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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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 비극 이후 : 김유진 작가 편

 

비극 이후 ㅡ

 

사진은 뿌리 일부분을 포착한 흑백사진으로 명암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 자연 발생적 구조가 지니는 역동적인 운동성을 드러내는 것이 그 의도인 듯 싶었다 . 그러나 수인이 가까이 다가가 확인한 작품명은  ' 들판에 내리치는 번개 1 ' 이었다 . 수인이 뿌리로 착각한 것은 다름 아닌 번개였다 . 순간적으로 잡아내어 시각화한 빛의 형상이 뿌리와 유사한 것은 그 2가지 모두 생명의 근원이라는 동일한 속성을 지녔으며 , 태초의 운동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 작가는 나아가 , 그 근원적 빛이 들판에서 우연히 포착한 번개가 아닌 기계를 동우너해 발생시킨 인공의 산물임을 밝히며 , 실상과 허상의 무경계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고 강조했다 .

ㅡ 본문 282 쪽에서 ㅡ

 

수인은 실제 ......(중략 ) , 그의 작업이 일관적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교훈적이라고 생각했다 . B 는 멋진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 그러니까  , 무엇이든 꼭 진짜일 필요는 없는 거야 . 수인은 B 가 지닌 취향의 대중성과 명료함이 좋았다 .

ㅡ 본문 283 쪽에서 ㅡ

 

 

금방 결혼 전과 헤어지는 과정의 이야기인 테드 창의  [ 0으로 나누면 ]을 리뷰하고 나서 바로 이 소설로 옮겨오니 뭔가 극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

비극이전 , 비극 이후를 0으로 나누는 기분이랄까 . 어쩌면 그래서 골라놓은 건지도 모르겠다 . 나란히 놓고 싶어서 ......

 

실연한지 얼마 안된 여자 , 수인의 갑작스런 여행기를 담은 단편인데 , 정말 읽으면 저 실상과 허상의 무경계성 이랄지를 공감하게 되버린다 .

 

테드 창의 [ 0으로 나누면 ] 에 나오는 르네가 말 한 " 1과 2가 등가라고  계측하는 것과 직관하는 것은 전혀 다르며 , 더이상 마음 속에 뚜렷한 양 (量)의 개념을 유지 할수 없다고 , 모든게 똑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 (140 쪽) 하는 절규가 여기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아 재미있기도 하고 , 운명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 그러거나 말거나 작가가 내가 이렇게 읽을 줄 알았던 게 아니니 , 성립도 안될 자기 위안을 리뷰로 하고 있는 셈이다 .

 

어쩌면 수인의 삶 자체가 불안정한 기류를 탄 비행기 같았다 . 마구 흔들리는 그 속에서야 그녀는 혼동일 테지만 , 이 밖에선 드디어 만났네 , 모든 불안정의 끝을 ... 하고 방관하게 되니  여주인공으론 참 가혹한 시선일지도 모른다 . 살다 헤어진 것도 벅찬데 말이지 ...... 혼자있기는 두려우면서 같이 하기로 맘 먹은 엄마와의 생활조차 삐그덕 거리는 것이 , 이 여행의 돌발적인 이유인지도 모르겠고 매사 가 어쩌면 이렇듯 급작스런 결정을 투둑 내미는 자신을 주변이 어찌보듯 뻔뻔하지도 못한 , 눈치만 보는 인생같아서 맘이 언짢았다고나 해얄까 ?

 

살면서 확실한 것들이 몇이나 될까만 , 그녀는 들판에 낙뢰 ( 비극이나 불행 )를 기다리는 낙뢰성애자 같은 면이 있지 않은가도 싶고 , 불행이 그게 찍어 먹어봐야 불행인 걸 아는 것 같은 모습이랄까 ......

 

왜 ? 라는 많은 질문은 약속한 듯 없고 , 그저 그런 모습이 되었습니다 . 라고 쓴 김유진 작가의 단편은 처음 만났음( 응? 정말 그런가 ?)에도 다음의 완성도 높은 소설을 세계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

 

나 역시 수인처럼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 스토리를 쫓아다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성마르고 질퍽하며 난해한 꿈에서 , 어서 말가니 개인 날을 맞기를 바라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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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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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이해함으로 공포에 갇히는 장면을 생각하면 언뜻 떠오르는게 일 애니 블리치의 한 장면이다 .

