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바닥 - 제44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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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가인 저자는 1963년 기후현에서 태어났습니다. 게이오 대학 졸업 후, 대형 은행에서 근무하다 1998년 <끝없는 바닥>으로 제44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이후 "철의 뼈"로 제3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했으며, "변두리 로켓"으로 제145회 나오키상, "하야부사 소방단"으로 제36회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습니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일본 국민 작가 반열에 올랐고,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영화화되어 수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민왕", "일곱 개의 회의", "육왕", "노사이드 게임", "샤일록의 아이들" 등이 있습니다. 그럼 저자의 데뷔작인 <끝없는 바닥>을 보겠습니다.



이기 하루카는 니토 은행의 융자 담당으로 거래처에 들러 회사 상황을 살펴보고 대출해 줄 회사를 찾습니다. 그날도 업무를 보러 나가다 같은 연수 팀의 인연으로 친해진 사카모토 겐지를 만났고, 이기를 보더니 자기한테 빚진 거라는 묘한 소리를 하고 갑니다. 오전 업무를 보고 은행에 들렸는데, 사카모토 대리가 요요기 공원 옆에 있는 차 안에서 의식불명인 상태로 발견되었으나 결국 죽었답니다. 사카모토의 사인은 벌 알레르기로 인한 쇼크사였고, 다카하타 지점장, 기타가와 부지점장의 지휘 아래 업무 인계와 장례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사카모토와 이기는 같은 융자과 과장 대리를 맡고 있었고, 이기는 거래처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사카모토는 도산을 하거나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회수 일을 맡고 있습니다. 융자한 거래처가 도산하면 담당이 사카모토로 바뀌고, 채권 회수를 합니다. 다음 날 사카모토 대리가 고객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기습 감사가 진행됩니다.

이기는 본사 기획부에서 잘나가던 직원이었는데 모종의 일로 좌천되어 지점으로 전근을 명 받았습니다. 새로운 근무지에 부임 인사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고, 그때 받은 상대가 사카모토였습니다. 낙심한 이기에게 염려하고 격려해 준 사카모토가 고객의 돈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이기는 조사를 시작합니다. 기획부에서 시부야 지점으로 이동하게 된 이기는 도쿄 실리콘을 담당하게 되어 사장 야나기바에게 외동딸 나오를 소개받았습니다. 도쿄 실리콘은 신에쓰 머티리얼이 입금해 줄 거라 믿었던 돈이 들어오지 않아 결국 부도가 났고, 살려달라는 야나기바의 도움에 이기는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일차 부도를 내도 은행이 협력해 주면 재기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쿄 실리콘의 경우에는 기대했던 은행의 협력을 얻어내지 못했고, 몰상식한 짓을 해서 원한을 샀습니다. 부도 이후 돈을 구하러 뛰어다니던 야나기바는 다음 달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니토 은행과 자본 계열이 같은 거대 상사인 니토 상사에서 신에쓰 머티리얼과의 거래를 개척한 야마자키는 신에쓰 머티리얼의 화의가 진행 중이라며 채권자인 니토 은행의 이기를 찾아옵니다. 또한 사카모토의 사인을 수사하는 경시청 요요기 경찰서 오바와 다키가와도 그를 찾아옵니다. 이기는 사카모토의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중 자신이 담당했던 도쿄 실리콘의 융자를 확인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이기가 발견한 자금의 수상한 흐름과 조사하는 이기를 협박하는 위험한 인물도 나타납니다. 도대체 이기의 조사를 방해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자세한 이야기는 <끝없는 바닥>에서 확인하세요.




저자 이케이도 준의 글은 "변두리 로켓" 시리즈로 처음 만났습니다. 그의 소설을 일컬어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데, 읽으면 왜 그렇게 말하는지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소설인데도 눈앞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에 주인공을 응원하며 읽었습니다. <끝없는 바닥>은 이케이도 준의 데뷔작으로 제44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작가의 데뷔작은 어떨까 기대 반 염려 반으로 책을 펼쳤는데, 걱정은 저의 우려였습니다. 자신이 근무했던 은행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도산과 그와 관련된 여러 사건을 모티브로 쓴 작품이라 그런지 너무나 생생했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금융용어도 친절하게 설명되어 어렵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TV에서 금융 소식이 나와도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넘겼는데, 저자는 "쓰고 싶어서 썼다기보다는 기필코 써야만 했다"라며 그 이면의 보이지 않는 곳에는 많은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삶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바로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선과 악으로 대비되는 캐릭터를 내세워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듭니다. 현실이 소설과 다르겠지만, 그래도 저자가 그리는 주인공 같은 인물이 현실에 있기를 희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쓴 소설의 매력일 것입니다. 못다 읽는 저자의 다른 작품을 읽으며 신작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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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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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저자는 매년 미국 뉴잉글랜드 햄프턴으로 가족 휴가를 떠나 미국 대중문화를 접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제네바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2010년 첫 장편소설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을 발표해 '제네바 작가상'을 수상했고, 2012년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고교생이 선정하는 공쿠르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세 번째 장편소설 "볼티모어의 서"는 4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네 번째 장편소설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은 37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작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럼 2018년 TV 드라마로 방송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를 보겠습니다.



