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인문학 - 동해·서해·남해·제주도에서 건져 올린 바닷물고기 이야기
김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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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한 저자는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사, 미시사, 지역사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농촌과 농민운동 연구로 석사 학위를 마친 후 

어촌 공동체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08년부터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으로 섬·어촌·문화·관광 관련 정책을 발굴하며, 

섬과 갯벌의 가치를 사람들과 나누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쓴 <바다 인문학>을 보겠습니다.


2008년부터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지고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황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명태는 대구목 대구과에 속하는 한류성 어류입니다. 

우리나라 동해 북구, 일본 북부, 오호츠크해, 베링해 등에 서식하며 

한때 동해를 대표하는 바닷물고기였습니다. 

명태는 지역, 잡는 방법과 시기, 크기, 가공 상태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망태, 조태, 선태, 동태, 북어, 북태, 춘태, 동태, 꺽태, 노가리, 망태, 

염태, 코다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지금 명태들은 모두 러시아에서 수입해온 것들입니다. 

명천의 태씨가 잡아서 명태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고, 

17세기 숙종과 영조 대 함경도의 자연재해로 인해 

남부 지방의 쌀과 명태를 교환하는 '명태 무역'이 생겨 

조선의 백성들이 먹는 생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이유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남획을 원인으로 봅니다.


찬바람이 불면 홍어는 흑산도 태도 서남쪽 바다로 산란을 위해서 옵니다. 

이때 잡은 홍어가 찰지고 부드럽고 맛이 좋아 으뜸으로 쳤답니다. 

홍어는 홍어목 가오릿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수심이 싶은 저층에서 생활합니다. 

홍어는 수컷보다 암컷이 대우를 받습니다. 

홍어가 귀할 때는 8kg에 최상품 암컷은 100만 원이 훌쩍 넘었으나 

지금은 어획량이 늘어 50~60만 원에 거래됩니다. 

전라도에서 사람이 모인 곳이면 으레 제일 먼저 찾는 것이 홍어입니다. 

하지만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특별한 날 먹는 고가의 음식으로 바뀌었는데 

그것이 바로 결혼식과 장례식입니다.


멸치는 청어목 멸칫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배는 은백색이며 등은 암청색니다. 

위턱이 아래턱보다 길며, 청어과에 속하는 밴댕이와 청어는 아래턱이 깁니다. 

봄과 여름이 산란철이지만 겨울을 제외하고 1년 내내 알을 낳습니다. 

멸치는 산란 후 1~2일이면 부화해서 빠르게 자랍니다. 

그만큼 생식 주기가 짧고 이것이 생존 전략입니다. 

멸치는 크기에 따라 세멸·자멸·소멸·중멸·대멸이라고 구분하고 

우리나라 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생선입니다. 

수온의 변화에 따라 생식과 생존에 적합한 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연안 회유 어종입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갈치, 농어, 다랑어, 돌고래 등에게도 

멸치는 소중하고 물새들도 멸치를 기다립니다. 

먹이사슬에서 멸치는 어업 생산량을 가늠하는 지표가 됩니다. 

플랑크톤이 해양 생태계의 기초라면 멸치는 바다 육식동물의 생존 기반입니다.


갈치는 농어목 갈칫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동중국해, 제주도, 남해에 서식합니다. 

바닷물이 차가울 때는 제주도 남쪽에서 생활하다가 수온이 올라가면 남해로 올라옵니다. 

제주도에서는 1년 내내 갈치잡이가 이루어집니다. 

갈치는 비늘이 없지만 몸 전체가 번쩍이는 은빛 가루로 덮여 있습니다. 

갈치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것은 구아닌이 요산과 섞여 굴절 반사를 하기 때문인데, 

구아닌이 산소와 산화 작용을 일으켜 비린내가 납니다. 

이때부터 살이 물러집니다. 

제주도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은 힘듭니다. 

검질(잡풀)을 매고, 물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요리에 정성을 들일 수가 없습니다. 

갈칫국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요리가 많은 이유입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 살지만 바다에 대한 관심은 적습니다. 

그중에서도 바닷물고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적지요. 

저도 식탁에 올라오는 생선들 이름만 알고 있을 뿐, 

그들의 생활과 특성 등에 대해선 거의 모르고 있습니다. 

해마다 환경오염으로 바닷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도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50년 동안 큰 물고기의 90%가 우리 바다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동해에서 명태가, 서해에서 조기가 사라졌고 

병어와 대구, 망둑어와 양태도 귀한 바닷물고기가 되었습니다. 

