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구
윤재호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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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의 윤재호 감독은 프랑스 낭시 보자르, 파리 아르데꼬, 르 프레느와에서 미술·사진·영화를 공부했습니다. 2011년 단편 다큐멘터리 "약속"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장편 극영화를 집필했습니다. 2013년 단편 "돼지"가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고, 2016년 다큐멘터리 "마담 B"와 단편 "히치하이커" 두 편의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 선정되었습니다. 첫 장편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두 번째 장편 "파이터"는 202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현재 많은 실사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함께 준비 중인 저자에게 소설가는 또 다른 꿈이었습니다. 10년 전부터 구상한 첫 장편소설 <제3지구>를 보겠습니다.



지구가 멸망을 앞두자 인류는 화성으로 갔고, 그곳도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를 떠돌았다가 지구 두 배 크기인 미지의 행성에 도달했습니다. 두 개의 달을 가진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12개 태양계 행성 중 하나였고, 사막지대 70%와 우림지대 30%로 형성되었습니다. 생존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인류는 사막지대에 정착을 시작했습니다. 사막 아래에는 지하수가 풍부했고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나노메탈과 나노크리스탈 자원으로 인류의 첨단 기계 문명은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곳을 '제3지구'라 불렀습니다.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후 30년 전 주동자 카이로를 중심으로 제8구역에서 시작된 폭동이 전 구역까지 퍼져 나가며 레볼트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반란군의 패배로 끝난 전쟁은 카이로 혁명으로 불렸고 주동자는 비밀리에 반란군을 다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쫓기 위해 중앙본부의 명령을 받은 비밀경찰 조직 플릭이 활동합니다. 1%의 엘리트층을 위해 설계된 중앙본부 씨티는 그 중심으로부터 12개의 컨트롤 터널이 원형의 구조로 반경 수십 킬로까지 뻗어져 있습니다. 12개로 나눠진 긴 터널의 끝에는 각자의 독립된 구역이 삼엄한 통제 안에서 통치되며 각각의 구역은 시계 방향 형태로 1부터 12까지 나누어집니다. 완벽한 통제를 위해 중앙본부 씨티를 통해야만 다른 구역으로 갈 수 있으며, 12개 구역 내부에는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 씨티로 조달하는 공장들이 있습니다. 각 구역에 사는 이들은 모두 노동자로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한 구역에서 중앙본부를 위해 살아야 합니다. 밤이 되면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과 산소 부족, 종종 나타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오염물질 돌풍까지 이들이 겪어야 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격투기 시합은 제3지구를 대표하는 일종의 합법적인 게임입니다. 내기 도박은 금지되어 있지만 제8구역의 통치자인 도로시는 뇌물을 받으며 불법 행위를 눈감아 주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중앙에서 열리는 격투기 대회는 12개 구역에서 선정된 최고의 전사들이 모두 참가해 세기의 대결을 펼칩니다. 이 구역의 챔피언 해성은 20살로 귀족들과 사업가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해성이 떠난 대기실에 어느 귀족이 들어와 그가 쓴 수건에다가 DNA 스캔기를 비추고는 99% 일치를 확인합니다. 그 귀족은 누군가와 통화하며 자신들이 찾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제3지구 통치자 프랑수아 5세는 200년 전 최후의 인류를 이곳까지 인도한 우주 함선의 선장 프랑수아의 자손입니다. 그의 이마엔 레드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데 이 다이아몬드는 우림지대로 불리는 곳에서만 채취 가능한 희귀자원입니다. 이후 중앙본부는 매년 개척 인력들을 보내 다이아몬드를 채굴해 오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보는 극소수 권력층들만 알고 있는 일급기밀 사항입니다. 프랑수아 5세는 이인자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카림에게 영웅의 출현을 보고받습니다. 제거하라는 조언을 무시한 그는 중앙으로 오게 해서 각성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플릭 제1팀 대장인 크루거는 수배 중인 카이로를 발견하고 첩자와 싸웁니다. 하지만 얼굴 변환기를 해제하니 이마에 블루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습니다. 격투 끝에 첩자를 놓치고 비밀경찰 조직 플릭의 최고 책임자인 바할에게 보고를 합니다. 크루거가 나가고 들어온 카림에게 수사 중인 용의자가 연구실에서 사라진 실험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바할은 말합니다.


