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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기꾼들 ㅣ 이판사판
신조 고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4월
평점 :

198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사회 초년생을 착취하는 부동산 블랙 기업을 다룬 "협소저택", 다단계 판매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을 다룬 "뉴 카르마", 사회에서 이탈하고 마약을 팔아 연명하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한 "살라레오" 등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탁월하게 그려낸 소설을 써왔습니다. 그럼, 넷플릭스 드라마화가 예정된 부동산 사기꾼들의 세계를 그린 <도쿄 사기꾼들>을 보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표적은 시마자키 겐이치라는 78세 남성이 소유한 물건입니다. 몇 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살다가, 작년 여름 도내 실버타운에 입소하여 현재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리더인 지면사 해리슨 야마나카, 부동산 정보를 수집하고 타깃을 물색하는 도면사(건축 설계 도면을 작성하는 전문가) 다케시타, 소유자를 사칭할 배우를 고르고 교육하는 수배사 레이코, 전 법무사 고토와 소유자 대리인으로 위장한 다쿠미, 서류와 인감을 만드는 위조범과 돈을 세탁하는 전문가가 한 팀이 되어 부동산 개발회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몇 억 엔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자축했고, 다음 계획이 세워질 때까지 헤어집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뒤 다시 모였고, 해리슨은 다케시타가 검토할 것도 없다고 했던 후보 물건에 관심을 보입니다. 역과 가깝고 주차장과 지금은 폐쇄된 갱생보호시설로 합쳐서 26000평방미터가 넘으며 저당권은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야마노테선 신역사 개통이 예정되어 있어 재개발이 예상되는 지구에 위치해 있지만, 주인이 여승인데 절대 팔지 않는다고 소문이 났답니다. 이 물건의 시장 평가액은 백억 가까이라 매수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난색을 표했지만, 해리슨은 추진합니다.
아오야기 다카시는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가 상무이사 겸 개발본부장으로 있으며 동창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며 지냅니다. 토지 개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최근 교섭이 어려워져 사업 계획이 지체됩니다. 이러면 목표 미달은 물론이고 막대한 손해가 발생되기에 자신의 자리도 위협이 됩니다. 어쩔 수 없이 대체할 다른 대규모 토지를 찾아야 하는데 아오야기 동창의 지인이자 해리슨의 협조자가 야마노테선 신역사 땅을 소개합니다. 마음이 급한 아오야기는 거래를 하고 싶어 해리슨 일당과 만납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신장과 간장의 기능 저하로 쓰러져 2주 정도 입원했다가 다시 경찰서로 복귀한 다쓰는 지능범을 전문으로 하는 수사 2과로 배치받습니다. 어떤 경우든 결코 일을 건성으로 날라지 않는 성실함이 무기인 다쓰는 10년 전 야마나카 해리슨 사건 파일을 꺼냅니다. 2년에 걸친 수사가 결실을 맺어 해리슨을 취조했으나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받고 석방이 되었습니다. 석방되는 날 취조실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던 남자가 환호성을 지르며 다쓰를 보며 도발하듯 엷은 눈웃음을 짓습니다. 그 후 수사에 참여했던 동료 형사들과 마찬가지로 해리슨의 존재는 내면에 잉걸불처럼 조용히 타고 있습니다. 지면사가 개입된 다른 사기 사건을 검토하던 중 이상한 직감을 느낀 다쓰는 지바 형무소에서 쓰지모토 마사미가 쓰지모토 다쿠미 앞으로 보낸 봉투를 발견합니다.
해리슨 일당은 백억 가까운 신역사 땅을 사기 칠 수 있을지, 정년퇴직을 앞둔 다쓰는 해리슨 일당을 붙잡을 수 있을지, 다쿠미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도쿄 사기꾼들>에서 확인하세요.
사기를 당한 자가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친다? 보통이라면 자신이 사기를 당했을 때의 억울함과 그로 인한 주위 사람들의 고통을 잘 알기에 남에게 사기 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기꾼 다쿠미는 방금 만난 정체 모를 자들을 신뢰하는 눈을 보면서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며 희열감을 느낍니다. 순진한 양심을 깡그리 깔아뭉개는 도착된 감각에 사로잡힙니다. 가족이 함께 운영하던 다쿠미의 회사는 사기를 당했고, 다쿠미 아버지의 극단적 선택으로 엄마, 아내, 어린 아들이 불에 타 죽고, 아버지는 형무소에 수감됩니다. 그는 삶을 포기하며 지내다 예기치 않게 부동산 전문 사기꾼 지면사라는 일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런 다쿠미의 마음과 지면사가 사기 치는 과정을 너무나 자세히 그려낸 <도쿄 사기꾼들>은 미해결 사건 중에 마음에 깊이 남은 노형사 다쓰의 열정도 함께 보여줍니다.
이 소설은 2017년에 일어난 '세키스이하우스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일본의 어느 사기 조직이 건물주 행세를 하며 대형 건설사를 속여 거액을 챙긴 사건인데, 저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면밀한 취재를 통해 그들의 조직적인 범행을 압도적인 리얼리티로 완성시킵니다. 고령화가 극심한 일본에서 일어난 일들은 더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모습을 미리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노령연금을 가로채는 범죄, 노인의 부동산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은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닙니다. IC 칩을 복제하고, 사기 친 돈을 가상화폐로 바꾼 뒤 다크웹 교환소에서 자금을 세탁하는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사기꾼 일당이 작정하고 속이면 대형 기업도 속게 됩니다. 남을 속이는 사람의 광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도쿄 사기꾼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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