블리치에선 이치고와 일행들이 특히 오리히메가 아이젠 소스케의 정중한 (?) 납치를 받아 웨코문도로 가고 친구를 혼자 둘리없는 이치고 일행의 싸움이 시작된다 . 이 웨코문도에선 에스파다들과 대진을 나눠 싸움이 일어나는데 , 사신팀과 각각의 에스파다들의 싸움이 퍽 흥미진진했었다 .

 

그 중 최고였던 건 8번째 에스파다와 싸우는 장면 , 결국은 쿠로츠치 마유리의 초인제(超人劑)에 죽음을 맞긴하는데 바로 그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한다 . 언령이 주술이란 점은 물론이지만 , 이해가 되며 적용이 되는 시점의 극적장치를 최대로 노린 부분 같았다고 생각한다.  초인제가 뭐냐 ? 일테면 고수들간의 싸움에 흔히 보이곤하는데 , 예를 들면 일정 수준이상을 얻은 능력 덕에 상대의 공격이 매우 느리게 슬로모션으로 보여지며 빈틈따위가 보이는 것을 말한다고나 할까 ? 일종의 주마등같은 ~!^^

 

그래서 자엘아폴로 그란츠는 1초를 100년으로 느끼게하는 약에 무려 수백년,수천년의 어마무시한 시간동안 칼이 자기 몸을 관통하는 그야말로 비인도적(응?) 살해를 견뎌야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것.

이 장면에 침이 고였다. 그런데 신 침이 차마 목에서 넘어가질 못하더라는 내 경험은 그랬는데 ...

메드 사이언티스트로의 마유리 공격은 그야말로 인간은 당해낼 수없는 초초경지에 있는것만 같았다고나 할까 .....(이러니 과학은 무, 무섭습...니...다.....)

 

이 테드 창의 [ 이해 ]는 내게 그런 느낌을 주는 손가락였다고 , 위를 향해 가르키는 손가락과 " 이해하라 "는 주문 자체가 초인제같은 위력으로 다가들어서 아, 미치지 않고야 견딜래야 견딜 수 없음으로 붕괴를 (그럴 여유도 없겠지만) 선택할 밖에 ......

 

최근 , 바빌론의 탑을 리뷰하고 한 인친님이 자신은 영화로 이 [ limitless ] 를 봤는데 내용이 같더라며 '0으로 나누면' 과 ' 당신인생의 이야기 ' 가 더 흥미진진하였다고 하길래 , 영화 이해 " 이 것도 보고싶어졌다 . 감각은 제각각 일텐데 , 영화에선 어떻게 그려내었을지 ...궁금하다 . 몹시 .

 

사고로 뇌사에 가까운 나머지 오랜시간을 누워있던 리언은 마치 바빌론의 천장 저수층을 건드려 터널 속에서 허우적대던 기억을 옮겨오는 듯한 꿈들을 꾸며 깨어난다 . 그리고 닥터 후퍼 (닥터 후?가 아니고)에게 꿈과 악몽에 대한 얘길하며 진료를 받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 그러던 그가 숫자 같은 것에 뛰어난 암기력을 가진게 드러나고 , 그건 신약의 효과로 보인다 . 살아있는 뉴런은 그대로 두고 죽은 뉴런에만 재생하며 힘을 끌어내는 이 뉴런 호르몬 k 신약은 리언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지의 삶을 알게해준다 .

 

처음엔 자신의 한계가 궁금해 의학계에서 원하는 실험에 참가하지만 , 이내 다른 반응을 가진 객원의사인 클라우젠을 만나 테스트를 하다 더는 이들에게 자신의 정보를 주면 위험할 거란 생각에 다다른다.

 

그로써 리언은 정부의 감시 같은 것을 받을 만한 위치에 있다는 것도 알게되고 말이다 . 그런 그들을 따돌린뒤 한개 더 호르몬 k를 탈취하는데까지 성공한 리언은 사회로 부터 몸과 신분을 , 자신을 숨기게된다 . 혼자 은신한 채 인간으로는 가 닿지 않는 영역의 초인같은 힘과 능력을 세상을 위해 쓰지않고 자신만의 완벽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쪽으로 정진하는데 , 어느 날 그런 그에게 도발에 가까운 메세지를 보낸이가 있다 . 그 역시나 호르몬 k요법으로 가진 능력을 가지고 그 뛰어난 힘을 세상을 위해 쓰고자 하면서 리언의 의도와 방향을 묻고는 둘은 피할 수없는 대결이고 하나는 죽어야만 하는 싸움이 된다는 걸 알게된다 .

