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몰입 - 눈앞의 성취부터 붙잡는 힘
로버트 트위거 지음, 정미나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F 작은 몰입 ㅡ로버트 트위거 , 정미나 옮김 , 더퀘스트

메이브 빈치의 소설 [ 그 겨울의 일주일 ]에 나오는 넬 하우가 문득 생각났다 . 그녀는 정년을 맞아 평생을 몸담고 있던 교직에서 은퇴해 교직원들의 은퇴 선물로 스톤하우스 숙박 티켓을 선물 받는다 . 여행을 떠나기 전의 삶을 보면 그녀는 세상의 일에 철저히 무관심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  마음이 아무리 닫힌 사람이라도 오랜 시간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어딘가에 마음을 , 시선을 주기 마련인데 그녀는 스스로 그런 가능성조차를 차단하고 살아간다 . 그런 사람은 기회가 와도 , 변화의 문이 열려도 그 문 앞에 서지 않는다 . 한 걸음만 내딛어도 풍경이 바뀌고 관계가 만들어 질 수 있는데도 그런 기회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 주저하는 마음을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삶이 바뀔 수 있는데 말이다 .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의 시간을 그냥 허비하고 만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 비둘기 ] 에 보면 넬 하우처럼 자신의 삶을 아주 간신히 이어갈 수 있는 여건임에도 그에 만족하고 변화를 원치 않는 주인공 조나단 노엘이 나온다 . 그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 건 그저 새 한마리 , 비둘기 한마리 였었다 . 그 새 한마리가 두려워 그는 쭉 고수해오던 익숙한 삶의 패턴을 허물게 된다 .

패턴을 허무는 계기 , 조나단 노엘의 비둘기가 아니어도 넬 하우처럼 스톤하우스 티켓이 아니어도 우리에겐 그런 기회를 잡을 순간들이 매 순간 찾아온다 . 그게 불행의 사건이든 행복하고 소소한 사건이든 그저 다가 온 기회를 두려워 않고 덥썩 잡기만 하면 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지고 여유가 없다해도 지금의 세상은 이 책 속에 표현된 근대의 시대가 아닌 탓에 더 많은 기회에 노출되어 있다 .

이 책에 표현된 ' 쓰담쓰담 ㅡ 토닥토닥 장애 ' 를  기회와 환경이라는 걸로 놓고 다시 생각해본다 . 마음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주체가 환경을 핑게로 시간이 없고 돈이 없고  , 아니면 그저 너무 지쳐서 무기력해 장애 그 자체가 된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 그저 배를 둥글게 쓰다듬으며 동시에 머리를 치는 행위는 단순한 몸의 저항 현상이 아닌 사회적 정체 현상이 될 수도 있다 . 개인이 곧 사회이기 때문에 그렇다 . 개인의 행복 지수가 높아야 사회 전반의 행복 지수도 올라간다 . 그런데 이 편리한 첨단과 시스템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시스템의 부품이 되느라 자기를 돌볼 시간조차를 아낀다면 그건 국가적 , 인류사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일것이다 . 미래의 어느 시대쯤에 우리 후손이 호모 사피엔스를 검색했는데 그 정의가 시스템의 부품이 된 슬기로운 (?) 인류 라고 쓰여있다면 어떻겠는가 .

이 책은 작은 몰입 , 즉 개인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음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요령을 여러 사례를 들어 위트있게 보여주고 있다 . 책에서처럼 꼭 동그라미를 그리고 오믈렛를 만들고 로프을 타며 검을 휘두를 필요까진 없겠지만 , 뭔가가 변하는 현상을 주의깊게 바라볼 시점 , 초점이 생기는 데엔 많고 큰 것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열정적으로 보여주면서 읽는 이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 다만 책에서 저격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은 꼭 이 책엔 필요없는 뱀의 다리 같았다 . 어쨌거나 저자 스스로가 몰입하며 우리에게 예시로 든 많은 일들 대게가 시간을 공들여 투자해야 하는 일인데 아주 쉽죠 ~ 하는 건 어폐가 있어 보인다 . 자연히 그에 대한 반발심을 동시에 불러오는 표현 같았기 때문이다 .

좀 몰입하기 어려운 책 뒤에 읽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참 재미있게 읽었다 . 저자가 나 , 능력자야 ! 그래보이지 하는 으스댐 마저 꽤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 작은 몰입 덕에 작은 웃음을 저자 덕에 지어보게 된 시간이었다 .

