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주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는 것인가.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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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를 잘못 예측 - P219

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 P220

손님 취급 - P221

각자의 역할에 따라 - P222

"네. 이래봬도 버섯과 산나물 채취는 잘하거든요." - P223

가와사키 부부이리라. - P224

서류에 적힌 나이(35)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얼굴에도 행동에도 젊음이 없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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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 P27

책의 옆면처럼 서로를 오래 읽은 흔적처럼 - P27

사랑한다고 - P28

오래 썼나 보다
볼펜의 수명이 다했다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마, 마, 말이 잘⋯ 더듬더듬
말이 끊어지고 기침을 하듯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때
종이에 나오지 않는 글씨를 쓴다, 금붕어가 뻐끔뻐끔
뱉어 내는 말, 너는 읽을 수 있니? - P28

터질 때 - P29

엄마한테 말을 하는 대신
비눗방울을 불었어

둥글게 부드럽게 라벤더 비누 향을 품고
둥둥 떠다니는 비눗방울 방울방울

그러다가 탁, 탁 터졌어
바닥에 닿아서 터지고 창문에 부딪쳐서 터지고
바람이 불어 터지고 내 손에 붙었다 터지고
가만히 떠 있다가도 터졌어
아무도 안 건드려도 터졌어

나, 어차피 터져 버릴 거라면
물 풍선도 김밥 옆구리도 울음도 엄마 속도 아닌
비눗방울일 때 펑펑 터지는 게 좋아 - P29

지폐가 구겨진 얼굴을 들이밀면
지폐 교환기가 혀를 내밀듯
메롱, 메롱
자꾸만 메롱

구겨진 마음으로는 들어갈 수 없어
귀가 살짝 접혀 있어도 안 돼

바른 자세로
바른 얼굴로

교실에 들어가야 하는 학생들처럼

지폐도 바른 애들만 받아 주는 걸까? - P30

가슴에 두 번, 배에 한 번, 등에 한 번 - P31

심장이 과열되어 피가 도는 속도가 시속 100킬로미터네
배는 고장 나서 곧 가라앉을 것 같아
등에 그림자가 붙어 있어서 몸이 무거운 거야

청진기로 너의 속을 듣는다

깊은 여름밤 여치 울음을 듣는 기분으로
유리 깨지는 소리를 듣는 기분으로
장마철 빗소리를 듣는 기분으로
쿵쾅쿵쾅 윗집 발소리를 듣는 기분으로
잔소리를 듣는 기분으로
드럼 비트를 듣는 기분으로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
한 어린아이가 훌쩍, 훌쩍 눈물을 참는 소리가 났다 - P31

사랑받는 일 - P32

곰 인형 배를 눌렀어
사랑해!라고 해

나는 엄지로 배를 눌러 계속 눌러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지치지 않고 사랑해
변함없는 목소리로 사랑해

달리기 꼴찌 한 날도 사랑해
우산 없이 비 맞고 돌아온 날도 사랑해
바퀴벌레 보고 놀라서 울던 날도 사랑해
친구랑 다툰 날도 사랑해

너무 눌렀나
곰 인형이 배탈이 났나 배터리가 다 되었나
아무리 배를 눌러도 이제 곰 인형은 말이 없었어
그 많던 사랑이
입을 다물었어, 사랑해, 사랑해 - P32

나는 한 번도 곰 인형한테 말해 준 적 없는
사랑해 - P33

비누는 점점 - P34

할머니 손은 라벤더
할아버지 손도 라벤더
엄마 손도 라벤더
아빠 손도 라벤더
동생 손도 라벤더
내 손도 라벤더

손잡을 일별로 없어도
두 손에 라벤더꽃을 키우는 사람들
우리는 같은 향기가 나

일어나서 쓰다듬고 밖에 나갔다 와서 쓰다듬고
밥 먹기 전에 쓰다듬고 잠들기 전에 쓰다듬고
일기를 쓰다 다듬어서 일기 읽는 눈이
조약돌처럼 매끈매끈해지게
언제나 모두가 쓰다듬어 주는
비누는 점점
사랑받는 기분을 알아가고 있을까? - P34

