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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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ㅡ 이꽃님 , 문학동네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수상작


< 엄마와 딸 , 기적같은 인연 >

친하던 친구들과도 이제는 주고 받지 않는 편지 없음의 시대에 블로그 덕분에 알게된 이웃님들과 가끔 주고 받는 편지의 시간은 각별한 즐거움을 준다 . 실시간 댓글로 이어지는 토크 타임도 좋지만 , 그보다 더 정을 가깝게 잇는 선이 되곤 하는 편지글 . 우리 사이에 주고 받을 편지가 있다는 것이 진실로 행복한 일임을 깨닫는 순간들 .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부모나 가족에게 편지를 한 일이 언제였나도 시간을 헤아려보게 만든다 . 내 기억 속에 어린 윤의 편지는 아직도 글씨가 삐뚤빼뚤한데 아이는 다 커서 카톡을 보내면 보내지 , 날 기쁘게 해주겠다고 손편지를 써주는 일은 더 이상 없다 . 그리고 어린 윤을 향해 길게 써내려 가던 , 언젠가 보내야지 하며 쓰던 편지노트는 나도 멈춘지 꽤 되었다 . 그만큼 아이와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고 또 심리적 거리는 멀어졌다 . 

그리고 나는 아주 두꺼운 편지를 받았다 . 책 한권 분량의 편지인데 사실 나는 남의 편지를 (대놓고 ?) 엿보는 그런 입장이 되야했다 . 그것도 어린 친구들의 근심 걱정을 다 들어야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입장으로 말이다 . 책편지라는 말이 맞을 거다 . 한 권이 통째로 편지로만 이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는 풍부한 그런 이야기 .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 

두 아이가 주고 받는 편지들의 년도마다 나는 책갈피처럼 끼워져 그 해에 나는 뭘 했더라 하면서 아이들의 시간을 쫓아갔다 . 편지 덕분에 느낀 건 내가 나의 출생년도와 가까운 해만 심리적으로 나의 일처럼 받아들이는 편협한 이해를 가진 사람이란 점이었다 . 그 유명한 [ 82년생 김지영] 에게도 일어난 하나의 현상으론 이해를 하면서도 그 82년생이라는 햇수는 제대로 이해 못했던 게 아니었나 하고 말이다 . 그러니 책 속의 2002년생 은유를 무슨 수로 이해할까 ? ( 아 , 그러고 보니 윤이 2004년 생이네!) 또 편지 너머의 은유인 82년 당시 국민학교 3학년생의 마음도 알길 없는 건 너무도 당연했는지 모르겠다 . 

이상한 현상으로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넣은 편지가 시공간을 뛰어 넘어 또다른 은유에게 닿고 ,  처음엔 수신인이 더 어린 나이의 은서였다가 곧 입장이 반대되는 기이현상을 겪는다 . 현실의 은유 그러니까 2016년에 사는 은유는 시간이 천천히 가는 반면 과거의 은유 시간은 몹시 빠르게 넘기는 책장처럼 휙휙 넘어가는 식이다 . 사이좋은 자매처럼 주고받는 편지는 이제 과거 시간의 은유가 현재 시간의 은유 아빠인 사람을 만나는 걸로 극적인 기대감을 높인다 . 이 부분은 살짝 예상한 바가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읽는 동안 어머 ~어멋 세상에 ~ 하면서 재미난 이야기 뒤를 궁금해 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 

16세 은유 (현재 시간 속 은유 ) 의 고민을 듣자니 ,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 있는 걸 발견해서 놀랐다 . 따지면 우리 윤이랑 두살 차이밖에 안나는 은유의 고민이 하찮게 여겨지다니 , 내가 우리 딸의 고민도 그같이 여기고 살았던 건 아닌지 순간 철렁해서 얼른 딸에게 간지러운 톡을 보내기도 했을만큼 . 다 읽고 나서 혼자 되뇌인 말은 역시나 이제야 알겠어 ㅡ 였다 .  나는 지나치게 과거의 시간을 살고 있다고 나 혼자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현재를 사는데 벅차서 나와 똑같은 시기를 이제와 겪는 아이의 시간은 무시하고 모른 척 했다는 것도 . 그러니까 이 책을 통해 윤과 더 살가워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 함께 책을 읽는 친구이니 이 책을 권할 수는 있고 ,  간지러운 카톡을 한줄이라도 더 보낼 수 있게 되면 그로써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왜 , 딸을 두고 , 평생의 친구이며 동료라고 하는지 그마저 너무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그들의 독특한 편지로의 만남은 ...   

