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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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일본에서 태어나 2007년 "지다 피다 돌다"로 제41회 훗카이도신문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3년 자식에 대한 비뚤어진 모정을 그린 "완벽한 엄마"가 간행되어 화제에 올랐습니다. "레드클로버", "구미가네 일가의 외동딸", "어른이 될 수 없어", "가장 슬프다", "축복의 아이", "쓰레기의 결정" 등을 썼으며,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로 시작된 미쓰야 & 다도코로 형사 시리즈는 누적 발행 부수 40만 부를 돌파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럼, 형사 시리즈의 후속편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을 보겠습니다.



화려한 트리 장식과 조명이 도쿄의 거리를 수놓은 12월 24일 밤, 빈 건물 1층에 중년 여자가 죽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쇼핑카트와 담요가 있는 것으로 보아 가출인 혹은 노숙인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경시청 수사1과 형사 미쓰야 슈헤이는 종잡을 수 없고 상식을 벗어난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괴짜로 알려졌지만 워낙 실력이 출중에 누구나 인정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그와 도쓰카 경찰서 신입 형사 다도코로 가쿠토가 석 달 전 신주쿠구 나카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파트너가 되어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부검 결과 여자는 시신 발견 현장인 4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추락했으나 쓰레기 더미가 쿠션 역할을 해서 치명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머리에 둔기를 맞아 목숨을 잃고 건물 1층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한 점은 죽은 여자의 지문이 작년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히가시야마 요시하루의 살해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 중 하나와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히가시야마 요시하루의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오봉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공사 인부였습니다. 시신은 어린이 공원을 짓기 위해 조성 중이던 구덩이에 떨어져 있어서 발견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법해부 결과 사망 추정 시각은 시신 발견 이틀 전인 8월 18일 오후 6~12시 사이고, 서류 가방은 있으나 지갑이 없어진 것으로 보아 돈을 노린 범죄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요시하루는 가슴을 칼에 찔린 뒤 구덩이에 던져졌거나 굴러떨어진 것으로 추측되지만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범인은 잡지 못했고, 여자 노숙인의 사진을 부인 리사에게 보여주었으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집을 나온 미쓰야는 가쿠토에게 내닫이창에 있는 꽃꽂이가 이상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가쿠토는 어리둥절했고, 보통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내닫이창에 꽃꽂이를 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 것 같은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서랍장 위 가족사진도 조금 부자연스럽다며, 뭘 의미하는지 몰라서 알고 싶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신원은 사건이 발생하고 닷새째 되는 날 밝혀졌습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것 같다는 연락을 한 사람은 미야타 무쓰미로 4~5년 전 자신이 살던 집의 대각선 방향에 있는 집으로 마쓰나미 부부가 이사 왔답니다. 우연히 병원 대기실에서 만나 친해졌는데, 죽은 마쓰나미 아쿠코 씨는 갱년기장애가 심하게 와서 아르바이트하던 슈퍼마켓에 지장이 있을 정도랍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1년 전에 죽은 후로 아쿠코는 많이 힘들어했고, 길거리에서 넋이 나간 채 있는 그녀에게 쇼핑 카트와 손수건을 준 이후로 무쓰미는 이사를 했답니다. 마쓰나미 아쿠코가 살았던 집으로 가서 집주인에게 그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노숙인이 되었다는 경찰 말에 집주인은 안타까워했고, 남편이 죽은 후로 일을 하는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서 생활이 어려운지 몰랐답니다. 친적 집 신세를 지게 됐다고 사정이 있어서 바로 가야 한다며 도망치는 것처럼 급하게 집을 비웠답니다. 히가시야마 요시하루가 살해된 건 1년 전 8월 18일 밤, 마쓰나미 이쿠코가 집에서 나가겠다고 말한 건 그다음 날인 8월 19일로 실제로 나간 건 20일입니다. 가쿠토는 히가시야마 요시하루를 살해하고 도망치기 위해 집을 나가 노숙인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미쓰야는 경찰에 잡히느니 노숙인이 되기를 선택한 것은 왜인지, 왜 그렇게까지 해서 도망치고 싶었는지, 그녀가 보낸 2년의 세월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합니다.


