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탑의 살인
김영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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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중앙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2019년 단편 "회색 장막 속의 용의"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이후 "안전한 추락", "병중진담", "밀착과외", "임시보호되었습니다", "작당모의 카페 사진동아리의 육교 미스터리", "40피트 건물 괴사건" 등의 단편을 발표했습니다. "40피트 건물 괴사건"은 2023 제17회 황금펜상 우수작에 선정되었으며, 한국본격미스터리작가클럽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수상탑의 살인>을 보겠습니다.



2년 전 한국을 덮친 사상 최악의 태풍 이끼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는 가운데, 입자물리학 김서연 교수 밑의 대학원생 한규현은 교수를 모시고 강원도 삼척시의 어느 항구에 도착합니다. 이끼가 잠잠해진 후 어디서부터 복구해야 좋을지 생각하던 와중에 이 부근에서 규모 6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그 후 이 일대는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난장판 가운데 수상탑의 주인 박종호가 그들을 맞이합니다. 크루즈 안엔 기후 환경 운동가 정강식과 박종호의 딸이자 천재소녀로 유명한 홍가온이 있습니다. 그녀는 2년 전 이끼의 파괴력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정도를 넘어섰다며 지구온난화가 원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박종호는 사업가 김상욱의 투자와 자신의 전 재산을 거의 쏟아 해상 부유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땅에 해당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그 위에 탑을 건설하는데, 오늘이 개관식 겸 중대 발표가 있어서 지인들을 초대했습니다.

선착장에 내려 완만한 경사로를 오르니 양쪽으로 넓게 펼쳐진 공간이 있습니다. 첫 번째 커브 안쪽으로는 넓은 잔디 광장이, 멀리엔 인피니티 풀도 보이고, 조금 더 걷자 연못과 조경이 있습니다. 넓은 보행로를 계속 걸어가 두 번째 커브를 돌아가니 열대 정원과 선베드가 있는 휴식 공간이 있고, 보행로의 끝엔 타워가 서 있습니다. 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서자 해상 도시를 만드는 데 참여한 건축가 유효상, 도시공학과 교수 석승준과 그 밑의 대학원생 박규리, 절친 아들이자 음모론자 태용제, 박종호의 18살 연하 여자친구 이승희가 있습니다. 종호는 수상탑 각 층마다의 방의 배치와 시설을 나타난 그림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며, 방문은 자동으로 잠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엘리베이터는 없고, 3층은 공사 중이라 2층과 4층에 객실을 마련했답니다. 직원은 네 명인데, 2명은 타워의 설비와 보수를 담당하며, 나머지 2명이 손님들을 응대할 수 있다며, 저녁 8시에 1층 식당에서 보자고 말합니다. 8시가 가까워져서 규현은 자고 있던 교수를 깨웠고 그녀는 욕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불이 꺼지고 실내가 깜깜해졌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불이 바로 켜지지 않았고, 바닥이 흔들리는 느낌이 납니다. 게다가 창에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립니다. 휴대폰 라이트로 창밖을 비춰 보았지만 빛은 어둠을 전혀 뚫고 나가지 못합니다. 시간이 흘러 실내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둘은 1층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은 종호, 가온, 승희와 박규리입니다. 종호를 부르겠다며 간 상욱이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다며 1층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박규리가 다급히 계단을 내려오며 밖에 가온이 죽은 채 누워 있다고 말합니다.

교수님은 규현이 전에도 몇 가지 살인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다며 시체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의 수사는 다시 시작됩니다. 가온에 이어 수상탑의 주인 종호도 살해당했고, 그의 애인 승희도 죽은 채 발견됩니다. 도대체 누가 이들은 죽인 건지,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한 내용은 <수상탑의 살인>에서 확인하세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해상 부유 도시 수상탑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휴대폰의 전파도 잡히지 않고, 보트의 엔진은 파괴되었으며, 밖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완벽한 밀실 상태에서 수상탑의 주인 박종호, 그의 딸 홍가온, 박종호의 여자 친구 이승희가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수상탑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를 의심해야 할 상황입니다. 기후 환경 운동가 정강식, 건축가 유효상, 사업가 박상욱은 박종호와 불화가 있습니다. 도시공학과 교수 석승준과 그의 밑에 있는 대학원생 박규리는 수상탑을 자신의 연구 주제로 삼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그리고 입자물리학 김서연 교수와 함께 온 대학원생 한규현은 살인 사건을 몇 차례 해결한 일이 있어 경찰이 오기 전까지 수사를 합니다. 문을 여는 버튼이 고장 나 밀실 상태에서 승호를 죽인 범인은 5층에서 어떻게 빠져나간 것이며, 가온은 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지, 무언가에 꿰뚫린 채 죽은 가온의 살인도구는 무엇이며, 욕실에서 젖은 채 발견된 승희는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조사를 할수록 이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바다 위 밀실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아마추어 탐정 규현이 어떻게 추리할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됩니다. 규현의 추리가 끝나면 프롤로그의 인물이 왜 나오는지를 그제야 알게 됩니다.

