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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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학급문고에서 스릴러와 호러, 순정만화를 주로 읽으며 자란 저자는 

하이텔부터 인터넷까지, 지금도 이곳저곳을 떠돌며 

다양한 장르 소설을 읽고 쓰는 중입니다. 

늑골(rib), 폐(lung), 심장(heart)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한 조각씩 떼어 와 

지은 필명이며 '어떤 식으로든 가슴에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제1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서주는 친척도 아니고 지금까지 키워준 할머니가 내준 등록금으로 

대학을 합격했으나 아직 졸업을 못 했고, 장학금을 못 받아 휴학 중이며, 

오후 3시부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 늦게 버스 타고 집에 옵니다. 

서주를 키운 할머니의 주 수입원은 커다란 단독주택 빈방들입니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사연 있는 흉가를 목전에 둔 꼴입니다. 

나무 문짝들도 조금씩 휘었고, 곰팡이가 많고, 습하고, 서늘하고, 덥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오래 묵은 세입자들이 돈을 모아 떠났고, 

월세를 낮춰도 새 세입자는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할머니가 지옥이랑 계약을 했답니다. 

지옥이 리모델링하느라 죄인들 둘 데가 모자란대서 빈방이랑 남는 공간을 빌려줬대요. 

죄인들이 복도를 한 번씩 오가고, 

빈방을 함부로 열면 험한 꼴 볼 수 있다고 주의를 줍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분간을 못한 서주는 임차인으로 

세상에 나타난 '지옥'을 만나게 됩니다.


이 집에 들어오기도 전인 아주 옛날, 경찰이 할머니의 장남을 끌고 나갔다고 합니다. 

출소 후 할머니를 볼 면목이 없었는지 집에 돌아오지 않고 떠돌다 

교통사고 자해공갈 실패로 죽었답니다. 

지금은 없는 세입자들을 통해 단편적으로 들었던 이야기로 

그 때문에 할머니는 경찰을 두려워합니다. 

둘째 아들은 매번 돈을 돌라고 하다가 

몇 년 전 절대로 돌아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쫓겨났습니다. 

하지만 서주가 일하는 주변 식당에서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자를 목격했다는 소리를 듣고 불안해합니다.


서주는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 생들과 일 마치고 술을 먹고 

12시를 넘겨 집에 돌아왔습니다. 

대문이 잠겨있어 담을 넘고, 현관문까지 잠겨 있어서 살펴보는데, 

반지하로 통하는 작은 철문이 있습니다. 

잠겨 있지 않아 문을 열자 방치된 연탄이 쌓여 있고 

집으로 통하는 길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때 작은 문이 보여서 문을 열였더니 작은방으로 연결됩니다. 

불빛은 부드러웠지만 어둠 속에서 나온 터라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인기척이 들려서 집주인 손녀인데, 현관문이 잠겨 있어서 

창고 문으로 들어왔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지나가라고 합니다. 

서주는 눈을 천천히 떴고 위아래가 붙은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자신을 보고 방긋 웃습니다. 

손에 쇠꼬챙이를 들고, 이 남자 뒤에 의자에 묶인 채 발버둥 치는 또 다른 남자가 있습니다. 

작업복을 입은 남자의 머리카락 사이로 엄지손가락만 한 뿔 두 개가 보여서 

악마냐고 물었더니 인사를 합니다. 

자신이 할머니와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가능한 조용히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불편사항이 있다면 쪽지를 남기라고 합니다. 

이후에도 미숫가루를 타주고, 맥주도 주고, 할머니 몰래 문도 열어주며 

서주에게 악마는 잘해줍니다. 

왜 그런지를 물었더니 악마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좋아한다며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그것을 줄 수 있으며, 

인간은 행복해지는 것을 보고 유치한 전능감을 느낀답니다. 

자신은 서주가 좋아하는 것을, 서주를 웃게 할 수 있는 걸 전부 할 거라고 합니다. 

그것이 그녀를 파멸로 몰아간다고 해도, 원치 않아도요.