AI-1 - P35

내 아이가 로봇이라면
낳을 때 안 아플거야
사랑하냐고 물으면 사랑한다고 대답할 거야
배고프다고 하면 충전할 거야 100퍼센트가 될 때까지
시험은 칠 필요도 없어 보나 마나 100점이겠지
학교엔 안 가도 돼 애들이랑 다툴 일도 없고
다툴 일이 생긴대도 튼튼한 철로 된 몸
건드릴 수 없을 테니
밤에도 마음껏 돌아다녀도 될 거야
밤마다 시력 100의 눈으로 별 구경하러 다니고
잠을 안자니까 꿈은 안 줘도 돼
꿈이 뭐냐고 아무도 묻지 않을 거야
커서 뭐가 될 거냐고 아무도 묻지 않을 거야
걘 안클 거니까
나이를 먹어도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 P35

AI-2 - P36

로봇에게 ‘그림자 씻기‘를 입력했다

그러자 로봇은 그림자를 씻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지우개질X 청소기 X 물 한 바가지 X 비누칠X손빨래 X

"무엇을 해도 안 됩니다. 그림자는 지울 수 없습니다."
로봇이 대답했다
정말?

밤이 되어 그림자가 사라졌다
내 그림자도, 로봇의 그림자도 모두 사라졌다
이것 좀 봐! 그림자가 사라졌잖아, 그런데 지울 수 없다고? 이렇게 안 보이는데?

로봇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하, 드디어 내가 로봇을 이겼다
이불을 덮고 자려는데 - P36

로봇이 속삭였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 P37

AI-3 - P38

0%
로봇이 동작을 멈췄다
충전기를 꽂자 로봇의 눈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충전 중
로봇은 사람이 되는 꿈을 꿨다
풍선을 들고 놀이공원에 가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축구공을 차고 엄마한테 혼나고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고
숨을 쉬었는데 삐- 삐빅-
삐빅- 미세먼지 수치 120 삐빅- 초미세 먼지 수치 130
으악! 이런 데서 숨을 쉬라니, 그것도 사는 내내 끊임없이
끔찍하다. 눈을 번쩍 뜬 순간
로봇의 눈에 초록 불이 들어왔다

100% 충전 완료
내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어서 다행이다 - P38

AI-4 - P39

꽃사과 케이크 놀이공원 시험 100점
좋은 말을 입력하면 좋은 말만 하고 좋은 생각을 한다고했다
로봇의 심장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이것도 입력해 볼까: 희망 행복 사랑 꿈 즐거움
그러자 삐빅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그림으로 그릴 수 없습니다

로봇의 머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때다! 로봇의 머리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았다
물이 금세 끓어서
컵라면 뚜껑을 열고 물을 부었다
이제사 분만 기다리면 된다

알았지? 이런 게 행복이야 - P39

AI-5 - P40

고등학교 다니는 누나의 수학책은
꼭 로봇의 몸속 같다

책 속에는 검은 전선, 붉은 전선, 푸른 전선처럼
연필로 그은 밑줄, 빨간 펜, 형광펜 선이
어지럽게 얽혀 있어
돼지 꼬리처럼 돌돌 말린 전선도 있고
반짝반짝 붉은 별 몇 개가 숫자 위에서 빛나고 있어

외계인이 쓰는 말 같아
무슨 말인지 이해가 하나도 안 돼
나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밖에 모르는데
여긴 ₩도 있고 y도 있고 아무튼 뭐가 많아
복작복작복잡해

누나는 이걸 다 이해하는 걸까?
사람이 아니라
로봇처럼 눈에 불을 켜고 - P40

공부 중인 누나는 지금

충전 중인 걸까? 배터리가 떨어지는 중인 걸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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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한 것처럼 - P161