1만 시간의 법칙대로 한 우물만 죽어라 파서 어떤 분야의 ‘ 끝판왕 ‘ 이 돼야 할까 ?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하여 소위 크게 성공한 인재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

빠른 결과를 내야 하는 부담 없이 천천히 ,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재미도 마이크로마스터리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 그것을 해내는 데 유연성을 발휘하여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볼 수 있다 . 그 과정에서 우리는 뇌의 다감각적 뉴런에 호소하는 3차원 방식으로 학습을 하게 된다 .
(본문 13 쪽 )

신경 기능과 관련된 최근의 조사에서 뇌의 상당 부분이 다감각적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다시 말해 후각을 담당하는 뇌세포와 시각을 담당하는 뇌세포가 따로 구별되어 있지 않으며 , 후각과 시각의 입력 정보 모두를 똑같은 세포에서 처리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 이를 미루어 보았을 때 인간은 보다 다차원적이고 다감각적일 때 잘 배울 수 있다 .
(본문 41 , 42 쪽 )

뇌는 감각을 따로 처리하지 않는다 . 대부분의 뇌세포들은 청각 , 촉각 , 후각을 비롯해 심지어 고통까지도 동시에 기록한다 . 이런 맥락이라면 지능 역시 분류되어 있지 않고 고도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 더욱 선명해진다 . 인간의 여러 감각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한다 .
(본문 55 , 56 쪽 )

근대 이전의 시대엔 누구나 다재다능하게 살았다 .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고 고치는 기술이 사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했던 까닭이다 . 당시 사람들은 놀 때도 직접적인 활동과 사고를 수반했다 . 이러한 다재다능적 삶의 기반을 지금의 교통 , 통신 , 오락이 제공하는 용이함과 편안함이 허물어뜨리고 있다 . 근대 이전의 기분으로 보자면 푸줏간 주인이나 은행가 , 광부의 아내는 얼마든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나 출증한 수채화가가 될 수 있었지만 현재의 편리함이 그런 그런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 누구의 마음에나 있는 잠재성 , 마이크로마스터리가 되찾아준다면 어떻겠는가 ?
(본문 81 쪽 )

이 책은 성공과 행복에 이르는 숨겨진 길을 보여주겠다는 매혹적인 약속이다 . 그 길이 숨겨진 이유는 우리가 그 길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는 그 길이 어렵고 복잡하고 돈이 들고 시간이 든다는 이유로 감추고 있다 . 흥미를 가질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모든 것이 우리에겐 숨겨진 길이다 .
모든 것은 흥미에서 시작된다 .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배우지도 않게 된다 .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저런 흥밋거리를 가지고 있다 . 심각할 정도로 모든 일에 흥미가 없다면 그건 우울증의 한 증상이다 .
(본문 251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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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다는 것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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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숲에 누가 있다

 

나희덕

 

 

밤구름이 잘 익은 달을 낳고

달이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후

숲에서는 ...... 툭 ...... 탁 ...... 타닥 ......

상수리나무가 이따금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제 열매를 던지고 있다

열매가 저절로 터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입술을 둥글게 오므렸을까

검은 숲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말소리 ,

나는 그제야 알게도 된다

열매는 번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무가 말을 하고 싶은 때를 위해 지어졌다는 것을

...... 타다닥 ...... 따악 ...... 톡 ...... 타르르 ......

무언가 짧게 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박수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들은 무슨 냄새처럼 나를 숲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어둠으로 꽉 찬 가을숲에서

밤새 제 열매를 던지고 있는 그의 얼굴을

끝내 보지 않아도 좋으리

그가 던진 둥근 말 몇개가

걸어가던 내 복숭아뼈쯤에 ...... 탁 ...... 굴러와 박혔

으니

 

(본문 12 , 13 쪽 )

 

나희덕 시집 ㅡ 어두워진다는 것 ㅡ중에서

 

 


 

 

지난 가을 이후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숲 계단을 밟지 않았다

그 가을 계단에 누가 부러 흘린듯 쏟아져 있던 열매들

도마뱀 , 풍뎅이 , 잠자리 , 그리고 바람

그것들은 쏜살같이 잘도 흩어지고 모이고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 다녔다 금조차 밟지 않으려고

계단에 떨어진 열매들 지금은 다 어디갔을까

그들이 온 숲으로 잘들 돌아갔을까

시인의 말처럼 복숭아뼈 하나는 내게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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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오늘 도착한 책 선물 , N ㅡ

#쓰기의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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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울것
#임경선
#위즈덤하우스

#축복받은집
#줌파라히리
#서창렬옮김
#마음산책

#thankyou_싱클레어님



오전에 온 메세지를 못보고 느지막하게 현관을 열어 밖을 보다 덩그러니 놓인 택배박스를 발견했다 .
싱클레어님으로부터 어제 시크릿박스를 보내마 ㅡ들었지만 다음 주에나 도착하지 않을까 기다림을 내 멋대로 연기하고 있었는데 예상을 깬 불시의 선물이었다 . 말 그대로 시크릿박스가 된 셈 .