악마와 서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에서 확인하세요.




나쁜 짓을 하면 지옥에 간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래서 지옥을 상상하는 이야기와 그림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옥을 직접 본 사람은 없기에 보통 사람들은 지옥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지옥이 눈앞에 있다면, 그것도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산다면 어떨까요.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의 죄인들처럼 벌을 받으며 복도를 다니고, 

닫힌 문에서 비명 소리와 잘못했다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요. 

만약 지옥에 끌려갔을 때 나는 무고한 인간이라며 악마를 설득할 자신은 없습니다. 

게으름 피운 자, 욕설을 한 자,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받은 자, 거짓말을 한 자 등등 

그 모두에게 맞춤형 지옥이 준비되어 있다면, 대체 이 세상에 사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지옥을 피할 수 있을까요. 

지옥에게 임대를 내준 할머니는 우리 사는 데가 다 지옥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명줄 두고 버티려면 돈으로 디딤돌을 쌓아 계속 뛰어야 하는 꼴이 

지옥이랑 다를 바가 없다고요. 

어지간해서는 비틀어지지 않는 지옥 같은 일상을 

그래도 조금은 괜찮다고 느끼며 살기 위해 인간들은 오늘도 용을 씁니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온 자신을 칭찬하고 위로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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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 - 스파르타쿠스는 어쩌다 손흥민이 되었나 건들건들 컬렉션
하마모토 다카시 외 지음, 노경아 옮김 / 레드리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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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마모토 다카시는 일본 가가와현에서 태어나 

지겐 대학에서 유럽문화권과 비교문화론을 공부했습니다. 

긴사이 대학 문화부 교수를 거쳐 현재는 명예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저자 스가노 미치나리는 일본 후쿠야마현에서 태어나 

만하임 대학에서 결투문화사와 독일어권 사회문화사를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교토 외국어 대학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두 명의 저자가 쓴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를 보겠습니다.



