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왕자 ㅡ은 희경
블로그서핑을 하다 은희경 작가 신작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에
처음 신청하게 된 단편하게 책읽는 당 ㅡ샘플북
경쟁이 치열하겠단 생각에 설마 했는데 메일이 와서 너무 기뻤다 .
은희경 작가의 책은 한두권을 빼곤 전부 읽고 있는 나름 성실 독자
아, 한 두권은 읽었나 안 읽었나 제목을 보면 늘 헷갈려 책장에서 분
명 본것 같은데 하고 찾아보면 없어 , 암튼 술래잡기하는 중 아마도
곧 잡히지 싶다 .
이번 [ 중국식 룰렛 ] 에 담긴 단편중 내가 받은 소설은 장미의 왕자
테마는 옷 ㅡ그러니까 슈트가 되겠다 . 한번은 그냥 한번 훝어보는
정도로 가볍게 넘겨보고 두번째는 찬찬히 , 세번째는 꼼꼼하게 네번
째엔 숨은 게 대체 뭘까 ...... 그렇게 이틀을 덮어두고 있었다 . 룰렛
하면 러시안 룰렛을 보통 떠올리는데 , 혹시 중국식 룰렛도 있나 ?
찾아보니 오래된 영화 하나가 나왔다 .
어느부부가 한날 출장을 간다고하곤 각각의 애인을 데리고 별장에서
뜻하지않게 마주치고, 이들은 별장지기와 그녀의 아들, 지체부자유 딸,
그 딸의 가정교사와 `중국식 룰렛`이라 불리는 진실 게임을 하게 되고
모두가 갖고 있던 실망, 포악함, 열망, 공포 등이 드러난다는 얘기로
게임의 룰이 두 팀으로 나뉘어 팀마다 비밀로 다른팀의 사람 한명을
정해 주제에 따라 그사람에 대해 비유를 하면 맞추는 게임 ㅡ이란다 .
여기서 오가는 서로의 심리 양상이 상당히 치열하고도 복잡미묘한 것
이었나보다 . 나는 타인이 쓴 리뷰와 줄거리만 보고 쓸 뿐인데 꼭
한번 보고 싶어졌다 . 그러니까 은희경 작가의 소설 에 테마도 분명
뭔가 있을거라고 생각되서 옷 ( 슈트) 가 있는데도 없다고 우기는 것
만이 다는 아닐테고 전체중의 일부일것만 같아 이 단편에 대한 생각
이 뭐든 좀 튀어 나왔음 하고 바라며 기다렸다 . 네 번째에 끄트머리
에서 잠깐 스친건 재채기 같이 갑작스런 도벽이랄까 ..그런 느낌였다 .
옴니버스 영화처럼 엇갈리는 두사람의 움직임과 시선 혹은 독백 ㅡ
자기 고백 같은 거지만 한 자리는 비어있다고 봐야겠지 . 가죽수첩을
받은 여자 . 그 수첩을 놓고 가는 여자 . 분실물수첩을 오래 보관하다
혼자 남은 날 무심히 펼쳐보게된 나 , 그렇지만 정말 무심히 였나? 처
음이라서 이렇게 혼자 가게를 보게된 건 기회가 주어져 그런건 아니고
? 난 기꺼이 오해 속으로 들어가 주기로 한다 . 어차피 욕망하는 세계
를 봐야 할테니 , 몽블랑 마크가 새겨진 가죽수첩은 슬쩍 봐도 있어보
이고 뭐라 쓰였나도 궁금하고 눈여겨 봤을거란 생각을 한다 . 글 속에
그녀는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굳이 말하는데도...
[그 수첩을 내가 읽게 된 게 우연일까 . 나에게 보내는 인생의
암시 같은건 아닐까 . 운명이란 비정하고 무자비하지만 늘
전령을 먼저 보내 경고를 할 만큼은 용의주도하다고 어릴 때
부터 나는 종종 생각해왔다 . 그 메시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방심하는 사람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집행해버
린다 .