건물 확인 작업으로 복귀했다. - P163

위화감 - P164

선배는 뭔가 착각하고 있어요. - P165

이건 중요한 단서 - P166

구보데라 씨 집에는 정말 다른 출입구가 없는 것일까? - P167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쓰레기장이다. - P168

보는 사람에게 ‘저 흙더미는 연못을 판 흙을 버려서 생긴 것이다‘라고 보여주기 위해, 말하자면 위장이 아닌가······. - P169

하야토는 어떻게든 구보데라 씨 집에 들어가려고 했던게 아닐까 싶어요. - P170

그 피난 준비 - P171

방공호 - P172

그 출구가 있다면 어디일까요? - P173

일반론 - P174

부자연스럽게 우묵 팬 곳 - P175

경사면에 뚫린 구멍과 그 앞의 문 - P176

사다리 - P178

책에 묻혀
손가락 - P179

후유증이 있는지 어떤지 - P180

과거 나카스기 씨가 살았고, 구보데라 씨가 살았던 집은 다시 빈집으로 돌아왔다. - P181

4장
검은 석쇠 - P183

수많은 불운 - P185

콘크리트 벽 - P186

민원 처리 - P187

다키야마 마사하루 씨는 삿포로 출신 - P188

위험예측지도 - P189

죄책감 - P190

하지만 이 길은 문제가 있다. - P191

가와사키 유미코(29) - P192

배기가스가 독이라고 생각해. - P194

"모든 휘발유에 납이 일절 들어 있지 않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이상은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더군." - P195

소생과의 통상 업무 중에 가정 방문이 있다. - P196

김을 빼고 다니는 것 - P197

우에타니 씨(31)는 독신 - P198

흰 파라볼라 안테나 - P199

아마추어 무선 안테나 - P200

항의를 받고 있습니다. - P202

"커다란 안테나니까 전파가 엄청 나올 거라며 몸에 안 좋으니 철거하라고······." - P203

"제 안테나가 안전하다는 보증이 없는 이상 위험할지도 모르니 철거하는 게 당연하다고······." - P204

사서 자격증 - P205

곤란한 일 - P206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건 으레 남편이 일 때문에 없을 때예요." - P207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발생 - P208

유미코 씨의 남편은 택시 운전사 - P209

그렇게나  차를 싫어하는 사람의 결혼 상대가 운전사라니 - P210

소생과는 불청객이기 때문에 방문한 사실조차 근처에 알려지기 싫어서 빨리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 P211

법에 저촉되는 물건이 아닙니다. - P212

그저 자연에 둘러싸인 삶을 살고 싶을 뿐인데. - P213

오히려 보이지 않는 만큼 더 무섭다고. - P214

과민 반응 - P216

가을 축제 제안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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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 P16

편지 봉투 속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종이를 넣었다

안녕도 없고
잘 지내도 없는
편지 한장

받는 사람의 생각은 얼마나 넓어질까?

그 생각 속에서
밤새 눈이 쌓인 듯 새하얀
너의 생각 속에
조심조심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 P16

난 너의 그런 점이 좋아 - P17

일곱 개나 되는 점
힘든 점 부족한 점 그냥 ● 이놈의 점 점점 무거운 점을
짊어지고 다니는 무당벌레

하나도 안 버리고 낑낑 온 힘을 다해 걸어가

미끌미끌한 철봉 끝까지
빗방울이 무거워 떨고 있는 호박잎 끝까지
얼굴이 까맣게 탄 해바라기 끝까지
새끼손가락 끝까지

어디를 걷든 끝까지 가고 나서야 날개를 활짝 펴고
이 바람 저 바람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바람, 바람, 바람을
노래하듯이 갈아타며 훨훨
날아오르는 너

넌 정말 멋진 점투성이야 - P17

RH null - P18

흔하지 않은 피가 있다
이 사람의 피를 저 사람에게 줄 수 있다
저 사람의 피가 이 사람에게 올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사이다
피 검사를 안 해도 알 수 있다 - P18

