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는 마을
리사 주얼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9년 첫 작품 "랄프의 파티"가 그해 가장 많이 팔린 데뷔 소설로 등극한 저자는 이후 2022년까지 17편의 소설을 썼습니다. "그때 내 딸이 사라졌다"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52주 연속 선정, 2년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의 기록을 세웠고, "위층 가족"으로는 아마존 차트 1위에 오르며 심리 스릴러의 최고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및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엿보는 마을>을 보겠습니다.



조지핀 루이즈 멀린이 어릴 때 살고 싶어 했던 멜빌 하이츠는 장난감 집짓기 블록처럼 눈에 확 띕니다. 27채의 빅토리아풍 저택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그곳에서 바라본 경관이 숨이 막힐 만큼 멋집니다. 26살인 조이보다 10살이 많은 잭 오빠는 브리스톨 종합병원 심장외과 담당의로 카운티 역사상 최연소 의사입니다. 오빠는 2년 전 리베카랑 결혼했고 스태퍼드셔주 출신의 시스템 분석가입니다. 임신한 새언니가 이곳의 암청색 집을 원했고 주인 할머니를 설득해 열 달 전 왔고 분리된 다락방 공간을 조이와 앨피에게 내어줍니다. 조이는 얼마 전 이비사섬에서 빨간 머리의 앨피 버터를 만나 불같은 연애를 했습니다. 그 후 엄마가 돌아가시고 조이가 브리스톨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자 자신도 따라가겠다고 했고, 엄마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자 둘은 결혼했습니다. 꿈에 그리던 짝사랑을 이룬 지금의 조이는 조금 허전했습니다. 그렇게 갈망하고 꿈꾸고 환상을 품었던 모든 행동은 거대한 구멍을 남기고, 그 구멍은 오직 더 많이 갈망하고 꿈꾸고 환상을 품어야 채워집니다. 조이의 내면에 자리한 환상의 구멍이 채워져야 하는 바로 그 순간, 톰 피츠윌리엄이 나타났습니다.


조이의 옆옆집에 사는 이웃인 톰 피츠윌리엄은 50대의 공립학교 '파견 교장'입니다. 교육기준청에서 온 형편없는 선임자 대신 파견됐는데, 그 학교가 상을 타게 돼서 동네에선 그를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상담한 미남에 매력적인 남성입니다. 그의 아들 프레디 피츠윌리엄은 멀리 보이는 다락방을 자신의 아지트로 삼고 쌍안경으로 집 주변을 관찰합니다. 프레디는 아빠가 교장을 맡은 학교에 다니지 않았으며 매번 정부의 특별 조치가 필요한 학교에 파견지를 따라 이곳저곳으로 옮깁니다. 친구도 없고 사귀고 싶다는 욕심이 없어 집 꼭대기 의자에 앉아 로어 멜빌 사람들의 움직임과 멜빌 호텔 방문객을 보이는 대로 기록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가끔은 위법행위도 적습니다. 요즘 프레디의 흥미는 또래 여자인 제나와 베스고 몇 주 전 두 집 건너 이사 온 여자인 조이입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프레디의 집 쪽에 오더니 정확히 3분 18초 동안 그곳에 서 있습니다. 남편이 그녀를 부르기 전까지요.


로즈 펠럼 경장은 거슬리는 게 없는 밋밋한 이 집의 주방 문안 쓰레기통 앞에서 빨간색 장식으로 다는 술을 발견합니다. 범인은 범행에 사용한 칼을 스펀지로 대충 닦아 싱크대 안에 놓았습니다. 피해자를 향한 공격은 격렬했는데, 목과 등, 어깨에만 적어도 스무 군데 자상이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주방 다른 곳까지 피가 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로즈 경장은 피해자가 방어할 틈도 없을 만큼 급격하고 효율적으로 공격이 이뤄졌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빨간 스웨이드 술이 담긴 증거물 봉투가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범죄과학수사에는 이런 작은 증거가 모든 것을 뒤바꿉니다. 3월 17일 경찰서에서 조이는 살인사건 심문을 받게 됩니다. 사건이 일어날 당시 호텔에 혼자 있었으며 몇 분간 톰 피츠윌리엄이 함께 있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누구이며, 왜 일어나고 범인은 누구인지, <엿보는 마을>에서 확인하세요.