1975년 뉴햄프셔주 오로라에서 15살 소녀 놀라가 실종됩니다. 수사는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놀라의 실종은 오로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집니다. 2008년 대학교수이자 작가인 해리 쿼버트의 집 정원에서 33년 동안 묻혀있던 놀라의 유골이 발견됩니다. 또한 해리가 쓴 소설 원고가 함께 발견되면서 해리는 범인으로 지목돼 수감됩니다. 해리의 애제자이자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인 마커스는 그의 결백을 믿고 강력계 형사 페리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시작합니다. 수사 과정을 책으로 쓰기 시작한 마커스의 일부 원고가 유출되어 제멋대로 짜깁기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기사로 난리가 납니다. 해리의 집이 누군가에 의해 불타고, 오로라 주민들의 원망을 받은 마커스는 뉴욕으로 도망치다가 아직 책을 완성한 것이 아니라며 다시 수사를 시작하자는 페리의 설득에 남습니다. 놀라에게 돈을 주고 모델이 되어 달라는 재력가 엘리야 스턴, 놀라를 그린 루터 칼렙, 딸을 심하게 때린 놀라의 부모, 놀라가 유사 성행위를 해 준 프랫 서장, 해리 집에서 가져온 종이가 사라졌다 주장하는 타마라 퀸, 해리에게 익명의 편지를 보낸 사람과 불을 지른 사람까지 수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오리무중이 되어갑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모든 정황이 루터 칼렙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모든 의혹이 풀린 건 아닙니다. 놀라의 실종이 있고 한 달 뒤 절벽에서 떨어진 차에서 발견된 루터 칼렙의 사고가 보고되었으나 수사 책임자인 프랫 서장은 대충 뭉개버리고 좀 더 깊이 수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페리와 마커스는 프랫 서장을 찾아갔고, 살해된 그를 발견합니다. 2008년 8월 뉴햄프셔주 검찰은 수사로 밝혀진 몇몇 새로운 내용들을 토대로 루터 칼렙이 데보라 쿠퍼와 놀라 켈러건을 살해했다고 결론 내린 보고서를 제출했고, 해리의 기소를 취하했습니다. 마커스는 자신이 쓴 일부 원고가 외부로 유출되는 바람에 야기된 재앙을 자신의 책을 통해 바로잡고 싶었고, 2008년 8월 '해리 쿼버트 사건'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미국 전체 서점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고, 해리의 책인 '악의 기원'까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10월 셋째 주 페리에게서 놀라의 엄마가 놀라가 실종되기 6년 전에 이미 죽었다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세부 사실을 확인하지 않아 엉뚱한 내용을 책에 쓴 마커스는 페리와 함께 놀라 가족이 오로라에 오기 전 거주했던 앨라배마주 잭슨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들이 들은 놀라운 이야기는 무엇이며, 놀라를 죽인 범인과 프랫 서장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지,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에서 확인하세요.




1975년 8월 말 어느 날, 오로라에 15살 소녀 놀라 켈러건이 살해되었습니다. 놀라의 죽음을 1975년 8월 30일 하루에 일어난 사건 탓으로 돌리는 건 무리입니다. 이미 여러 해 전에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화자로 등장한 작가 마커스는 자신의 은사인 해리 쿼버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해리 쿼버트 사건'이라는 책을 썼으나 책 내용에서 심각한 오류를 발견합니다. 그래서 수사를 진행해 그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진실을 발견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라는 책을 씁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선한 얼굴 뒤에 숨은 사람들의 욕망이 드러납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독자는

지금까지 읽은 책의 내용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상태로

한동안 책의 표지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지.

그 미소에는 서글픔도 배어있을 거야.

이제 책의 등장인물들과 헤어져야만 하니까.

