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방
마츠바라 타니시 지음, 김지혜 옮김 / 레드스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고 부동산의 도면이 상기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오는 ‘죽음‘이라는 미래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고독사로 인한 사고 부동산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을 더욱 생생하게 느꼈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서운 방
마츠바라 타니시 지음, 김지혜 옮김 / 레드스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2년 일본 효고 현 고베 시에서 태어난 저자는 

쇼치쿠 예능 소속의 개그맨으로 2012년부터 TV 방송 프로그램

'기타노 마코토의 너희들 가지 마'의 기획으로 

오사카의 사고 부동산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껏 6곳의 사고 부동산에서 살았으며 

다수의 인터넷방송과 괴담기획 방송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그의 경험과 지인들의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 <무서운 방>을 보겠습니다.



저자가 처음 살았던 사고 부동산의 도면이 실렸습니다. 

다다미 10조(약 5평) 짜리 원룸으로 집세는 4만 5천 엔으로 

주위의 시세보다 확실히 저렴한 곳입니다. 

게다가 이 집만 집세가 저렴한 것이 아니라, 맨션 전체가 다 저렴합니다. 

사실 여기는 맨션 전체가 사고 부동산이 된 희귀한 경우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흉악한 살인사건이 이 맨션에서 벌어졌으며 

이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맨션에 살던 거주자는 모두 이사를 갔고 

새로운 입주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 맨션을 관리하던 회사는 입주자를 찾기 위해 집세를 대폭 낮추고, 

현관 외벽을 리모델링하고 맨션의 이름도 바꿨습니다. 

우연히 10년 이상 이곳에 머물고 있는 3층 거주자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애초에 살인사건은 4층에서 발생했고 범행 후 범인은 불을 질렀습니다. 

사건의 흔적을 없애려면 4층을 리모델링해야 할 텐데 

관리 회사는 거주자를 다른 집으로 이사까지 보내면서 

1층을 헐고 자전거 주차장으로 개조했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6층에 살던 저자가 후배 개그맨을 초대했고, 그를 맞이하기 위해 

1층에 내려가 계단으로 함께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6층에 도착하자 후배 개그맨이 소리가 들린다고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귀를 기울입니다. 

저자는 앞서 걸어가 현관문을 열며 뒤돌아보니 

후배 개그맨 뒤에 바짝 붙어서 걸어오는 작업복 차림의 젊은 남자가 보입니다. 

그래서 빨리 오라고 재촉했고 후배는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누가 뒤에 있지 않았냐고 물어보자 후배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엘리베이터도 1층에 멈춰 있었으니 아무도 없었다고 대답합니다. 

그 순간 창문도 열리지 않았는데 방 안의 커튼이 휘날렸습니다. 

도대체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요.


'심리적 하자'란 사고 부동산을 가리키는 부동산 용어입니다. 

'심리적 하자 있음' 혹은 '고지사항 있음'이라고 부동산 정보 비고란에 

적혀 있는 경우 이는 전 입주자가 사망한 부동산, 

즉 사고 부동산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전 입주자가 불운의 사고 등으로 사망한 경우 

이처럼 고지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규칙입니다. 

하지만 사실 사고 부동산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리모델링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다른 주민이 거부감을 보이며 퇴거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잠시 상황을 살피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는 임대할 생각이 없지만 사건이 발생한 집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게시하고 문의가 들어오면 

다른 부동산을 소개하는 '낚시 부동산'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실제 입주자를 모집하는 사고 부동산은 의외로 흔치 않습니다. 

살지는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사고 부동산의 도면 컬렉션 중 일부를 이 책에 실었고, 

지인이 살았던 사고 부동산의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또한 지방에 있는 사고 부동산도 있습니다.


도면과 경험담과 더불어 현장 사진 혹은 이상한 현상이 찍은 사진도 있어 더욱 무섭습니다.




