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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평점 :

1963년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게이오기주쿠대학 졸업 후 대형 은행에서 근무했습니다. 1998년 "끝없는 바닥"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후 "철의 뼈"로 제3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했으며 "변두리 로켓"으로 제145회 나오키상을 수상했습니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일본 국민 작가 반열에 올랐고,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작가 작품 최초로 영화화되어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외 주요 작품으로 "민왕", "일곱 개의 회의", "노사이드 게임", "아키라와 아키라", "샤일록의 아이들" 등이 있습니다. 그럼, 작가의 신작 <하야부사 소방단>을 보겠습니다.

주인공이자 미스터리 작가인 미마 다로는 부모가 초등학생 때 이혼했고, 어머니의 예전 성으로 바꾼 뒤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아버지 노노야마 가쓰오가 죽은 것은 다로가 아케치 고고로상을 받기 1년 전이었고, 아버지 친가가 있는 야오로즈 면의 '하야부사 지구'는 수십 년 만에 들린 것입니다. 작년 봄 다로는 쓰던 소설을 취재하기 위해 근처에 방문했다가 이곳에 들렀고 이 산촌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데뷔작으로 상을 받고 세간의 이목을 끌었지만 차기작을 낼수록 인터넷에는 혹평 댓글이 넘쳐났고 초판 부수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나마 소설 잡지에 연재하고 있어 겨우 먹고살지만 도코에서의 생활은 힘들었고, 아버지가 남긴 이 집에서의 풍경을 보고 충동적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도시에서는 이웃들과 친분을 맺은 적이 없었지만, 이사 온 지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자치회장이 찾아와 자치회에 들어가고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그곳에서 뒤풀이로 선술집 세모에 갔더니 지역 소방단 하야부사 소방단의 입회를 권유받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소방단에 들어가고 공장장이자 분단장인 미야하라, 공무원이자 부분단장인 모리노, 건설 업체에 근무하는 대원 간스케, 목수인 대원 요타, 양품점을 운영하는 대원 쇼고와 함께 소방 활동과 실종자 수색에 나섭니다. 입단식 날 에지마 씨 집에 불이 나서 정신없는데, 간스케가 올해 들어서 세 번째로 불이 난 거라고 합니다. 제일 먼저 불이 난 곳은 야마다 씨 집으로 올해 1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2시쯤이었고, 두 번째는 도미오카 씨네 헛간으로 2월 15일이었답니다. 하야부사 소방단 단원들 중 대부분은 일하느라 낮엔 동네를 비우기에 집에서 일하는 다로는 언제든지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라서 다로의 입회를 엄청 환영했던 것입니다.
3월 31일 오후에 집을 나선 뒤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23세 야마하라 히로노부를 찾기 위해 소방대원들은 산을 수색합니다. 폭포 근처에서 실종 당시 입었던 운동복을 찾고 폭포에서 실종사 시신을 발견합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인지 사건인지 방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것으로 끝난 것인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3년 전 이사 온 영상 크리에이터 다치키 아야와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호감을 느끼던 다로에게 편집자 나카야마다가 놀러와 아야를 보고 간 후 그녀의 정체를 알려줍니다. 그녀는 몇 년 전 탈퇴하려 했던 신자 열두 명을 고문해서 끔찍하게 살해한 신흥 종교 오르비스 테라에 기사단의 교인이며 홍보 영상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카야마다가 왔을 때 같이 낚시하려고 산을 가로지르다 이상한 형체를 목격했고, 겐사쿠 씨와 면장 노부오카 신조 씨네 집에도 불이 났습니다. 도대체 누가 불을 지르는 것인지, <하야부사 소방단>에서 확인하세요.
시골이라면 보통 조용하고 한가로워 따분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스터리 작가 미마 다로도 풍경 좋은 시골 마을에서 글을 쓰기 위해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고향 집에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금방 깨지게 되지요. 다로는 자치회와 소방단 활동을 하면서 이곳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이웃집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도시와는 다른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방화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실종자 시신도 찾습니다. 미스터리 작가가 주인공이라서 그런 걸까요, <하야부사 소방단>의 하야부사는 시골인 것은 맞지만 평온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게다가 호감을 느낀 영상 크리에이터 다치키 아야는 이단종교와 깊은 관계가 있고, 의심스러운 태양광 사업의 영업사원이 땅을 팔라고 자꾸 찾아옵니다. 명탐정처럼 현장에 가지 않은 채 말만 듣고 사건을 해결하거나, '범인은 이 안에 있다'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지만,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미스터리 작가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일반적으로 글을 쓰는 게 일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다.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소설은 '사람'을 쓰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쓰는 작가는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방의 사람 됨됨이를 파악하려는 습성이 있다.
일부러 그러든 아니든 간에, 작가에게는 그런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p. 408)
사람을 쓰는 작가인 다로에게도 사람 보는 눈이 있고, 그 통찰력으로 단서를 모으고 추리를 합니다. 이제 시골이 따분하다고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아한 백조도 물 아래에서 끊임없이 물장구를 치듯이, 아무 일도 없어 보이는 시골도 그 안에선 수많은 일이 매일같이 일어난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정반대로 느껴지는 시골과 미스터리를 잘 엮은 <하야부사 소방단>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2023년 여름에 방영되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시청률 10%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하니 드라마도 보고 싶습니다. 역시 믿고 보는 국민작가 '이케이도 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