괴물로 변하는 첩자의 정체와 이 행성의 진실은 무엇이며, 영웅이라는 해성은 어떤 활약을 할지, <제3지구>에서 확인하세요.




SF 판타지 소설이란 장르답게 지구가 아닌 먼 곳에 정착한 인류의 미래 모습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사는 곳은 달라도 사는 모습은 비슷한가 봅니다. 지구에서나 '제3지구'에서도 똑같이 신분에서 오는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은 여전하고, 1%의 엘리트들은 아랫사람들을 부리기 위해 경기와 마약으로 정치에 관심을 멀게 합니다. 모든 이를 위해 일해야 하는 중앙은 반란군을 제압하기 위해 더 힘을 쏟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한낱 싸움꾼에 불과하지만 영웅이 되는 주인공과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악당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악당들의 정체와 의도는 금방 글로 밝혀지고, 다른 반전이 없는 그들의 모습에 살짝 식상합니다. 하지만 영화감독인 저자가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듯한 생생한 묘사와 박진감 있는 전개 덕분에, 글을 읽는 동안 눈앞에서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입니다. 앞으로의 영상화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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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 협동조합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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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중퇴하고 주물 공장에서 노동하며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리기 시작한 저자는 2017년 말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동시 출간하며 데뷔했습니다. 첫 소설집 "회색 인간"이 판매 20만 부를 돌파하며 한국 문단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후 "양심 고백",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문어" 등 총 10권의 '김동식 소설집'을 펴냈습니다. 현재까지 1천 편이 넘는 소설을 창작했으며, SDF 프로젝트 소설집, 작법서, 연작소설을 썼으며,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오디오 드라마와 동시에 제작된 단편집입니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의 작품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칠판의 이름'은 고등학교 2학년 김남우가 칠판에 적힌 흰색 글씨에서 연분홍색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칠판에 적힌 글자들 중 불규칙하게 한 글자씩, 총 세 글자가 연분홍색으로 쓰여 있었고, 그것을 조합해 보니 옆 반 반장 이름이 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지우개로 판서를 지우자 분홍색 글자가 지워짐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연분홍 불꽃이 작게 터집니다. 그 사실은 김남우 말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김남우가 이상함을 느낀 그 순간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옆 반 반장이 갑자기 창밖으로 뛰어내려 죽었다고 합니다. 며칠 뒤 김남우는 다시 분홍색 글자가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 이름은 자신의 옆자리 친구로, 당번이 글씨를 지우는 것을 막지 못해 초조해하며 옆자리 친구를 찾았습니다. 그는 1층 계단에서 굴러 쓰러져 다음날 죽었습니다. 칠판을 보던 김남우는 레이저 같은 분홍색 점이 칠판의 한 부분을 비추자 그 글자가 분홍색으로 물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레이저는 분명 뒷자리에서 왔고 누굴까 싶어 뒤로 돌아봤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 책의 제목인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자신의 아버지를 자살로 몬 그놈을 용서하지 못해 살인청부를 한 이야기입니다. 두 달이 넘어가도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아 돈만 날렸나 했었는데 고속버스 전복 사고로 일곱 명이 죽었는데 그중의 한 명 원수였습니다. 자신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도 죽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청부업자를 만났더니 그는 원래 죽어야 할 사람들이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합니다. 청부업자들끼리 대화 채널을 만들어 놓고 일거리 들어온 사람이 있으면 그때그때 모여 다 함께 품을 들여 한 번에 처리하는 협동조합 개념처럼 일한다고 합니다. 1년 정도 지나자 그때의 공포심은 없어지고 여자친구에게 술을 먹고 비밀을 털어놓았는데 그 여자랑 남보다 못한 사이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인터넷에서 자신이 한 말과 비슷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며칠 뒤 그때 그 업자가 자신을 찾아왔습니다.