사고 부동산이란 '자살이나 타살 혹은 고독사 등 모종의 이유로 

그곳에서 누군가가 세상을 뜬 부동산'을 말합니다. 

개그맨인 저자는 지금까지 다섯 곳의 사고 부동산에서 살았고, 

그곳에서 겪은 체험담이나 실제로 사고 부동산에 살았던 분을 취재한 이야기,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사고 부동산이라 할 수도 있을 

심령 스폿이나 괴기 현상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겪은 일 등을 도면과 함께 소개합니다. 

<무서운 방>에는 다양한 집의 도면이 실려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집의 도면을 보면 살고 싶은 집, 예쁜 인테리어 등 

'그곳에서의 생활' 혹은 '그 방에서 생활하는 미래의 나'를 상상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고 부동산의 도면이 상기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오는 '죽음'이라는 미래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고독사로 인한 사고 부동산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을 더욱 생생하게 느꼈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듭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68년 대만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타이베이에서 지낸 후 

아홉 살 때 일본으로 와서 거주하고 있는 저자는 

2002년 "터드 온 더 런"으로 제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서 

은상과 독자상을 수상했고, 2003년 이 작품을 고쳐 쓴 "도망작법"으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2009년 "갈기"와 2013년 "블랙 라이더"로 일본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2015년 <류>로 '20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걸작'이라는 최고의 호평과 함께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했으며 이후에도 다수의 상과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중국 산둥성 근처 한마을에 있는 흑요석 비석은 

1943년 9월 29일에 일어난 일을 기록했습니다. 

비적 예준린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 56명을 학살했고, 

그중 촌장 왕커창 일가는 모두 죽임을 당했답니다. 

그 문구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은 나, 예치우성을 보고 

그 마을의 노인이 예준린의 아들이냐며 물어봅니다.


1975년 4월 5일, 장제스 총통이 서거한 그날 

고등학생 2학년인 난 학교에서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모든 학교의 수업은 중단되었고, 

총통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문객들의 모습을 방송으로 봤습니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애도했으나 한 달쯤 지나 

아들 장징궈가 후계자 자리에 오르자 모든 것이 제자리를 되찾았고, 

사회 분위기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달리 어딘가 목가적인 분위기가 있어 

당시엔 그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람인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마침내 나라 사정이 진정되자 모든 사람은 일상의 자잘한 일에 매달렸습니다. 

그런 가운데 할아버지가 살해당했습니다.


중국 산둥성 출신인 할아버지는 15살이 되던 해 상하이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 같은 불량배들은 공산당을 따를 것인지, 국민당을 따를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할아버지와 의형제들의 뒤를 봐주던 사람을 따라 

국민당에 가담해 공산주의자들을 죽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수많은 전투 이야기를 손자인 내게 들려줬습니다. 

할아버지는 대의 같은 건 없었다며 공산당도 국민당도 하는 짓은 똑같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다가 정신도 기력도 다한 할아버지는 

도깨비불의 뒤를 쫓아 겨우 살아남았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홍콩을 거쳐 대만으로 도망 친 할아버지는 디화지에에 포목점을 열여 

두 번째 아내와 네 아이를 키웠습니다. 

장사는 순조로웠으나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의형제들의 부인과 고아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는 통에 집 형편은 늘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자식 중 한 명은 양자였고, 할머니가 대놓고 구박하는 통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가 선원이 되었습니다. 

장제스가 죽은 4월의 혼란을 틈타 할아버지의 포목점은 도둑이 들었고, 

도둑을 잡겠다며 혼자 포목점을 지켰습니다. 

다음날 거래처에서도, 집에서도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내가 가게로 갔습니다. 

가게에 불을 켜고 바닥에 있던 전화기를 똑바로 놔두고 화장실로 들어갔더니 

손발에 묶인 채로 할아버지가 죽어 있습니다. 

도둑 든 흔적이 없어 원한에 의한 살해라고 생각해 경관은 

이웃들에게 할아버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하지만 범인 찾기는 쉽지 않고, 난 큰 실수를 저질러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자칭 범죄자 예비 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전학 간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등은 

<류>에서 확인하세요.