나를 깎는 너 - P19

연필 끝이 둥글둥글 순해지면서
먹구름처럼 흐리멍덩해지고
살이 찌고
둔해지는 글씨들

요즘 내가 쓰는 글이 힘이 없다며
좀 갈고닦으라며
이젠 너인 줄도 못 알아보겠다며

너는 연필깎이에 내 연필을 집어넣고 빙빙 돌렸다

나는 사람이 자꾸 날카로워지는 게 싫다

연필이 얼마나 날카로워질지 모르면서
연필에 닿은 종이가 얼마나 아파할지 모르면서
내가 조금씩 사라져 가는 줄도 모르면서
너는 나를 자꾸만 깎고 깎았다 - P19

뒤따라오는 말 - P20

그 애가 바늘귀에 실 끄트머리를 넣었어
조심조심
귓속말은 왜 이렇게 간지러울까

그날부터 바늘은 긴 꼬리 하나를 갖게 되었어
떼고 싶어도 뗄 수 없었어
아무리 달려도 뒤에 흔적이 남았어

눈사람 발자국처럼
눈으로만 몰래 친 밑줄처럼
돌고래가 물 밖으로 나올 때의 포말처럼

바늘은 쉬지 않고 달렸어
내 안으로 들어왔다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면서

내 둘레를 재고 내 치수를 재는
그 아이의 말은 - P20

한 벌의 옷이 되었어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그걸 입고 다녀도
다들 모르는 척할까
누가 진실을 말해 줄까

누가 나한테 귓속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귀가 자주 간지러웠어 - P21

씹혔다 그 아이한테 자꾸 씹혔다
내 말이 껌인가? 자꾸 쉽게
생각했지만 자꾸 씹히기만 해도
꿈이든 길이든 좋았다

풍선껌처럼 잔뜩 부풀어 오른 꿈은
개구리 울음주머니처럼 불룩불룩
터질 때마다 딸기 냄새가 나는 숨소리
하루하루가 달콤했는데

그 아이가 내게 한 마디 말을 한 그날

단물이 다 빠져 버렸다
맛도 없고 재미도 없다 이제 너랑 절교라고
말을 함부로 뱉어 버렸다
바닥에 툭 버려진 껌처럼 아스팔트인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척 - P22

쓸데없는데 쓸 게 너무 많아서
온통 그 아이 그림자로 물든 일기장은
매연이 가득한 길바닥이었다
며칠 동안 거기 퍼져 앉아 있었다
내가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 P23

가까운 사이 - P24

예서지원이
늘붙어다니던둘이처음으로다퉜다

지원이 예서
둘 사이를 띄어 쓰기

잠시 쉬며 화를 가라앉히라고
예서, 지원이
사이에, 쉼표, 하나, 놓았다

마음이 가라앉아 미안해진
지원이···예서
먼저 말을 걸어야 하는데··· 말줄임표만··· 늘어났다
이 말줄임표··· 다··· 언제··· 잇지···?

그래 일단 불러 보자

예서야! 지원아! - P24

둘이 서로를 부르는 순간 으앙, 서로를 안았다
느낌표를 무너뜨리고
예지서원이가 되어서는
누가 누군지도 알 수 없을 만큼
포옹을 했다 - P25

장거리 통화 - P26

이제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종이컵 전화기 1이 종이컵 전화기 2 쪽으로 말했어

종이컵 전화기 2가 열 걸음 떨어지자
전화기 사이 힘없이 헝클어지고 꼬여 있던 실이
수평선처럼 팽팽해졌어

여보세요? 나는 너의 ?에 대고 전화를 걸었어
그때 미안했어, 하고 싶었던 말을
이제야 하네 다시 친하게 지내면 안 될까 우리?
내?에 대고 네가 말했어
미안하긴 나도 미안해 우리 다시 친구 하자

물 대신 말을 담으려고
옆으로 기울어져 있던 종이컵 둘이 다시 만났어
눈사람 모양으로 붙어 있었어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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