좋은 책은 다 읽어버린 걸 후회하게 만드는 책이야.

p. 499


이 책에는 31가지 조언이 나옵니다. 그 조언은 작가들을 위한 것일 때도 있고, 복싱을 위한 것을 때도 있고,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을 위한 것을 때도 있습니다. 조언 중에 마음에 남는 것들도 많았지만, 마지막 에필로그에 나온 조언이 아닌 이 말이 책을 다 읽고 느꼈던 나의 마음입니다. 책의 마지막을 덮는 순간 이 책이 왜 화제가 되었고 여러 상을 수상했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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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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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는 2022년 1월부터 매주 화요일 전 세계 곳곳을 온택트로 둘러보며 각 나라의 명소를 살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세계의 역사를 파헤치는 프로그램으로 지금도 방송되고 있습니다. 그럼, 방송 프로그램에서 역사를 바꾼 결정적 사건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를 보겠습니다.



인도의 뿌리이자 분열의 시초가 된 힌두교와 카스트 제도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원래 인도아대륙에는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원전 1500년에 중앙아시아에 살던 유목 민족인 아리야인이 이곳으로 이동해왔습니다. 이렇게 기존 인도 문화와 아리야인의 문화가 합쳐지면서 힌두교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힌두교는 모든 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다신교이며, '힌두'는 '인도'라는 뜻이므로 수천 년간 인도인이 받아들여 온 일종의 '세계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원전 8세기 경 인도에 철제 농기구가 보급되면서 전쟁이 일어났고, 힌두교 세계관을 유지할 사회 질서로 카스트 제도가 생겨났습니다. 초기 카스트는 직업을 기준으로 계급을 분류했고, 하는 일을 바꾸면 계급 간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기원전 6세기 경 제사장 브라만이 엄청난 권력을 가지며 자신의 특권을 강화하기 위해 카스트를 굳건한 계급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성스러운 생명인 '깨끗함'과 죽음이나 오염된 것인 '더러움'을 계급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 불가촉천민으로 초대 법무부장관까지 지낸 암베드까르는 1949년 차별금지법과 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쿼터제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쿼터제가 역차별이라며 다른 계급도 쿼터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벌어지며 인도는 여전히 갈등 중입니다.

1947년 11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할안이 UN 총회를 통과하면서 팔레스타인 아랍 사람들은 살던 땅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한 다음 날인 1948년 5월 15일, 이집트를 필두로 한 요르단, 시리아 등 5개국은 아랍 연합군을 만들어 이스라엘의 수도를 공격했습니다. 이 전쟁에서 아랍 연합군이 패배를 거듭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난민이 되었습니다. 이집트의 대통령 나세르는 1964년 13개 아랍 국가 정상을 카이로로 불러들여 정상회담을 열였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조직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구 아래에서도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었고, 강경파가 우세하며 자신의 해방 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논리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습니다. 이에 수많은 항공기 납치와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하는 테러가 발생했고, 무장단체들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삼았습니다. 당시 올림픽 최초로 TV 생중계를 했는데, 테러 상황도 생중계가 되었고 결국 테러범과 인질이 모두 사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으로 주요 국가가 국제 테러 대비 부대를 만들기 시작했고, 공항의 보안이 삼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일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쌓인 것을 '역사'라고 부릅니다. 역사 속 사건들을 배우는 이유는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고 대비하기 위해 세계사를 배우는 것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는 세상을 뒤흔든 중요한 사건들을 모았습니다. 그리스 신화가 아테네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과정부터, 비행기 납치와 테러가 벌어지던 20세기 후반의 상황까지,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내용까지 상세하게 정리해 그동안 몰랐던 뒷이야기까지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를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에 숨어 있는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이제껏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역사의 이면을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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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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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출생한 저자는 프랑스 문학 교수와 서점을 운영한 부모 아래에서 글쓰기와 문학에 익숙한 분위기에서 성장했습니다. 매년 미국 뉴잉글랜드 햄프턴으로 가족 휴가를 떠나 미국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미국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2010년 첫 장편소설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을 발표해 '제네바 작가상'을 수상했고, 2012년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전 세계에서 6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2018년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되었습니다. 세 번째 장편소설 "볼티모어의 서"는 4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은 출간 이후 7주 동안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37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럼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고교생이 선정하는 공쿠르상' 등을 수상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2008년 이야기의 화자이자 작가인 마커스 골드먼은 책의 제목인 '해리 쿼버트 사건'을 책으로 썼고, 뉴욕은 온통 그 책 이야기로 떠들썩했습니다. 사람들은 1975년 오로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사건은 여름이 시작될 무렵 무려 33년 만에 놀라 켈러건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촉발되었습니다. 마커스는 그가 쓴 첫 소설로 미국 문학계의 총아로 등극한 지 1년 반이 지난 2008년 초, 계약한 출판사에서는 차기작을 내놓으라며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백지 공포증에 시달렸고, 여러 방법을 썼으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자신을 가르친 은사이자 가장 존경받는 작가 가운데 하나인 해리 쿼버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해리에게 어려움을 토로하자 자신의 집에서 글을 써보라고 제안했고, 마커스는 2008년 2월 뉴햄프셔주 오로라로 갔습니다. 해리는 1975년에 낸 두 번째 소설 '악의 기원'이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 미국 비평가협회상과 전 미국 북어워드를 석권해 성공한 작가였고, 버로스 대학교 문학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1998년 마커스가 버로스 대학에 입학해 그와 사제 시간으로 만났고, 이후 애제자를 넘어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 사이로 깊어졌습니다. 해리가 어떻게 걸작을 쓸 수 있었는지 궁금한 마커스는 그의 서재를 뒤지다 숨겨둔 자개 상자 안에서 사진 몇 장과 신문 기사들을 발견했습니다. 34살의 해리와 10대 소녀가 함께 찍은 사진과 아이 필체로 8번 방에서 기다리라며 사랑한다는 글과 놀라란 서명이 적힌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1975년 8월 놀라 켈러건이란 소녀가 수수께끼처럼 사라진 사건을 다룬 기사도 있었습니다.