히가시야마 요시하루는 보건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사건 당시에는 사회지원과에 있었습니다. 미쓰나미 이쿠코가 생활보호 상담을 하러 찾아왔고 히가시야마 요시하루가 그 일을 담당한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걸로 이쿠코가 요시하루를 살해할 동기는 부족하고, 미쓰야는 사건과 상관없어 보이는 꽃꽂이와 가족사진에 신경을 씁니다. 사고 회로의 개수와 정밀함의 차원이 남들과 다른 미쓰야의 수사는 어떻게 끝맺을지,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에서 확인하세요.




열심히 살았던 그녀, 하지만 연이은 불행과 자책감으로 마음은 황폐해지고, 그런 차에 눈에 들어온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비교하게 됩니다. 원망과 억울함에 몸부림치면서 그저 바라봤던 나날, 무엇 때문에 따라다니며 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죽을 길을 찾기 위해서였음을요. 누군가 자신을 막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녀 앞에 나타난 소년 때문에 머리가 맑게 되고, 혀가 부드럽게 됩니다.


연상의 남편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귀여운 딸이 있고, 근사한 집에 살고 있는 어떤 여자. 화목한 가정, 멋스럽게 꾸민 내닫이창, 가족 여행, 바비큐, 부부의 데이트, 모두가 부러워했으면 좋겠고, 동경의 대상이고 싶은 여자에게 중요한 건 타인의 눈에 자신이 행복해 보이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들 앞에서는 늘 행복에 찬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많은 걸 바란 건 아니고, 그저 정당하게 평가받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환경을 원했을 뿐인 또 다른 여자. 그런데 늘 마땅히 있어야 할 위치보다 두세 단계 아래에 있는 환경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여자의 가치는 남자로 정해진다고 믿습니다. 어떤 동창은 돈이 많은 남자와 결혼해 부촌의 타워맨션과 별장을 오가며 살았고, 다른 동창은 의사와 결혼해 휴일에는 홈파티를 엽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주변 사람이 모두 잘나가는 것으로 보여 나만 왜 이럴까라는 생각에 비참하고 억울합니다.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에 등장한 여러 여자들을 보며 난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나 되돌아보았습니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기보다 좀 더 나아지고 싶은 건 인간의 욕구입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자신이 아닌 타인이 되면 그때부터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세계 최고가 아닌 이상 자신보다 더 나아보이는 사람은 언제든지 나타납니다. 그러면 또다시 좌절하고 우울해지면서 억울함에 원망할 대상을 찾게 됩니다. 자신의 인생을 남 탓으로 돌리면 한순간 마음은 편해질지 모르지만, 결국 남한테 끌려가는 인생이 될 뿐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며 죽을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끝에 부족하다고 억울해하지 않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남기는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인생의 끝에 자신만 볼 수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자신만 알 수 있는 마음을 움켜쥔 채 죽어간다. (p.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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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는다 - 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
배예람 지음 / 참새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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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대스타" 앤솔로지에 수록된 '스타 이즈 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느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쓰는 삶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소설집 "좀비즈 어웨이"를 썼습니다. 그럼, 공포 에세이 <소름이 돋는다>를 보겠습니다.



호러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이다 보니 사람들이 공포 영화 좋아할 거라는 질문을 받는데, 저자는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데 겁이 많아서 잘 못 본다고 대답한답니다. 그러면 재치 있는 농담을 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공포를 좋아하는 겁쟁이'라고 항변한답니다. 어릴 적부터 공포 영화에 도전했으나 아직까지 잘 못 보는 저자는 이제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겁쟁이야말로 진정한 호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호러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르이므로, 창작자가 의도적으로 설치한 함정에 충실히 빠지고 숨통을 조여오는 긴장감에 실눈만 뜬 채로 비명을 지르는 겁쟁이들이야말로, 호러라는 장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요. 겁이 없는 사람들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공포를 충실하게 느낄 뿐만 아니라, 동시에 공포를 느끼는 즐길 줄 아는 자신에게 만족하기로요.


