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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평점 :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7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저자는 고배대학 이학부 지구과학과를 졸업한 후, 도쿄대학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에서 지구행성물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2003년부터 도야마대학 이학부에서 조교로 근무했습니다. 2008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저자는 2009년에 첫 소설 "두 번째 보름달"을 발표하며 55회 에도카와 란포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습니다. 2010년 "루카의 방주"로 56회 에도카와 란포상 최종 후보작, "오다이바 아일랜드 베이비"로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습니다. 2025년 "쪽빛을 잇는 바다"로 172회 나오키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하늘을 건너는 교실>을 보겠습니다.

도쿄 히가시신주쿠고등학교 야간반은 한 학년에 한 학습이고, 정원은 30명입니다. 하지만 매년 정원 미달입니다. 새로 들어온 1학년도 2학년이 될 때까지 남는 학생은 60~70%에 불과하고, 심한 해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진급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싫증을 내고 그만두는 것입니다. 수업은 일주일에 5일, 5시 45분에 1교시가 시작되고, 9시 정각에 4교시가 끝납니다. 하루에 4교시밖에 하지 않아서 졸업할 때까지 4년이 걸립니다. 이곳에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회사원과 전업주부 사이에 외동아들로 태어난 21살 야나기다 다케토는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받아 점차 삐뚤어집니다. 스스로 불량품이라 여기며 불량한 무리에서 지내다 문장만이라도 제대로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곳에 온 그는 담임 후지타케로부터 자신이 난독증이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쇼펍에서 일하는 필리핀 엄마와 무책임한 일본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나 불법체류자 신세인 엄마로 인해 학교도 가지 못하고 숨어 지내던 41살 고시카와 안젤라는 구라하시 선생님 덕분에 간신히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집안 형편으로 동생들을 돌보다 19살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식당을 운영 중입니다. 남편과 이혼하고 오직 자신의 힘으로 성공한 강한 엄마 밑에서, 똑똑한 언니와 비교 당해 마음을 문을 닫아버린 16살 나토리 가스미는 공황장애 증상으로 보건실에 등교하고 있습니다. 전쟁 직후 가난한 탄광도시에서 태어나 갱내의 화재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고등학교에 가지 못한 채 죽도록 일만 하다가 진폐증에 걸린 아내를 대신해 고등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 온 74살 나가미네 쇼조는 교실 앞자리에서 열심히 필기하고 질문을 합니다.
일본 지구행성 과학연합에서 열리는 대회는 1년에 한 번이며 약 8000명의 연구자와 학생이 모이는데, 고등학생 세션에서는 전국 고등학교의 과학부와 지학부, 천문부 등이 연구 발표를 하고 연구자와 토론하거나 조언을 받습니다. 대학교수들이 심사해서 우수한 발표에는 상을 수여하는데, 이 네 명과 지도교사 후지타케가 참여하고자 준비합니다. 이들이 어떤 연구로 참가할지,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하늘을 건너는 교실>에서 확인하세요.
나이도, 인생도 제각기 다른 학생이 모인 고등학교 야간반에 과학부를 만들고, 한정된 시설과 예산 속에서 계속 활동해올 수 있었던 것은 세 명의 교사들 덕분입니다. 세 선생님께서 지도한 야간반의 과학부는 중력가변장치와 미소중력발생장치를 사용한 물성과학과 행성과학 연구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수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2011년에는 그들의 미소중력발생장치에 도쿄대학의 교수가 주목해서 JAXA를 중심으로 하는 '하야부사2' 샘플러 팀에서 똑같은 장치로 소행성 표면 시료 채취를 위한 기초 실험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했을 때 야간반 과학부가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꿈같은 이야기가 실화입니다. <하늘을 건너는 교실>은 세 선생님의 마음과 그 마음에 응한 학생들의 열정에 감명을 받아 쓴 작품입니다. 내용은 픽션이지만 감동은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일반 고등학교와 학력이 인정되는 야간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대학입시 전략을 목적으로 검정고시를 치는 수험생도 있는데,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는 그들은 왜 이곳을 선택했을까요. 일본의 야간 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우리나라 야간 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10대, 20대, 40대, 70대 나이도 성별도 태어난 곳도 전부 다른 <하늘을 건너는 교실>의 등장인물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과학실험으로 하나가 됩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다른 빛깔로 다가와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저자의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이 처음으로 영상화되어 10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2024년 12월에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는 <하늘을 건너는 교실> 시즌 2의 연재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도 출간되길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어떤 사람도 그럴 마음만 되면
반드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p. 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