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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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저자는 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과 영어영문학을 공부하고, 예일대학교에서 러시아·동유럽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슬라브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등을 썼고, "브로츠와프의 쥐들", "브루노 슐츠 작품집", "스타니스와프 렘 단편선"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1998년 연세문화상에 "머리"가,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에 "호"가 당선되었으며,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 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에 이어 이듬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고, "너의 유토피아"로 2025년 필립 K. 딕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럼, 저자의 신작 <아이들의 집>을 보겠습니다.



시민은 누구나 한 달에 하루, 돌봄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무정형은 집 조사관으로 이전 거주자가 나가고 새 거주자가 들어오기 전에 집을 조사합니다. 유독성 물질이나 발암물질이 나오는지, 수도와 전기의 작동 유무, 갈라지거나 금 간 곳이 있는지 등의 거주환경을 점검합니다. 자신의 담당구역에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엄마는 정신이 나간 상태였습니다.

표의 입양 기록에는 고아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녀를 입양한 양모들은 표가 낳아 준 나라와 키워 준 나라 양쪽에 대해 긍지를 갖기를 원해서 표가 버린 나라를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표가 입양된 과정이나 친부모를 찾는 방법을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표에게는 어머니들이 있었고, 양모들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표의 애인 관의 양부모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학대했습니다. 성년이 되어 양부모와 인연을 끊으려 했을 때 자신에게 국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관의 양부모는 강제 추방 당하기 전에 돈을 벌어서 자신에게 갖다 달라고 요구했고, 표는 관과 결혼해서 시민권자의 배우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키워 준 나라의 정부는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재판에 돌입했고, 표의 입양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은 친아버지의 이름과 살았던 지역의 이름을 떠올려 친부모의 나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가족을 찾은 관은 입양이 아니라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표도 같은 단체에서 입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표와 관의 입양을 주선한 단체의 정체는 무엇이며, 무정형이 담당한 집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이들의 집>에서 확인하세요.




<아이들의 집>은 모든 돌봄이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이 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직접 양육하고 싶으면 집에서 양육할 수 있습니다. 집은 신청하면 국가에서 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낮에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아이들의 집'에서 양육 선생님들이 돌봐주고 식사를 챙겨 먹이고, 유치원이나 학교를 다니는 나이의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도록 등하교를 도와주고 숙제도 돌봐 줍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힘들 때도 있고 부모가 돈이 없거나 병에 걸리거나 다치거나 조부모가 아프거나 여러 가지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는 아이를 '아이의 집'에 맡길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원해서 스스로 '아이들의 집'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부모는 강제로 아이를 데려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어떤 병에 걸리더라도 치료하고 양육하는 과정을 국가가 책임집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부모가 원하는 돌봄 센터와 아이의 행복이 실현된 곳이 바로 책 제목이기도 한 '아이들의 집'입니다.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권리와 의무가 있지만, 어떤 양육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의 삶은 크게 달라집니다. 상황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아이 탓을 하는 양육자, 본인이 학대를 당했기 때문에 원래 아이는 그 정도 학대는 견뎌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양육자, 자신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아이에게 강요하는 양육자, 이런 양육자들은 고의가 없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아이가 죽는 존재라는 생각을 못 하고 그저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기 때문입니다. 부모도 태어날 때부터 부모가 아니었지만, 이런 양육자 아래에서 자란 아이의 삶의 경험은 한정적이게 됩니다. 자신이 경험하는 것이 학대라는 사실을 본인이 인지하고 스스로 그 상황에서 탈출할 방법은 별로 없습니다. 탈출한다고 해도 아직까지 '남의 아이'를 돌봐주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저자는 모든 아이에게 언제나 갈 곳이 있는 사회, 언제나 지낼 집이 있고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 주고 돌봐 주는 존재들이 있는 사회를 상상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 미래 사회가 작가의 상상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었다.

혈연이 있는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고 행운이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슬픈 일이지만,

가족의 불운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지배할 필요는 없었다.

