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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로의 미궁
가미나가 마나부 지음, 최현영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6월
평점 :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74년 일본 야마나시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일본영화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도예가 어머니 슬하에 자라 어렸을 적부터 창작에 흥미를 나타냈습니다. 자비출판한 "붉은 외눈"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2004년에 "심령 탐정 야쿠모 : 붉은 눈동자는 알고 있다"로 재출간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라자로의 미궁>을 보겠습니다.

경찰 출입구에 눈에 띄는 수려한 외모의 청년이, 생기 없는 눈으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흰 볼에 마구 발라 놓은 듯한 핏자국에, 코트 속 셔츠는 원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피로 물들어 있고, 오른손에 칼날 길이만 15cm 정도 되는 대형 칼을 쥐고 있습니다. 세타마치 경찰서 형사 미나미 사와는 그에게 말을 걸었고, 그는 '라자로'라고 말하며, 살려 달라며 쓰러집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자신이 누구인지, 몇 살인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등을 하나도 모른 채 깨어납니다. 정신과 의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경시청 구가 에이토와 팀을 이뤄 청년을 면회했지만, 그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다가 그 자식의 계략이라는 묘한 소리를 내뱉고는 정신을 잃습니다.
대학교 재학 중에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아 작가가 된 쓰키시마 리오와 나가토 가쿠는 숙박 중인 펜션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터리 이벤트 '라자로의 미궁'에 참가합니다. 통신기기를 반납하고 로비에 들어가니 오른쪽 벽난로 위에 큰 그림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카라바조의 '라자로의 부활'입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반듯한 이미지의 신조 아키타카, 20대 초반 진한 화장과 금발에 가까운 화려한 머리 색을 가진 아이카, 지저분한 스타일에 그림을 그리는 아토무, 귀와 입술에 피어싱 링을 하고 실버 액세서리를 치렁치렁 달고 있는 앗슈, 아이돌 그룹에 있을 법한 중성적인 이목구비의 나쓰노, 아름답지만 존재감이 희박한 느낌이 드는 쓰지무라 레이가 참가자입니다. 메이드복을 입은 안내역 M이 이벤트의 규칙을 설명하겠다며 원탁에 적혀 있는 지정석에 앉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가토 자리는 없어 일단 쓰키시마 옆자리에 앉습니다. M이 말한 규칙은 이렇습니다. 펜션에서 세 건의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며, 이벤트 참가자는 협력하여 증거를 모으고 범인을 찾아내야 합니다. 범인을 찾아낼 때까지 아무도 펜션에서 나갈 수 없으며, 이벤트 참가자 중에 범인과 피해자가 섞여 있습니다. M은 프런트에서 체크인을 하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문을 잠갔습니다. 이제 참가자들은 이곳에 갇혔습니다.
'라자로의 미궁'에 갇힌 참가자들은 어떻게 범인을 찾아낼 것인지, 이름도 모르는 청년은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라자로의 미궁>에서 확인하세요.
<라자로의 미궁>은 두 가지 시선이 교차하면서 진행됩니다. 제목처럼 '라자로의 미궁' 미스터리 이벤트에 참가하게 된 미스터리 작가 쓰키시마 리오와 피 칠갑을 한 채로 경찰서에 나타나 살려달라는 기억상실 청년을 수사하는 형사 미나미 사와와 구가 에이토의 이야기입니다. 두 가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밀실 살인을 보여주는 펜션 이야기는 참가자 중에 피해자와 범인이 있고, 세 건의 살인을 예고합니다. 게다가 범인을 알아내기 전까지 펜션을 나갈 수 없다는 것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클로즈드 서클에 머무르지 않고 복선과 반전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책 제목부터 이야기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라자로'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도 중요합니다. '라자로'는 성경 요한복음에 나오는데 죽음을 맞이한 뒤에 예수에 의해 다시 살아납니다. 이 상징은 소설을 관통하며 중요한 상징이 됩니다. 그렇게 독자의 눈을 사로잡은 채 반전에, 또 다른 반전, 마지막 반전까지 등장해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책을 읽은 느낌이었습니다. 일반 미스터리와는 다른 느낌의 표지부터 책의 내용도 특이할 거라는 예상을 했지만, 그 예감이 맞았습니다. 그래서 '미궁'이라는 제목이지만 본격 미스터리는 아니고, 심리 미스터리입니다. 단순한 미스터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는 말을 전해줍니다. 인간의 뇌는 카메라처럼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정확히 기록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에 의해 자기 상황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인지하는 세계가 다르다는 소설의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 저자가 보여줄 미스터리의 새로운 세계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