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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토끼의 게임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윤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평점 :

1962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교토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중퇴했습니다. 본명은 스즈키 아키라로 교토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출신이며, '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아야쓰지 유키토와는 선후배 사이입니다. 1989년 "8의 살인"으로 데뷔했고, '하야미 3남매' 시리즈, '인형 탐정' 시리즈, '부식의 거리' 시리즈 등 폭넓은 작품관을 선보였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살육에 이르는 병", "8의 살인", "미륵의 손바닥" 등이 있습니다. 그럼, <늑대와 토끼의 게임>을 보겠습니다.

후지사와 도모키는 초등학생 5학년으로 평범한 가정의 외동아들입니다. 도모키의 친구 야마가미 고스모와는 1학년 때부터 친구였는데, 3학년 무렵부터 고스모는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난 채로 등교하기 시작했고, 학교에서도 폭군이 되었습니다. 도모키에는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고, 도모키도 고스모의 사정을 알아 계속 친구로 지내기로 결심했습니다. 2학년 때 고스모의 집에 놀러 간 도모키는 고스모의 아빠가 갑자기 낮에 돌아와서 엄마를 때리며 일을 치렀습니다. 고스모와 가이아에겐 일상다반사였지만 도모키에게 보여줄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때 본 고스모 엄마의 얼굴은 푸르뎅뎅하게 부어 있고,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얼마 뒤 고스모의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이들만이 아빠의 폭력 앞에 남겨졌습니다. 4학년 때 고스모의 팔이 골절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담임과 보건 선생님이 자주 다치는 데다가, 오래된 상처도 많아 아동학대로 의심되어 가정방문을 했습니다. 고스모의 아빠는 집에서 유도를 가르쳤다며, 근처 유도 학원에 접수해놓고, 낡은 유도복도 집에 마련해뒀습니다. 고스모도 부정하지 않았고, 그 이후 그만큼 다양한 상처가 유도 때문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도모키는 고스모와 동생 가이아와 지정된 통학로로 집에 가지만 파출소를 지나가야 해서 싫습니다. 파출소엔 두 명의 경찰이 있는데, 한 명은 20대 정도의 젊은 경찰관이고, 또 다른 경찰은 고스모와 가이아의 아빠인 야마가미 시게오 순사장입니다.
도모키에게만 휴대전화가 있어 고스모는 아빠가 집에 없을 때 도모키의 휴대전화에 연락을 합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고스모와 동생이 도모키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혼자 왔습니다. 그런데 고스모의 태도가 영 이상합니다. 여느 때보다 거칠고 어딘가 초조해 보여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그 인간이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털어놓습니다. 오늘 아침 먹을 게 없어 고스모 아빠 방에 동생이랑 들어갔는데, 아빠 책상에 부딪혀서 컴퓨터를 떨어뜨렸답니다. 보기엔 안 깨졌는데, 전원이 안 들어와서 고장 난 것 같답니다. 들어가지 말라고 한 방에 들어가 컴퓨터가 부서졌으니 가만두지 않을 거라며 벌벌 떱니다. 자신이 죽기 전에 죽여야겠다며 도모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어쩌다 보니 같이 고스모에 집에 가게 된 도모키는 그곳에서 마당에 삽을 휘두르고 있는 고스모의 아빠를 봅니다. 곁에는 꺾여서 누워 있는 가이아도 있습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든 시게오가 고스모와 도모키를 발견하고, 둘은 정신없이 도망칩니다.
시게오를 피해 도망친 고스모와 도모키는 어떻게 될지, <늑대와 토끼의 게임>에서 확인하세요.
살인자 아버지를 피해 아들과 그 친구가 도망칩니다. 초등학생이라 제대로 된 판단도 어렵고 갈 곳도 마땅치 않은 둘은 과연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초등학생의 말을 믿어줄 어른도 없을 것이고, 살인자 아버지는 경찰입니다. 둘의 뒤를 쫓는 살인자와 그를 피해 숨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숨바꼭질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친구도 그렇게 느끼는지 단체 숨바꼭질인 '늑대와 토끼'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라면 토끼팀은 붙잡혀도 우리 안에 갇히기만 하고, 동료들이 구출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게임은 잡히면 토끼는 곧바로 잡아먹힙니다. 새로 시작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생과 사를 오가는 위험한 게임 중인 아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하고 진정한 어른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느끼며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살인자에게 폭력을 당하고도 버티며 의리를 지킨 어른이 한국 사람이라 왠지 더 눈물이 납니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믿었던 사람은 배신을 하고, 어찌 보면 외면해도 될 낯선 이방인이 그들을 걱정하고 신뢰를 지키는 모습에서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친구를 걱정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어린이가 대단하고, 계속되는 폭력으로 인해 망가지는 또 다른 어린이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씁쓸한 여운이 계속되는 <늑대와 토끼의 게임>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