귀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곧 현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귀신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들이 결국 현실의 부조리함에 대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억압과 차별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귀신의 이야기는 곧 사회적 약자, 소수자 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단순한 재미를 뛰어넘어 설명할 수 없는 씁쓸함과 슬픔을 안겨주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귀신은 거울 속에서만 존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차마 주목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의 일부분을 우리 눈앞에 들이밀어 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공포의 대상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구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에 대한 괴담이 지닌 무게감은 귀신과 괴물이 주는 무게감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사람에 대한 괴담은 현실보다 더 그럴듯했고,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 것처럼 들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귀신도 괴물도 아닌 사람입니다. 모든 흥미롭고 자극적이고 복잡한 사건 뒤에는 피해자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어떤 포지션을 취하든 피해자의 존재만큼은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괴담을 읽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두려워하고 겁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괴담 속 일들이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 채로 떨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길 바라고, 우리의 현실에 진짜 공포가 찾아오는 일 같은 건 영원히 없기를 바랍니다.




공포를 좋아하지만 겁이 많아서 잘 보지 못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공포 에세이 <소름이 돋는다>를 읽으며 저와 같은 사람이 있음에 반가웠습니다. 제 책장에 꽂힌 책의 70% 이상은 이른바 장르소설로, 공포, 추리, 미스터리의 책입니다. 많이 알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라 두서없지만 그래도 장르소설 읽기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하지만 보는 건 무서워해서 공포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저와 같은 성향을 가진 저자는 글을 쓰면서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깊이를 발견했답니다. 어떤 마음으로 좋아했는지, 어느 정도로 좋아했는지, 왜 공포물을 사랑하는지, 어떤 부분을 싫어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지를 배웠고 깨닫게 되었답니다. 또한 여러 괴물들과 좀비, 규칙 괴담, 고어물, 공포 게임, 우주물, 심해물 등을 소개합니다. 겁쟁이지만 공포를 좋아해도 괜찮다는 인정을 받으니 앞으로도 장르소설을 쭉 봐도 괜찮겠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 자신감으로 소개한 것들 중에 관심 있는 책(영화와 게임은 도전이 힘드니까)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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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속 과학 - 과학의 시선으로 주거공간을 해부하다
김홍재 지음 / 어바웃어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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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자연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 계획학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과학동아' 기자를 거쳐,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발행하는 '사이언스타임즈'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습니다. 저자는 집값 말고 아파트에 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고, 아파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논문을 읽었습니다. 아파트를 탐구하며 깨달은 것들을, <아파트 속 과학>에 담았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아파트 분양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59㎡나 84㎡ 등은 전용면적을 의미합니다. 전용면적은 개별 세대가 독립적인 주거 용도로 독점해 사용하는 공간의 면적입니다. 아파트에서 현관문을 열면 나타나는 공간의 전체 면적을 전용면적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방,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이 전용면적에 포함되지만, 발코니는 제외해서 서비스 면적이라 합니다. 전용면적과 서비스 면적을 합하면 아파트 내부 전체의 실제 넓이가 되는데, 이를 실면적이라 표현합니다. 아파트 크기를 가늠하거나 가격이 평당 얼마라고 얘기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공급면적입니다. 공급면적은 주택 건설 사업자가 개별 세대에 공급하는 공동주택의 면적으로, 전용면적에 주거공용면적을 합한 개념입니다. 주거공용면적은 지상층에 위치한 복도, 계단, 공용현관, 엘리베이터 등 다른 가구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의 면적을 가리킵니다. 계약면적은 아파트를 공급할 때 건설사가 입주민에게 제공하기로 약속한 모든 면적의 합계로, 공급면적에 기타 공용면적을 더해 구합니다. 기타 공용면적은 주차장 등 지하층 면적과 경비실, 관리사무소,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등 건물 밖에 있는 부대시설을 모두 더한 면적입니다.