마지막 '아내의 동영상'은 아이를 낳고 얼마 안 가서 병으로 죽기 전 아내가 아이를 위해 동영상을 찍은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유치원 입학을 축하하는 영상,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영상, 졸업을 축하하는 영상 등 아이의 일생에 일어날 모든 중요한 순간에 대응한 영상을 녹화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인 내게 꼭 순서에 맞춰서 보여줘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고 비로소 아내는 안심하고 떠났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아내의 영상을 틀어주었고, 아이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보고 또 봤습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에도, 초경을 하게 되었을 때도,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때에도 아이가 더 보여달라고 졸랐지만 아내의 유언대로 시기에 맞춰 보여주었습니다.


이외에도 17편의 단편이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청부살인 협동조합>에서 확인하세요.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오디오 드라마 원작 15편과 신작 5편을 함께 담았습니다. 글은 짧지만 뒤통수를 얼얼하게 쳤고, 그만큼 임팩트가 컸습니다. 짧은 내용 안에서 짜임새 있는 전개와 반전까지 있어 20편의 이야기가 전부 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글 양은 가볍지만, 그와 다르게 주제는 무거워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들입니다.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전부 인간의 욕심, 복수 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돌아보니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아무리 무서운 요괴나 외계인이 등장해도 현실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우리 주위에 있는 인간입니다. 그 사실을 이 책에서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끔 소설가는 글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업인가 하는 고민에 빠진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설은 단지 재밌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글을 주로 쓴다고 하지만, 이 책에 실린 20편의 단편들 중 메시지가 들어있지 않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었느냐, 그것도 전혀 아닙니다. 쉽게 읽히지만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단편들입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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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노블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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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일본 오사카부에서 출생한 저자는 일본 아이돌 그룹 NEWS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2012년 1월 "핑크와 그레이"를 발표해 작가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섬광 스크램블", "BURN", "우산을 들지 않은 개미들은", "튜버로즈에서 기다리고 있어"와 같은 히트작을 써 내려가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간된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었고, 최근 연극 각본가로 데뷔하는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뽐내고 있습니다. 2020년 제164회 나오키상과 2021년 서점대상에 노미네이트된 <얼터네이트>를 보겠습니다.



엔메이학원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있는 사립학교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니미 이루루는 24년을 이어온 일식 요리사인 아버지를 두고 있으며 요리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원포션'은 인터넷 동영상 배포 서비스 회사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기획된 방송으로 전국에서 선발된 요리 동아리 고등학생 열 팀이 우승의 자리를 다툽니다. 서류 심사와 오디션을 거친 본선 열 팀은 준결승에서 세 팀으로 추려 결승전에 나갑니다. 본선의 모든 대결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그 자리에서 지정되고, 주제가 주어집니다. 제한 시간 내에 요리를 만든 후 어떤 의도로 담아냈는지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합니다. 스토리텔링도 큰 평가 기준이라 각 팀이 어떻게 접근했는지가 볼 만한 대목 중 하나입니다. 2년 전 당시 부장이 재미 삼아 출전했는데 서류 심사에 통과해 2학년이던 다가 미오 선배를 팀원으로 골라 오디션에 나갔습니다. 주위의 예상을 뒤집고 합격해 본선에 진출되었고 요리 동아리는 교내에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그녀들의 선전에 학생들은 환호했습니다. 다음 부장이 된 미오 선배는 재도전을 했고 이루루가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결승전에서 아쉽게 졌고 3회째인 올해는 미오 선배에게 반해 요리 동아리에 입부한 야마기리 에미쿠와 함께 출전합니다. 학교 농구부가 전국대회에 처음 출전하게 되어 옥수수 주먹밥을 만들어 응원하러 간 니미는 그곳에서 작년 결승전에서 만난 에이세이 제1고등학교 미우라 에이지를 만납니다. 미우라는 니미를 만나러 엔메이학원에 찾아오며 호감을 표시합니다.