돌봄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모든 아이가 가진 고유의 권리였다.

p. 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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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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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4월 미국 앨라배마주 먼로빌에서 변호사이자 주 의회 의원인 아버지 밑에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저자는 먼트가머리에 있는 헌팅던 여자 대학과 앨라배마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으며 교환 학생 자격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1년간 수학하기도 했습니다. 학생 시절 짤막한 글을 발표하던 그녀는 항공사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글쓰기에 전념하게 되자 "파수꾼" 원고를 출판사로 보내고, 출판사에서는 그 작품을 기반으로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할 것을 제안합니다.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 전역에서 호평을 받았고 그 이듬해 저자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습니다. 89세의 나이로 고향인 앨라배마주 먼로빌에서 타계했습니다. 그럼, 리커버 특별판 <앵무새 죽이기>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진 루이스(스카웃) 핀치는 6살이며 호기심이 많고 말괄량이입니다. 그녀의 오빠 제이미 핀치와 이들의 아버지이자 변호사인 애티커스 핀치가 가족입니다. 스카웃의 엄마는 2살 되던 해 돌아가셨고, 집안일을 하는 캘퍼니아 아줌마와 함께 삽니다. 스카웃과 제이미는 이웃집 이모에 놀러 온 딜과 친구가 되어 함께 여름을 보냈습니다. 학교에 입학한 스카웃에겐 또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변호사 애디커스는 백인 여성 메이엘라 에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습니다. 흑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마을 주민들은 진실을 밝히려는 그를 외면하고 오히려 그를 협박합니다. 톰이 범죄자 취급당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서, 애티커스는 인간의 존엄과 진실을 위해 싸우지만 배심원은 유죄 평결을 내립니다. 애디커스는 항소를 통해 끝까지 싸우려고 결심하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힌 톰이 이송 도중 도주하는 일이 벌어지고 결국 그는 보안관의 총에 맞아 사망합니다. 애디커스는 메이얼라의 오빠 밥 에웰에게 위협받지만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한편 이웃집의 괴물처럼 여겨졌던 부 래들리가 밥에게 공격당하던 아이들을 구합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지, 앵무새는 무엇인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앵무새 죽이기>에서 확인하세요.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문학 작품은 20세기 미국 작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01년 온라인 회사 '플레이닷컴'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나 J.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따돌리고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훌륭한 문학 작품 중 제1위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소설을 이제야 읽었지만,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 미국 앨라배마주는 미국 남부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지역입니다. 그래서 노예로 일하던 흑인이 많았고, 그랬기에 이후 흑인 인권 운동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흑인 인권을 다룬 소설은 많지만, 이 작품이 그중에서도 특별한 이유는 주인공 6살의 스카웃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1인칭 소설이란 점입니다. 그래서 "사랑 손님과 어머니"가 떠오르고,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지만 주제는 다릅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순수한 어린이의 눈과 부조리한 세상이 대비되어 더욱 슬프게 느껴집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지만 그 당시 미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앨라배마주는 정의의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스카웃 아버지가 변호사로서 정의를 위해 싸우지만 현실에 부딪치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스카웃은 정신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기울이게 된 스카웃을 보며, 지금 우리 사회의 '앵무새'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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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형제 편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이노우에 마기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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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을 졸업한 저자는 2014년 "사랑과 금기의 술어논리"로 제51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5년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와 그 후속작 "성녀의 독배-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이 각종 미스터리 랭킹을 석권했습니다. 신인 작가의 작품이 2년 연속 후보에 올라 일본 문학의 미래를 이어갈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았습니다. 그 외 작품으로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화제를 모은 "탐정이 너무 빨라"와 "기본소득의 기도", "무시카: 벌레를 진정시키는 음악", "아리아드네의 목소리" 등이 있습니다. 그럼 평행 미스터리 소설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형제 편>을 보겠습니다.



한 고승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지역 하천인 아마쓰세강이 범람했는데, 어디선가 은생 쥐 떼가 언덕을 활용해 마을 사람들을 높은 곳으로 인도해 목숨을 구했다고 합니다. 고승은 부처님의 은혜라며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고지대에 절을 세웠고, 당시 쥐 떼가 은색 물결처럼 보였다는 이유로 절에 '긴나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덧붙여 긴나미절의 본존은 '성천님'이라는 불교의 신인데, 그 기원은 인도의 신 가네샤입니다. 쥐는 가네샤의 권속이라고 하니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유서 깊은 언덕이지만 이제는 완전히 쇠퇴했고 인적도 끊겼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국도가 근처 언덕에 뚫려서 사람도 차도 그리로 다닙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긴나미 언덕의 중턱에 고구레 가족이 애용하는 하카마다네 가게에서 벌어졌습니다. 평소 사고가 자주 나기로 악명 높은 긴나미 언덕의 커브 길 부근에서 고객을 방문하러 가던 부동산 회사의 영업 차량이 과속으로 달리다 운전대를 잘못 조작해 상점을 들이받았습니다. 가게 주인의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출동했을 때, 맞은편 인도에 멍하니 서 있었던 아이가 고구레의 막내 료타였습니다. 가게 안쪽은 무사했지만 운전자가 닭꼬치구이를 먹으면서 운전을 했는지 차가 충돌한 순간 에어백이 꼬치를 망치처럼 때려서 즉사했습니다. 료타가 사고가 난 후에 조수석 쪽 차 지붕 너머로 검은 머리 같은 걸 봤다고 경찰에게 말했답니다.