일본 3대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일본이 배경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배경은 중국 본토에서 건너 대만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대륙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노인 대부분은 이곳을 임시 거처로 여깁니다. 

마음은 늘 대륙에 있어 국민당이 언제든 반격해 상황을 뒤집으면 

중국 고향으로 금의환향하겠다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장제스의 죽음으로 그들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완고한 사람들은 하릴없는 향수를 달랬습니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대만 태생인 손자는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이해합니다. 

할아버지들은 대륙에서 전쟁을 치렀고 

대만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승부에 나설 마음이니까요. 

그 당시 전쟁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쪽과 싸웠기에 저쪽에 들어가거나 

이쪽에서 밥을 먹여주니 이쪽 편이 되는 식이었습니다. 

그저 마을을 습격해 돈과 먹을거리를 빼앗고, 그런 일들을 되풀이했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나 대의나 명분이 필요하지, 

총을 들고 싸우는 사람들에게 전쟁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싸우는 모습을 읽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몇 십 년 전에 있었던 전쟁이 떠오릅니다. 

직접 전쟁에 참여한 <류>의 노인들과 그들의 자식들, 

그리고 전쟁과 상관없이 태어나 자란 주인공 예치우성의 모습에서 

전쟁을 겪은 할머니와 저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전쟁은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바꿉니다. 

제목 류(流)처럼 흐르고, 떠돌고, 바뀌고, 갈래가 생기지 않도록 

더 이상 전쟁은 없어져야겠습니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마크
로저 젤라즈니 지음, 박은진 옮김 / 달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37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미국 SF 판타지 작가협회(SFWA)의 네뷸러상을 세 차례, 

휴고상을 여섯 차례 수상했습니다. 

작품으로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앰버 연대기" 변화의 땅" 등 

상상력 넘치는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다 1995년에 사망했습니다. 

그럼, <로드마크>를 보겠습니다.



로드는 시간을 여행하는 길입니다. 

과거의 시간, 미래의 시간, 존재했을지 모르는 

시간과 존재할지도 모르는 시간을 오가는 길입니다. 

로드는 끝없이 계속됩니다. 

로드를 확실히 터득하고 있는 사람, 적절한 입구와 출구, 

구불구불한 길이나 갈림길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로드를 따라 

어떤 시대든 어떤 장소든 다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길은 고정불변하지 않습니다. 

어떤 길은 간선도로였는데 샛길로 변하더니 

이내 사라져서 역사에도 없고 안개만 자욱한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올해 3월 스무 살이 된 랜디 블레이크, 혹은 경우에 따라 

카르타고는 20세기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책 형태의 마이크로도트 컴퓨터 리브스와 함께 

아버지일 것 같은 레드 도라킨을 만나러 갑니다. 

그 길에서 여러 사람과 스쳐 지나가고 레일라라는 미래를 예측하는 여자를 만납니다.


이 길을 여행하는 레드 도라킨이 있습니다. 

그는 레일라와 처음에는 함께, 그 뒤엔 따로따로 

원래 왔었던 장소로 돌아가는 길을 찾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 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로드 자체가 처음 기억과 달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로드의 형태를 레드의 기억에 있는 그대로 되돌리는 작업에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면 잃어버린 루트를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이죠. 

예전에 레드는 채드윅이라는 사람과 동업으로 

로드에서 온갖 종류의 물건을 실어 나르며 떼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사이가 틀어졌고, 채드윅은 블랙 데케이드가 선언했습니다. 

블랙 데케이드는 적에게 아무 경고 없이 열 번의 살해 시도를 할 수 있으며, 

대리인을 써도 상관없으며 어떤 방식이어도 됩니다.


레드에게 암살자를 보내는 채드윅, 열 번의 살인 위협을 피해야 하는 레드. 