과거에 잡어라고 부르던 바닷물고기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겨서 그런 걸까요? 

정말 기후변화만으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요? 

저자는 아니랍니다. 

서해의 갯벌의 50%가 뭍이 되어 공장과 아파트가 지어졌고, 

서해와 남해의 바다 숲은 백화현상으로 사막이 되었고, 

어민들은 촘촘한 그물로 어종을 가리지 않고 잡아들였습니다. 

그 심각성을 알게 된 우리나라는 2012년 여수엑스포를 기념해 

5월 10일을 '바다 식목일'로 정했다고 합니다. 

이날만 바다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매일 먹는 밥상을 보면서 바다를 생각해야겠습니다. 

지속 가능한 바다를 위해 <바다 인문학>에서 알려준 것을 유념해야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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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 더 비기닝 1
공한K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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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교육사업 마케터로 일하며 MBA 석사과정을 밟은 저자는 

우연한 기회로 웹소설을 쓰게 돼 "베리에이션"을 시작으로 

"과거에서 온 여자가 꼰대가 된 첫사랑을 만났을 때", "타임 리벌스 수사대"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기이한 능력자의 이야기를 담은 <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더 비기닝 ①>를 보겠습니다.



27살 남시보는 공시생입니다. 

수원에 작은 분식집을 하는 아버지는 자식이 안정된 직장에서 편하게 일하길 바랐고, 

시보는 아버지의 뜻대로 전문대를 졸업한 뒤 2년간 준비를 하다 

군대 갔다 와서 다시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학원과 고시원을 오가는 생활을 하던 시보는 어릴 적부터 시체를 봅니다. 

자주는 아니고 드물었고 헛것을 봤다고 생각해 혼자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길을 걷다가 가슴에서 피가 흐르는 시체를 또다시 봅니다.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미친 사람 취급했고, 

자신이 직접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은 주변을 살피더니 보상자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봅니다.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요. 

바로 앞에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을 보지 못합니다. 

경찰관들이 이상하다며 수군대는 모습을 보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더니 눈앞이 흐릿해지며 기절합니다. 

눈을 떠보니 병원 응급실입니다. 

허위 신고 경위서를 써야 해서 다시 경찰서로 갑니다. 

경찰서에 들어가 화장실에 먼저 들렀는데 

좌변이 칸막이 문을 연 순간 목을 맨 경찰 시체를 봅니다.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자 죽은 경찰이 내 앞으로 와서 괜찮은지 물어봅니다. 

시보는 다시 정신을 잃고 금방 정신을 차립니다. 

겨우 경위서를 쓰고 아버지가 와서 경찰서를 나왔습니다.


수업을 듣고 1층 학원 로비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데 

바닥에 죽은 여자 시체가 있습니다.

하늘을 응시한 채 머리에서 피가 흐른 채로요. 

시보가 도와달라 소리치자 한 여자와 친구가 달려오는데, 

달려오는 여자가 죽은 여자입니다. 다시 정신을 잃고 친구들이 시보를 깨웁니다. 

시보가 아까 그 여자가 누군지 묻자 같은 수업을 듣는다고 합니다. 

그 이후 그녀를 주시하며 옥상도 살펴봅니다. 

지금까지의 일들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실제로 일어나지 않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위안했습니다. 

수업을 듣던 중 한 여자가 강의실 뒷문으로 나가고, 시보는 뒤따라 갑니다. 

옥상 문을 열자 여자가 난간 쪽으로 갑니다. 

시보가 불렀지만 여자는 들리지 않은지 난간에 발을 걸치고,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당겨 바닥에 굴러 넘어집니다. 

눈을 뜨니 시보 아래에 그녀가 깔려 있었고, 

경비원이 이 모습을 보고 강간범이라며 경찰에 신고합니다.


경찰서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경찰서로 가게 된 시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경찰 앞에서 담담함을 토로하던 중 

민 팀장이 시보의 말을 믿어줍니다. 

얼마 전 시보가 본 시체와 똑같은 장소에 

똑같은 인상착의의 시체가 발견되어 조사 중에 있다고요. 