 
최근 읽은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에 보면 ' 평서문같은 시간이었다 ' 라는 말이 나온다 . 그 말을 응용해 보자면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내겐 꾹꾹 눌러 쓴 기다림과 땀이 베인 흥분의 시간이면서 서간체 같은 시간이었다 . 

그 여행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다만 해끔한 햇살 아래를 걷고 싶은 만큼 걸었고 
걸었던 만큼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

평서문 같은 시간이었다 .

그런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고 ,
충분히 만족스럽다 .

[ 51 P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정은우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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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오늘 도착한 책 , F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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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알겠어
#그먼시간을건너네편지가나한테도착한이유를
#세상에특별한일이일어나지않는이유는
#사람들이특별한일을받아들일준비가안되어있기때문일거야
#마음정화가필요할땐청소년문학을읽어요



어제 늦게 도착한 책이다 . 메세지는 늘 먼저 오고 별빛처럼 책은 늘
나중에야 온다 . 그런데 정작 오는 책이 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
겠어서 궁금해하다 페이스북의 이벤트 페이지만 잔뜩 뒤지다 말았
었다 . 결국 책이 오고나서야 아 , 이런 책이구나...

아마 , 그냥 지친 심정으로 신청을 넣었던 걸거다 . 꼭 되리란 법도
없고 . 하지만 주기적으로 청소년 문학을 찾아 읽는다 . 이미 여러번
읽어봐서 청소년 문학 ㅡ 이라 쓰였을 뿐 읽는 대상 구분이나 차별
이 의미 없단 걸 아는지라 기회가 닿으면 보려고 애쓴다 .

문체가 어렵지 않으면서 생각할 거린 늘 던져준다는 것에도 매력이
있다 . 동봉되어 온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 시리즈를 일별하니 몇몇
제목은 눈에 익다 . 아직 8회차인 만큼 문학동네 청소년 시리즈는
길 닦기가 한참 ㅡ 좋은 리스트는 많은데 , 다른 출판사 청소년 문학
상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그걸 모르겠다 . 뭐.. 상금만 다른 건
아니겠지 ? 더 친해져봐야할 일 같다 .

다 읽고 나도 뭔가에 대해 이제야 알겠어 . 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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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15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장소] 2018-02-15 15:27   좋아요 1 | URL
고마워요! 서니데이님 ~서니데이님도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기!!^^

희선 2018-02-18 0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어쩐지 멋있게 보이네요 책소개에 쓰인 2016년 은유가 한해를 사는 동안 1982년 은유는 스무해를 산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본래 그렇기는 하죠 여기 사는 사람이 지난날로 가면 여기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지만 지난날은 빨리 흐르는... 같은 이름인 두 사람은 어떤 사이가 될지, 아니면 그냥 이름이 같은 사람일지...


희선

[그장소] 2018-02-18 02:02   좋아요 0 | URL
오오~ 지난 날의 시간은 빠르게 느껴진다! 그렇기도 하네요 . 이 책 약간 나미야잡화점 같은 분위기거든요 . ㅎㅎ 시공간 세계를 건너 너에게 닿기를 ~ 이랄까요~^^
 
레볼루셔너리 로드
샘 멘데스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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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ㅡ영화 , 케이트 윈슬렛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김동식 소설집에 보면 그런 반전이 자주 나온다 . 개조인간이 소수인줄 알았는데 모두가 개조인간이었고 인간이 희귀인종으로 보호와 감시 속에 갇혀있거나 , 자신들을 철저히 정상이라고 믿고 사는데 어느날 알고보니 자신들 자체가 변종으로 세계가 이미 모두 변했더라는 설정 . 참 무섭고 섬득한 일이다 .

