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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 ㅣ 레이디가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4월
평점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1998년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나 규슈대학 문학부를 조업한 저자는 2021년 회사원으로 취업하고 회사 생활과 습작을 병행했습니다. 2022년 "세상 끝의 살인"으로 제68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최연소,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했으며,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본격미스터리 베스트10,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MRC 대상 등 미스터리 랭킹을 휩쓸며 데뷔했습니다. 그럼, 화제의 데뷔작에 이은 차기작 <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을 보겠습니다.

2020년 8월 4일 아다시마의 해상 코티지에 일곱 남녀가 놀러 갑니다. 이시다, 우라이, 가란, 다케우치, 오오이시, 하시모토는 고등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그룹입니다. 졸업하자 진학과 취직 등으로 진로가 달라졌지만 계속 교류해왔습니다. 히토는 대학교 1학년 가을에 이사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오오이시가 그 업체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동갑이라 친하게 지냈습니다. 오오이시가 고등학교 선배들을 소개해 주어 히토도 이 무리에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우라이가 친구들과 캠핑하고 싶다고 부탁하자 숙모가 허락해 주었고 이곳에 놀러 왔습니다. 우라이의 숙모는 민박 직원 구조 겐타로에게 코티지 관리를 맡기고 있고, 정기편이 없어서 어부가 그들을 데려다줍니다. 히토는 고등학교 축구부 선배를 대신해 복수하고자 이들을 죽일 생각으로 비소를 사서 음료수 병에 탑니다. 그리고 유서 형식의 범행 성명을 남겨두었고, 8월 9일 오전 8시에 국내외 게시판 사이트나 SNS에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히토의 계획이 실행되기도 전에 하시모토가 자신의 코티지에서 뭉개진 안면과 혀가 잘린 채로 발견됩니다. 범행 성명이 공개되기 전에 범인을 찾지 못하면 히토는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죄를 뒤집어써야 합니다.
오사카시 환경국 동부클린센터 직원이 요코시마 마리아는 작업 중에 여러 토막으로 잘린 사람 몸이 들어 있는 쓰레기봉투를 발견합니다. 얼마 전 오사카 부내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자신의 단독주택에서 55세 구라마치 고스케가 목이 졸려 살해되었고, 3일 뒤 그를 처음 발견한 친척 미조구치 사토시가 노상에서 온몸에 칼이 찔려 죽었습니다. 지나가던 인근 주민 고바야시 데루코가 그를 발견했고, 3일 뒤 아침 그녀의 사체를 마리아가 발견한 것입니다. 최초 발견자가 연속으로 살해되고 있다고 추리한 경찰은 마리아도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형사 닛타 이쿠코와 세나 다마키가 그녀를 경호합니다.
1막과 2막의 범인은 누구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에서 확인하세요.
<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은 무인도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의 1막과 대도시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의 2막으로 되어 있습니다. 시간도 배경도, 등장인물도 전혀 다른 두 가지 이야기는 이어지는데요. 2막의 등장인물들이 1막의 사건과 연관이 있고, 결국 2막에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1막의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힙니다. 하지만 진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복수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화라는 과정을 전부 날려버리고, 멈춰 설 수 있는 기회도 전부 무시하고, 폭력으로 치닫는 것은 일종의 응석이라고 등장인물은 말합니다. 누군가를 죽여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지옥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것을 단순히 말이 아닌 이야기로 온전히 보여줍니다. 데뷔작부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한 저자가 쓴 차기작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2막에 등장하는 여성 콤비의 케미는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이제까지 남성 콤비나 남녀 콤비는 많이 보았지만, 매력적인 여성 콤비는 접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한 철없고 충동적인 쓰레기 수거원 마리아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사건 해결에 능한 형사 이쿠코는 정반대라 서로가 돋보입니다. 대책 없지만 누구보다 책임감 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마리아는 경찰 조직에서 왕따를 당하는 이쿠코를 도와 현장 조사를 돕습니다. 작은 단서를 조합해 진실에 다가가는 이쿠코의 능력은 탁월했고 그렇게 마주한 진실은 우리가 매일 고민하는 문제와 멀지 않습니다. 우리는 타인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선택할 수 없는 가족부터 학교, 직장 등 많은 사람들과 여러 관계를 가지만, 모든 관계가 다 좋진 않습니다. 끊어야만 관계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끊어야만 하는 인간관계의 사슬을 보여주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저주의 말이 사슬이 되어 지금도 이 몸뚱이를 옥죈다.
사슬을 하나씩 끊어내어 빛의 토막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며 산다.
p. 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