2008년 6월 12일 출판사에서 소송을 걸어올 경우를 대비해 변호사를 만나러 뉴욕에 간 마커스는 해리의 전화를 받습니다. 놀라 켈러건이 죽었다며 울먹이며 흐느끼다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TV에서 해리 쿼버트가 자택에서 전격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해리의 의뢰를 받은 조경회사 직원들이 해리의 집 정원에 구국을 심으려고 구덩이를 파다가 오래되어 부식된 유골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유전자 감식으로 놀라임이 확인될 경우 1975년 8월 30일에 시신으로 발견된 데보라 쿠퍼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은 밝힙니다. 해리의 변호사 벤자민 로스와 통화해 상황을 알아보니, 유골 옆에 '악의 기원' 원고가 같이 있어서 해리가 범인임을 경찰은 확신한다고 합니다. 해리의 무죄를 믿으며 해리의 집에 다시 간 마커스는 사건을 알아보기로 결심합니다.

오로라 주민들을 만나 놀라의 실종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마커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문장이 담긴 쪽지를 누군가가 계속 남기고, 급기야 해리의 차에 누군가가 불을 지릅니다. 조사가 계속될수록 놀라의 이면을 발견하게 되고, 놀라의 사건을 파헤치길 두려워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에서 확인하세요.




이야기는 2008년과 1975년을 오가며 진행됩니다. 유명 작가가 된 마커스 골드먼은 백지 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 은사이자 글쓰기를 가르쳐 준 해리 쿼버트가 사는 오로라에 갑니다. 그런데 해리의 정원에서 오래된 유골이 발견되고, 1975년 8월에 실종된 15살 소녀 놀라 켈러건으로 밝혀집니다. 해리가 쓴 소설 원고가 유골과 함께 발견되면서 해리는 범인으로 지목돼 수감됩니다. 해리의 결백을 믿는 애제자이자 친구인 마커스는 조사를 시작하고 생각지도 못한 사실들이 밝혀집니다. 착하고 누구에게나 싹싹하며 예의 바르다고 동네 주민들이 모두가 말했던 놀라에게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입니다. 과연 놀라는 어떤 사람일까요. 타인이 어떤 사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우린 생각합니다. 그 사람과의 시간에서 그 사람이 보여준 행동과 말로요.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면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깨집니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에서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놀라가 숨긴 비밀의 끝은 무엇이며, 진범은 누구인지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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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토끼의 게임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윤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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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교토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중퇴했습니다. 본명은 스즈키 아키라로 교토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출신이며, '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아야쓰지 유키토와는 선후배 사이입니다. 1989년 "8의 살인"으로 데뷔했고, '하야미 3남매' 시리즈, '인형 탐정' 시리즈, '부식의 거리' 시리즈 등 폭넓은 작품관을 선보였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살육에 이르는 병", "8의 살인", "미륵의 손바닥" 등이 있습니다. 그럼, <늑대와 토끼의 게임>을 보겠습니다.