레드를 찾는 랜디와 레일라. 로드의 끝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로드마크>에서 확인하세요.




<로드마크>에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로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기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는데, 

읽을수록 과거가 밝혀지면서 이야기의 퍼즐이 맞춰집니다. 

책의 이야기 구성처럼 주인공 레드도 노인에서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찾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왜 찾고 있는지를 레드도 몰랐고 기억도 희미합니다. 

하지만 그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만 알지요. 

그렇게 로드를 헤매고 있는데 자신의 동업자였던 채드윅이 그를 상대로 게임을 시작합니다. 

블랙 데케이드라는 열 번의 살해 시도를 할 수 있는 살인 게임입니다. 

레드는 10번의 살인 위협으로부터 무사히 목숨을 구하고 그 길을 찾을 수 있을지요.


만약 가고 싶은 로드를 마크할 수 있다면 어떤 시간과 공간을 가고 싶나요. 

아마 추억이 깃든 시간과 공간이겠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모험을 하고, 공룡과 드래곤이 등장하며, 

암살자와 초능력자가 함께 있는 SF 판타지 책인데, 잔잔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여 년 목재 딜러, 목재 컨설턴트로 일한 저자는 내촌목공소의 대표입니다. 

나무일로 세계를 다닌 여정만큼 다양한 풍경과 공간과 삶을 모습을 

보고 읽은 이야기가 담긴 <집의 탄생>을 보겠습니다.



대부분 집이라는 기억 속에 어머니가 함께 합니다. 

원초의 집, 어머니의 자궁, 하늘 아래 어머니의 몸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백 칸이 넘는 저택이든, 어두운 불빛 식탁 위에 감자 접시밖에 없었던 집이든 

집은 그냥 어머니입니다. 

그래서 우린 house보다 home으로 집을 느낍니다. 

저자는 자신의 생활을 확보할 최소한의 공간인 8평 집에 살고 싶은 로망이 있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42평이고, 그곳에서 자신의 동선은 12평에 지나지 않습니다. 

12평에서 8평으로 주거 공간을 줄이면 생활양식도 이에 맞춰야 합니다. 

모든 것을 줄여야 하지요. 옷과 책은 너무 많고 가구는 너무 큽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번다합니다. 

그래서 작은 공간, 작은 삶을 상상하게 됩니다.


시선이 미치기도 전에 좋은 공간은 몸이 먼저 압니다. 

건축 내부로 미처 발을 딛기 전, 바깥에서 보는 조형과 색이 바랜 벽, 

안정된 지붕이 전달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디테일 없이도 다가오는 힘을 가진 건축이 있습니다. 

눈이 보고 이성이 판단하기 전 오감이 먼저 느끼는 공간, 다정하고 고요합니다.


공간의 배치는 비슷해도, 그 안을 꾸미는 사람이 달라 느낌이 다르듯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산시성 교가대원에서는 누대에 걸쳐 중국 대륙에서 유통으로 축적한 

진씨 가문의 엄청난 부를 읽을 수 있고, 

버지니아 출신 조지 워싱턴의 저택과 토머스 제퍼슨의 콜로니얼양식 저택을 보면 

미국 독립전쟁은 식민지 유력 가문들의 재산을 

본국 영국으로부터 지키려는 운동이 아니었나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남겨진 건축은 그들 생전의 모습을 세세히 설명합니다. 

세기의 사상가가 머물렀던 윌슨 호숫가 작은 집과 

법정 스님의 수류산방을 보며 부질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집의 탄생>은 저자가 직접 보고 그린 세계의 집들을 설명과 함께 실었습니다. 

관광지로 유명한 건축물도 있고, 저자의 지인이 살던 집도 있습니다. 

집 구조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해 

집은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기억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을 합니다.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개성 있는 집 모양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마저 개성 없진 않습니다. 

나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래의 집은 어떻게 변할지 가늠할 수 없지만, 

세상에 내 집 같은 곳은 없다는 생각은 변함없을 겁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