시보가 구한 여성 강소담은 정신을 차리고 강간범이 아니라고 말해주었고 

경찰서를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대학생으로 어머니가 일찍 죽고, 

자신을 키우던 할머니도 고등학생 때 돌아가시고, 

택시 기사인 아버지마저 얼마 전 취객에게 폭행을 당해 결국 죽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폭행범을 잡기 위해 경찰서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증거가 없어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장례를 마친 다음 날, 

수면제에 취한 채로 옥상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녀의 사연과 마음씨, 예쁜 얼굴에 마음이 간 시보는 

그녀와 연락하며 지내는데, 경찰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더 비기닝 ①>에서 확인하세요.




남들은 보지 못하는 시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27살 공시생 남시보. 

어릴 적부터 그런 일이 있었지만 잘못 봤다고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시체를 3번이나 본 시보는

 현재와 과거의 일이 아님을 확인하고 미래에 벌어질 일이라는 짐작을 합니다. 

그 짐작은 맞았습니다. 

그리고 시체를 보고 어떨 때는 정신을 잃고 어떨 때는 멀쩡한 이유를 생각해 보니, 

초자연 현상이 나타난 곳에서 실제로 그 사람을 보면 

정신을 잃게 된다는 것도 유추합니다. 

시체를 보는 것에도 뭔가 규칙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런 능력이 있는 것은 이 일을 해결하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시체를 보는 사나이에서 시체를 보고 그 죽음의 원인을 해결하는 사나이가 된 시보. 

<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더 비기닝 ①>는 전개가 빠르고 

누가 범인일까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됩니다. 

'네이버 베스트리그 TOP 5'에 든 작품답게 잘 읽히는 소설입니다. 

일련의 사건의 진범은 누구일지 2권도 빨리 읽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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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사륜마차 에놀라 홈즈 시리즈 7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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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사륜마차>



우리가 알고 있는 셜록 홈즈가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여동생
에놀라 유도리아 하다사 홈즈를 이야기합니다.

전 세계 사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셜록 홈즈는 세계 최초 사립 탐정으로
활약이 대단했죠.
역시나 런던 현장에 세간의 이목을 끌며
여동생 에놀라가 등장했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여성이 탐정을 한다는 것,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었으며,
그런 여성의 가족들도 비난받기 충분했습니다.
셜록에게도 동생을 단속하지 못한다며
말들이 많았어요.
사람들 입방아에 지친 셜록은
이 지면을 통해 에놀라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힙니다.

에놀라가 태어난 1874년에는
자신만의 연구에 빠진데다,
에놀라의 출생에 따른 가정불화로
서둘러 집을 떠났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 때도 어려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기억도 없었대요.
1888년 7월 에놀라의 엄마가 사라져
14살된 에놀라가 셜록의 형 마이크로프트와
자신을 집으로 불렀답니다.
거의 10년만에 보게 된 여동생 모습은
알아보기 힘들었고,
에놀라를 위해 예비 신부 학교에 보내려고 했으나
학교 가는 길에 사라졌지요.

서둘러 에놀라를 찾았지만 허탕쳤고,
런던 경찰청의 레스트레이드 경감에게서
그녀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망인으로, 독신녀로, 행상인으로, 수녀로,
정말 생각지도 못한 변장으로
동생을 잡기는커녕 알아보지도 못한 셜록.
그러다 왓슨 박사의 실종에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는데,
왓슨을 구한 에놀라.
이제 에놀라의 활약에 
셜록의 콧대는 꺾었습니다.
발을 다쳐 꼼짝못할 때 에놀라가 도와주었고,
또다른 사건도 멋지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이제 에놀라는 보호가
필요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에놀라는 예비 신부 학교도 필요 없고,
에놀라는 결혼도 필요 없지요.
에놀라의 15번째 생일날,
홈즈의 세 남매는 케이크를 먹고,
에놀라의 엄마가 도망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잘 해결된 줄 알았는데,
사건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마냥 어리기만 한 동생인 줄 알았는데,
사건을 능숙히 해결하고
자신의 앞가림을 잘 하는 모습을 보며
보호가 필요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생이 컸다는 것을 인정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죠.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동생, 혹은 자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이 다 컸음을 증명합니다.
고집피우다 사이가 나빠지기 전에
빨리 인정해야겠습니다.
냉철한 셜록에게도
가족의 존재는 객관적일 수 없는 존재로군요.
한 걸음 떨어져 가족을 봐야 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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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지음, 유나영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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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저자는 

시카고대학교와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1974년 로체스터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UCLA 역사학 명예교수이자 학술·문화비평가로 

20세기 유럽과 미국의 지식문화사를 깊이 연구했습니다. 