엔메이학원고등학교 1학년 반 나즈는 고등학생 한정 SNS 앱 '얼터네이트'에 빠졌습니다. 이 앱은 서로가 플로우를 보내서 커넥트되면 메시지 등의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서비스가 론칭된 5년 전엔 인기가 없었으나 실제로 이용한 유저들이 괜찮은 사람을 만났다는 입소문에 고등학생 대부분이 이 앱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얼터네이트엔 빅데이터 알고리즘 인터섹션 검색이 있는데 모든 유저에게 상성이 좋은 사람을 계산해서 숫자로 제시해 줍니다.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에 있는 자신의 정보를 전부 얼터네이트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면 얼터네이트가 갈수록 유저를 이해해서 보다 고도로 매치되는 사람을 찾아줍니다. 얼터네이트 주식회사에서 유전자 해석 서비스 앱과 연계해 새로운 인터섹션 검색 엔진 진 매치를 론칭합니다. 즉 자신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걸리기 쉬운 질병이나 혈통, 성격의 경향 등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반은 바로 이 서비스를 이용했고 검사 결과 자신과 92.3% 상성으로 맞은 가쓰라다 무우와 커넥트합니다.


다라오카 나오시는 아픈 엄마의 치료비로 생활이 궁핍했고 결국 6살에 엄마는 죽었습니다. 슬펐지만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덜 힘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겨내지 못했고 집에 틀어박혔습니다. 반 년 만에 아버지는 간신히 복직했으나 세 사람의 생활은 전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보다 못한 친할머니가 세 부자를 도우러 왔고 아버지는 월급이 많은 곳을 찾아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오시가 드럼에 흥미를 가진 것은 초등학생이 되었을 무렵으로 근처에 살고 있던 상가 주인인 마사오 아저씨의 영향입니다. 그는 가게 안에 드럼을 설치해서 혼자 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나오시는 하교할 때 들러서 종종 드럼을 배웠고 초등 3학년 같은 반이 된 안베 유타카가 기타를 친다는 말에 가게에 데리고 가서 함께 합주를 했습니다. 그 이후로 가게에서 당시 고등학생 밴드 '젠야'의 곡을 합주했습니다. 5학년 때 의사 집안인 유타카가 아버지를 따라 오사카에서 도쿄로 전학 간 뒤 헤어졌습니다. 나오시는 고등학교를 중퇴하며 얼터네이트에 로그인을 할 수 없었고 남동생에게 부탁해 그의 계정으로 유타카를 검색했습니다. 마침내 유타카의 계정을 발견했고 플로우했으나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만나러 그의 프로필에 적힌 엔메이학원고등학교에 무작정 왔습니다.


원포션 주최측에서 미우라 에이지와 만난다는 사실을 공개하라는 제안을 받은 니미 이루루, 높은 상성을 보인 가쓰라다 무우와 만난 반 나즈, 어릴 적 밴드 동료 안베 유타카를 만난 나오시는 어떻게 할지, <얼터네이트>에서 확인하세요.




또래들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얼터네이트 앱을 사용하지 않는 니미 이루루는 별종 취급을 받습니다. 여론에 호되게 당했기에 SNS를 이용하지 않기로 한 거죠. 니미는 자신의 마음을 흔든 남학생을 만나고 자신이 아닌 느낌이 드는 게 두렵습니다. 뭐가 어떻게 될지, 제어할 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요. 반면에 이 앱을 열렬히 신봉하는 반 나즈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해서 두 사람의 인간성의 어그러진 부분조차 딱 들어맞는, 그 사람 말고는 없다고 여겨지는 상대를 만나기 위해 앱에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유전자 검사까지 해서 92.3%의 매칭으로 남학생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만난 이후로 얼터네이트에 배신당한 듯한 감각과 온전하게 믿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는 감각이 생깁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옛 밴드 동료를 만나러 도쿄로 올라온 다라오카 나오시는 음악을 관두었지만 자신을 응원한다는 친구의 말을 듣습니다. 다시 아르바이트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그를 걱정하는 남동생과 할머니의 말을 듣고 밖을 나갑니다.


