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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평점 :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어 교사를 거쳐 프리랜서 작가로 데뷔했습니다.
2012년엔 제10회 가이코 다케시 논픽션상을 수상했고,
2014년은 기노쿠니야 서점 기노베스 1위, 다빈치 BOOK OF THE YEAR 1위,
신풍상 특별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습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재택의료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취재하고
그 모습을 기록한 <엔드 오브 라이프>로
2020년 서점대상 논픽션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오야 소이치 논픽션 대상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2013년 당시 저자는 신출내기 논픽션 작가였습니다.
해외에서 객사한 사람들의 유해를 운반하는 일을 취재한 책으로 논픽션상을 수상하고,
다음 작품으로 재택의료를 취재해 보면 어떻겠냐는 편집자의 제안으로
와타나베 니시가모 진료소에서 방문간호사 모리야마를 처음 만났습니다.
재택의료란 질병이나 부상으로 통원이 곤란한 사람 또는
퇴원 후에도 계속해서 치료가 필요한 사람,
자택에서 종말기 의료를 받기를 바라는 사람 등을 위해
의사나 간호사가 그들의 집을 방문해서 행하는 의료입니다.
그곳에서는 재택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을 이루어주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취재에 들어가고 얼마 뒤, 진료소로부터 식도암 말기의 37세 여성 기타니 시게미 씨가
가족과 함께 조개 캐기 여행을 떠나는 데 동행하기로 했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죽기 전 단 하루, 추억 여행에 저자도 동행하기로 합니다.
당장 응급실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지만
환자 본인의 확고한 의지와 가족들의 지지로 이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 간호사 2명과 사무국의 직원이 동행하고,
산소통 여러 개와 각종 응급 장비를 싣습니다.
그들은 이 짧은 여행에 동행하는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지 않습니다.
정말 자원봉사입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있는 환자를 위해 여행지에 도착하고 시간을 보냈지만
오후로 갈수록 상태는 악화됩니다.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날 환자 시게미는 가족과 한 약속을 전부 지켜냈습니다.
꼭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가서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었고,
돌아오고 싶었던 집에 돌아왔습니다.
곧 마지막 종말 호흡을 하고 떠나갔습니다.
이 여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숱한 결단을 내려야 한 간호사 2분.
이들을 믿고 지지한 진료소 의사와 직원들.
그리고 환자와 가족들의 강하고 흔들림 없는 의지가
이 여행을 끝까지 해낼 수 있었습니다.
2018년 현재, 방문간호사 모리야마 후미노리는 췌장암 4기를 진단받았습니다.
재택의료를 취재하며 처음 만난 뒤로 그와 친구처럼 지낸 저자는
그가 꼭 보고 싶다는 연락에 보러 갑니다.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허물고,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살게끔 이끌어주는 방문간호사 입에서
앞으로 살아갈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몸이 달라지니 자신도 달라졌다며
예후를 신경 쓰고 살면 그것뿐인 인생이 되어버린답니다.
자신은 자신이지 '암 환자'라는 이름의 인간이 아니라고요.
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 암 치료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면
암에만 신경 쓰는 인생을 보내고 만답니다.
싸우는 것도 아니고, 사멸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며, 무시하는 것도 아니랍니다.
암에 고마워하면서, 평소에는 암을 잊고
일상생활이라는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고백합니다.
또한 그는 실제로 암을 앓고 있는 환자 본인이 본
간호 실무 책을 만들고 싶다며 공동 집필을 부탁받습니다.
<엔드 오브 라이프>에는 37세 식도암 환자, 61세 췌장암 환자,
52세 척수경색 환자, 락트인 증후군인 저자의 엄마, 42세 위암 환자,
방문간호사 모리야마의 투병기가 실려 있습니다.
죽음을 앞에 둔 그들을 위한 재택의료는 어떠하며,
부족한 점과 앞으로는 어떻게 되어야 할지도 함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재택의료를 보면서 호스피스 병동이 생각났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은 말기 암 환자를 위한 곳이고,
노령으로 치매나 전반적인 몸 상태가 힘들어지면
요양원 혹은 요양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의 모습이라서 더욱 아쉽습니다.
내 생애 마지막 순간에 내가 담고 싶은 풍경은 병원은 아닐 겁니다.
마지막에 편안하게 웃으며 떠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는 <엔드 오브 라이프>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