 

그 부분에 ,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대체 어느쪽이 승리하길 원할까 궁금해졌다 . 선각자에 가까운 레이놀즈가 선도하는 세상 , 아니면 리언같이 개인의 능력을 더 충실하려는 이의 세상 .

 

둘 다 괴물같기는 말할 것도 없고 ,  그렇게 빨리 습득한 첨단 이상의 세상을 보자니 매트릭스의 세상과 이퀼리브리엄의 세상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난 고개를 흔들게 되더라만 , 그래서 어떻게 되느냐고? 궁금하면 직접 보시길 ~  대체 뭘 가리키는 손가락인지 !

 

어쩌면 진짜 괴물은 이 작가 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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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7-01-04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님의 독서목록 완전 제 취향이십니다~^^
테드 창 제가 완전 애정하고 있다죠.
지금도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거나 할 일이 있으면,
테드창을 먼저 고려하게 돼요~^^

새해에는 우리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구요~!

더 많은 책들과 책이야기로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그장소] 2017-01-04 14:39   좋아요 0 | URL
그거 좋죠~ 같은 책을 보는 기쁨, 다르면 달라서 같으면 같아서 서재 이웃님과 같은 책이면 더 기쁘더라고요 .^^
이 책은 은근 읽으신 분들이 많아.. 저는 선물은 생각 못했네요. ( 제 주위에만 ? 아님 이책 읽는분들 주위에 제가 있었나보다..뭐~^^?) 읽으며 흔쾌한 기분 ..즐거워서.. 재미있어서..그런 거 느꼈어요.^^
네네, 새해에도 우리 아프지 말아요!
늘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같이 한해 두해 나이먹어가는거군요!^^ㅋ

햇살한줌 2017-01-04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6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
새해 복 많이받으시고..
올해도 좋은 글 기다립니다!

[그장소] 2017-01-04 16: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햇살한줌님 ~ 님 . 겨울엔 그 햇살한줌이 간절한데 ..그쵸! 불러보니 더 그렇게 느껴지네요.
올 한 해도 함께 걸어요. 같이..!^^

카스피 2017-01-05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테드창 좋아하는 테드창 싸인보도 있어요^^ 그장소님 2016서재의 달인 축하드리고 새해 복 많이받으셔요^^

[그장소] 2017-01-05 02:01   좋아요 0 | URL
아아~ 카스피님도 테드창 팬이시군요! 전 좀 뒤늦게 이 작가에 빠졌지만 .. 저작이 많지 않은게 아쉬워요. 싸인본도 있으시다니.. 으아~ 좋으시겠다는~^^ 축하 정말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좋은 이웃으로 함께해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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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인생의이야기
#테드창 소설
#김상훈옮김
#엘리 출판사

#바빌론의탑

언젠가 네이버의 한 블로그에서 세계 몇대 불가사이에 대한 글과 그림을 본적이 있다 . 그 블로그의 내용에선 지구는 표면에 살고있는 인류가 있고 평행 우주처럼 지구의 핵에 해당하는 내부에 살고있는 인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신비하게 쏟아내고 있었다 . 많은 가설이 있지만 그 그림은 퍽 흥미롭고 재미있는 상상이라고 생각했었다 . 단지 생각일 뿐 그것을 소설적 구조로 옮긴이가 있으리란 생각은 못해봤는데 , 물론 그 내용의 일부엔 고전들 중에 그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 가설적 토대위에 있을 법한 유명 소설들이 있었지만 , 어디까지나 그 역시 가설에 지나지 않는 거란 믿음이 강했으므로 웃고 넘어갔다 .

하지만 내심으론 있어도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없었던게 아니다 . 더구나 그 인류는 거인족부터 소인족이며 온갖 인종이 다양하게 증명처럼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 덕에 나는 걸리버여행기가 단순한 상상에서 좀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베르나르 베르베르 의 제 3인류가 있고 어쩌면 그들 역시나 우주적 관점이 아닌 이 지구의 곳곳에서 우리 모르게 활약하며 사는게 아닐까하는 상상까지 하고있다 .

바빌론의 탑을 짓는 현장에 광부로 가장 높은 곳을 오른 힐라룸은 하늘 끝에 닿아있는 곳에 도착해 그들이 어쩌면 성서에서 언급된 노아의 홍수를 촉발한 부분에 해당하는 곳을 건드릴지도 모르는 곳에서 일들을 이 단편에서 보여준다 .

