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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 - 마스다 미리 에세이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평점 :

196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입니다. 진솔함과 담백함 위트로 진한 감동을 준 만화 '수짱' 시리즈가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이후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와 같은 가족 만화와 여행 및 일상 에세이 등으로 폭넓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귀여움 견문록",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영원한 외출", "오늘의 인생" 등의 에세이, "걱정 마, 잘될 거야", "미우라 씨의 친구", "차와 시간" 등의 만화, 일러스트레이터 히라시와 잇페이가 함께한 "오늘의 갓짱", 그림책 "빨리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 "나의 자전거" 등이 있습니다. 그럼, 저자의 추억 소환 에세이 <작은 나>를 보겠습니다.

오늘은 초등학교 입학식. 새 원피스를 입고 가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원피스가 싫어서 학교 가기가 싫습니다. 원피스는 중학생 같은 느낌의 세일러복이라서 혹시나 누가 중학생이 섞여 있다고 말하며 깜짝 놀랄까 봐 입기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곤란해지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원피스를 입고 학교를 갔습니다. 난 1반이었고 담임 선생님은 눈이 마주치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줍니다. 내 이름이 적힌 책상에 앉아 선생님의 질문에 '저요'하고 손을 들며 대답했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그랬습니다. 선생님이 다 같이 말해보자고 해서 답을 말했습니다. 나도 다른 아이들도 모두 답을 아는 게 굉장히 자랑스러워 더 이상 원피스는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여름이 되자 비가 많이 내렸고,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물웅덩이가 잔뜩 생겼습니다. 다행히 학교가 끝날 무렵 비가 그쳤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좁은 길 한가운데에 커다란 물웅덩이가 있습니다. 모두 지나가지 못하고 멈춰 선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러면 집에 못 가는데 어쩌나 싶었는데 한 아이가 용감하게 물웅덩이 안으로 첨벙첨벙 들어가 건넜습니다. 건너편으로 간 후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도 신발을 신거나 벗은 채로 건넙니다. 망설이다가 나랑 모르는 아이 둘만 남았습니다. 어쩌지 하다가 그 아이는 물 안으로 건넜고, 나 혼자만 남았습니다. 그 아이가 '아무렇지 않아!'라고 말하며 나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물웅덩이에 들어갔습니다. 신발 안으로 물이 스며들고 젖은 양말이 달라붙었지만 즐거웠습니다. 그다음부터 우리 둘은 일부러 물웅덩이에 들어가면서 길을 걸었습니다.
가을에 개미가 한 줄로 걷고 있는 것을 보고 가까운 곳에 함께 구경하던 아이와 개미 왕국을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돌을 모아 집, 울타리를 만들고, 꽃밭도 만들어 완성했습니다. 개미를 개미 왕국에 넣었더니 처음 와 본 곳이라 놀란 듯 허둥지둥합니다. 개미 왕국의 개미들을 가만히 지켜보는데, 내가 개미를 보는 것처럼 아주 커다란 사람이 나를 위에서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어쩜 이렇게 '어린 나'를 잘 그렸을까요. 어른이 돼버린 지금 어렸을 적을 떠올려보면 거의 기억도 나지 않고 몇몇 장면만 추억으로 남습니다. 정말 장면 정도만 기억에 남아 그때의 기분과 생각은 생각나지도 않는데, <작은 나>를 읽으면서 나도 어릴 때 이러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구급차, 소방차, 경찰차가 삐뽀 삐뽀 소리를 내면서 달릴 때는 신호가 빨간 불이어도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엄마의 말을 들은 나는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알고 있냐고 묻습니다. 모두 알고 있다고 엄마가 대답하자, '어른에게도 어린이에게도 똑같은 규칙이 있고 그걸 모두가 지킨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걸 정한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며 순수하게 기뻐하는 '작은 나', 이런 순수한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애틋합니다. 그리고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지켜주는 부모님, 동네 어른들, 선생님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특히 담임 선생님의 모습이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을 따뜻한 눈빛으로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움직임이 느려 맨 뒤에 서 있는 나에게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주신 선생님의 말과 행동은 어린아이들에게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이, 선생님의 칭찬은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착한 행동을 더욱 하게 만듭니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몰라준다며 속상할 때도 있겠지만, 따뜻한 눈길로 아이들을 보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어린이들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또한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