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제 라스커쉴러

Else Lasker-Schuler

배수아 옮김

작별

하지만 너는 한 번도 석양과 더불어 오지 않았다 ㅡ
나는 별의 외투를 걸치고 앉아 있었으나 .

...... 누군가 문을 두드렸지만
그것은 내 심장이 두군거리는 소리였고 .

 

이제 내 심장은 세상의 모든 문설주에 걸려 있고

너의 문에도 걸려 있구나 .

 

화환의 갈색 이파리들 사이

죽어가는 화염의 장미 .

 

내 심장으로

너의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

 

하지만 너는 한 번도 석양과 더불어 오지 않았다 ㅡ

...... 나는 황금 신발을 신고 서 있었으나 .

 

(1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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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3-09 0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수아 번역이면... 독일어원문이겠군요.
요즘 날씨가 춥지는 않을 것 같은데도, 바람이 무척 차갑고 세게 매일 불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그장소] 2018-03-09 01:59   좋아요 1 | URL
숼러 라는 이름을 보니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원문도 같이 있었음 좋았을 거 같네요~그쵸?
어젯밤엔 빗소리에 귀기울이느라 추운 걸 몰랐네요 . 봄바람은 늘 사납죠 . 기온이 공기가 뒤척이느라 그런건지 ..
서니데이님도 굿밤 ~ 보내고 계시죠? ㅎㅎㅎ

서니데이 2018-03-09 02:14   좋아요 1 | URL
다시 사진 속 이름을 보니 움라우트가.
근데 움라우트 맞나요. 오래되어서 이젠 자신이.^^;
어제 여기도 비가 왔었는데, 오늘은 모르겠어요.
다행히 눈은 안 왔습니다.^^

[그장소] 2018-03-09 02:32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움라우트 표기를 못해서 포기했는데 용케 보시네요~ ^^ 매의 눈~!!
늦은 새벽까지 창밖을 내다봤는데 이쪽도 비에 더 가까웠어요 . 현관 열고 보니 눈은 흔적도 없었고요 . 일기에선 폭설이 예보 됐었는데 줄곧 비였지 싶어요 .

서니데이 2018-03-09 02:34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저도 찾아봤는데, alt+252 하면 u의 움라우트 된 걸로 된다는데, 해봐도 안되는걸요. 외국어 입력 불편해요.
어제 대구가 폭설 때문에 뉴스에 나왔는데, 눈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예요.^^

[그장소] 2018-03-09 02:38   좋아요 1 | URL
그걸 찾아보셨군요! 전 시도도 안했어요 . 예전에 해보다가 만 기억이 있어서 안되겠지 하고 지레 포기했네요 .ㅎㅎ
다음엔 노트북에서 해볼까봐요 . ^^
그러네요 . 3월의 눈도 기대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비였어요 . 선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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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오늘 도착한 책 , F ㅡ

#아무래도싫은사람
#마스다미리
#이봄
#무엇때문에상처받고있는걸까
#만화책
#에센스북과함께온
#미묘한감정


리뷰로만 읽었던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선물처럼 도착했다 . 짧은이야기인 만큼 받자마자 순 식간에 읽어버렸는데 , 아 ~ 아 ~ 있지 그런 경우 , 그런 사람이 ... 수긍해버리고 말았다 .

깜찍한 책갈피와 함께 와준 책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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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오늘 도착한 책 , F ㅡ

#엄마의시간을시작하는당신에게
#정하윤
#이봄
#그림과함께하는엄마위로법
#에센스북
#마음을담아전하는선배엄마의그림하나


와 , 얼마전에 문학동네에서 티저북을 보내줘서 색다른 느낌으로 읽은 기억이 있는데 , 온 책으로 보는 게 아니라 진짜 에센스만큼 소량의 책내용으로 호기심을 자극시켜주는 북마케팅 방법을 만난다 . 30 페이지 분량이라 크게 부담없이 볼 수 있고 , 이정도 보면 다음도 쭉 보고 싶어질 것 같다 . 샘플북이란 이름도 있는데 , 가제본도 있고 그런데 촉촉하게 에센스북이라니 ~

이 책은 순전히 표지 디자인에 끌려 신청을 넣었었다 . 그리고 이봄 책은 재미도 있고 .