네이버 블로거이신 싱클레어님과는 몇몇 소설 리뷰로 인연을 쌓았었다 . 이따금 같이 읽고 싶은 책이 생겨도 먼저 보내줘도 될지는 망설여졌는데 이번에 정은우 작가님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ㅡ이 기회가 되서 같이 대화를 하다 이렇게 선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 ㅡ 이런 판형의 책이었구나 알게되고 개인적으로도 읽고 싶던 책이라 반가웠다 .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ㅡ 를 넘 좋게 봤던지라 이 책도 기대가 크다 .

임경선 작가 책은 블로그 이웃인 꼼쥐님이 열독하시는 분이라 익히 알고 있었고 나는 ebook 으로 태도에 관하여 ㅡ 만 읽었던지라 또 한 번 읽을 기회가 생겨서 좋다 .

그리고 줌파라히리 ㅡ 그녀의 책은 책이 입은 옷ㅡ만 아직 못 만 나 곧 데 려 와야지 하고 있는 중이다 .
축복받은 집 ㅡ 두권이 됐다 . 이제 내 집만 축복받으면 될 것도 같고 ~ 이 책 리뷰를 제대로 안해서 내 네이버 블로그에는 없다 . 이 기회에 다시 읽어보고 리뷰를 해얄까 보다 .

또 , 쿠키와 메모수첩까지 ㅡ 넘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
고마워요~싱클레어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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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오늘 도착한 책 , F ㅡ

#의식의강
#올리버색스
#양병찬옮김
#알마
#The_River_of_Conscious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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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세이
#표지그림_김현정
#과학도서
#에세이


올리버 색스는 < 의식의 강 > 에서 진화론 , 식물학 , 화학 , 의학 , 신경과학 그리고 예술을 다루며 자신이 위대하고 과학적이고 독창적이라 여기는 영웅들 , 특히 다윈 , 프로이트 , 윌리엄 제임스를 언급한다 . 이들은 색스가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한 마음의 동반자였으며 , 그의 저술 중 상당 부분은 그들과 나눈 대화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

색스는 예리하고 치밀한 관찰자로서 각종 연구 사례를 수집하는데서 희열을 느꼈고 , 그 사례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환자나 동료들과 주고받은 광범위한 서신과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

색스박사는 이 책을 자신의 편집자이자 멘토로서 30년 이상 우정을 나눈 친구 로버트 실버스에게 헌정하기를 바랐다 .

[ 서문에서 ]


책장을 열면 ㅡ 밥 실버스에게 ㅡ 가 먼저 눈에 뜨인다 . 누군가에게 뒤를 맡길 수 있고 헌정 할 무엇이 있는 삶 . 거기에 눈이 오래 머문다 . 이런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삶이 되면 좋겠다 .

그 의식의 강을 따라 걸어보겠다 .
시작하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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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meKim 2018-03-12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그장소]님의 서재에 오니 생소한 책들이 다양하고 많네요^^ 자주 들리면서 책구경 많이 해야 겠어요~!! 무엇보다 저의 서재를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장소] 2018-03-12 12:53   좋아요 0 | URL
저도 반갑고 인사 나누게 되서 좋네요!^^ 좋은 책 소개 많이 많이 해주세요!^^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문학동네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100
황유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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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 

남지은 시


난간에 선 존재는
자기를 망친 결벽을 떠올린다 

아는 손으로부터
알지 못하는 손으로부터
사랑하는 자로부터
사랑하지 않는 자로부터

일상의 머리채를 더듬더듬 건져올리기까지
사랑도 되고 폭력도 된다는 머리통을 깨부술 때까지

안도 되고 밖도 되는 곳이 있다
낮도 되고 밤도 되는 때가 있다

괜찮아 ? 춥지 않겠어 ? 다정한 물음이 있고
어떤 이야기를 계속하기 좋은 순간이 있다

조명이 어둡거나 테이블이 조금 흔들린대도
있잖아 하고 시작된 이야기가 그건 있잖아 하고 이어진다

옆 사람의 옷이 내 어깨에 걸리고
옆 사람의 말이 내 것처럼 들려서
옆 사람의 손에서 기울어진 찻잔같이 내 몸도 옆 , 옆 , 옆
으로
기우뚱거리고

쏟아져도 괜찮아
낙관도 포기도 아닌 말이 마음에 닿기도 한다 

난간에 기대어 자라던 식물들이 난간을 벗어나

ㅡ 074 , 075 ㅡ

 

공간에서 사람으로 다시 공기로 ,

사람들 말의 소리 닿았다가 멀어지다가

입김이었다가 찻잔의 김이었다가

엉킨 식물이 된다 . 거기에서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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