나는 경고를 받아들이는 의미로 카운터 아래 칸에 놓아두었던
숄더백을 꺼내 그 안에 수첩을 집어넣었다 .]ㅡ본문중에서
어깨를 으쓱해준다 . 핑계 좋구나 ...너! 하고 . 그러니까 이 책은 타인
을 속이겠다는 눈속임보단 자기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무의식의 표층
을 어루만지는 느낌의 글 이라고 해야겠다 . 얇은 막같은게 있어 의식
과 무의식 . 나와 타인의 시선을 얼마간 계산하고 보이는 지점과 안보
이는 지점에 놓인 스스로를 설득하는 (?) 그러면서 타인의 이해까지
받아내는 구조 ㅡ 어렵다 . 홈쇼핑 방송에 나오는 그는 이 슈트남과 동
일인 같은데 맞을까 . 점선을 이어본다 . 수첩을 가져간 그녀가 늘 쳐다
보며 속으로 말을 건내는 대상이기도 한 이남자 ㅡ매끈한 슈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 . 갑자기 떠난 여자가 궁금하지만 그저 혼자 술을 마시며
견딜 뿐인 남자 . 타인과는 어울리지 못하는 남자 . 일찍 어른이 되버린
에프엠 김과 루틴 김으로 불리는 남자 . 반복적 일상만을 살던 그에게
그녀는 일탈과도 같았는데 ... 왜그렇게 울고 사라진걸까 ?
나도 궁금해 ㅡ진짜!
중간 중간 수첩의 메모ㅡ여자의 짧은 기술은 이 글을 빙빙 돌게 만든다.
끝없이 순환하는 순환 버스처럼 . 시작도 끝도 애매하고 그래서 몽환적인
부분이 있다 .
추운 겨울 집으로 돌아온 그녀가 난방비를 아끼려 애를쓰는 장면은
참 애처롭다 . 자신의 짐은 거의 없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방
값은 더 내라는 친구의 횡포에도 반박을 못하는 여자 .
Y와 함께 살지만 터무니 없는 괄시를 받는 것 같은 이 바보같은 여자
는 Y가 남자친구와 슈트를 핑계로 집에 들어올 것 같자 . 더는 자신이 있
어야 할곳이 아님을 알고 애초에 없었으니 그의 물건은 하나도 없던 것
처럼 해주려는지 몽땅 트렁크에 때려 넣는다 .
[정적 속에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닫히고 막히고 정지되고 그
리고 뿌옇게 흐려져 있다 . 내 심장만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빠르고 활기차게 뛴다 . 갑자기 어떤 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
본다 . 아무것도 없다 .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네모난 흰 종이
는 그녀의 수첩에 끼워져 있던 명함이 분명하다 . ]본문중에서
이쯤에서 그 오해를 더 가중시키기로 한다 . 원래 그런 성격 아니니? 하고
네 착한 성격이 참고 참은 성격이 ,욱하는 도벽으로 나오는게 아닌가하고 .
.. 그런것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미워서 일수도 있고 . 감추고 당해 보라는
심리일 수도있고 . 은근하게 깔린 심리가 바라는게 없다면서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이 가진 것 . 내게 맞지 않는 것만 되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음 ..
스스로가 장미의 저주 쯤으로 생각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순전히 개인적
생각일 뿐이니까 태클은 사양!!
슈트는 그저 하나의 던져진 맥거핀 효과 같았다 . 별 의미 없는
그 옷따라가면 되나 했는데 뭐 옷남 스스로가 알아서 말을 하니까 .
전체를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진다 .
그래야 숨은그림이 나올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랄까?
반가웠고 난해한 면이 있었지만 이렇게 만나 기뻤다고..인사를 남기며
중국식 룰렛 ㅡ 전편을 기대해 봅니다 .
아..진짜 다른 편들 너무 궁금해!!!!
은희경 [ 중국식 룰렛 ] 중 < 장미의 왕자 >편 .
창비 ㅡ단편하게 책읽는 당 ㅡ에서 제공한 서평용 책으로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