살인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사건 현장에 떨어진 빨간 스웨이드 술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프롤로그가 시작합니다. 해외로 떠돌며 즐기던 조이가 얼마 전 만나게 된 앨피와 결혼하고, 잭 오빠와 레베카 부부의 집으로 들어와 살게 됩니다. 일자리도 금방 찾았고, 새언니 레베카의 성격이 사교적이지 못해 거리감이 들지만, 크게 문제없이 조이는 지냅니다. 그런데 갈망하고 꿈꾸고 환상을 품었던 행동은 조이의 마음에 구멍을 남겼고 그 갈망은 이웃집의 매력적인 파견교장 톰에게 향합니다. 그를 몰래 따라다니고, 그의 집을 훔쳐보며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톰을 엿보는 사람은 조이만은 아닙니다. 조이와 톰의 아들 프레디의 이야기와 더불어 살인사건의 심문도 함께 진행됩니다. 평범하고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는 이웃들의 민낯과 그들의 과거, 그 모든 중심에는 톰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 <엿보는 마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의가 모이는 밤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60년 일본 고치현에서 태어나 미국 애커드대학교 창작법을 전공한 저자는 

1995년 "해체제인"으로 데뷔했습니다. 

타임 루프를 소재로 한 "일곱 번 죽은 남자"처럼 SF 설정을 도입한 세계에서 

논리적으로 수수께끼를 푸는 'SF 신 본격 미스터리'를 대표합니다. 

2004년 '토시 탐정 시리즈'가 누계 30만 부를 발행하는 히트를 기록했고, 

<살의가 모이는 밤>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작품에 영향을 받고 썼다고 합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별장을 지키고 있던 학생, 산길이 끊겨서 오도 가도 못 하고 

이 별장에 도움을 청하러 왔던 여행 중인 가족 3명, 

더 안쪽 산속에 있는 호텔의 셔틀버스 운전사, 

그리고 중년 형사 한 사람까지 모두 여섯 명을 모두 죽인 사람이 

무토베 마리 자신이라고 말하면서 책은 시작합니다. 

하지만 같은 M대학교 친구인 와타누키 소노코가 죽은 모습을 보고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합니다. 

처음 그녀의 시체를 봤을 땐 착란 상태라 몰랐지만 침착해진 지금 다시 보니 

그녀가 자랑하는 긴 머리카락이 단발머리로 바뀐 것을 알아차립니다. 

잘려 나간 소노코의 머리카락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범인은 

그녀를 죽인 다음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나는 폭풍우가 잠잠해져 구조 인원이 오면 말할 알리바이를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이 별장에 오기 전 과거로 돌아가 소노코는 

M대학 조교수인 미노리 카즈노리에 푹 빠졌습니다. 

30대 중반으로 기혼자지만 아이는 없는 카즈노리 교수는 자산가의 아들이며 

결혼 축하 선물로 피서지로 유명한 A고원에 부부 전용 별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소노코는 앞뒤 가리지 않고 열렬히 들이댔고 주위 사람은 물론 

교직원들까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본인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소노코가 그렇게 열망함에도 불구하고 교수의 반응은 별로이고 

나와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새벽까지 일을 하고 들어왔는데 

소노코가 여름방학 동안 별장에 있을 교수에게 전화했더니

 자신보고 부인이 별장을 비우니 오라고 했답니다. 

난 그렇게 졸라도 부인과 보내는 별장이라 안 된다고 거절했는데 

소노코를 초대한 것을 알고 화가 납니다. 