<얼터네이트>의 세 주인공에게 고등학생 한정 SNS 얼터네이트는 각각 다르게 다가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은 이루루는 앱을 이용하지 않고, SNS를 신봉하는 나즈는 앱에 의문이 생기고, 고등학교를 자퇴해 앱을 이용하지 못해 친구를 찾기도 힘든 나오시는 앱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다 좋을 수도, 다 나쁠 수도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도 잘못된 선택임을 알면서도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행동합니다. 또한 그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나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청소년이라고 잘못된 선택을 어른보다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겪게 되는 힘든 일로 단단해진 내면의 힘이 어른의 시기를 조금 덜 다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입니다. 세 주인공이 느낀 것들이 큰 자양분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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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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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센트럴 캘리포니아에서 자랐고 지금은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 살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민속학을 섞어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를 지어 그림책과 소설로 풀고 있습니다. 첫 작품 "루페 웡은 춤추지 않아"는 태평양북서부서점협회상과 푸라 벨프레 명예상을 받았으며, 두 번째 작품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2022년 뉴베리 대상과 푸라 벨프레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일주일 전 태양면 폭발로 혜성의 궤도가 바뀌면서 지구에 충돌할 예정입니다. 그전까지 근처 우주로의 시험 비행만 성공했지, 멀리 간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혜성 충돌이 예상되어 멸망할 지구에서 선발된 인원들이 세 개의 우주선에 탑승합니다. 주인공 13살 페트라 페냐도 식물학자와 지질학자의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탑승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늘 그녀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할머니는 지구의 마지막 모습을 본다며 남아 있습니다. 우주선의 도착지는 태양계 밖 세이건이라는 행성입니다.


선발된 인원은 냉동 캡슐에서 잠을 자고 모니터 요원들이 관리하는 가운데 400여 년 후에 깨어날 예정입니다. 선택된 사람들이 의식 없이 여행하는 동안 '다운로드 가능한 지식(엔 코그니토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를 하고, 페트라는 식물학, 지질학 기본과목에 신화학과 민속학을 선택과목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식물학과 지질학만 확인이 되었고, 캡슐 작동을 하던 중 우주선에 타지 못한 사람들의 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 우주선은 출발했고 페트라는 잠들지 않고 정신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석 모니터 요원이 정치인과 대통령 없이 새롭게 시작할 기회라며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다며 담당 요원 벤에게 하는 말을요. 수석 모니터 요원의 말이 페트라의 머릿속에 자꾸 맴돕니다. 일치란 말을 듣고 부모님이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를 압니다. 저들이 원하는 것 때문에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얻기 위해 저들이 하려는 방식 때문에 아빠는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일부가 우주선에 탔습니다.


'나는 제타1, 식물학 및 지질학 전문가. 나는 콜렉티브에 봉사하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같은 메시지가 반복해서 재생됩니다. 누군가가 페트라를 깨웁니다. 하지만 '내 이름은 페트라 페냐. 우리는 2061년 7월 28일에 지구를 떠나왔다. 콜렉티브는 우리의 엔 코그니토 프로그램을 모두 지우려 했다. 벤은 나와 내 기억을 구하려고 노력했다.'를 기억합니다. 분명 잠들기 전에 10개가 넘는 캡슐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타1인 페트라 외에 3명의 어린이(제타 2, 3, 4)만 남았습니다. 우리를 깨운 사람들은 투명한 피부 아래 혈관과 힘줄이 엮여 있으며, 유난히 짙은 광대뼈와 라일락색 입술은 두툼하고, 눈은 너무 옅어 모세혈관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입니다. 페트라는 부모님과 동생을 찾을 때까지, 콜렉티브가 원하는 행동을 하기로 합니다.