2020년인 지금도 일부 학생들이 진검 결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독일 학생의 결투인 멘주어는 약 90센티미터의 예리한 진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며 마주 선 상대의 얼굴과 머리를 공격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상대의 공격을 피하려고 발을 움직이거나 얼굴을 젖히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습니다. 불과 1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꼿꼿하게 마주 서서 오로지 칼만 휘둘러야 하니 그 공포심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멘주어는 중세의 결투처럼 원한을 갚거나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고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싸울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싸움이라 결투가 끝난 후 두 결투자는 동료가 됩니다. 도대체 멘주어가 남성에게 사랑받으며 오늘날까지 중요한 전통으로 남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류 역사상 첫 결투는 언제였을까요. 유럽에서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카인과 아벨의 대결을 유럽에서는 결투의 기원으로 여깁니다. 진검을 쓰는 결투의 기원은 고대 로마 및 고대 게르만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검을 글라디우스라고 하고, 검투사를 글라디아토르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글래디에이터는 이를 영어 발음으로 읽은 것입니다. 이들은 대중의 눈앞에서 목숨을 걸고 무기를 휘두르며 싸웠던 노예 검투사였습니다. 고대 게르만 사회는 개인과 씨족의 손상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사적 결투인 '페데'를 인정했습니다. 기독교 출현 이전의 고대인은 신이 수복, 물, 불, 성별된 음식으로 선악을 판단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중세 이후 기독교 사상과 융합해 신명 재판이 됩니다. 신명 재판은 불 재판, 물 재판, 음식 재판, 제비뽑기 재판 등으로 나뉘며, 결투 재판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십자군 전쟁으로 기사 계급은 기독교와 결부되었고, 기사단도 존경받는 집단으로 변해갔습니다. 기사도가 생겨났고 명예 결투란 것도 나타났습니다. 영국에서는 스포츠와 신사도가 보급되어 결투를 칭송하는 분위기가 사라졌으나 남유럽 사람들은 결투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유럽의 결투 금지령과 근대 계몽사상과 합리주의의 대두로 재판도 대두되었습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결투가 살아남았는데요, 그 이유를 역사와 더불어 설명합니다. 결투가 스포츠로 변해가는 과정을 살펴보자면, 사회 집단에서 생겨난 알력이 결투가 되고, 이것이 신명 재판, 페데, 결투 재판을 걸쳐 진검(권총) 결투로 변했고 펜싱으로 바꿨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으나, 결국 결투의 뿌리는 인규의 근원적인 생존 본능, 경쟁심, 명예심일 것입니다. 유럽의 스포츠는 왕과 귀족이 즐겼던 기마 창 시합이나 사냥에서 유래한 승마, 펜싱, 양궁, 사격 등의 종목과, 민간의 민속 행사나 축제, 또는 단체, 협회, 클럽의 오락에서 출발한 크리켓, 골프, 테니스, 축구 등으로 나뉩니다. 그러나 테니스와 축구는 근대 공립학교의 체육이나 클럽의 오락에서 유래했습니다. 근대 스포츠는 영국에서 시작된 것이 많은데, 자본주의가 영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식민주의의 대표 주자였던 영국은, 7개의 바다를 지배하며 자국의 스포츠 문화를 급속히 보급했습니다. 식민지의 민심을 장악하는 데 스포츠가 제공하는 오락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는 감동적인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스포츠에 열중했을 때 발생하는 카타르시스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건전한 사회적 카타르시스는 비일상 공간을 만들어 일상의 스트레스나 우울함을 발산하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스포츠에 열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강력한 감정은 정치와 결부되면 큰 반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나치 전당 대회 같은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스포츠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현장에서 감정이 폭주할 때도 있습니다. 또한 국가주의를 초래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특정 인종의 선수를 향한 인종 차별로 발전하기 쉽습니다. 단 이런 국가주의와 인종주의는 감정적인 반응이라 경기가 종료되자마자 확 줄어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스포츠에서 발생한 감정을 일부러 정치와 결부시키는 사람들입니다. 스포츠는 공평한 규칙에 기초한 인간의 도전입니다. 다만 이것은 원래 선수의 출신이나 인종을 따지지 않는 개인 간의 경쟁을 의미하는 개념이었습니다. 오늘날 패럴림픽 정신은 우리에게 스포츠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결투에는 선악 판단, 명예 회복, 투쟁심 해소, 신명 재판 등 다양한 개인적, 사회적 의미가 포함됩니다. 그래서 결투 안에 종교, 정치, 사회 규범 등이 깊이 개입해 있습니다. 그러나 근대가 되자 결투는 과거의 유산이 되었고, 그 역할을 법적 재판과 스포츠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스포츠가 사람들의 투쟁심과 승부욕을 흡수했기 때문에 결투는 분해되고 해체되어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에서 결투가 스포츠로 변하는 역사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만적인 결투가 소멸했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분쟁이 재판이나 스포츠로 대체되고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분쟁 해결의 수단으로 전쟁은 여전히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없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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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진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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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2년 "아일랜드의 장미"로 데뷔했습니다. 

2003년 발표한 "달의 문"이 일본추리작가협회상에 노미네이트되어 

누계 1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2005년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 후보로 선정되었고, 

2006년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는 드라마로 제작되어 2008년 인기리에 방영되었습니다. 

술과 음식을 나누는 세 친구의 모임과 그들의 사연 뒤에 숨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나가에의 심리상담소"의 속편인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을 보겠습니다.



후유키 나쓰미(나)와 나가에 다카아키, 나가에 나기사는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셋은 술을 무척 좋아해 대학 졸업 후 취직해서도 틈만 나면 같이 모여 술을 마셨습니다. 

나쓰미가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 겐타까지 무리에 끼어 즐겁게 지내곤 했습니다. 

정부의 연구 기관에서 근무하던 나가에는 나가시와 결혼하 뒤 

미국의 대학으로 직장을 옮겼고, 나기사도 다니던 식품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갔습니다. 