소노코는 차가 없으니 내게 별장까지 태워달라고 조릅니다. 

그녀의 막무가내에 같이 갔는데, 

가는 길부터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들어맞습니다. 

겨우 도착한 별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 초인종을 울렸더니 

키가 큰 젊은 남자가 나옵니다. 

이오스미는 같은 대학교 학생으로 

사모님에게 한 일주일간 별장을 봐달라는 부탁으로 왔답니다. 

돌아가려고 말하던 참에 누가 문을 두드립니다. 

호텔에 일을 마치고 내려가다 길이 막힌 D서 나나쿠라 형사, 

별장 안쪽의 호텔 길도 막혀 야에하라 씨와 부인, 장인과 

마지막 손님을 산기슭까지 모시고 돌아가다 기름이 떨어져 

셔틀버스를 놔두고 온 기사 니노베가 별장에 옵니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이 별장에 갑자기 모이게 된 8명의 사람들.


형사 미모로 카츠야는 자신의 관할인 D서에서 

잇따른 흉악 사건이 발생해 연일 탐문 수사를 하다 2주 만에 귀가를 합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지 않고 코세 토모에의 집으로 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녀는 다른 사건 피해자의 지인으로 수사 중 한번 만났는데, 

시내 모 고급 클럽의 호스티스입니다. 

그녀의 집에 도착했더니 실린더 모양의 현관 잠금장치가 

홈에 걸려 있지 않은 상태로 튀어나와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미모로는 손수건을 손에 들고 현관을 열고 들어갑니다. 

방 안에 그녀와 젊고 몸이 좋은 남자가 섹스를 하고 있습니다. 

절정에 다른 그녀의 모습을 보자 신비로운 그녀의 이미지는 모두 사라졌고, 

남의 집에 몰래 숨어 들어온 행위를 자각하게 됩니다. 

발길을 돌리려는 그때 비명소리가 들려 다시 문틈 사이를 보니 

젊은 남자가 꽃병으로 그녀의 머리를 향해 몇 번이고 내리칩니다. 

꽃병을 내던진 남자가 끈같이 생긴 것을 토모에의 목에 감아 졸랐고 

그녀는 결국 죽습니다. 

미모로의 이성은 그녀를 구하라고 재촉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둘러 빠져나옵니다. 

미모로의 상관 주임이 전화로 토모에 살인사건 현장으로 가라고 합니다. 

현장에 가니 침대에서 벌거벗은 채 죽은 토모에와 

침대 곁에 옆으로 누워 죽은 여자가 있습니다.


별장에 모인 8명의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토모에 곁에 죽은 또 다른 여자는 누구인지, 

<살의가 모이는 밤>에서 확인하세요.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그 작품'에 영향을 받은 

<살의가 모인 밤>은 시작부터 강렬합니다. 

여대생 마리는 별장에 우연히 모인 6명을 죽인 것은 맞지만 

친구 한 명을 죽인 것은 아니라는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마리는 친구를 죽인 범인에게 

자신의 살인을 뒤집어 씌우기 위해 추리를 시작합니다. 

사건의 장소와 시간이 바꿔 형사 미모로는 

호스티스 여성 토모에의 살인을 목격하지만 그대로 도망쳤고, 

이후 수사 차 찾아가니 또 다른 여성이 죽은 호스티스 옆에 죽어 있습니다. 

미모로의 관할 구역에서 호스티스 연쇄 살인 사건, 

어린 소녀를 유괴한 후 살해한 연쇄 살인 사건, 머리카락 절취마 사건, 

길거리 폭행 사건 등 흉악 범죄 사건들이 자꾸만 일어납니다. 

별장 살인사건과 형사 미모로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마리는 일반인이라고 하기엔 6명을 죽인 살인범이지만, 

그래도 초조하고 조금 어설프게 추리를 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형사 미모로의 수사는 냉정합니다. 