규현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수상탑의 살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매년 역대급 태풍, 홍수, 장마, 폭설, 폭염으로 기후 이상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위기인데요, 이 소설을 읽으며 더욱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인 지구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특수 설정을 포함해 구상하고 있는 장편소설 아이디어가 많다는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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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다는 것의 역사 - 우리는 왜 목욕을 하게 되었을까?
이인혜 지음 / 현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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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근무하며 한국의 목욕 문화를 조사한 저자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서해안 어촌의 여성 금기와 서해 5도 민속 의료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연구 보고서 "목욕탕: 목욕으로 보는 한국의 생활문화"를 집필하는 동안 자료 조사를 위해 전국의 목욕탕을 누볐습니다. 하루에도 두어 번씩 목욕관리사에게 세신 서비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 발로 뛰어 연구한 목욕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씻는다는 것의 역사>를 보겠습니다.



가장 오래된 목욕 문화의 흔적은 파키스탄의 중남부, 인더스강 하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류 3대 문명 중 하나, 인더스 문명이 남긴 최대의 도시 유적인 모헨조다로는 기원전 30000년 초에 지어져 기원전 2500~1800년 사이에 전성기를 맞이한 후 사라졌습니다. 모헨조다로는 물 관리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계획도시로 도시 곳곳에는 700개가 넘는 우물이 있었으며, 각 집에는 실내 배수관과 목욕을 위한 방이 마련되었고, 상수도와 하수도 시설도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리스에서 공중목욕탕은 기원전 6세기 무렵 도시 국가에 등장했습니다. 공중목욕탕은 개인의 즐거움보다는 청결함이라는 덕목을 상기하는 수단이었습니다. 로마의 도시 곳곳에는 테르마이라 불리는 대규모 공중목욕탕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테르마이 입장료는 무료거나 저렴했고 따라서 가난한 사람도 목욕이라는 오락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로마에서 테르마이는 황제의 성적표로 불렸습니다. 기독교 교리는 육체와 영혼을 분리해 영혼의 정결함을 우선시했고,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죄악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로마의 목욕 문화는 이슬람 목욕 문화로도 일부 스며들어 비잔틴 도시를 비롯해 이후 이집트와 시리아까지 널리 퍼졌고, 기독교의 영향으로 사라졌던 공중목욕탕은 십자군 전쟁에서 이슬람식 목욕을 경험하고 돌아온 군인들을 통해 유럽에서 부활했습니다. 근대 목욕 문화와 북미와 핀란드의 사우나, 인도의 쿰브 멜라, 일본의 센토도 살펴봅니다.

삼국 시대에서의 목욕은 부정을 쫓는 일입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이르러 목욕은 더욱 성행했는데, 불교의 영향이 컸습니다. 불교의 계율에는 목욕 재계가 포함되어 있으며, 불교 경전에는 목욕 횟수까지 정해져 있었습니다. 고려 사람들은 시원한 시냇물에서 목욕하는 것뿐만 아니라, 온천욕도 즐겼습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엔 같은 성별이라 할지라도 벗은 몸을 드러내는 것은 예에 어긋나는 행위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 안에서 몸을 씻었고, 이로 인해 부분욕이 일반적인 목욕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날이 되면 반드시 목욕을 해야 했습니다. 3월 삼짇날, 5월 단오, 6월 유두와 복날, 7월 칠석과 백중이 그런 날입니다. 이날이 되면 조상들은 몸을 씻고 건강과 평안을 기원했습니다. 근대 이후 공중목욕탕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유입되었습니다. 또한 온천 주변은 철도 개통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 관광지로 발전했습니다.