아파트를 공사할 때 높은 펜스를 쳐놓아서 안에서 어떻게 아파트를 짓는지 일반 사람들은 알 수 없습니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아파트 공사를 착수한 후 가장 먼저 가설공사를 하고 토공사와 기초공사를 진행합니다. 공사에 필요한 제반시설과 울타리를 설치하는 가설공사, 지하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는 작업과 굴착면이 붕괴되지 않도록 지지대를 설치하는 토공사, 기둥처럼 생긴 말뚝으로 지반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파일 공사와 바닥면을 평평하게 하고 그 위에 타설하는 콘크리트 유출을 막기 위한 버림콘크리트 타설인 기초공사에 전체 공사 기간의 1/5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다음은 골조공사로 기둥, 벽, 바닥 등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거푸집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양생한 후 거푸집 제거를 반복해서 층을 계속 올리는데, 전체 공사 기간의 1/2의 기간이 걸립니다. 나머지 공사 기간에는 아파트 내부와 외부 치장인 마감공사를 하는데, 방수, 외벽 창호, 온돌, 외벽 도장, 도배, 가구, 마루, 조경 등의 공사를 하게 됩니다. 아파트는 입주일이 정해져 있어서, 기간 안에 품질을 확보하면서 공사를 완료해야 합니다. 아파트 공사 기술이 발전하는 동시에 개별 공정관리가 체계화되고 효율화되면서 아파트는 더 안전하고 경제적이면서 빠르게 건설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범죄 발생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고 입주민들에게 안전하다고 느끼게 할 책무가 있습니다. 셉테드는 주변의 환경을 범죄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함으로써 범죄 기회를 차단하고 주민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범죄 예방 전략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에 적용되는 셉테드는 다섯 가지 기본 원리를 사용합니다. 첫 번째, 자연적 감시로 사각지대나 은신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공간과 시설을 계획하고, 두 번째 자연적 접근통제는 아파트 입주민의 동선을 도로와 보행로 등 일정 공간으로 유도하고, 그 외 비정상적인 진·출입을 차단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세 번째 영역성은 단지의 출입구와 외곽에 영역감을 증진시키도록 하며, 네 번째 활동의 활성화는 입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활발한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범죄 기회를 차단하도록 합니다. 다섯 번째 유지와 관리는 시설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처음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사용자들의 일탈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큽니다.


소개한 내용 이외에도 27가지의 다양한 아파트 속 과학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집값에 관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우리나라 아파트 수명이 왜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짧은지, 60억 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에도 층간 소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2000년대 초반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새집증후군이 대두한 이유는 무엇인지, 9·11 테러가 초고층 건물의 설계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작업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등 아파트가 딛고 선 과학적 토대에 관해 질문하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가격표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우리는 집값 너머에 있는 많은 것, 특히 '과학'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파트 속 과학>에서 아파트 세대 안과 아파트 건물, 아파트 단지를 두루 살펴보며 30개의 주제에서 펼쳐지는 아파트에 담긴 과학을 배울 수 있고, 아파트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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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케이지 : 짐승의 집
보니 키스틀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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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사고에서 시작된 일이 패션업계 거물 기업을 뒤흔들만한 이야기로 밝혀진다.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그녀의 변화 과정도 흥미로운 서스펜스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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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케이지 : 짐승의 집
보니 키스틀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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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기업 소송을 전문으로, 전국적으로 사건을 수임해 성공적으로 소송을 진행한 바 있는 변호사입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학위를 받았으며, 모의재판에서 우승하고 법률적 글쓰기를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영문학 학위도 가진 저자는 법률가로서 이력을 더해가는 동시에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을 여럿 내놓으며 작가로도 유명하며, 대표 작품으로는 "하우스 온 파이어(2019)", "더 케이지(2022)", "그녀(2023)"가 있습니다. 그럼, 스릴러 <더 케이지 : 짐승의 집>을 보겠습니다.



맨해튼 30층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911 전화가 옵니다. 셰이 램버트라 밝힌 신고자는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고 합니다. 비상버튼도 인터콤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보인답니다. 함께 갇힌 사람은 루시 카터 존스인데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빨리 오라고 독촉합니다. 그러자 911에서는 소방대를 보냈으니 전화 끊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지만 배터리가 1%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셰이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제 본 내용인 셰이가 구출된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왼쪽 볼에 구멍이 나 있으며 주변에 선혈이 흩뿌려진 루시 카터 존스를 뒤로하고 셰이는 밖으로 나가 구역질을 했습니다. 출동한 경관에게 셰이가 진술하길,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루시는 공황 상태가 왔는지 숨을 헐떡거렸답니다. 자신이 진정하라며 911에 전화했고, 구조대가 올 거라고 했지만 헐떡거리는 숨소리만 났답니다. 상태가 걱정되어 핸드폰 플래시를 켰는데 루시가 손에 총을 들고 자신의 턱 아래에 대더랍니다. 자살할 작정이란 걸 깨닫고 셰이는 말리다가 방아쇠가 당겨졌답니다. 죽은 루시는 패션업계 거물 기업인 클로딘 드 마르티노 인터내셔널, CDMI 인사부 총괄 부장이고, 셰이는 같은 회사 법무팀 변호사로 일합니다. 셰이는 경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며 자신이 사고의 목격자임을 어필합니다.