클로즈드 서클 상황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이곳에서 벌어지는 흉악 범죄 사건이 연관 없어 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모이게 됩니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며 반전을 독자에게 던져줍니다.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게 되는 흥미진진한 소설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우춘희 지음 / 교양인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주인권 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저자는 

사회를 먹여 살리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 아시아여성학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사회학 박사 과정에 있고 

이주, 젠더, 농업 노동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4년 넘게 이주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을 보며 겪은 

이야기, <깻잎 투쟁기>를 보겠습니다.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일을 하기 위해 

돈을 주고 한국어를 배웠고, 빨리 취업하기 위해 여성 인력을 적게 뽑는 제조업보다, 

노동 환경은 더 열악하나 상대적으로 여성을 많이 뽑는 농업을 택했습니다. 

자격 요건인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한 뒤에는 한국 사업주의 선택을 받아 

근로계약이 체결되기를 기다렸을 것이고, 

마침내 고용하겠다는 사업주에게 연락을 받았을 것입니다. 

만약 2년 안에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다시 한국어능력시험을 보고 사업주의 연락을 기다려야 합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16개국에서 온 5만 8천 명의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저자는 2018년부터 경기도, 충청도, 경상남도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 특히 농업 이주노동자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기숙사는 마을과 떨어져 그들이 일하는 농지 바로 옆에 지어진 가설건축물입니다. 

그 형태는 비닐하우스 안에 옅은 노란색의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것이거나 컨테이너인 경우가 많습니다.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고 환기도 전혀 되지 않았으며 

집 안 곳곳에 온갖 벌레가 우글거립니다. 

이런 기숙사 안에는 화장실에 대부분 없어 

집 밖으로 나가 근처 간이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집은 잠금장치가 아예 없거나 허술한 곳이 많습니다. 

어떤 기숙사는 왕복 2차선 도로 옆에 있는 네다섯 평의 컨테이너고, 

콘크리트 농수로 위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화재를 비롯한 재난에 취약합니다. 

2017년 이전에 정부는 고용주에게 알아서 기숙사비를 걷으라고 했습니다. 

기숙사비를 받지 않는 고용주도 있지만 

한 사람당 30만 원씩 받는 고용주도 있습니다. 

어떤 고용주는 하루 10시간씩 일을 시키고서 

8시간에 해당하는 최저 임금을 주고 

나머지 2시간 일한 것은 기숙사비로 제했습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기숙사비 과잉 책정에 대해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2017년 2월 고용노동부에서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숙식비 징수 상한선'을 만들어 과도한 숙식비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였으나 

이 지침이 시행되자 기존에 기숙사비를 받지 않던 고용주까지 

기숙사비를 최대로 받지 시작했습니다. 상한선이 기존선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많은 고용주가 임금 체불을 하고도 

'불법' 체류 신분을 만들겠다고 소리치며 노동자를 협박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행여 잘못되어 곧바로 추방당할까 봐, 

그래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릴까 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참으며 전전긍긍했습니다.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권한이 노동자가 아니라 고용주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취업 기간(4년 10개월) 중 

사업장 변경이 없으면 '성실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주와 이주노동자가 재고용에 서로 동의해 사업주가 당국에 요청하면, 

이주노동자는 본국으로 돌아가 3개월 이상 머물다가 

다시 한국에 입국해 최대 4년 10개월 더 일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를 잘 이용하면 이주노동자는 최대 9년 8개월을 한국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많은 고용주가 성실근로자로 다시 데려오겠다고 약속하면서 

고용 기간 내내 이주노동자들을 옭아맵니다.


농업 분야는 대부분 계절의 영향을 받습니다. 

농번기에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농한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 한 배추 농가는 

여름에 한두 달 쉬기에 상용 노동자를 쓰기 어려웠습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면 

근로계약 기간 내내 임금을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주노동자들도 몇 달 쉬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돈을 벌고 돌아가야 하기에 

몇 달을 쉬면 그만큼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 배추 농가는 깻잎으로 작물을 바꿉니다.