며칠 전에 본 윈드 리버라는 영화에선 인디언보호구역이 나왔다 . 사실 인디언보호구역은 그 영화에서 특별한 게 아닌듯 느껴졌지만 그 광활하고 날씨가 변화무쌍한 지역에선 어쩐지 원주민들과 백인간의 갈등이 첨예한 공간인 걸 그려내고 싶었나 보다 . 그런 곳에서 어린소녀가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이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밝혀진다 . 나중에 범인은 그 보호구역에서 기업의 일로 파견 온 관리자들이 지역의 팽팽한 공기와 끝없는 눈발 , 그리고 어찌해 볼 수없는 지루함에 그같은 참극을 벌인 거라는 걸 보여준다 . 백인이 다수인 세상에서 격리지역 같은 보호구역으로 들어가 소수중에 소수로 뭔가를 다시 견디는 일은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쉽게 내던지는 거 같다 .

윈드 리버에서 그 남자는 악당이고 범죄자였는데 , 그의 말은 참 오래 인상에 남았다 . 아무것도 없는 이딴 곳에서 미쳐버릴 것 같은 지루함을 어쩌란 거냐는 외침 . 그 절망과 공포가 너무 생생했다 . 사람을 죽일 정도의 절망과 공포라니 ...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선 밖에서 모두 칭송하는 젊고 멋진 부부로 프랭크와 에이프릴이 나온다 . 그들은 첫눈에 반해 아이둘을 낳고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멋진 집에서 살고 있다 . 하지만 극의 엔딩 쯤엔 누군가는 그들이 정상을 벗어난 사람들인 것처럼 말하고 , 누군가는 그들의 다름을 위안 삼아 뒷담화를 한다 . 프랭크는 이제 혼자 아이들을 건사하고 있다 . 에이프릴은 자신에게 닥친 현실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일이 될 수 있는데도 그 불가능해 보이고 비정상이라 일컷는 지점을 향해 손을 뻗는다 . 그래서 죽는다 .

결혼과 이상의 합치는 있을 수 없는 일같다 . 그냥 그런 척 살 뿐이고 , 그 척하는 삶을 견디지 못한 에이프릴은 프랭크가 꿈꾸던 파리로 가서 다시 꿈을 꾸며 사는 걸 희망하지만 프랭크의 승진과 임신이 발목을 잡자 극단의 선택을 한다 .

나는 그녀의 절망과 공허를 너무 너무 공감했다 . 그렇지만 프랭크의 불안도 두려움도 이해했다 . 슬쩍 괜찮은 척하고 살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안되는 사람들은 타인이 보기에 정상을 벗어나 보인다는 것도 . 그녀를 이해하는 존 ( 정신병자 수학자로 나온) 때문에 세상의 경계는 더 견고하다는 걸 알게 되서 그 또한 충격이었다 . 어쩌면 존은 지극히 아무렇지 않은 사람인데 , 그의 어머니 기빙스부인은 별난 아들을 견디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 그녀가 그 사회의 견고한 벽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임을 깨닫자 나는 내가 무서워졌다 . 내가 기빙스부인이 아니란 말을 못하겠어서 .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많은 꿈을 희망하며 산다 . 그런데 나는 언제부턴가 내 꿈을 설명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 하고 싶은 건 분명하지만 현실에선 뜬 구름일 뿐이란 것을 너무 잘 알고 하다못해 그 꿈 비슷한 지점까지 가기 위해선 너무 멀고 먼 길까지 마다치 않고 걸어야 한다는 게 무엇보다 힘든 일임을 설명하는 일 .

나는 김동식 소설 속 개조인간 아우팅을 스스로 하는 최두식이 되었다가 , 윈드 리버에서 눈보라 속을 맨발로 달리는 여자가 되었다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스스로 질식해가는 일반인이 , 에이프릴이 된다 .

그러면서 아주 잠깐 그녀 에이프릴이 손을 뻗은 그 곳이 부러웠다 .그녀는 지금 꿈꾸는 곳에서 살고 있을까 ? 그랬으면 좋겠다 . 그 곳이야말로 레볼루셔너리 로드일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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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2 - 전이하는 메타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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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2: 전이하는 메타포 ㅡ 무라카미 하루키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눈에 보이는 것이 좋아요 .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정도로 . "
( 본문 12 쪽 )

  늘 그렇지만 재미있는 책은 마지막이 영영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 끝이 궁금해 다음 장을 미친듯 넘기면서도 점점 줄어드는 책 뒷 쪽의 무게가 한 숨이 나는 걸 , 그러다 마침내는 마지막 엔딩에 서운해져 버리고 . 더할 나위없는 재미였는데도 계속되면 좋겠다는 바람에 날 알지도 못할 작가에게 괜한 심통을 부려보게 되곤 한다 . 