읽으며 왜 광부출신인 그가 필요할까 생각했고 석공들의 필요는 또 왜인가를 생각했는데 , 수수께끼를 알고 나니 맥이 다 빠질만큼 어이 없었고 , 그래 ... 누군가는 했을 법한 생각을 이렇게 소설로 썼단 말이지 하며 탄복을 하고 말았다 .

그가 하늘 끝에서 열심히 오르려고 판 터널은 그를 다시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 마치 원통형 인장을 놓고
' 인간은 천상과 지상 이란 점토판 의 양 끝에 각각 존재하며 그 사이에 하늘과 별이 있다는 상상을 (무색하게 )서로 인접하도록 둥굴게 말려져 있다 . 본문- 51쪽에서'

우리는 바빌 탑이 무너진것이 신의 저주로 알고있지만 사실 저주는 필요도 없게 그들은 그 끝에 닿으면 다시 이 땅으로 쳐박힐 수밖에 없는 사실을 몰랐다 ㅡ라는 이야기 .

그러나 살아 남은 이는 힐라룸 뿐 이란게 어쩌면 증명키 어려운 증명 처럼 남았다는 걸 ... 알게된다 .

유일생존자이니 그의 말을 믿던가 , 아님 신의 저주로 그냥 생각해버리고 말던가 인데 , 후세에 남은건 신의 저주 ㅡ 인간의 오만을 꾸짓는 것 이었다고 해야 그 많은 이들의 희생이 무리없이 받아들여지게되는 상황 ㅡ .

기발하고 재미있는 지구촌 탐험 같은 이야기 ㅡ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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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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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17회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 권여선 작가 편

언니 , 이 모두가 신의 섭리다 , 망루가 불타고 배가 침몰해도 , 이 모두가 신의 섭리다 ,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신을 믿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말할 수 없어요 . 섭리가 아니라 무지예요 ! 이 모두가 신의 무지다 , 그렇게 말해야 해요 ! 모르는 건 신이다 , 그렇게 ......

 

ㅡ본문 199 쪽에서 ㅡ

 

 

책을 읽고 덮고 생각이 멈추고 인용할 문구를 고르는 중에도 계속 나는 ' 당신은 알지 못하나이다 ' 로 인식하고 있었다 . 그건 당신이 모른다는 단호한 내 생각이 은연중에 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있어왔던 것에서 기인한 사고 방식에서 온 오류인지도 모른다고 지금은 생각을 한다 . 다시 한번 책의 내용의 훑어내려 오면서 이 본문의 부분을 잡고 시작해야지 할 때  돌연 은"은 이"로 변환이 되어 있었다 .

 

그러니까 당신은 알지 못하는 이야기에서 당신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로 ......

여기서 당신이란 많은 다수의 사람이기도 하지만 , 어떤 사실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이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신의 무지란 다수의 무지이기도 하고 , 눈 앞에 놓인 진실을 볼 여력이 안된다는 의미의 무지이기도 하다 . 다른 면에선 폭력적 함구의 무지이기도 할테고 ,

이야기는 전학을 와서 모든게 낯선 너무 평범한 여학생의 시선에서 시작이 된다 . 한 반에 재앙처럼 예쁜 여자아이가 하나도 아니고 둘 이나 있다 . 한쪽은 예쁜 면이 도드라진 치명적인 예쁨이라면 다른 한 쪽은 그 걸 넘어선 미의 모든 것이랄 만한 넘치는 아름다움 이라고 할까 , 그 세계를 보다가 다른 세계를 보면 아 , 하고 더는 말이 안나올 만큼 .

 

지나친 것들엔 늘 폭력적인 면이 뒤따르더라고 하면 이상한 말이 될까 ? 그건 명탐정 코난이 어딘가를 가면 반드시 살인 사건과 만난다는 법칙과 비슷한 것이다 .

그런 아름다움의 총량이 버겁다는 듯 죽어버린 김해언이 있고 , 모든 사건은 빨리 잊히는 듯 했는데 , 시간이 흘러 돌연 이 전학생의 앞에 나타난 해언의 동생 다언은 그 사이 언니처럼 성형을 하려고 했는지 비슷하지만 어딘가 기괴하다 .

왜 그녀는 이 여자 앞에 나타났나 . 난데없는 시를 꺼내들고서 ...... 