두 번째 상점가에서 보석 가게를 하는 가미야마 씨에게 팔았다는 죽은 엄마의 레진 공예품을 악기점 하세가와 씨의 딸 시오가 만든 재활용품에서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그 사실을 발견한 사형제는 시오의 작품이 망가지고 레진 공예품이 사라진 것을 알고 범인을 조사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후쿠타가 낚시하다가 아이스박스 안에서 닭꼬치구이 특집 서적을 발견했고, 글씨를 오려낸 부분을 찾아서 옮겨 적었더니 협박장이 완성됩니다. 겐타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베트남 아르바이트생이 실종되고, 레스토랑의 바뀐 주인 야마네는 겐타가 미스터리 미식 투어에 참가 중이라 연락이 힘들 거라며 탐정처럼 목적지를 찾아보라고 제안합니다.

고구레 사형제가 맞닥뜨린 세 가지 사건을 어떻게 풀지, 자세한 이야기는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형제 편>에서 확인하세요.




24살 긴나미 고등학교를 거쳐 조리사 학교를 졸업한 후 요리사를 목표로 실력을 쌓았으며 현재는 지역에서 인기 있는 캐주얼 프렌치 레스토랑 식당의 주방으로 일하고 있는 맏이 겐타, 이야기의 화자이며 고등학생 둘째 후쿠타, 공부를 잘하는 중학교 2학년 셋째 가쿠타, 축구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2학년 막내 료타까지, 사형제는 집 근처 긴나미 상점가를 애용합니다. 사형제는 돌아가신 엄마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서로 도와가며 살아갑니다. 해외 파견으로 집을 비운 아빠와 오래전 병으로 죽은 엄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이 엄마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손수 제작한 그림책과 그림, 취미로 만들던 수제 액세서리, 즐겨 읽던 동화책과 DVD, 즐겨 두르던 황록색 숄 같은 물건들을 거실에 놔두고 항상 보고 싶어 합니다. 개성 있는 사형제의 모습에 웃음 짓다가, 긴나미 상점가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보는 순간, 이 소설이 미스터리임을 그때야 알게 되었습니다. 운전 중 먹고 있던 닭꼬치가 목에 꽂혀 죽은 운전자, 대회에 제출할 재활용품 전시물을 파손하고 '우물 정(井)'자를 남긴 범인, 미스터리 미식 투어에 숨겨진 납치 사건까지, 세 가지 사건에 사 형제는 얽힙니다. 각 사건에서 형제들은 목격자, 용의자가 되면서 남의 일이 아닌 가족의 일이 되어 버리고,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읍니다. 잔인한 사건이 등장하거나, 범인인 누구인지 궁금케 하거나, 풀기 힘든 수수께끼를 던지기보다, 우애 있는 사형제를 보며 훈훈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라서 좋았습니다. 고구레 사형제가 등장하는 후속 작품이 나오길 바랍니다.


세상에 좋은 사람은 없어.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제일 귀한 법이니까.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제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바탕으로

어떤 인간이 되려고 하느냐지.

그 방향성을 결정하는 게 양심이야.

p.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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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자매 편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이노우에 마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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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도쿄대학을 졸업했습니다. 2014년 "사랑과 금기의 술어논리"로 제51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와 그 후속작이 각종 미스터리 랭킹을 석권하며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았습니다. "탐정이 너무 빨라"는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화제를 모았으며, "아리아드네의 목소리"는 주요 미스터리 랭킹에 오르며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그럼, 평행 미스터리 소설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자매 편>을 보겠습니다.