현지에서 딸 사키가 태어나 계속 미국에서 지낼 줄 알았는데, 

모교의 대학교수로 10년 만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재회한 이들은 오랜만에 모여 

예전처럼 술과 음식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산 넘어 산'은 미국에서 돌아온 나가에 부부의 집에 초대받아 함께하는 이야기입니다. 

음식 솜씨가 좋은 겐타가 만들어온 로스트비프를 먹기 좋게 자르려고 하니 

스테이크 나이프로도, 식칼로도 식당에 나오는 것처럼 얇게 썰기가 힘듭니다.

 나가에 부부와 겐타가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조리에 신경 쓰느라 구운 뒤의 과정까지 생각을 못 했다고 겐타는 말합니다. 

그러자 산 넘어 산과 같은 상황이라고 공감을 하자, 

난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다이가 유치원일 때의 학부모 이야기를 꺼냅니다.


두 번째 '하루씩 차이 난다'는 나가에 부부가 

자신의 집에 초대받아 함께하는 이야기입니다. 

쌀소주와 연어 술지게미 절임을 함께 먹으며 안주 먹는 방식을 말합니다. 

한쪽이 하루 뒤에 움직이는 나가에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아들 초등학교에서 다이의 짝꿍이 된 교코와 쌍둥이 게이코가 떠오릅니다. 

쌍둥이가 하루씩 차이 나게 행동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여섯 번째 '문어 안 든 다코야키'는 다코야키 기계로 

다코야키를 먹으며 맥주를 마시면서 함께하는 이야기입니다. 

다코야키 안에 든 문어가 없거나 작으면 씹는 맛이 없어서 이상하다며 

나가에는 크게 썰어 다코야키 안에 넣습니다. 

역시 먹어보니 큰 문어가 든 쪽이 풍미가 좋습니다. 

그러면서 난 문어 안 든 다코야키 같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이야기를 이들에게 말합니다.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에는 일곱 가지 술과 일곱 가지 안주가 나옵니다. 

나파밸리 와인, 쌀소주, 사케, 사오싱주, 샤르도네 와인, 맥주, 시드로처럼 

일본 술부터 외국 술까지 다양하게 등장하고, 안주도 다코야키, 

연어 술지게미 절임과 로스트비프, 삼겹살 구이 등 다양하게 즐깁니다. 

술과 함께 먹는 맛있는 안주에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죠. 

함께 모인 네 명 중 세 명은 대학시절부터 친구였고, 그중 두 명이 부부가 되었고, 

남은 한 명은 결혼해서 자신의 남편을 소개해 함께 합니다. 

그렇게 네 명이자 부부 2팀은 술과 안주를 곁들여 이야기를 하며 

그 이야기에 숨은 미스터리를 푸는 즐거운 시간을 가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일에 담긴 미스터리를 푸는 나가에라는 남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소한 위화감을 짚어내 그로부터 진실을 밝힙니다. 

물론 그 이야기가 100% 진실이라고는 당사자로부터 들은 것이 아니어서 추측할 뿐이지만, 

만약 당사자의 의도가 맞는다면 그 사실을 알아내는 나가에라는 남자의 통찰력은 대단합니다. 

이야기에 숨은 의도를 짐작하고 알아채는 능력은 누구나 필요한 것이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나가에가 추리하는 과정이 놀랍고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타인이 전해주는 몇 마디 들은 말로 이야기 주인공의 상황을 파악하고 

의도까지 알아내는 능력은 뛰어난 탐정이 갖춰야 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술자리에서 나온 평범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숨은 반전이라 더욱 뜻밖이고, 

괜히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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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지음, 신혜연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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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며 전기 작가,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애거사 크리스티를 탐정으로 그린 

소설 네 편과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실비아 플라스, 알렉산더 맥퀸, 해럴드 로빈슨의 전기 및 

타이타닉 생존자들의 집단 전기를 집필했습니다. 