한국 전쟁 후 도시로 몰린 인구가 증가하면서, 위생 시설의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중목욕탕은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부상했고, 목욕탕 거리 제한제가 폐지되자 목욕탕 수는 더욱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이런 목욕탕의 증가는 전국적으로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진 것과도 맞물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중목욕탕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으로 아파트 단지가 지어지고, 아파트 안에 배스 유닛이 설치되어 점차 집에서도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편의시설이 갖춰진 찜질방이 늘어나고, 농어촌 인구가 감소하고, 남은 인구도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공중목욕탕의 이용객이 줄어들고, 운영 비용은 계속 올라 수익성은 점점 떨어져 문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류가 언제부터 목욕을 시작했는지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목욕이 인간의 습성이자 문화적 행동임은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목욕이라고 하면 신체는 씻는 것만을 떠올리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문화적 맥락이 따라옵니다. 공중목욕탕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모두 익명이지만 얼굴만 아는 사이를 넘어 자기들끼리 끈끈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합니다. 서로 약속을 정해 만나는 사이도 아니고, 비슷한 요일, 비슷한 시간에 만나 친교 활동을 합니다. 그런 세월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공중목욕탕의 역사만큼이나 이어집니다. 같은 목욕탕에서 몸을 씻는다는 소속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호작용이 있는 목욕탕 이용객 집단은 일종의 느슨한 지역 공동체입니다. 이제 이런 공중목욕탕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억 속으로 사라질 뻔한 공중목욕탕 건물은 용도를 바꿔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카페, 쇼룸, 식당, 복합 문화시설, 영화빌딩 등으로 이용하는데, 레트로 감성과 맞물려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앞으로 공중목욕탕은 어떻게 될까요. 2000년대 태어난 저희 아들은 어릴 때 제가 목욕탕에 데리고 갔는데, 2020년대 태어난 아이들은 아마 목욕탕을 가본 경험이 없을 것입니다. 20년 만에 공중목욕탕을 경험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존재하듯이, 공중목욕탕도 결국에는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닐지 벌써부터 아쉬움이 듭니다.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도 옛 방식을 그대로 간직한 공중목욕탕이 어딘가에 있기를 바라며 <씻는다는 것의 역사>를 통해 목욕의 과거부터 현재를 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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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 - 인문학을 시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80 작품 속 최고의 문장들
이명현 지음 / 땡스B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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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인문학을 사랑하는 천문학자이자 '과학책방 갈다'의 대표인 저자는 연세대학교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연세대학교 천문대 책임 연구원을 지냈습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서울 삼청동 옛집에 '과학책방 갈다'를 열어, 독서모임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해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럼, <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를 보겠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인문서'에는 들어본 적 있는 철학책(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장자)뿐만 아니라 이 책은 과학책으로 분류되는 책(과학 혁명의 구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책(사다리 걷어차기, 침묵의 봄)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나옵니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과학서'에서는 한번은 들어본 적 있는 책(이기적 유전자, 호모 사피엔스, 종의 기원,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들과 조금은 생소한 책(뇌는 춤추고 싶다, 침팬지 폴리틱스)들까지 다양한 과학책들을 소개합니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문학서'엔 유명한 책들이 나오는데, 읽어보지 않은 책들을 인용문으로 만날 수 있어 좋습니다.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에세이'에는 거의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아 좀 멀리했는데, 저자가 추천한 에세이는 저의 선입견을 깨뜨려줍니다.

<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를 필사하면 읽고 싶은 책들이 생길 것입니다. 그런 기쁨을 필사하면서 느끼길 바랍니다.




<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는 '인문서/과학서/문학서/에세이'로 나눠 총 80권의 책의 한 부분을 소개합니다. 한 권의 책이 아닌, 이 책 저 책에서 뽑은 문장들을 모아둔 책은 어떤 의미와 맥락을 가지고 있을까요. 저자는 인용문을 모은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약간의 낯섦과 약간의 관음이라고 말합니다. 한 책의 인용문을 읽고 익숙해지기 전에 다른 책의 새로운 인용문을 만나는 책. 긴 호흡으로 어떤 맥락을 찾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러 책을 기웃거리면서 거리를 두고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약간의 관음이라 표현한 것입니다. 주어진 인용문의 나머지는 독자들의 상상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바로 옆에 마련한 빈 페이지에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써보면 쓰는 기쁨도 느낄 수 있고, 자신만의 시간을 만드는 동시에 저자의 생각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덧붙인 단상은 주관적인 감상평이지만 읽어본 책이든 안 읽은 책이든 자신의 상상과 얼마나 다른지, 아니면 비슷한지를 볼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인생은 짧고 세상에는 좋은 책들이 많습니다. 이 책은 그 수많은 책 속에서 독서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단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면 단 한 페이지만으로도 오늘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를 필사하면서 오늘이 어떻게 달라질지 경험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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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조예은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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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저자는 2016년 단편소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을, 같은 해 장편 소설 "시프트"로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스노볼 드라이브", "테디베어는 죽지 않다", "입속 지느러미", "적산가옥의 유령", 연작 소설집 "꿰맨 눈의 마을", 단편소설 "만조를 기다리며"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의 첫 장편소설 <시프트>를 보겠습니다.