표지 그림은 핀란드의 화가 헬레네 스키예르벡의 자화상이란 작품

˝ 삶의 전환점을 맞을 때마다 더욱더 그녀다운 작품을 선보였던 핀란드의 화가 헬레네 스키예르벡 . 평생을 충만하게 , 자기 자신으로 살았던 스키예르벡의 자화상에서 나는 왠지 기대와 두려움
이 교차하는 감정을 느낀다 . 엄마라는 인생의 새로운 문 앞에선 나의 마음이 담겨서일까 . 그림을 보며 내게 묻는다 . 나는 과연 나를 잃지 않고 살 수 있을까 ? 계속 나답게 살 수 있을까 ? ˝
( 책 날개에서 )

그러게요 . 계속 나다울 수 있었는지 , 저에게도 묻고 싶어지는데요 . 퍽 힘든 시간였단 기억과 함께 그럼에도 엄마였던 기억의 소중함 이 동시에 듭니다 . 저는 ... 아 , 한번 엄마였던 사람은 쭉 엄마일 수밖에 없군요 . 그렇지 않나요?


그럼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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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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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그 겨울의 일주일 , ㅡ 메이브 빈치 , 정연희옮김 , 문학동네

 

 

< 방문객 >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  마음 , /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ㅡ열림원 , 정현종 시선집 , 섬 중에서 ㅡ

몇번 침구를 호텔식 면직으로 바꾸려고 했었다가 만 기억이 있다 . 여행의 좋은 점이 어디 한둘이랴만 나는 여행에서 가장 좋은 점을 치라면 바로 낯선 방과 특유의 냄새가 베인 침구를 먼저 떠올린다 . 잘 마른 낙엽의 촉감 같기도하고 닿고 스치는 소리도 따듯한 것이 무려 새하얗기까지해서 어찌나 좋은지 . 침대는 모두 달라도 , 또 면직의 종류는 숙소마다 달라도 모두 햇살에 말린 듯이 청결한 뽀송함에는 한결같음으로 기억하게되는 여행지에서의 밤과 느른한 게으름 .
그 느낌을 내 방 침구로 가져오려다가 포기하게 된 것은 여행을 집안까지 끌어들여 버리면 밖에서 특별하게 즐기던 것을 평상시로 데려오는 일이 된다는 걸 깨닫고 였다 . 그건 밖에서여야 더 간절한 청결함과 방종의 누림이 된다는 사실이 선택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 그 포기는 나를 한번이라도 더 밖으로 유인해주는 또다른 기회가 될테고 그 특유의 촉감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같이 안온하면서 설레게하는 역할로 여전히 기능하리란 건 말할 것도 없고 .

메이브 빈치의 소설 [ 그 겨울의 일주일 ]을 티저북으로 먼저 만나고 , 온책으로 다시 전체를 읽어내려가며 느낌 감정은 바로 그 여행지에서의 낯설면서 익숙한 청결같은 , 그러면서 마음껏 깨끗함을 누려도 노동이 되지 않는다는 편안함 그것이었다 . 치키의 스톤하우스에서 나는 내내 보이지 않는 방문객으로 머물렀다 . 소리없이 웃으며 인사해오는 치키와 고양이 글로리아의 환대를 받는 투명한 방문객 . 아무도 당신의 휴식을 방해하는 이가 없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 그러다 약속된 시간에 징이 울리면 미스 시디 룸에서 달그락대며 우아하게 앉아 차를 마시고 제공된 다정한 음식들을 맛보며 사람들 사이에 있을 수 있었다 . 