 

마치 , 모든 사건엔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는 것처럼 , 하다못해 자신의 지은 죄라도 불구하고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인 듯한 경우에라도 미미한 단서 하나를 남기기를 원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완전히 그 자신을 다 속이고는 살 수가 없는 탓에 , 아니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완벽히 흘러가고 있다는 주문같은 걸수도 있고 . 의식처럼 치르는 ......

훗날이라도 돌이켜보면 아 , 그 사건이 그런거였구나 하는 깨우침 , 깨달음을 가지라는 복선의 하나인지 퍼즐의 잃어버린 한 조각을 네게 남긴다는 것처럼 이따금 나타나 뜬금없는 방식으로 여전히 김해언의 죽음 이후 그 가족들의 삶이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아달라는 듯한 , 고해소같은 역할의 전학생 .

 

그리고 다언이 남은 엄마와 견디는 방식으로 해나가는 세상을 향한 모종의 일들 .

윤태림의 결혼과 (살해범인 용의자이던 신정준과 결혼 ) 6개월 된 딸아이 실종사건이 발생하는 사이에 다언은 도서관에서 거의 10년 가까이의 시차를 두고 그녀를 찾아온다 .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

중간중간 거의 실성에 가까운 윤태림의 상담일지 인지 기록 같은 것이 나옴으로 범인이 누구인가를 정확하게 지목해주는데 , 이 소설에선 끝내 명백한 증언으론 들을 수 없다 . 다언도 그저 확실한 사실은 알지 못하고 처음의 수사에서 반바지와 나시티가 왜 원피스로 둔갑했는지만 겨우 알아내고 절망한다 .

 

고백은 미친 듯 내뱉는 윤태림의 상담인가 , 독백같은 말들속에 나오는데 , 그 마저도 제정신으로 하는 말 같지가 않기에 뭔가를 잡아채기가 어렵게 끝이 난다 . 그리고 다언네 가족에겐 죽은 해언이 처음에 가질예정이던 본래의 이름인 해은이란 이름을 가진 딸이 생긴다 .

우연히 듣게되는 그 이름에 전학생이던  그녀는 불편하면서 위기감 같은 것을 느낀다 . 아는 채하면 위험한 뭔가를 들었고 , 내내 못들은 것으로 해야한다고 ......그렇게 또 하나의 진실이 묻힌다 .

 

알지 못하는 이야기만큼 재미 없는게 또 있을까 , 알지 못한다는건 관심 밖의 상황 , 내 호기심의 대상이 아님을 고백하는 것과도 같다 . 아니면 체념같은 습관이거나 , 그 조차 아니면 너무 먼 이야기라 닿지 않는 상황의 것들이거나 , 그러나 우린 가본적 없는 죽음에 늘 호기심이 생긴다 . 분명한 경계선이 이쪽과 저쪽으로 있는 거라고 해도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이 아무도 없는 까닭일지 모르겠다 .

 

낯선 죽음에 당하고 마는 날카로운 가격이 충격이 쎄었기 때문인지 오지 않은 어떤 미래의 예언서를 설핏 엿본 것만 같은 감각은 참 , 기이한 느낌이다 .

 

신이 있다면 이상한 방식으로 온갖 애정을 손 끝에 부어 한 피조물에 버무려 놓고 , 그 완벽함의 한 수처럼 어떤 텅빈 것을 주었다 하자 . 그래야만 신이 쓰는  저울이 기울지 않을거라는듯 ...조금은 모자란 부분으로 남겨놓은 면이 , 이 책의 사건이 되는 김해언의 죽음에 놓인 공백이며 그녀의 기인 방식이었다고 치고 그걸 치우는 방식은 신의 방식인지 모르겠는데 , 해은이 해언이 된 것 만큼 엉뚱하고 대체하는 방식이 어이 없다는 것이  또 신을 닮았다 . 그런의미에서 신은 정말 무지의 , 미지의 존재임은 분명하구나 하게되니 , 신을 알게 되는 방식도 여러가지구나 싶다 .

 

사건은 단순하지만 시간으로 보면 오랜 고통이 존재하기에 단순할 수없다 . 많은 사람들이 이때문에 고통 받고 핍박을 당하는 상황도 생긴다 . 신 앞에선 모두가 당하는 처지일까 ... 싶어서 무기력해진다 .

