 내 것이 되었어...내것이..."

꺽꺽 우는 소리에 집안이 다 흔들릴 것 같았다. 나카모토 히요시. 아니, 길원택.
20년전 윤승아의 약혼남이자, 윤승아를 사무치게 사랑했던 또 하나의 팬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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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페이퍼를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연재가 지나치게 이미지에 매인 감이 없잖아 있지요.

변명...이라고 하긴 그렇고, 저는 그게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쓰는 것은 최근 작 몇개는 그 이미지를 알지 못하면 이해를 못하는 경향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입니다. 큰 잘못이죠...;;;;;;;;

그래서 그 이미지에 대해서는 부가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아서 특별회차를 마련했습니다.

 

1.

 

바로 그 소문의 티파티! 는 제가 사랑해마지 않는 톱가수! 아이유의 너와 나에서 따왔습니다.

아이유의 너와 나ㅡ 그 작품 자체가 굉장히 동화적인 뮤직 비디오였어요.

뮤직 비디오 자체를 떠나서 아이유의 목소리가 크림처럼 부드럽고 오렌지처럼 톡 쏘는 것이

공주님이 생각나더라고요.

네, 제 이미지속의 아이유는 항상 공주님입니다...;;;;;;;;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바로 그 소문의 티파티! 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군단의 바론 백작에서도 이미지를 살짝 빌렸어요.

왜 아시죠. 나와 결혼해주시옹!!!!!!(아, 이건 다른 작품인가)빡빡 우기는 이미지랄까.

바론 백작이 우기는 건 아니지만...

 

2.

 

dance!는 방금 들은 요요마의 브라질리언 음악에서 따왔습니다. 제목이...;;;;;;

한참 듣고 있는 중이라...

아, 지금 찾아보니 리베르 탱고와 브라질리언호로군요.

리베르 탱고로 들어갔다가 브라질리언호로 배경음악이 끝나는 단편입니다.

(장편이라 해야 옳겠지만. 손바닥 장자.)

개인적으로는 브라질리언호가 좋아요. 리베르 탱고는 너무 자주 들어서...

탱고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피에졸라의 탱고를 들으려고 사왔다가 그 배경음의 붕붕소리에 질려버린 경험이 있어서...

한번쯤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특히 브라질리언호가 좋아요. 그 붕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보사노바라고 하긴 하는데 전 보사노바는 정확하게 잘 몰라서...

 

 

이렇게 음악을 배경을 깔고 쓰는 경우가 많아서 앞으로 종종 특별회차를 넣을 지도 모르겠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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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탱고였지.
왜 그랬냐가 중요해? 나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는 중요하지. 그건 커피를 진하게 우려내고 피아졸라의 탱고음악이 흐르던 날이었어.
잠이 미치도록 쏟아지는데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좀 게으르잖아.
일이 미치도록 밀리지 않으면 일을 안 하지. 내가 좀 원래 그래.
가내수공업인데도 그렇더라고.
그래서 미친듯이 키보드를 두드려대고 있는데, 피아졸라의 탱고 속에서 톡톡하고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잖아. 끽끽 소리도 나고.
당신도 알지? 음악이란 민감한 거잖아. 누가 그랬지. 누가 그랬나?
말러가 여기에 안 맞는거 나도 알아. 근데 그렇게 연주하면 별 소리가 다 난다고 그랬지.
근데 그게 미묘하게 조율된 거라 거기에 잡음이 끼이면 하나라도 안 맞다고.
그래. 이제 기억난다. 장영주였지. 그래. 맞아.
근데 그 톡톡하는 소리가 귀에 안 거슬리는거야. 끽 끽 소리는 좀 거슬리는데.
그래서 뒤를 돌아봤더니 한 남자가 웃더라고.
쓰레기통을 톡톡 두들기면서 리듬감있게.
엉덩이까지 흔들어. 실룩실룩.
톡톡. 끼익끼익. 근데 그게 요요마의 첼로소리처럼 들리는게 묘한거지.
어느샌가 다가와서는 의자를 손으로  살짝살짝 밀더라고.
손으로 밀리니까 그게 또 밀리네. 나는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그 남자의 손을 잡았지.
남자가 손으로 날 살짝 밀자니 미니까 또 살짝 밀리네.
당신도 알지. 난 본래 탱고를 잘 못 춰. 
근데 이 남자가 다시 내 손을 붙잡고 왼쪽으로 리드하더라고.
틀어놓은게 아마 요요마였을거야. 언젠가부턴가 피아졸라의 탱고가 끝나고 다른 곡이 나오더라. 톡톡 빙글빙글.
분명히 일하느라 방해된다고 하이힐을 벗었는데 , 그리고 난 하이힐 잘 신지도 않는데 뒷굽으로 바닥을 톡톡 치면서 그 남자와 몸을 쫙 붙이지 않았겠어.
톡톡. 그 남자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날 리드하고, 난 잠깐 비켜서서 그 남자를 살짝 봤다가 치마자락을 흔들었지. 그 남자도 몸을 흔들고, 아무리 생각해도 잘 생기거나 마른 건 아니었는데 왜 그랬나 모르지. 내가 미쳤나봐.
그 남자가 다시 내 허리를 잡고 돌리고, 난 그 남자 다리에 몸을 갖다붙인채로 다시 뒤로 물러섰다가 우린 다시 정반대로 돌아섰지.
목관악기가 내 몸을 흔들고, 작은 북이 그 남자의 몸을 두들겼지.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퍼커션이 손과 손위로 지나가고 스캣이 우리 둘의 입에서 흘러나왔어.
발이 앞뒤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바지자락이 엉키고, 하이힐이 바지위로 올라갔다가 그 다음은 기억이 안 나.
말했잖아. 이건 순간의 춤이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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