  주인공이면서 한번도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 나 ' 는 9개월 간 아내 유즈와 떨어져 심정적 이혼을 겪게 되면서 자신을 외딴 산 속에 유폐시킨다 . 철저히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자신만의 고독한 작업을 할 셈이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오히려 주변인들과 엮여 사건의 매개자이며 촉발자가 되서는 말할 수 없는 것과 말없이 지켜져야 할 것들에 대한 시간을 온 몸으로 겪고 배우게 된다 .

  그 시간들에 나타나는 현상이  이데아 , 메타포 , 이중 메타포 등등이다 . 그들은 그림 속의 존재로 형상을 빌려 나타나기도 하고 과거에 그가 알던 그리운 이의 목소리로 나타나기도 하며 ,  여행지에서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게 마주한 인물로 나타나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 또 고양이의 촉감이나 이계라고 밖에 표현 못할 공간으로도 나타나며 , 들릴 리 없는 소리들로 변주되어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관계를 이끈다 .  

  그리고 나는 , 손에 잡힐듯 눈에 보일듯 생생한 그림 하나를 두고 온갖 상상을 한다 . 기사단장 죽이기 . 소설 속의 주인공 ' 나 '와 열 세살 소녀 아키가와 마리에도 그랬듯이 그 그림이 그려지고 우리 앞에 표현된 이유에 대해서 ...아흔이 넘어 사물의 인지조차 놓은 노인의 깊은 심연에 가느다란 무엇으로 남은 그 그림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 우리에게 단지 난징대학살의 진상과 지난 독일의 잔혹한 시간을 알려주려 했던 것이 다는 아니었을텐데 , 어쩌면 그것은 한 인간의 주마등 끝에 자리한 회한이 아니었나 싶어진다 . 그때 그 일이 마침내 이루어졌었다면 자신은 그런 그림을 남기지도 못하고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후회없이 연인만 가혹하게 보내고 살아 죄인의 심정으로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는 짙은 회한 . 

  남은 그림을 '나'가 봐야 했던 이유는 , 지금의 생에선 그런 전쟁이 다시 되풀이 되진 않더라도 한 사람의 생에 후회란 그같은 짙은 상념을 남기는 그림으로 주변에 영향을 끼치는 뭔가를 만들어 낼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기 위해서 였을거였다 .  지독한 나치의 시대도 , 제 2차 대전도 끝나고 현재의 우리시대는 총칼의 위력보단 뭔가 서서히 인간을 잠식하는 것들에 둔감하게 사로잡혀 가고 있는 추세다 .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히려 속도를 못 느끼는 둔감함 , 생생하게 피흘리는 전쟁보다 은근하게 인간을 잔인으로 몰아넣고 있는 생의 터전이 지금이다 .

   '나' 는 그런 생업에서 무뎌진 한 인간이고 알게 모르게 염증이 난 사람이기도 하다 . 은연 중에 자신이 꿈을 접고 , 가정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는 인물 . 그러면서 한쪽으론 그게 자신이 잘 하는 일이고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 인물 . 자신이 그렇게 까지 하는데 아내가 자신말고 바람을 피우다니 , 용납이 될리가 없다 . 그런 생각은 말로 드러나지 않아도 몸으로 생활에서 점차 곁에 있는 사람을 지치게 하기 마련이다 . 분명 자신의 희생을 알아주길 바라기 때문에 그 자체가 하나의 희생자적 관념이 된다 . 주부 콤플렉스가 괜히 있는게 아닌거다 . 

  오랜 시간을 함께 산 사람들을 보면 우여곡절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 . 문제 없이 평생이 순탄했어요 . 하는 부부는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일이 코너에나 모셔야 할 케이스일지도 모른다 . 또 자주 듣는 얘기중엔 여자가 바람이 나면 대게의 경우는 남자가 잡고 , 여자는 가정을 깨려고 한다는 이야길 많이 접했을 거다 . 나만해도 그런 이야길 많이 들었다 . 그럴법 하다고 생각한다 . 왜냐면 여자는 대게 한 마음에 두 사람을 동시에 못 담기 때문이다 . 뭔가를 목적하고  마음에 담은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의 곁에 있는 척 할 수는 있겠지만 (모두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여자는 그렇다 . 나를 기본으로 상상을 해봐도 ) 그것에도 역시 한계는 있을 거다 . 유즈 역시 평범한 사랑을 꿈꾸는 여자였으니 자신을 원망하는 남편의 온몸의 아우라를 견디는 건 아무리 사랑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피곤한 일이었을 터 . 