읽으며 몹시 빨려들 듯 몰입을 했던거 같다 . 던져주는 메세지도 , 사건을 다루는 작가도 너무 매력있어서 이 작품이 지면에만 머무는 것이 못내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 미니드라마 나 영화로도 멋진 작품이 될것 같다고 생각했다 . 그러니 당신도 이 이야기 읽어보시길 ,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는 어쩐지 억울 할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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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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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 17회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 카레가 있는 책상 : 김사과 작가 편 ,

 

여기는 아주 이상한 곳이다 . 아주 이상한 곳에 내가 있다 . 어떻게 여기에 도착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  어제의 버블티 여자를 떠올려봤다 . 그런데 그 일이 정말 어제였나 ? 어제란 그저 꿈이 아닌가 ? 기억에만 남아 증명할 방법조차 없는 그것을 어떻게 믿는가 ? 어제의 사건과 , 내일의 기대가 , 죄다 ...... 그리고  오늘의 나는 아주 희미하다 . 여기는 정말로 이상한 곳이다 . 아주 많은데도 아주 적다 . 사람들로 가득한데 아무도 없다 . 벽 너머에서 사람들이 기침하고 , 웃고 , 그리고 카레 냄새가 ...... 아니 카레 냄새는 더 이상 없다 .

 

ㅡ 본문 229 쪽 중에서 ㅡ

 

사실 읽으며 울 집 남동생 생각이나서 나는 클클클 웃으며 읽다가 마지막 문장에 가서는 멈칫했다 .

누군가의 머릿속을 아무렇지 않게 들여다 본다면 이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 끝에 였는데 , 그럼에도 잔인한 부분에 가선 설마 싶은게 , 누구에게나 이런 부분이 있을거란 생각의 자체가 거기서 되돌려 나와야 할 막다른 골목 같아진 탓이라면 탓일까 ......

마지막 까지 미치지는 말자 . 싶어진 모양이다 . 그나마 인간 다운 이유를 들자면 얻어 맞아도 맞을 뿐 , 무해한  인간으로 남아주길 바라게 되서인지 모르겠다 .

 

김사과 작가의 글을 대부분 단편으로 만나는데 이번이 그중에 가장 흥미롭게 읽힌 부분였다 . 보통은 덜 닿은 느낌처럼 , 아직  닿지 않았다고나 할까 하는 그 지점에 글이 멈춰있곤 했다 . 누군가 이끌어 준 리뷰 속의 작가는 참 흥미진진한데 내가 읽으면 재미가 덜한게 참 신기한 일이었다 . 그래서 아직 도착이 안된 좀 빠른 소리 ( 이건 금태현 작가의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 에 나오는 해석부분의 인용 쯤 된다 .) 였다면 ,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닿은 지점 쯤 글이 멈칫했다 .

 

평범하고 많은 것들 중에 잠시 정적 . 잠깐 멈춤의 상태를 잡아내는 카메라 .

(내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면서 탁탁 치고있는 타자의 이 순간 처럼) 냄새를 가지고 누군가를 증오하고 린치 하는 것도 가능한 익명의 세계에서 전달해오는 모르스 부호같아 뭐라고 ? 잘 안들려 ...라고 타전하게 되는 이 순간 .  '알아 . 무슨 얘긴지 ......' 할 수있으면 더없이 좋겠는데 ,

 

카레가 있는 책상 위에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잡히지 않는 상상의 것들처럼 희미한 냄새 . 갈망 .  그것이 치웠음 싶은 것이든 간절히 원하는 것이든 희미하게 잡히지 않는 , 희망이란 덫과 같다는 ㅡ 차라리 미워할 뿐인 기대의 희망을 이렇게 표현도 하는구나 .

 

카레 냄새를 미워해 보려고 시도하다 포기한채 이렇게  쓴다 . (아하핫 )

간절한 생각 끝에 ( 혼자만의 생각으로 )  누군가를 찾아가 밑도 끝도 없이 쫓아다니지는 말아 달라는 당부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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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1-04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레는 두 끼 이상 먹으면 질리는 냄새인데, 일년에 한 두번쯤은 생각난다죠.
2016년 마지막 날 태국 그린 카레라는 걸 먹었는데, 카레 같지 않은 카레를 먹으며 내내 이상하지만 맛있군, 이상하지만 맛있군 했어요. 그장소님 김사과 작가 글 얘기도 왠지 그런 느낌ㅎ

[그장소] 2017-01-04 18:03   좋아요 1 | URL
일년에 한두번이 아닌 매일은 카레의 향에 질릴것같네요. 저도... 질리는데 앞에두면 또 먹히는 것에 넌더리 나는 삶이 라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저 내용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