후지사와 도모키는 초등학생 5학년으로 평범한 가정의 외동아들입니다. 도모키의 친구 야마가미 고스모와는 1학년 때부터 친구였는데, 3학년 무렵부터 고스모는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난 채로 등교하기 시작했고, 학교에서도 폭군이 되었습니다. 도모키에는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고, 도모키도 고스모의 사정을 알아 계속 친구로 지내기로 결심했습니다. 2학년 때 고스모의 집에 놀러 간 도모키는 고스모의 아빠가 갑자기 낮에 돌아와서 엄마를 때리며 일을 치렀습니다. 고스모와 가이아에겐 일상다반사였지만 도모키에게 보여줄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때 본 고스모 엄마의 얼굴은 푸르뎅뎅하게 부어 있고,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얼마 뒤 고스모의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이들만이 아빠의 폭력 앞에 남겨졌습니다. 4학년 때 고스모의 팔이 골절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담임과 보건 선생님이 자주 다치는 데다가, 오래된 상처도 많아 아동학대로 의심되어 가정방문을 했습니다. 고스모의 아빠는 집에서 유도를 가르쳤다며, 근처 유도 학원에 접수해놓고, 낡은 유도복도 집에 마련해뒀습니다. 고스모도 부정하지 않았고, 그 이후 그만큼 다양한 상처가 유도 때문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도모키는 고스모와 동생 가이아와 지정된 통학로로 집에 가지만 파출소를 지나가야 해서 싫습니다. 파출소엔 두 명의 경찰이 있는데, 한 명은 20대 정도의 젊은 경찰관이고, 또 다른 경찰은 고스모와 가이아의 아빠인 야마가미 시게오 순사장입니다.

도모키에게만 휴대전화가 있어 고스모는 아빠가 집에 없을 때 도모키의 휴대전화에 연락을 합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고스모와 동생이 도모키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혼자 왔습니다. 그런데 고스모의 태도가 영 이상합니다. 여느 때보다 거칠고 어딘가 초조해 보여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그 인간이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털어놓습니다. 오늘 아침 먹을 게 없어 고스모 아빠 방에 동생이랑 들어갔는데, 아빠 책상에 부딪혀서 컴퓨터를 떨어뜨렸답니다. 보기엔 안 깨졌는데, 전원이 안 들어와서 고장 난 것 같답니다. 들어가지 말라고 한 방에 들어가 컴퓨터가 부서졌으니 가만두지 않을 거라며 벌벌 떱니다. 자신이 죽기 전에 죽여야겠다며 도모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어쩌다 보니 같이 고스모에 집에 가게 된 도모키는 그곳에서 마당에 삽을 휘두르고 있는 고스모의 아빠를 봅니다. 곁에는 꺾여서 누워 있는 가이아도 있습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든 시게오가 고스모와 도모키를 발견하고, 둘은 정신없이 도망칩니다.

시게오를 피해 도망친 고스모와 도모키는 어떻게 될지, <늑대와 토끼의 게임>에서 확인하세요.




살인자 아버지를 피해 아들과 그 친구가 도망칩니다. 초등학생이라 제대로 된 판단도 어렵고 갈 곳도 마땅치 않은 둘은 과연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초등학생의 말을 믿어줄 어른도 없을 것이고, 살인자 아버지는 경찰입니다. 둘의 뒤를 쫓는 살인자와 그를 피해 숨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숨바꼭질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친구도 그렇게 느끼는지 단체 숨바꼭질인 '늑대와 토끼'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라면 토끼팀은 붙잡혀도 우리 안에 갇히기만 하고, 동료들이 구출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게임은 잡히면 토끼는 곧바로 잡아먹힙니다. 새로 시작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생과 사를 오가는 위험한 게임 중인 아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하고 진정한 어른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느끼며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살인자에게 폭력을 당하고도 버티며 의리를 지킨 어른이 한국 사람이라 왠지 더 눈물이 납니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믿었던 사람은 배신을 하고, 어찌 보면 외면해도 될 낯선 이방인이 그들을 걱정하고 신뢰를 지키는 모습에서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친구를 걱정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어린이가 대단하고, 계속되는 폭력으로 인해 망가지는 또 다른 어린이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씁쓸한 여운이 계속되는 <늑대와 토끼의 게임>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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