옛날 옛적 이 지역의 아마쓰세강이 범람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은색 쥐 떼가 마치 은빛 물결처럼 언덕을 뛰어올라 사람들을 고지대로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감사의 의미로 한 스님이 이곳에 절을 세웠다는 것이 긴나미절의 기원 설화입니다. 사찰 근처에 화과자집, 청과물 가게, 세탁소, 신발 매장과 옷집, 꽃집과 노포 철물점, 보석상,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이 즐비한 긴나미 상점가가 있습니다. 연초는 새해 첫 참배, 봄, 여름, 가을은 절기에 관련된 출제 등 여러 가지 행사로 1년 내내 북적거립니다. 긴나미 음식 거리는 사람의 왕래가 제일 많은 곳으로, 민영 전철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기 위해 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영업 보조로 일하는 맏이 사사미는 같은 팀 정직원과 함께 고객을 방문하고 헤어져 반차를 내고 집으로 왔는데, 헤어진 정직원이 사고로 죽으면서 시작합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초등학생에 의하면 죽은 직원은 사고 당시에 혼자 있던 게 아니어서 그날같이 일한 사사미도 경찰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SNS 상에서 이 사고가 유명해졌고, 피해자가 닭꼬치구이의 꼬치로 죽은 바람에 닭꼬치구이 집을 운영하는 쓰쿠네 부모님의 가게에서 술을 마셨다는 헛소문이 돕니다. 쓰쿠네는 부모님의 가게를 위해서 목격한 초등학생을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상점가에서 악기점을 하는 하세가와 씨의 딸 시오가 학교 과제로 폐자재를 재활용한 작품을 만들면서 시작합니다. 시오는 가게에서 사용하는 대나무 꼬치를 이용해 칼림바를 만들었고, 콩쿠르에 출품하기 직전에 누군가가 망가뜨립니다. 그 현장에 대나무 꼬치로 만든 井 자가 남아 있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긴나미 상점가에서 미스터리 미식 투어의 모니터 요원에 사사미가 뽑혀 갑자기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합니다. 지역 산업을 지원한다며 상점가의 여러 가게에 중국 관광회사가 거래를 제안했는데, 상점가 사람들은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그 중국 관광회사가 주최한 투어에 간다는 사사미는 연락이 안 되고, 언니가 걱정이 된 쓰쿠네와 모모, 쓰쿠네의 학교 친구 아즈사와 마호가 찾아 나섭니다.

우치야마 세 자매는 세 가지 사건을 어떻게 풀지, 자세한 이야기는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자매 편>에서 확인하세요.




전문대학을 졸업한 후 중견 부동산 회사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는 25세 맏이 사사미, 이야기의 화자이자 고등학생 둘째 쓰쿠네, 동네에서 평판이 높은 우등생이자 초등학교 5학년 막내 모모까지, 세 자매의 부모는 닭꼬치구이 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낮부터 밤까지 늘 손님으로 붐비고, 식당 뒤에 가정집이 함께 있습니다. 사사미는 닭 가슴의 연한 부위, 쓰쿠네는 닭고기로 만든 경단 모양 음식, 모모는 닭넓적다리를 부르는 말로 전부 닭꼬치구이 메뉴입니다. 쓰쿠네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이름이 싫었지만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을 조사하면서 거짓말하지 않고, 떠넘기지 않고, 필요 없는 걱정을 하지 않게 됩니다.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모를 세상입니다. 그렇기에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에 정직해지고 싶다는 쓰쿠네. 어떻게 보면 쓰쿠네의 성장소설 같은 느낌도 들지만, 가벼워 보이는 이 사건 이면엔 누군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수상하게 느껴지는 등장인물도 우치야마 세 자매와 마찬가지로 상점가를 아끼는 사람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야기를 읽을수록 상점가에서 자란 세 자매가 이곳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있고, 다시 활기찬 예전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전개하는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는 세상에는 정답이 반드시 하나가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사람에 따라 혹은 관점에 따라 여러 개의 정답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고마운 소설입니다. 다음엔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자들을 놀라게 할지, 저자의 차기작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곤궁함이 야비함을 키운다.

여유가 있을 때는 선한 사람으로 지낼 수 있지만,

여유를 잃으면 바로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p.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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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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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도쿄 이과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한 뒤 시스템 개발 회사에 근무하던 중, 동료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미스터리로 시작해 라이트노벨, 판타지, SF 등 다양한 분야로 집필해 본 끝에 가장 좋아하는 미스터리에 정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021년 "관과 밀실"로 제20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문고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이듬해 제목을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으로 바꿔 출간하면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이후 세계관이 동일한 후속작 두 권을 연이어 출간하면서 기대되는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럼,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을 보겠습니다.



