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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혁명 -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세라 W. 골드헤이건 지음, 윤제원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건축된' 환경에서 산다는 저자의 말을 보고
그전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돌이켜보면 태어날 때는 병원에서, 그다음 집, 유치원, 학교, 회사 등 다양하지만
결국 누가 만들어놓은 인위적은 공간에서 지내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공간은 정말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공간에 대한 연구는 오래되지 않았어요.
알츠하이머 치매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은 공간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기숙사처럼 생긴 복도형 시설에서는 자신의 방을 찾아 들어가는 것만도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결국 자신의 방도 제대로 못 찾아 들어온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방 밖으로 나가는 행동 자체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복도형 요양 시설이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부적절한 공간이 되는 이유라고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는 말합니다.
파킨슨 환자들은 손떨림이 심해 복도의 손잡이를 잡기가 매우 불편합니다.
중심과 균형을 잡기 어려운 까닭에 낙상으로 인한 골절 같은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요양원을 짓는 건축가들은 자신들이 설계한 건물에
어떤 증세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살지,
그들을 위한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하지 못한 채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건물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20세기까지만 해도 건축 분야에서 이런 식의 질문은 매우 중요한 이슈지만,
그 해답은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들이 찾아야 하기 때문에
제기할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인간의 사고 과정을 관찰할 수 없는 건축가들에게,
건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신경과학자들에게 이런 질문은
부질없거나, 중요한지 몰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공간과 건축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점점 인식이 바뀌어 가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편한 공간으로 진보하고 있습니다.
2004년 미국에서 신경과학자들과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신경건축학회가 발족하면서
신경건축학과 관련된 연구가 활기를 띠게 되었어요.
공간과 건축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건축을 탐색하는 '신경건축학'이 탄생한 것입니다.

<공간 혁명>은 신경건축학이라는 어찌 보면 새로운 관점에서 공간을 해석합니다.
저자는 '건축된' 공간 디자인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신경과학과 심리학이라는 틀에서 바라봅니다.
우리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무언가를 보는 방식,
비의식적으로 패턴을 이루는 벽의 선들을 보는 방식,
천장의 층고나 형태를 인식하는 방식,
방을 비추는 조명의 세기와 특성에 반응하는 방식,
중력에 대한 직관적인 감각이 약해지거나 활성화하는 방식,
돌바닥의 냉기를 상상하는 방식은 물론,
사람이 느끼는 정서적 행복감과 사회적 상호작용,
심지어 신체적 건강까지도 크든 작든 그 사람이 사는 장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도시를 보면 비슷한 건물들이 비슷하게 있습니다.
도시만 그런 게 아닙니다.
교외 생활과 교외 풍경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비슷한 건물들 사이에 특이한 건물들이 있으면
눈이 띄고, 머리가 반짝이게 되고, 표정도 살아납니다.
이제 인간, 환경의 질과 삶을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개인 하나하나가 모여 사회를 이루듯
개별 건물과 건축물, 장소, 조경 하나하나가 모여 이룬 사회가 바로 건축 환경입니다.
건축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는 디자인을 통해
풍성하게 만들 수도, 영혼이 없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디자인의 선순환은 가능합니다.
좋든 나쁘든 건물과 도시 경관, 조경은 우리의 삶과 우리 자신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인간이 장소를 경험하는 방식에 관해 우리가 알게 된 내용을 반영해
풍성한 환경을 디자인하고 건축하면
내가 사는 환경이 좋아지고, 내가 좋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미래의 후손들까지 좋아지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