특히 학계의 지식인과 교육 등에 관한 날카로운 비평을 발표해 

지식인 사회와 일반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1987년에 쓴 <마지막 지식인>을 보겠습니다.



지난 수십, 수백 년간 대중은 변화했습니다. 

과거처럼 토머스 페인의 팸플릿을 사 읽거나 몇 시간이고 서서 

에이브러햄 링컨과 스티븐 더글러스의 논쟁을 경청했던 대중은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대중의 주의 집중 시간이 줄어들었으나 

사실의 전모는 아닙니다. 

진지한 책과 잡지와 신문을 읽는 대중은 줄어들었으나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독자층은 수축했을지 모르나, 젊은 지식인층은 실종되었습니다. 

젊은 지식인들은 폭넓은 대중을 더 이상 원치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거의 전부가 대학교수입니다. 

캠퍼스가 그들의 집이고, 동료들이 그들의 독자입니다. 

논문과 전문 학술지가 그들의 미디어입니다. 

그들의 일자리, 승진, 급여를 전문가의 평가에 의존합니다. 

봉급, 안정성, 여름방학의 장점으로 그들은 대학으로 갔고, 

지식인의 삶이 재구성되었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제도권 학자로서의 지식인은 자신들의 표현 수단으로 

소규모 오피니언 잡지나 문예지, 큰 정기간행물에도 의존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학술지와 논문이 그들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1940년대 이전에 출생한 지식인들이 살던 시대는 대학의 규모가 작았고 

급진주의자와 유대계와 여성에게 닫혀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이 지식인이 되는 요건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지식인이 되려면 뉴욕이나 시카고로 가서 책과 기사를 쓰는 일이 필수 요건이었습니다. 

그러나 1940년 이후 출생한 지식인은 

거의 청소년기부터 대학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대학의 액세서리와 외형이 그들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대학으로 들어간 지식인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끼리의 목소리만 내도 되었습니다.


잠시 머물렀다 가는 청년이나 학생들 말고 일부 상주하다시피 하는 

주민과 잉여 지식인들이 보헤미아를 구성합니다. 

보헤미아는 도시에 의존하여 살아갑니다. 

경제 불황, 도시 재개발, 슬럼 등에 의해 보헤미아는 쉽게 망가지고, 

잉여 지식인들은 전국으로 분산됩니다. 

1950년대가 끝날 무렵 독립 학자와 보헤미안이 퇴조하고 

학자와 전문가가 대두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식인과 대학교수가 사실상 동의어가 되었습니다.


마르크스 이후 1백 년이 경과한 지금,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 

첫 번째나 두 번째로 묻는 질문은 '그가 무슨 일을 하는가?'입니다. 

이 질문에는 노동이 삶의 전부인 사회질서가 배어 있습니다. 

만약 특정 업계의 친목 모임에 잘못 끼게 된 사람이라면 

자신의 직업을 묻는 질문에 답을 들은 후 자리를 피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다른 사회 질서하에서라면, 질문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가, 무슨 꿈을 꾸는가, 

혹은 무슨 믿음을 가졌는가?'가 될지도 모릅니다. 

지식인이 어디에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거의 어디에서나 비슷하고 제한된 선택지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젊은 지식인이 취약한 것은 지적 선택지가 줄어드는 시점에 

그들이 출현했기 때문입니다. 

비합리적이고 과격하고 자유분방했던 60년대의 지식인들이, 

선대의 지식인보다 오히려 더 보수적이고 전문적이고 비가시적인 집단으로 

성숙했다는 역사의 농담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합니다.




<마지막 지식인>은 1987년에 쓰인 책입니다. 

이 책은 읽힌 횟수보다 인용된 횟수가 더 많다고 합니다. 

마크 저코비가 이 책에서 처음 쓴 '공공 지식인'이란 말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알려지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저코비가 말하는 공공 지식인은 교양 있는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사회 공론장에 영향을 끼치는 지식인을 말합니다. 

즉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대중 지식인'인데 이 책을 쓴 그때 아니 그전부터 

지식인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포기하고 학술적 담론에만 머문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이후에 나타난 사람들도 거의 없어서 1950년대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공공 지식인의 부재로 인해 공론장의 위기, 나아가 사회의 위기와 혼란이 옵니다. 

팬데믹 시대에 전문가라는 집단의 신뢰는 더욱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더욱 믿을 만한 지식인에 대한 목마름이 더 심해진 상황입니다. 