그전까지 밀실 살인이 발생하지 않았던 일본에서 3년 전 처음으로 밀실 살인이 벌어졌습니다. 현장은 완벽한 밀실이었고 경찰과 검찰에서도 누구 하나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그 점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으며 재판의 쟁점도 밀실이 되었습니다. 도쿄 지방 재판소의 재판관은 피고가 범행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반영해 무죄판결을 내렸고, 2심에서도 1심의 결과를 수용하여 무죄, 그리고 최고심에서는 검찰 측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국민들은 제아무리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도 현장이 밀실인 한, 무죄라는 사실이 담보되어 밀실은 전염병처럼 사회에 침투했습니다. 최근 삼 년 사이 밀실 살인이 삼백두 건이 발생했꼬, 살인 사건의 3할이 밀실 살인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즈시로 가스미는 17세로 소꿉친구 20세 아사히나 요즈키를 따라 설백관에 옵니다. 설백관은 본격물을 쓰는 추리 작가 유키시로 뱌쿠야의 저택입니다. 10여 년 전 자신의 저택에서 밀실 살인을 흉내 냈고, 참여자들은 결국 포기했습니다. 형사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일본 최초의 밀실 살인 사건보다 7년이나 앞서서 일어난 일입니다. 십 년 동안 깨지지 않은 밀실이며 지금도 미스터리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호텔로 개축된 이후로 장기 체류 투숙객만 받는 특이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50미터 정도 되는 길이의 목조 흔들 다리를 건너고 5분 정도 더 가면 높이가 20미터쯤 되는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설백관이 나옵니다.

가스미와 요즈키를 비롯해 설백관의 지배인 시하이 레이코, 메이드 메이로자카 지카, 밀실 탐정 사구리오카 에이지, 무역회사 사장 야시로 하루키, 의사 이시카와 히로노부, 국민 배우 하세미 리리아, 리리아의 매니저 마네이 도시로, 영국인 펜릴 앨리스해저드, 종교 단체 새벽의 탑의 신부인 간자키 사토루, 구즈시로의 중학교 동창 미쓰무라 시쓰리까지 12명이 모인 이곳에서 밀실 범죄가 연이어 벌어집니다. 밀실 범죄의 범인은 누구이며, 밀실의 수수께끼는 무엇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에서 확인하세요.



일본 최초의 밀실 살인이 일어나고, 용의자가 무죄가 된 이후로, 일본은 밀실 살인이 유행이 되어 버렸습니다. 단순한 트릭보다 복잡하거나 급진적인 트릭을 사용한 밀실 살인은 평범한 경찰관이 대처할 수 없고, 그 수수께끼 풀이를 외부 탐정에게 의뢰합니다. 그때 지명받는 사람이 밀실 탐정이며, 그들은 밀실의 수수께끼를 풀고 국가에서 보수를 받습니다. 저택 등의 건축물에 비밀 통로 같은 것이 있는지 조사하는 밀실 감정업자도 있고, 의뢰인에게 밀실을 만들어 제공하는 밀실 제조사도 있습니다. 또한 살인 현장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그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성물로 사용하는 종교도 있습니다. 살인 현장에는 피해자의 부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한데 그것을 신자들의 기도로 정화함으로써 부정함을 깨끗하게 반전시켜 행복을 얻는다는 교리랍니다. 이렇게 단 한 번의 살인사건으로 일본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책 제목처럼 '밀실의 황금시대'가 된 것입니다. 밀실 트릭의 성지인 설백관에서 연쇄 밀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17세 구즈시로와 미쓰무라는 밀실 수수께끼에 도전합니다. 밀실 수수께끼를 금세 푼 미쓰무라의 친절한 설명이 있지만 살짝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그림이 있어서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을 읽으면서 밀실 살인에 저자의 진심을 느꼈습니다. 밀실 살인 한두 개 만들기도 힘들 텐데, 여섯 개의 밀실 살인을 생각했고, 후속작에도 많은 밀실 살인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저자의 아이디어에 감탄했습니다. 여섯 번의 밀실 살인은 그 자체로 난공불락 같아 보였지만, 그 허점을 깨고 멋진 풀이를 보여주는 천재 미쓰무라와 풀이에 도전하는 구즈시로의 끈기도 멋져 보였습니다. 저자의 후속작도 얼른 출간되길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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