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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깨비, 홍제 - 인간의 죽음을 동경한
양수련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평점 :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영상시나리오학을 전공한 저자는
잡지기자와 편집자 생활을 하다가 작가가 되었습니다.
2018 추리문학상 신예상 수상작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을 비롯
"리아 가족", 에세이 "혼자는 천직입니다만", 오디오북 "호텔마마", "은둔여행자" ,
작법서 "시나리오 초보작법", "장르소설 입문자를 위한 글쓰기" 등을 출간했습니다.
SK텔레콤 모바일영화 시나리오공모 대상, 제6회 대한민국 영상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한 저자의 <나의 도깨비, 홍제>를 보겠습니다.

도깨비들의 수령 홍제는 안하무인, 오만방자합니다.
도깨비들의 잔치에 무녀를 불러들이기만 하며 도깨비들의 신망을 얻을 거라
생각한 홍제는 강제로 무녀 비령을 섬으로 데려오고,
그녀에게 술상을 보고 술을 따르게 합니다.
잔이 비면 채우게 하고, 노래가 필요하면 부르게 했습니다.
비령은 자신의 노여움을 꼭꼭 감춘 채 언젠가 설욕을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홍제는 인간 여자와 사는 친우 귀설에게
어리석은 인간의 얘기를 하라고 계속 요구합니다.
귀설은 자신의 아내를 욕보이는 거라 거절을 하며 화를 삭이고 있었는데,
비령이 그 틈을 비집고 제안합니다.
여기 있는 도깨비들의 반응으로 누가 더 재미없는지 가리고,
지는 쪽은 벌칙을 수행하는 인간의 내기를 설명합니다.
홍제와 귀설의 동의하에, 둘 중 하나는 인간의 세상에 나가
상대의 것을 능가하는 이야기를 가져와야 하는 도깨비들의 내기가 성사되었습니다.
홍제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어리석은 장님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는 귀설은 귀설의 아내였고
친우에 대한 예의는 다 던져버린 홍제에게 화가 납니다.
귀설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을 말합니다.
도깨비는 자식을 얻지 못하는데 기적처럼 자신의 아내가 아이를 낳은
그 순간을 말하자 주위 도깨비들이 감동을 하며 홍제가 졌다고 말합니다.
홍제는 화가 나 발길질을 하는데, 갑자기 책으로 변해버립니다.
무녀 비령만 그것을 보았고 청소부가 뒤늦게 발견해 귀설에게 책을 받쳤으나
도깨비들의 물건이 아니라며 알아서 처리하라고 합니다.
인간의 허리춤에 매달려 홍제는 인간 세상으로 갑니다.
1년 전부터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됩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길유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건축가 도영훈,
현 국회의원 최우필은 다른 곳엔 불에 그슬린 자국 하나 없이
몸만 새카맣게 탄 상태입니다.
경찰은 수사를 했으나 범인을 찾지 못하고 미스터리한 점만 포착되어
사고사 혹은 자살 사건으로 처리합니다.
기자이며 길유진의 동생 하진은 형의 죽음 이후
계속 사건을 취재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습니다.
형이 죽는 날 자신과 약속을 했기에 자살은 말도 안 된다며
일련의 사건이 불의 살인으로 위장하기 위한 누군가의 연습이라는 가설을 세웁니다.
대문호들의 발자취를 따라 유럽을 여행하는 중에 얻은
가죽장정 책을 서랍 안에 넣어놓고 잊고 있다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차오르는 책상 서랍을 열어봅니다.
오르가 책을 향해 손을 뻗으니 우레 같은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무슨 기이한 일일까 걱정하던 오르는 할머니 귀화의 상태도 걱정됩니다.
뭐에 홀린 것처럼 긴장한 귀화의 모습에 오르가 이름을 불렀더니
이제 정신을 차렸는지 "홍제, 나의 홍제"란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꿈같은 사랑이었다고 이십 년에 걸친 몇 번의 만남을 말합니다.
고작 몇 번의 만남만으로 귀화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니 오르는 믿기가 힘듭니다.
귀화는 오르에게도 사랑이 찾아올 거라며 네 사랑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합니다.
오르는 귀화가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방으로 돌아와
가죽장정 책 탈린을 펼칩니다.
탈린을 펼치면 파란 불꽃이 그 안에서 빠져나오는데,
귀화가 잠든 틈을 타 집안 곳곳을 훑고 다녔고,
나중엔 오르가 있는 곳이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따라다닙니다.
TV에 나온 자연발화 사건 때문에 탈린이 남의 눈에 보일까 봐
걱정이 되어 잔소리를 합니다.
그러자 탈린은 그녀의 손을 책갈피 사이로 이끌고,
아무것도 없던 백지에게 오르의 손끝을 타고 뭔가가 읽힙니다.
그렇게 수천 년의 생을 인간들과 함께 살아온 홍제의 이야기를 읽은 오르는 놀랍니다.
홍제는 기문의 인생을 시궁창에서 건져내고 계약을 합니다.
기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뤄줄 테니 나중에 소원 하나만 들어주면 된답니다.
기문은 이후 성공 가도를 달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인물이 됩니다.
이제 기문은 나이가 들어 홍제에게 소원을 물어봅니다.
인간의 미담을 하나 찾아오면 된다고 합니다.
기문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곧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 미담 하나를 찾기 위해 그룹 총수직에서 물러나
인터넷으로 감동을 안길 이야기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홍제에게 감동을 준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지,
귀화와 오르, 홍제의 인연은 어떻게 될지, 자연발화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지,
<나의 도깨비, 홍제>에서 확인하세요.
도깨비 수령 홍제는 도깨비들의 내기에서 져서 벌칙으로
도깨비들의 심장을 울릴 이야기를 찾아야 하는데
아무리 떠돌아도 자신의 심장을 울릴 이야기도 찾기가 힘듭니다.
수천 년 동안 인간 세상을 떠돌면서 이야기를 찾다 만난 인간들에게
부귀영화를 주고 단 하나의 이야기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부, 명예 등을 가지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나중엔 홍제의 영생을 탐합니다. 홍제를 만난 기문도 그러합니다.
이루고 싶은 것은 오래전에 다 이루었고, 갖고 싶은 것도 이미 다 가져,
홍제에게 소원할 것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아파지니 이 모든 것을 다 내주고 홍제의 젊음을 갖고 싶습니다.
탐해서도 안 되고, 탐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탐욕이 생깁니다.
그 탐욕 때문에 절망과 파멸이 다가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들은 그들 스스로 지옥을 만듭니다.
수천 년 동안 인간들을 보며 홍제는 생에 대한 허망함만 남습니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홍제는 기문의 그 죽음을 원합니다.
<나의 도깨비, 홍제>를 읽으며 인간은 불사를 원하지만,
불사가 정말 이뤄진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주위의 사람들은 다 죽으면 그 삶이 좋을까요. 무한한 생이란
그 무엇도 이뤄낼 수 없는 존재입니다.
영원히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를 견디고 버티는 겁니다.
그저 정처 없이 떠도는 것입니다.
인간은 유한하기에 그 생애 동안 치열하게 싸우며 살아갑니다.
유한한 생을 가진 인간만이 무엇인가를 이뤄냅니다.
끝이 있기에 우린 더 열심히 삽니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도 더 소중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