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기도연대 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 걸판진 촌극의 마무리 ㅡ 가면을 찾아서 》
이전에 윤과 밤 산책을 하다 마주친 건물 창의 붉은 빛의 이유 ( 이유라면 이유일까) 가 그 건물이 ** 신당 이란 걸 알고 어쩜 , 어쩌면 , 그건 왜 생각 못했지 ? 하고 뜨악했다 . 이번에 도서관에 가다 발견한 그 건물이 가진 낮의 얼굴을 확인하곤 , 씁쓸한 느낌 .
뭐랄까 그건 내가 평상시엔 보고 느끼지 않았어도 좋았을 특이함 같이 , 산자들을 위해서 있기도 하지만 죽은 것들을 달래는 역할도 동시에 하는 그런 곳이니까 , 따지면 반대 편의 시립 도서관 역시 그 의미는 달라도 달래는 것의 측면에선 산자 나 죽은 자나 그들을 위하는 것은 비슷해 보인다는 점에서 도서관의 새로운 역할을 찾았다고 해야하나 ?
작은 두 개의 산을 가로지르게 되있는 이쪽 근린공원과 저쪽 산 정상에 있는 ( 작은 산 두 개를 잇고있는 셈) 현충탑을 이으며 , 각 시립 , 도립 도서관이 둘러쳐 있는 동산의 정상에 뾰족하고 높은 예의 그탑이 있어서 역시 그것들은 전부 동시에 뭔가를 위해주고 달래주는( 탑의 역할 ㅡ뭔갈 기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세를 눌러 주기도 하는 ) 걸로도 나는 느꼈다 .
시립도서관의 측면에서 보자면 그 점집은 자신의 몸도 속해있는 작은 산 하날 반으로 갈라놓은 곳에 서로 대칭하듯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 가운데로는 신의 길처럼 오버브릿지가 놓여있는데 , 이 오버 브릿지와 현충탑을 직진으로 가로지르면 그 정상 밑으로 바짝 깎아 세운 듯한 계단 아래 ( 내가 가는 ) 도립 도서관이 나온다 . ( 으악 , 뿐만 아니라 이 도서관 바로 이어서 중학교 , 초등학교들이 바짝바짝 붙어있기도 하지!)
탑에 서있는 인물들의 동상들을 생각하면 그들은 3 .1 절과 관련해 역사적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젊고 이른 나이에( 세상에나 학생들인거잖아!) 세상을 떠나 더 보고 알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는 걸 새삼 깨닫곤 이 주변 풍수랄지에 대해 묘하게도 , 어쩐지 나는 알게 모르게 신( 혹 , 공신 ? : 공부의 신 ^^?) 들의 공간을 빠져들어 갔다가 빠져 나오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
아 , 그러고 보니 살아 있는 인간을 위해서도 죽어 뭔갈 전하고파하는 것들을 위해서도 제사랄지 그런걸 하지 않던가 ? 제사를 주도하는 이는 그에 맞는 역할극을 벌이면서 , 가면이지 ? 그래 , 가면이지 . 신이 들린다고 하는 건 ...
이 백기도연대 , 풍 ㅡ편에서 보면 에노키즈가 하려는게 일반인들 ( 또 독자도 역시) 눈엔 장난이나 휘두름 같게만 보이기 마련인데 ,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젠지가 대 놓고 이제 제령을 할겁니다 . 하듯 정색을 하지 않는 것일 뿐 그 역할은 같은 것이라는 걸 알게 한다 . 남들은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걸로 나오는 에노키즈이니 만큼 , 신관의 역에 말로만 전달하는 주젠지보단 훨씬 주변 시야를 크게 확장시켜가며 어르고 달래는 구석이 있구나를 이번 편에야 제대로 인지를 했다 .
그러니까 바람이 불면 나무가 , 잎사귀가 흔들리듯 일련의 사건들로 들썩여진 세상사를 두루 두루 에노키즈 만의 제령으로 유쾌하게 정리해가며 눌러( 놀아) 주는 그런 굿 판말이다 .
해서 이 백기도연대 이야기는 한 편 한 편 독립적인듯 하면서 세 개의 스토리가 서로 앞 뒤로 맞물려 진행이 된다 . 이 번 책에선 모토시마 도시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굳게 믿으면서도 기이한 사건에 호기심을 느껴 자꾸 휘말리는 소심하고 여린 시민의 여러 감정을 담은 작품 같았다 .