'깻잎' 농사는 1년 내내 일거리가 있는 노동집약도가 높은 일이며, 

깻잎은 단위 면적당 소득이 높아 규모가 작은 농가에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농가에서 고추, 배추 같은 작물을 재배하다가 깻잎으로 많이 바꿉니다. 

이주노동자라는 '인력'이 만들어낸 농촌의 새로운 변화입니다.


여성노동자가 성희롱하는 고용주를 신고해도 고용 센터는

 조사 기간이 아니라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입증하기 어려운 성희롱 사건보다는 

조금 더 쉬운 임금 체불로 사업주를 신고해 마무리하자는 제안을 한답니다. 

'지구인의 정류장'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던 김이찬 감독이 

2009년 경기도 안산에 세운 이주인권단체입니다. 

이곳에 성폭력 피해에 관해 도움을 청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라고 합니다. 

사장님한테 말해서 다른 농장에서 일하게 해달라고요.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은 성폭력 문제 해결에 체념했고, 

돈을 벌지 못할까 봐 걱정합니다. 

2020년 초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퍼지던 시기,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통제 아래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습니다. 

원래부터 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 왔습니다. 

이들은 동네나 마을이 아닌, 비닐하우스 근처 기숙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데다, 

정말 가끔 시내에 장을 보러 가기 때문에 마주칠 환경 자체가 안 되었습니다. 

분명 사회 어딘가에는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이제는 외국인 없이 농사를 못 짓습니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농업은 이주노동자 없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고용허가제는 고용주의 동의가 있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 법의 폐해를 주장하는 이주노동자는 이렇게 말합니다.0

 "우리는 노예가 되기 위해서 한국에 온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로서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그들이 전한 이주노동 현장은 참혹합니다. 

장시간 고된 노동을 강요하며 법으로 정한 최저 시급도 주지 않습니다. 

몇 달 치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도 많았고, 노동자들이 일하는 밭 

바로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가 그들의 기숙사입니다. 

그 안에는 화장실도 없어 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가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사업주의 언어폭력과 성폭력을 호소하는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이 모든 일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수년째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손이 필요한 곳에 데려다가 채우는 

'인력 수급 정책'의 대상으로만 봅니다. 

오로지 어떻게 농촌의 부족한 인력을 채울지 골몰하며, 

일하는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수요와 공급의 숫자에만 관심을 쏟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어떤 곳에서 사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는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는 하는지, 

그 실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0

 4년이 넘게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며 그들의 실상을 본 저자가 쓴 

<깻잎 투쟁기>를 읽으며 우리가 쉽게 사 먹는 깻잎이 

이주노동자들의 피, 땀, 눈물로 이뤄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밥상 위의 인권을 위해서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같이 고민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디에도 눈먼 돈은 없으며, 부모도 아닌 나를 위해 누군가가 돈을 주는 일은 없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수록 사기 사건은 더 많이 벌어지는데
이런 때일수록 더욱 마음의 중심을 잡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표작 "스테이션 일레븐"이 전미도서상, 펜;포크너 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2015년에 아서 C. 클라크 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인정받은 작가는 

대표작이 최근 HBO Max에서 시리즈물로 영상화되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신작 영미소설 <글래스 호텔>을 보겠습니다.



폴의 아버지는 아주 어릴 때 시를 쓰는 젊은 히피와 사랑에 빠졌고 

얼마 안 돼 이복 여동생 빈센트를 임신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어머니는 폴을 데리고 카이에트를 떠났습니다. 

폴은 토론토 교외에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내면서 

여름방학에는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2년에 한 번씩 브리시티 컬럼비아를 오갔습니다. 

빈센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폴은 빈센트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이곳으로 왔지만 

실상은 전에 다니던 학교를 더는 다닐 수 없게 되어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와 빈센트, 할머니와 지내는데 

빈센트가 '나를 멸하라'라며 학교 유리창에 글을 썼습니다. 