보안팀장 잭 컬리건은 CDMI 법무자문 위원과 수석 부사장인 J. 잉그럼 배럿 주니어에게 루시의 죽음을 알렸고, 배럿은 뭔가를 파멸시키려고 말리라는 듯한 조짐이 루시에게 보였지만 이렇게 자살할 줄은 몰라서 놀랍니다. 배럿은 컬리건에게 루시 사무실에 남긴 것들을 찾아보라고 명령하고, 자신은 레스터 윌러드와 루시 집으로 가서 살펴봅니다. 루시가 온라인에서 총을 만드는 키트를 사서 조립한 총으로 죽었음을 알게 된 배럿은 생각합니다. 루시가 유서도 없고 자기 총도 아니었고, 엘리베이터에 혼자 탄 것이 아니라며, 셰이 램버트에 대해 조사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그리고 남편 엘리엇 거트먼에게 남부러울 게 없던 루시의 죽음이 자살로 종결되면, 사람들이 쑥덕거릴 것이고, 회사에서도 돈을 주지 않을 거랍니다.


사실대로 사고를 진술한 셰이는 곧 풀려날 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꼬입니다. 자신의 상관 배럿이 자신이 쓰지 않은 이력서에 위조된 경력을 알아내, 루시에게 셰이를 해고하라고 했답니다. 루시는 사고 당일 셰이를 만나 해고를 명령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에 함께 갇혔다는 것입니다. 셰이는 억울하다고 했고, 이 모든 것은 배럿의 음모라고 말했으나 담당 형사 라일리와 크루즈는 배럿에겐 동기가 없다고 합니다. 이제 셰이는 취조실에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데, 남은 이야기는 <더 케이지 : 짐승의 집>에서 확인하세요.



우연히 벌어진 고장 때문에 갇힌 엘리베이터 안에서 함께 탄 사람이 죽는 것으로 <더 케이지 : 짐승의 집>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내가 탄 엘리베이터가 고장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놀랄까요. 그래도 휴대폰을 항상 가지고 있으니 급하면 119에 전화를 걸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소설처럼 전기가 나가서 깜깜해지고, 비상버튼도 작동이 안 되고, 휴대폰 밧데리도 얼마 없다면 침착하게 대처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같이 탄 사람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면 덩달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죠. 그나마 우리나라에선 총을 가지고 다니질 않으니 총기사고를 경험할 일이 극히 드물지만, 미국에서는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나오고, 자신을 보호할 목적으로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총을 꺼낸다면 정신과 몸이 얼어붙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주인공 셰이는 나름 최선을 다해 대처를 했습니다. 하지만 목격자에서 피의자로 자신의 상황이 바뀐 것 알게 되면서 빠르게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변호사인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누명을 벗으려는 행동이 변호사가 쓴 작품이라 그런지 사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 책은 2014년 2월 2일 사고가 일어난 밤부터 셰이 램버트와 잉그럼 배럿, 2013년 12월 19일 회사에 합격한 셰이 램버트의 시선이 동시에 서술됩니다. 인물 시점도 교차되고, 시간도 교차되어 조금 복잡할 수 있지만 서술시작부분마다 이름과 날짜를 적어놓아 이 부분을 확인하고 읽으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니다. 단순한 사고에서 시작된 일이 패션업계 거물 기업을 뒤흔들만한 이야기로 밝혀지고, 그 중심에는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는 셰이가 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믿지 않았던 사람의 다른 점을 보게 된 그녀, 이 모든 일이 끝난 후엔 그녀도 예전과 똑같진 않을 겁니다.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그녀의 변화 과정도 흥미로운 서스펜스 스릴러 <더 케이지 : 짐승의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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