평범하고 싶으면서 평범하다고 인정 받게 되는 사실이 은연중에 싫은 인간의 사소한 마음은 물론이고 크게 잘못 한건 없거나 그닥 사악하진 않은 우리 주변의 약한 모습이 그 약한 연결고리에도 크게 휘청이는 때를 봐 , 이게 너희들이야 하듯 알려주는 입장에 있는 , 기이한 인물이란 평을 반복적으로 듣는 에노키즈로 인해 묘한 쾌감을 얻게 했다 . 어차피 보통인 우리는 다 같이 모르고 다 같이 알고 , 다만 그럴 뿐이니까 .
또 일반적인 저주란 단어에서 우리가 받는 인상과 실제 저주라는 것의 차이( 물론 작가의 의식을 풀어 놓은 걸 테지만)를 설명하는 부분은 참 신선했다 . 왜냐하면 지금의 시대는 넘쳐나는 , 그야말로 정보( 카더라 통신이거나 찌라시 들을 통해 ) 의 쓰나미 속에 살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인데 . 관심이 없다면 의미 없어 보이는 정보 조각들이 누군가에겐 하나의 사건을 만드는 단서( 일테면 카피캣, 모방범 같은 사건!)로도 얼마든지 이용될 수 있다는 작은 충고 같기도 해서 였다 .
그런 것들은 흔히 얼굴을 감춘 채 진행이되며 사건이 커질 수록 이름을 얻기도 한다는 점에서 보면 뭔가가 되고 싶은 인간 심리의 한 단면을 날카롭게 ( 이 진부한 표현이라니!!) 파헤쳐 보이는 것 같아 읽어나갈 수록 섬짓함과 동시에 호쾌해지므로 이 작가의 책을 , 읽어나가는 복잡 오묘한 맛을 다채롭게 느꼈다 .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 . 알아 간다는 것 . 배워도 제자리에 그것들을 꿰어 맞춘다는 것이 갈 수록 쉽지않은 세상이고 보니 이런 걸판 진 한판의 굿놀이가 우리에게도 의식을 정화하는 입장에서 필요한게 아닐까 ㅡ 잠깐 그런 생각도 했다 . 이왕이면 유쾌하게 !
이렇게 복잡해보이는 심리트릭 ( 이건 느껴야 안다 . 말로 설명이 안되서 발췌문을 잔뜩 따왔다 ) 을 끝까지 몰고 가는 작가에 한번 ( 실은 매번!) 더 감탄을 했다 . 드디어 끝이 나는건가 ㅡ하면서도 아쉬웠다 . 너무 재미 있었기 때문에 . 그래 , 남의 굿판이니 그저 구경꾼으로 나는 재미있었던 거라고 ... 거기에 안심하면서 책을 덮는다 .
아주 보통인 것처럼 행세한다며 곤도는 성난 얼굴을 했다 . " 자기가 보통의 대표인 척하는 생각을 버려야 해 , 모토시마 . 자네는 아주 특이해 . 보통과는 달라 . 물론 나도 보통은 아니지만 . 그러나 결코 비범하지는 않아 . 보통이라는 것은 없어 . 그것은 환상이야 . 일반 대중이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 ㅡ 본문 465 , 466 쪽 ㅡ
" 나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장소와 시간을 초월하여 제삼자에게 작용하는 물건이나 사건을 저주라거나 축복이라 부른다고 생각합니다 ." " 아 , 그렇겠군요 ." 나는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 쉽게 말한다면 요컨대 마이너스의 결과를 초래하는 정보 조작이라 할 수 있다 . 이렇게 말하면 자못 무미건조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지만 , 그와 같은 단순한 구도 속에 딱 잘라 말 할 수 없는 생각이나 견딜 수 없는 기분 등 결코 단순하다고 할 수 없는 복잡기괴함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신비스러움의 원인일 것이다 . ㅡ본문 487 쪽 ㅡ
" 가면 ...이란 말입니까 ?" " 가면이지 . 그 가면이 어쩌면 가면을 쓰고 있는 배우의 맨얼굴을 본뜬 것인지도 모르고 , 혹은 다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다른 사람의 가면인지도 몰라 . 또 연출을 위해 과장이나 장식이 가해진 것인지도 모르고 . 그러나 아무리 맨얼굴을 정묘하게 본뜬 것이라해도 사면은 가면이므로 맨얼굴과는 다를 것이고 , 어떤 식으로 연출된 것이라 해도 연출한 자의 계산대로 관객에게 작용한다고는 할 수 없어 . 배우 자신이 가면이야말로 맨얼굴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 . 그렇다면 가면 안에 억압되어 있는 배우의 맨얼굴은 배우 자신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경우가 아주 많아 . 어떻든지 관객으로서의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 마스다 류이치 ‘ 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가면 배우의 무대연기에 불과한 셈이지 . 그것이 바로 자네의 개성인 것일세 . 개성이란 개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만들어지는 가면을 말하는 것일세 ." ㅡ본문 581 , 582 쪽 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