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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평점 :
F 그 겨울의 일주일 ㅡ 메이브 빈치 , 정연희옮김 , 문학동네
언제가 직장 회식 자리에서 사장이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하던 그 말은 참 인상적이었다 . 자식을 키워서 행복을 맛보는 순간은 생애 10 % 도 안되지만 , 그 순간이 주는 기쁨은 남은 고생 90 %를 잊게할 만큼 매력적이라는 말 .
그 겨울의 일주일이란 제목을 생각하다보니 그런 생각까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우리에겐 춥고 혹독한 계절 , 겨울 .
그 겨울을 부러 일주일이란 시간으로 한정 잡은데는 특별한 의식과도 같은 날들이기에 그런게 아닌가 했었는데 , 다르게 생각을 해보니 긴 인생의 10 % 같은 행복을 말하는게 아닐까 싶어졌다 . 그럼에도 찬란한 여름이나 한적한 가을이나 나른한 봄이 아닌 겨울인 이유 , 그건 아마도 이 글 속 사람들의 삶을 이루는 결핍을 나타내기 위해서 , 또 일주일은 그 결핍중의 만족감이나 , 휴지기 같은 시간이 절실하기 때문 아니었을까 생각을 한다 . 어쩌면이지만 우리같은 범인 (凡人)들의 삶이 대부분 그런 겨울이 아닐까 , 평탄이라고 하긴 오히려 드문 (일반화의 오류인가 ?)......
달리 생각하면 겨울은 내내 다음 봄을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
사실 , 처음 읽었을 때는 내 스타일의 소설은 아니군 하면서 문장으로 몰입이 안되 무척 답답했었다 . 계속 겉만 읽는 느낌 . 도무지 속으로 들어갈 수 없게 하는 거리 같은 게 잔뜩이었다 . 그럴 수 밖에 없는건 치키라고 불리는 사람의 인생으로 시작되는 첫번째 챕터부터가 공허하고 쓸쓸했다 . 사랑을 믿고 모험을 떠난 청춘은 좋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부분만 그녀가 대단하고 자유롭지 내면은 리거의 어머니인 눌라와 퍽 흡사할 것 같았기 때문에 아무리 스톤브리지의 게스트하우스가 착착 진행되어 완공이 잘 된다 해도 그녀 자신의 내면에 부는 서늘한 바람은 그자리에 그대로 일 것만 같았다 . (뭐 ,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
그렇다고 그녀의 인생 자체가 해빙기없는 빙하기의 삶이었다 말할 수 있을까 ? 해가 반짝 드는 어느 겨울의 봄 같은 날도 있듯이 ... 표면으로 보여지기엔 그녀의 삶이 공허할 것만 같아도 꽤 담백하고 단정하지 않은가 ? 삶에 군더더기가 별로 없는 인생같기도하고 ... 뭐 20년의 세월을 휙 빠르게 돌리는 데선 , 참나 작가 성격 한번 화끈하시네 싶어서 웃음도 났다 .
이 소설 전체를 다 읽은 것이 아니니 결말을 알 수 없다 . 동화 속처럼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한데도 나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 그치만 쉽고 빠른 문장으로 느낀 , 자신이 아닌 타인을 불러와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보기하는 이 방식의 소설은 ( 그러니까 모두가 증인이나 알리바이 제공자처럼 필요한 서로들 , 서로를 증명한다는건 그만큼 가깝다는 또다른 증명 , 그러니 그녀는 외롭지 않았을 것같기도...)
이 책이 왜 티저북으로 나왔는가를 수긍하고 이해하게 만든다 . 영리하고 꾀바른 소설이란 생각은 , 책을 덮고 한참 한참 지나서야 남들 다웃고 난 공간에 끼어드는 박자느린 웃음처럼 떠올랐다 . 전체를 다 보면 더 이 탁월한 꾀에 만족감이 더 들려나 ? 아 , 진짜 궁금해진다 . (그럼 , 본편을 봐!)
지금까지 그녀를 살아 있게 한 믿음은 이것이었다 . 결국 그녀의 나이 스물일 때 스토니브리지 사람들은 모두 틀렸고 자신은 그들보다 더 현명했다는 것 . 그녀의 결혼생활은 행복했고 뉴욕생활은 바쁘고 성곡적이었다는 것 . 그는 떠났고 그녀는 캐시디 여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닥을 닦고 욕실을 치우고 식사를 준비하는 신세가 된 사실이나 , 일 년에 한 번씩 일주일 동안 아일랜드로 돌아가는 것만 빼면 돈을 아끼느라 휴가도 즐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되면 모든 게 허사가 된다 . 그녀에게는 꾸며낸 그 삶이 보상이었다 . (본문 28 쪽 ㅡ 치키 )
그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 , 갓 태어난 병아리들을 사왔는데 글로리아가 사냥 기술을 발휘해보고 싶어하는 바람에 그것들을 지켜줘야 했다는 내용을 썼다 . 감자밭을 일구기가 정말 힘들었다고도 썼다 . 건축업자가 담벼락 정원을 만드는 비용을 너무 많이 청구해서 자신이 직접 하나씩 돌을 쌓아올렸고 모종도 재배했다고 썼다 . 그가 뭔가를 심으려고 구멍을 팔 때마다 글로리아가 그 안에 들어 않아서는 그를 심각하게 쳐다보더라는 내용도 썼다 . 어쨌거나 지금은 관목이나 화초가 벽에 붙어 자라고 있었다 . 그런 식물을 이스팰리어라고 불렀다 . 그들은 깍지콩 , 호박 , 온갖 샐러드용 채소와 허브도 키웠다 . 그는 카멀 히키라는 예쁜 여자애에 대해서는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았다 . (본문 79 쪽 ㅡ 리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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