  주인공 ' 나 '는  여행을 하면서 분풀이하듯 무아지경의 상태로 여기저기를 해매고 다닌다 . 그러다 미야기 현 , 이와테 현 근처에서 예의 하얀색 스바루의 남자를 만나고  그(스바루)의 여자인지는 알수 없지만 그 여자를 만나 , 제 안의 흉폭한 심정과 진짜 두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 그는 그녀가 아닌 실제로는 아내를 죽이고 싶었던 걸거다 . 그렇기에 어느 밤 꿈에서 그라면 보통 있을 수 없던 일을 비록 꿈일지라도 아내 유즈에게 성적해방을 난폭하게 해치우며 만족을 하고 , 사악해지는 것이다 . 그러므로 그는 사악한 아버지*가 되고 .  < 나중에 기사단장의 말을 들으면 사악한 아버지* 라고 하는 걸 보아 , 그 스바루 남자는 그녀를 쫓는 사악한 아버지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 주인공 '나 '가 일반적인 형태로 부모가 되었다면 어쩌면 그런 사악한 아버지가 되었을 수도 , 또 , 옷장 속에 갇힌 마리에 앞에 서있던 남자로  친부지만 뭐에 씌여 나쁜짓을 하는 아버지였을 수도 , 암튼 상상의 여지가 너무 많다 >

  그것은 모두 꿈의 일이다 . 현실에선 그는 그런일은 상상도 못하니 멘시키 와 마리에 두 골짜기 사이에 끼어서 그림을 그릴 뿐이다 . 이따금 기사단장이 나타나 이런저런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준다 . 이 모든 일은 그가 꿈일지언정 사무쳐서 해 놓은 일을 잘 풀어 원만하게 흘러가도록 하는데 있다 . 그가 아마다 도모히코의 그림을 보고 그의 맺힌 한을 풀어 줄 필요가 있었듯이 ( 마지막에 기사단장을 도모히코 앞에서 죽이는 장면을 보여주며 또 기록하는 긴얼굴을 나타내 증거하게 함으로 이중으로 그의 한을 풀게 함 ) 그와 유즈 사이의 막힌 강물을 돌아 흐르게든 바로 흐르게든 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모든일은 필요한 일인 것이다 . 

  그러니 멘시키와 마리에는 그가 사악한 아버지가 되지 않도록 장치된 메타포이며 이중 메타포이다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ㅡ 더니 , 정말 영화 제목하나 기막히게 지었다 . (아..이 책과 상관없이 ..) 멘시키는 아마 마리에와 어쨌든 가까워질테지 .  실이라는 뜻을 가진 '무로 ' 의 아버지가 된 ' 나 '와 유즈는 잘 살고 있을 것이다 . 무로에게 앨리스와 체셔고양이와 토끼와 세상 어딘가로든 연결된 많은 동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 

  지금쯤이면 여기와 시차가  없으니 한가로운 주말이려나 , 이렇게 유와 무의 틈을 소설의 이야기로 매꿔도 보며 아 , 너무 즐거웠다 . 

다들 난징 대학살이니 , 안슐루스니 그게 중요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물론 중요하지 않은게 아니라 , 너무 많은 것들을 크게만 생각하느라 전쟁도 , 불사하고 참전도 당연시하고 하는거 아닌가 ... 한 인간의 고뇌 , 인간의 삶과 사랑 , 그런거... 눈에 보이는게 좋다는 말 , 눈에 보이지 않는 정도로 ... 마리에의 그 말이 나는 이 소설에서 내내 울림이 가장 컸다 . 무뎌지지 않고 생이 주는 아주 작은 주름과 나이듦에도 새삼스레 감사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한 소설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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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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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ㅡ무라카미 하루키

홍은주옮김 , 문학동네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 덮은 책이 미미여사의 레벨 7 이었다 . 그 책의 1권 들어가는 입구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

《 그러나 , 그대 , 이것은 모두 꿈에서 본 것 , 꿈의 이야기 . 》
ㅡ그림 형제 : 도둑신랑 ㅡ
 
  이제 막 프롤로그를 읽었을 뿐인데 레벨 7 의 그 문구가 그냥 자동으로 떠오르고 말았다 . 퍽 익숙한 인물이란 느낌과 분명 이 인물을 하루키의 소설 속에서 나는 여러 얼굴로 만난 적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왈칵 반가우면서 이렇게 익숙한 인물로 또 어떤 이야기를 이끌어 갈지 호기심이 물기 잘 마른 스펀지 같았었다 .