이 책이 지금에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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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 2022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최설 지음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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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통영, 하동, 삼천포에서 자란 저자는 

2022년 한경신춘문예에 <방학>이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그럼 작품을 보겠습니다.



아빠와 같은 병으로 국립병원에 입원하게 된 나는 

슈퍼결핵에 전염되어 1, 2차 약으로 효과가 없습니다. 

1차 비해 2차 약은 하루 세 번에 먹어야 하는 약의 양도 먹고, 

최소 1년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해서 병원에 입원을 하는데 

효과는 없지만 2차 약이라도 먹으면서 기적을 바라는 마음에 

병원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이곳으로 왔습니다. 

3년 전 아빠가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에 만났는데, 다시 이렇게 보게 됩니다. 

아빠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 엄마와 이혼을 했고, 

엄마는 나를 키우는 조건으로 집을 포기했습니다. 

새엄마는 이후 아들을 낳았고 함께 지냈으나 

아빠가 다시 발병해 이곳으로 왔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아빠는 죽고 건강하라는 새엄마의 말을 들으며 병실에 들어옵니다. 

남녀가 층으로 분리되어 다른 층 입원환자는 잘 보질 못하는데, 

지하 장례식 입구에 있는 세 살 많은 강희를 보았습니다. 

강희가 아파 이곳에 병수발하러 들어온 엄마가 옮아 먼저 죽게 된 것입니다. 

이곳에선 장례식을 보통 안 하고 죽으면 바로 데려가는데 

보호자가 강희뿐이고 환자라 이곳에서 장례를 치릅니다. 

그렇게 안면을 트게 된 강희와 나. 근처 성당에서 다시 보며 말을 나눕니다.


자이복스라는 신약이 나왔는데 이 약은 

원내감염 원인균을 죽이기 위해 개발된 항생제입니다. 

즉 슈퍼박테리아 학생제이죠. 

그래서 한국에는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폐렴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어 

식약청도 폐렴 환자 치료 목적으로 수입 허가를 냈습니다. 

그런데 이 약이 슈퍼 내성을 지닌 결핵에도 효과를 보인답니다. 

그런데 이 약은 한 알에 6만 원이나 하고 매일, 오랫동안 먹어야 할 

이곳 환자들의 형편상 있어도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엄마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소설 지망생 엄마가 공모전에 도전했으나 계속 실패하고,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아들에게 약 값도 못 대주는 처지를 비관하며 

자살 시도를 했답니다. 

이대로 있다가 다시 나쁜 마음을 먹을 것 같아 스스로 입원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고 

국립병원에 들어가며 친척이 없어 새엄마를 보호자로 내세웠답니다. 

난 새엄마에게 고맙다고 했고 좋은 사람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렇게 약을 먹으며 하루를 버티는 내게 자이복스 임상시험의 대상자가 되었답니다. 

기쁜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며 강희는 어찌 되었는지 물었으나 

강희는 자비를 들여 반 알씩 며칠 복용한 적이 있어서 최종 단계에서 탈락했다고 합니다.


이제 고칠 수 있는 희망이 생긴 나지만 강희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학>에서 확인하세요.




아빠와 같은 병으로 입원한 주인공, 

얼마 뒤 죽은 아빠를 따라 죽을 운명에 처해집니다. 

시중에 나온 치료 약이 듣지 않는 내성을 가졌기 때문이죠. 

전염병인 이 병만 치료하는 국립병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주인공이 

신약의 임상시험 대상자가 되는데,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그녀는

최종 단계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녀와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고 오며 가며 말을 건네고 

처지가 비슷해 마음이 더 간 것뿐인데 

주인공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은 것을 보니 주인공이 순수하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반 아이의 처참한 시험 점수 앞에서 

같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랍니다. 

하지만 반대로 백 점짜리 시험지를 보며 같이 기뻐하는 것은 

아주아주 어려운 일이라지요. 

나보다 못한 사람을 위로하기는 쉬워도, 

내가 되고 싶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나중에 나도 그렇게 될 거라고 위로해 보지만 

스스로의 처지에 우울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주인공도 그런 자신이 실망스러워 어서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랐지만, 

어른이 된다고 해서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시기하고 질투하며 행동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건강해지면 착해지기도 쉽다는 말이, 

가진 게 많으면 착하다는 말이 더 가슴에 와닿는 이유는 진실에 가깝기 때문이겠죠. 

비싸서 치료제가 있어도 고칠 수 없는 병을 가진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방학>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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