늦게 가서 말리진 못했지만 그녀가 사고 치는 장면은 볼 수 있었습니다. 

빈센트, 폴, 빈센트의 친구 멀리사가 아무 말 없이 유리창에 적힌 글자에서 

산성 용액이 흘러내리는 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 일은 학교에 알려졌고 며칠 정학 처분을 받습니다. 

폴은 마약 문제로 재활원에 갔다 왔고 마리화나를 피운 것이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토론토로 돌아갔습니다. 

아버지는 일을 해야 해서 빈센트를 자신의 동생에게 보내기로 합니다. 

그때 빈센트는 13살이었고, 폴은 18살이었습니다. 

이후 재활원도 여러 번 드나들던 폴은 뭔지도 모르는 약을 누군가에게 주었고, 

그 약을 먹은 사람은 심장이 멎어 죽고 말았습니다. 

두려움에 도망쳐 고모로부터 독립한 빈센트를 만나러 갔습니다.


시간은 흘러 5성급 카이에트 호텔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빈센트와 

야간 청소 관리인으로 일하는 폴. 

카이에트 호텔은 핸드폰이 터지지 않고 아름다운 건물이지만 

이질적으로 보여 초현실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호텔 유리창에 '깨진 유리 조각을 삼켜라'라는 낙서를 썼습니다. 

호텔 직원들은 폴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폴은 해고를 당합니다. 

빈센트는 호텔의 주인인 조너선 알카이티스의 호감을 얻어 

구애를 받게 되고 이곳을 떠납니다. 

조너선 알카이티스는 금융 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의 사업은 초대형 폰지사기 범죄였고 투자한 사람들은 무너집니다. 

그리고 빈센트는 떠나고, 그는 170년 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러부터 수년이 지난 후 당시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컨설턴트 리언 프레반트에게 사건 의뢰가 들어옵니다. 

내용은 공해를 지나던 배의 갑판에서 한 여성이 실종되었는데 

그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것입니다.


유리창에 낙서한 범인과 사라진 여성은 누구이며, 

폴과 빈센트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글래스 호텔>에서 확인하세요.




<글래스 호텔>은 '메이도프 폰지사기 사건'을 배경으로 합니다.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 출신의 펀드매니저 버나드 메이도프가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등의 개인 투자자로부터 

신규 투자금을 유치해 그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한 

금융 사기 사건입니다. 

당시 메이도프는 매년 8~10%의 수익을 냈는데 

이는 결국 다단계 금융 사기로 밝혀졌고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액은 650억 달러에 달합니다. 

애널리스트 해리 마코폴로스가 1999년에 이 사건에 대해 사기 의혹을 제기하고 

증권거래위원회에 제보했으나 무시당했고, 

2005년과 2007년에도 증거를 제출했으나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폰지사기라는 것이 드러나 

메이도프는 2008년 체포돼 15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습니다.


이 책은 등장인물인 빈센트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으나 

초현실 같은 곳에 위치한 카이에트 호텔의 주인의 눈에 들어 부자의 삶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가 쓰는 돈은 누군가가 피땀 흘려 모은 돈이지요. 

간혹 언론에서 사기 사건을 보면 속는 사람이 바보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절박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사기꾼들은 

권위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추천이나 돈을 벌었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로 

그들을 현혹시킵니다. 

처음 한두 번은 말대로 되는 현실을 보여주니 

그들은 진짜라고 믿게 되고 자신의 지인이나 친척들의 돈을 

빌리거나 끌어들이면서 사기에 더욱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사기란 것을 눈치채도 현실을 부정하게 되지요. 

어디에도 눈먼 돈은 없으며, 부모도 아닌 나를 위해 

누군가가 돈을 주는 일은 없습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수록 사기 사건은 더 많이 벌어지는데 

이런 때일수록 더욱 마음의 중심을 잡아야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