  1권의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 두껍고 시커먼 하드 커버 속의 그는 아키가와 마리에를 2미터 앞에 앉혀 두고 슥슥 스케치를 잇고 있을 거였다 .                                                         

  이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내재되어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불안의 싹을 꿈으로 단속적 단서로만 암시받아도 무기력하게 자신을 내던지면서 그는 내내 일생을 수동적 공격형 인물로 수행하는 인간으로만 기능해온듯 했다 . 


  자신 스스로도 문제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을 거였는데 되돌아가 그 문제가 스스로 고칠 수있는 부분인지 조차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인간으로만 . 행여 물으면 ' 그래 그 모든 문제가 다 네 탓이야 . ' 라는 말을 듣게 될까봐 원망을 본격적으로 듣게 될지도 모를 상황에서 절실하게 도피하는 인간으로 보인다 . 막상 마주치면 별거 아닐지도 모르는데 마주하는 것부터가 공포인 겁장이일까 . 그걸 알아가는게 이 소설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

  한 인간에게 주어진 능력을 효율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을 기막히게 설명한 멘시키의 대뇌피질에 관한 예는 그래서 너무나 적절하고 탁월하다 . 특히나 주인공 ' 나 ' 가 보이는 일관된 회피의 행위와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사건에 될대로 되라지 하는 , 어찌보면 터무니없게도 보이는 낙관성은 그 안에 잠재된 문제 해결능력을 스스로 자각하고 각성이 되기만 하면 그와 아내 유즈 사이의 문제까지 일사천리로 스르륵 풀려버릴지도 모른다는 예감마저 들게 하고 있다 .

  그런 또 하나의 예시와 암시로 , 그는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뛰어난 능력이 있다 . 그렇기에  저 자신은  원하진 않았지만 초상화가로 나름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거였을 거다 . 그 부분을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서 문제가 더 큰 것일수도 있다 . 무뎌진다는 것 . 일상이 된다는 것 . 익숙해져 버린다는 것 . 그는 불편함이 없다는 걸로 고통이 없고 갈등이 없었다는 걸로 매사를 단순하게 도식화하는 체질이 되어 버린 것이다 .

  그렇기에 사랑한다고 믿은 소중한 여자의 변화에 그렇게 충격을 받으면서도 전혀 알수 없었던 거였고 , 변명의 여지조차 없었기에 그저 자신의 잘못이 되는 것만이 두려워 도망치듯 집을 나와버린다 . 그래서 그 앞에 필요조건으로 나타난 현상이 이데아 ' 기사단장 ' 즉 관념이다 .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는 관념이 , 모호함이라는 껍질이 ,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만큼의 중요한 정도로 존재하는 대상의 드러남이 꼭 필요한 피흘림의 ' 기사단장 ' 이고 , 그의 ' 죽음' 일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 


" 멘시키 씨 , 이렇게 넓은 집에 혼자 사시면 공간이 부담되거나 하진 않나요 ? "

" 아뇨 , 그렇지는 않습니다 . " 멘시키는 곧바로 대답했다 . " 전혀요 . 저는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 이를테면 대뇌피질을 생각해보세요 . 인류는 매우 정묘하게 만들어진 고성능의 대뇌피질을 선물받았습니다 . 그러나 실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영역은 전체의 10 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할 겁니다 . 그토록 높은 성능의 근사한 기관을 하늘이 내려줬는데 , 유감스럽게도 충분히 활용하는 능력은 아직 획득하지 못한 겁니다 . 예를 들면 호화로운 대저택에 살면서 다다미 넉 장 반짜리 방 한 칸에 모여 검소하게 지내는 4인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나머지 방은 텅텅 비워둔 채 말이죠 . 그에 비하면 저 혼자 이 집에서 생활하는 것쯤은 그다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지요 . "

( 본문 431 , 432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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