섣불리 아는 척 하지 않는대서 오는 침묵을 배려로 느끼며 전혀 외롭지도 않을 수 있는 시간을 간직하고 돌아 올 수 있다는 건 행복하다 . 쉬워보이면서 어려운 그 일을 치키와 그 동료들이 기꺼이 해낸다 . 호텔의 시작부터 함께한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리거의 묵묵한 성장 . 치키의 사촌이기도한 올라의 독립을 위한 발돋음 . 치키를 응원하지만 방문객으로 등장하진 않는 사람들의 응원이 스톤하우스를 완성해 나간다 . 그 과정을 보는 일은 즐거운 참관이었다 . 치키의 내면이 리거의 어머니이자 치키의 친구이기도 한 눌라의 마음처럼 황폐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건 우려에 지나지 않는다는 매듭은 특히 우리의 귀로를 웃음짓게 해주었다 . 

날이 밝으면 투숙객들과 함께 조류 관찰을 위해 나섰고 , 바람이 불면 부서져 흩날리는 해변의 물보라를 온 몸으로 부드럽고 상쾌하게 맞았다 . 거기선 모두 하나의 인물들이 섬이었다가 밀려드는 바닷물이었다가 빠져나가는 일상의 묵은 찌꺼기로 작용했다 . 치키의 스톤하우스는 섬같은 사람들 마음을 열게 만드는 조수 潮水 였다 . 거기서 마음껏 조수를 따라 일렁이는 나의 휴식 . 

참 신기한 일이다 . 전혀 다른 곳에서 와서 이제까지 생판 모르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일정시간을 공유하는 일은 . 이런 극적인 조합엔 대게 그 분이 빠지면 이야기가 김빠진 사이다 같기 마련인데 , 전혀 그렇지 않아서 읽는 내내 책의 무게를 못 (?) 느끼며 즐겼다 . 아 , 그분이 누구냐고 ? 코난이라고 부르고 함정이라고 쓰던가 ? 사건이라고 쓰고 비밀이라고 말하던가 ? 하핫  암튼 다양다종한 인간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따듯하고 이쁘기도 참 쉽지 않다 . 

이런 따듯함이 그리워지면 메이브 빈치의 다른 소설을 찾아봐야지 . 혹시 아나 ? 그녀가 우리 모르게 스톤하우스 같은 곳을 여기저기 만들어 놓았을지 ...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 가난은 /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 가난하다는 것은  /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 늘 가슴 한쪽이 비어있다 / 거기에 /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 사랑하는 이들은 /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ㅡ열원 , 정현종 시선집 , 섬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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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남진우 [ 죽은 자를 위한 기도 , 1996 ]
:
황인숙 [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 1988 ]

물고기
:
고양이와 참새와 들쥐

사로잡힌 것
:
살아 생생한 것

죽은 것
:
태어난 것

그리고 이들은 나란하고 , 나란하면서 외면적인 시선
한 면에는 펄덕이던 물고기가 생선이 되고
한 면에선 막 탄생한 고양이가 앞으로 누릴 것을 노래해
꼬마 참새는 잡지 않겠다고 말해
생선은 식탁에 올라 제 가시를 온전히 보여주고
고양이는 사뿐사뿐 까치처럼 뛰어다녀
눈을 돌리면 물고기 휙 잡아 챌 수 있지만
다만 너른 벌판으로 나갈 뿐이야

어젯밤엔 이 극명한 조우를 보지 못했고
오늘 아침은 그것들을 마주하는 내가 있지

나는 생선도 고양이도 좋아

#문학과지성사
#내가그대를불렀기때문에
#가시
#남진우_시
#나는고양이로태어나리라
#황인숙_시
#문지시인선500호기념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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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5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5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5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8-03-05 23:08   좋아요 0 | URL
아.. 하하~^^ 고맙습니다. 근데 얼떨떨 해요 .

2018-03-05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8-03-05 23:18   좋아요 0 | URL
음 .. 고맙습니다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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