2007년도에 출간된 첫 소설 "거짓말하는 혀"로 젤프 퍼스트 노벨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아름다운 그림자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삶"으로 2003년 람다 문학상과 

2004년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5인의 목격자>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젠(제니퍼 헌터)은 절친 벡스(레베카)를 

밸런타인데이 오후 1시경에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가서 친구를 기다리며 주위 풍경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있던 20대 커플과 다른 벤치에 앉아 있던 남자 커플, 

벤치에 앉아서 헤드폰을 쓴 채 눈을 감고 있는 젊은 인도 여자, 

안내도 앞에 10대 소년도 있었고, 회색 운동복 차림으로 숨을 고른 채 있는 백인 여자, 

검정 후드티가 달린 모자를 뒤집어쓴 남자가 조깅을 하며 백인 여성을 지나갑니다. 

그때 병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비명이 들렸습니다.

돌아보니 20대 커플 남자 대니얼 올리버가 깨진 샴페인 병을 

여자의 목에 가져다 대며 욕을 합니다. 

피가 배어 나왔고, 빅토리아 다 실바의 입에선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주위 사람들이 말리려고 했으나 남자는 막무가내였고, 몸싸움을 하며 깨진 병을 빼앗습니다. 

어느 정도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느끼고 한숨 돌리려던 찰나 

남자가 손에 칼을 들고 여자에게 칼을 들이댑니다. 

가까이 오지 말라며 주위 사람들을 협박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자의 목을 그었습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자신의 목을 깊숙이 그어 버렸습니다.


벡스는 친구 젠이 힘들 때마다 도움을 주었습니다. 

젠은 얼마 전 언론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칼럼 쓰는 일에 해고를 당했고, 

5년간 사귀었던 로렌스와 헤어져서 그 집을 나와야 했습니다. 

그 아픔을 겨우 이겨내는 것 같았는데, 눈앞에서 끔찍한 일을 목격했고, 

그 사건으로 인해 또다시 무너져버릴까 걱정스럽습니다.


젠은 선배 언론인이자 집주인 페넬로페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목격한 밸런타인데이의 사건을 기고했습니다. 

그 기사를 보고 트위터에서 사람들의 리트윗과 응원의 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젠헌터당신을지켜보고있어'란 계정으로 

현장을 봤다고 써 놨던데 진짜 본 거 맞는지 개인 메시지로 보냈습니다. 

계정을 차단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 질문이 마음에 걸려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대니얼 올리버는 빅토리아 다 실바를 죽이지 않았다고 보냅니다. 

무언가 있다고 생각한 젠은 자신과 함께 사건을 본 목격자들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습니다. 

젠은 현장에 있었고, 그들도 그곳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범죄 현장을 직접 본, 이른바 목격자들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무엇이 보였는지 궁금했습니다.


살해 현장에 있었던 5인의 목격자, 눈앞에서 칼로 찌른 범인이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말에 흔들리기 시작하는 주인공. 

그 사건의 진실은 <5인의 목격자>에서 확인하세요.




내가 본 것은 진짜 내가 본 것이 맞을까요. 

범죄수사에서 목격자의 진술은 

용의자의 검거나 형량 부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범죄심리학 분야에서 목격자의 진술이 맞는지를 실험했습니다. 

목격자는 작은 세부 사항에 있어 오류를 범하는 것부터 

아예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을 존재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그래서 목격자가 법정에서 재판을 할 때, 

일반적으로 그의 증언이 과장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신뢰하면서도 전적으로 목격자의 증언에만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처럼 내가 본 것을 두고 

그게 진실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면 흔들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주위 사람들의 말 등의 다양한 오정보에 노출되면서 

목격자들의 기억이 오염되는 것을 오정보 효과라고 합니다. 

이후에도 많은 연구들이 목격자의 기억이 오염될 수 있음을 밝혀 왔고, 

기억의 오염의 범위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작은 것에서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건물을 기억하는 것까지 광범위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진실일까요, 우리가 본 것은 진실일까요. 

