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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소속감 - 슬기로운 조직 문화를 위한 위트 있는 반격
김응준 지음 / 김영사 / 2019년 8월
평점 :

<그놈의 소속감>의 저자는 이미 책을 출간한 작가이고
인터넷에 연재한 글의 조회 수가 150만을 넘겼습니다.
20대라면 한 번쯤 꿈꾸던 공무원을 하고 있는 저자가 말하는 공무원 이야기 들어볼까요.

누구나 그렇듯 저자도 처음부터 공무원을 꿈꾸지 않았답니다.
어쩌다 보니 공부하고 시험을 쳐서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되었지요.
어떤 조직에서든 회의는 있습니다.
하지만 회의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기 힘든 법이죠.
소속감은 으레 생길 거라고 믿는 어른들이 너무 많습니다.
소속감은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지 마음먹는다고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공무원의 일은 반 정도는 민원인을 상대하는 것입니다.
민원을 하는 사람도 답답해서 전화하는 것이지만,
공무원은 답을 준 공무원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속 시원한 방법이나 답보다
일의 절차와 규정부터 알려줍니다. 어떤 일이든 된다는 답을 선뜻할 수도 없습니다.
성과 보상 체제가 명확하지 않은 조직에는 특징이 있는데,
조직원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새로운 일부터 벌이고 보기'를 택하는 것입니다.
일의 성공 가능성이나 현실성은 차후의 문제로 두고, '5대 사업 추진전략' 혹은
'00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시작에 옮깁니다.
하지만 1, 2년 후에 책임자가 바뀌면 일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지죠.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오직 무엇이든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야 인정받을 수 있고,
그것이 아니면 인정할 수 없다'라는 식의 이원론적 편견 때문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 3, 5, 7년이 고비라고 합니다.
임용 후 3년 이내 퇴직한 서울시 공무원이 5년 사이에 4배로 늘었다는 신문기사를 보면
아이러니함을 느낍니다.
누구는 이곳을 들어오기 위해서 그렇게나 공부를 하는데, 누구는 또 이곳을 나가니 말이죠.
그들이 나가는 이유는 바로 배신감, 소수의 몰지각한 민원인들로 인한 마음의 병,
적은 월급, 단순노동에 대한 괴리감 등입니다.
저자는 확 불타오르는 감정이 문제였어요.
상사의 지시로 10번이나 수정한 보고서가 결국 첫 보고서보다 못하거나,
패거리 정서와 불필요한 조폭식 의전 등을 몸소 체험하다 보니 퇴사가 떠오르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버티고 지금은 4년 차, 이곳이 자신에게 딱 맞는 일터는 아니지만
세상 어디에도 딱 맞는 일터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래갈 수 있는 파트너에겐 공통점이 있는데요,
내 취향을 전부 맞춰주는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게 함께 맞춰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내 취향에 안 맞더라도 오래가기 위해서는 맞춰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일이든 사람이든지요.
저자가 어떤 식으로 오래, 그리고 만족하며 다닐 수 있는지 고민했대요.
먼저 나만의 페이스를 찾기로 했답니다.
일하는 동안 1년마다 또는 6개월마다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스스로 결산해보기로 했대요.
결산은 일에도 있지만 밖에서도 존재합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아이가 생겼거나, 정말 갖고 싶은 자동차를 샀다거나,
친한 사람을 만들었다거나 등으로 말이죠.
그다음으로 자기만족감을 키우기로 했습니다.
맞벌이를 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은 국가직 공무원은 전국을 떠돌 수 있습니다.
저자처럼 아내는 서울로, 남편은 지방에서 근무하듯이요.
아이가 생기기 전엔 어떻게든 다니지만, 아이가 생긴 젊은 국가직 공무원들은
꽤 높은 비율로 지자체로 옮기고 있습니다. 한곳에 정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죠.
근무지가 일정하다는 점은 아빠와 엄마로서 역할을 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건이니깐요.

결혼하고 나서 서로가 조금씩 변합니다.
아니 변한다기보다 몇 번만 싸워보면 자신이 얼마나 고집스러운 사람인지 깨닫게 됩니다.
심지어 미숙하고 어리석은 인간인지도요.
누군가와 함께 살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고,
서로 맞춰가는 일의 가치를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결혼생활을 통해 배웠대요.
타인과의 차이가 나의 자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타인과 한공간에서 지내며 경험하는 상처는 성장하기 위해 어느 정도 견뎌야 하는 일임을요.
마찬가지로 회사생활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도 있겠죠.
아무 생각 없이 성공만을 위해 살아왔다면 그 동력이 사라졌을 때 혼란에 빠질 위험이 높습니다.
극복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삶은 방향을 잃고 휘청거리게 됩니다.
하나의 성취 후에 모든 감정과 환경과 생각이 제로베이스로 리셋되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됩니다.
취업하기 전에는 취업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지만
막상 좋은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 그 자리가 다시 출발점이 되고
주변에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하듯이요.
도착점이 시작점이 되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최고가 되는 삶이 과연 최선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놈의 소속감>은 공무원에 대한 일을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흔히 볼 수 있는 조직문화에서 조직원이 어떤 일에 닥치게 되는지를 쓴 책입니다.
그래도 공무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다른 조직에는 없는 일들이 나오긴 합니다.
4년 차 공무원인 저자가 들려주는 일과 나에 대한 이야기,
제가 소개한 것들 외에도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