인적 없는 해변의 폐건물에서 한 구의 변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신고자는 어른들 몰래 데이트를 하려던 고교생 커플이었습니다. 변사체는 피 웅덩이 한가운데 반쯤 잠겨 있었는데, 얼굴 한쪽은 괴사되었고 전신에 크고 작은 타박상이 가득했습니다. 옆에는 날이 고르지 않은 식칼 한 자루가 놓여 있었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은 4월 3일 오후 9시경, 사인은 자상에 의한 과다 출혈이지만 조사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망자는 55세 한승목으로 10년 전 천령교라는 사이비의 교주였는데 홍콩, 마카오 등을 전전하다가 얼마 전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족 사항은 세 살 아래 한승태라는 남동생이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하실에서 죽은 이가 자필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가 발견되었는데, 2003년에서 2005년까지 3년 동안 사라진 10세 안팎 아이들의 신원이 적혀 있습니다. 기록된 아동은 총 열 명이고, 전부 실종 신고된 아동들입니다. 벽에 붙어 있던 사진 속 아이는 지난달 실종 신고된 9세 유준서란 아동인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는 다른 사람의 혈액이며, 피해자 얼굴에 뒤덮고 있던 건 악성 흑색종인데 한 달 전 받은 건강 검진 기록에는 질병 사항이 없었습니다. 사망 이틀 전에 만난 동네 주민들이 본 얼굴도 반질반질했다고 합니다. 후배 준혁의 보고를 들은 형사 이창은 며칠 전 다방에서 노인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교주 아들을 죽인 신자가 잡힌 지 얼마 안 돼 갑자기 희귀병으로 죽었습니다.

완치된 사례가 거의 없는 희귀한 유전병을 앓고 있던 이창의 누나를 고치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천령교의 열렬한 신자가 되었습니다. 재산을 모두 바쳤고 결국 교주의 축복으로 누나는 말끔하게 나았습니다. 병이 완치된 후 결혼한 누나와 매형, 그의 아버지가 다 죽었는데, 누나의 딸 채린이 누나의 희귀병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이를 보며 이창은 누나에게 일어났던 기적을 떠올렸고 그때부터 천령교 교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허무하게 죽은 채로 발견된 것입니다.

실종된 준서가 멀쩡하게 돌아왔다는 소식에 이창은 나곡서로 향했고, 경찰서 근처의 CCTV 촬영본에서 야구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청년이 아이의 손을 잡고 경찰서 근처까지 오는 장면을 봅니다. 이창은 만약 교주에게 아들이 있다면, 또 그가 살아있다면 CCTV 화면에서 본 청년의 나이쯤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승목을 죽인 범인은 누구이며, 교주의 아들은 살아 있는 건지, 기적은 진짜 존재하는 건지, 자세한 이야기는 <시프트>에서 확인하세요.




왜 사람들은 안 되는 것을 되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거는 걸까요?

어떻게 스스로를 버리고 타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무언가를 바랄 수 있죠?

p. 229


이 모든 것은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가족이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렸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구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게 절박한 사람의 마음을 현혹시키는 악인이 있습니다. 악인은 절박함을 이용해 돈을 벌고, 권력도 얻으려 합니다. 남에게 고통을 옮기는 능력을 지닌 어린 찬은 인질이 된 동생 란 때문에 악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합니다. 악인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찬을 오랫동안 이용하려고 찬의 고통을 옮겨 담을 그릇인 아이들을 데려옵니다. 주기적으로 고통을, 병을, 상처를 옮겨야 하는 찬은 죄책감에 매일 괴로워하고, 결국 내면의 중요한 부분을 포기하며 생기를 잃은 채 살아갑니다. 동생 란도 자신의 존재 자체가 원망스럽습니다. 자신만 아니면 찬이 능력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고, 괴로워하지 않을 테니까요. 차라리 능력이 없었다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 텐데, 형제는 스스로를 원망합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람이라면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는 악인들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이런 세상에 내던져진 아이들을 지켜줄 어른은 어디 있나요.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대상 수상작인 <시프트>는 생생한 캐릭터들의 모습과 속도감 있는 내용 전개 덕분에 책을 읽고 나면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및 드라마 등 영상제작자들에게 가능성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북투필름(BOOK TO FILM)에 선정되었고, 네이버 웹툰의 원작 소설입니다. 역시 사람들 보는 눈은 똑같은가 봅니다. 첫 장편소설이 이렇게 완성도가 높으니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 기대에 부합한 작품들을 작가는 계속 쓰고 있습니다. '조예은 월드'가 어디까지 펼쳐질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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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세라 핀스커 지음, 정서현 옮김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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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세계가 무너졌을 때,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배경은 희망적이지 않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어떤 미래가 와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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