그 이면에 숨겨진 무엇인가를 말하는 <5인의 목격자들>, 반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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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 - 뇌인지과학이 밝힌 인류 생존의 열쇠 서가명강 시리즈 25
이인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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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뇌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학과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박사학위 연구 시절부터 

뇌의 해마가 학습과 기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해온 

이 분야 세계적 전문가입니다. 

뇌인지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들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한국뇌신경과학회의 총무이사와 학술위원장 등을 역임하였고, 

2022년 한국뇌신경과학회로부터 연구의 우수성과 한국 뇌과학 커뮤니티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장진학술상을 받았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를 보겠습니다.



경험한 것은 모두 뇌에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기억되며 미래의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이것이 뇌의 학습과 기억의 핵심입니다.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은 일상의 학습과 기억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매우 신랄하게 보여줍니다. 

고로 원시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위해서 

학습과 기억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즉, 일상생활에서 해로운 것을 피하고 이로운 것을 취하기 위해 

여러 행동을 하는데, 이때 학습과 기억이 중요합니다. 

뇌는 오래전에 단순한 세포에서 매우 복잡한 장기로 진화했는데, 

진화의 과정에서 방향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어떻게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인가'입니다. 

뇌는 이를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학습된 것을 응용해 보며 쓸 만한 기억인지를 검증합니다.


학습의 최소 단위인 시냅스에서 일어난 평소보다 더 활발한 활동이 

금방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현상을 시냅스의 강화라고 하는데, 

이는 시냅스가 자극을 받은 후 흥분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 흥분된 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되는지에 따라 짧게 지속되면 

단기 강화라고 부르고, 몇 시간 이상 아주 오래 지속되면 장기 강화라고 부릅니다. 

학습은 뉴런들 사이의 소통이 시냅스를 통해 일어나면서 

그 시냅스의 흥분된 상태가 지속되어야만 뇌에 '새겨지는' 것입니다. 

학습한 모든 것을 다 기억하면 좋을 것 같아도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해 균형을 유지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오랫동안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은 오래 간직하고, 폐기함으로써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만드는 기억은 과감히 버리도록 진화했습니다.


우리 뇌에 다양한 기억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그 출발점은 해마 연구였습니다. 

해마는 우리가 매일매일 평생 겪는 일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저장합니다. 

사건을 기억하고, 길을 기억하고, 이러한 기억을 토대로 의사결정에도 관여합니다. 

결국 해마의 작동원리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면 

뇌의 학습과 기억의 미스터리가 풀릴 것이며 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만약 뇌의 작동 원리를 완전히 알아낸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영화에서처럼 누군가의 기억과 경험을 조작하는 일이 생길까요. 

혹은 신경망이 손상된 사람들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다시 행복해질까요. 

뇌의 학습과 기억의 원리를 완벽하게 아는 것은 

이를 공학적 기술로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완전한 기억을 소유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망각하는 것도 적응적 '학습'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마치 지금의 컴퓨터와 같이 가치 판단을 할 수 없어서 

쓸지 안 쓸지 모르지만 일단 그냥 모두 저장하고 보는 슬픈 기계와 같은 것입니다.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무엇은 기억할 필요가 없는지를 아는 것 역시 

진화 과정에서 적응적 생존을 위해 터득한 인간 뇌의 특별한 기능입니다.




<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를 통해 뇌가 학습하고 기억하는 

근본적 이유와 원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뇌인지과학자의 입장에서 본 학습의 개념은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된다'로 매우 간단합니다.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던 생명체가 

이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게 됩니다. 

포유동물뿐만 아니라 박테리아, 곤충, 심지어 식물도 

이처럼 단순한 의미의 학습을 끊임없이 합니다. 

즉, 죽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학습하고 이를 기억합니다. 

또한 '뇌는 우리에게 완전한 기억을 제공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습니다. 

완전하다는 것은 완벽하다는 것과 다른 말로, 생존하고 삶을 영위하는데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균형 잡힌 상태를 말합니다. 

뇌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이 책으로 배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학습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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