페트라는 부모님과 동생을 찾을지, 콜렉티브에게서 어떻게 벗어날지 자세한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에서 확인하세요.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콜렉티브의 음모에 맞선 13살 소녀 페트라 페냐의 모험을 그립니다. 혜성과 충돌 예정인 지구를 떠나 태양계 밖 세이건이란 행성에 도착한 페트라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콜렉티브의 세뇌에 당하지 않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합니다. 그녀는 잠들지 못한 자신보다 어린 동료들을 위해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해 이야기 전달자가 되기로 합니다.


평등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평등하기 위해 모든 것을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문화, 외모, 지식에서 차이가 없으면 차별이 없고, 그래야만 평화가 이뤄질 거란 생각은 정말 위험합니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희생은 불가피하고, 다른 생각은 용납이 되지 않는 책 속 콜렉티브의 모습에 전체주의가 연상됩니다. 전쟁도 없고 기아도 없다는 그들의 말은 그것을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가 언급되지 않습니다. 또한 누가 정한 지도 모르는 한 가지 목표는 이루기 위해 단합과 동지애, 일치만을 강요합니다. 콜렉티브의 이상처럼 모두가 똑같은 모습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처럼 사람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각기 다른 상상력으로 다채로운 문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마다 다른 상상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이야기'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이 책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등은 좋은 거야.

하지만 평등과 일치는 각기 다른 거라고.

사람들은 이따금 그게 진짜 무슨 뜻인지

제대로 생각해 보지도 않고 말을 한다니까…… (p.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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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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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인 저자는 1973년 일본 야마가타현에서 태어났습니다. 2008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달팽이 식당>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베트남어 등으로 번역 출간돼 누적 100만 부 이상 발행하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2010년 동명의 영화가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고 2011년 이탈리아의 프레미오 반카렐라, 2013년 프랑스의 외제니 브라이제 등 유력 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저자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습니다. "라이온의 간식", "츠바키 문구점", "패밀리 트리", "양식당 오가와" 등을 썼습니다. 그럼 10여 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된 <달팽이 식당>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린코가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무도 없는 빈집이 되었습니다. 텔레비전도 세탁기도 냉장고도 형광등도 커튼도 현관 매트도 주방 도구도 모조리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15살에 엄마와 살던 집을 떠나 도시에 있는 외할머니 집에서 함께 지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의기소침해 있던 차에 아르바이트하던 음식점 옆 인도 음식점에서 일하던 인도 사람인 남자 친구와 사귀게 되었고, 이곳은 그와 3년째 같이 살던 보금자리였는데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할머니의 소중한 유품인 겨된장과 바구니만 남긴 채로요. 남은 돈을 털어 심야 고속버스 표를 사서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젯밤 텅 빈 집의 문을 연 순간부터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치 음량을 0으로 둔 것처럼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조금 놀랐지만 슬프지 않았고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잘 되었다고 린코는 생각했습니다. 이제 자신에게만 들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합니다.


엄마의 비상금을 발견해 그 돈을 갖고 도망쳐서 한 번 더 어딘가 낯선 지방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랬는데 엄마가 키우는 돼지가 린코에게 달려들어서 엄마가 알았습니다. 계획은 무산되었고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대신에 돼지 엘메스를 돌봐야 한답니다. 하지만 식비, 난방비, 월세 등은 별도로 내야 하니 린코는 일을 구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던 차에 이 집 창고를 빌려 작은 식당을 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린코는 요리라면 잘할 수 있고 자신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레시피들은 모두 린코의 혀에 남아 있습니다. 다양한 음식점에서 쌓아온 경험도 린코의 몸과 피, 살, 손톱 사이에 나이테처럼 새겨졌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창고를 빌려달라고 했고 엄마는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글을 남깁니다. 창업 자금은 엄마에게 높은 이자로 빌렸고 이제 린코는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시키기로 합니다.


린코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임시 직원이었던 동네 사람 구마 씨가 자신의 일처럼 지원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비밀 동굴 같은 장소를 만들기 위해 한 달 정도 작업을 했고 식당 열 준비는 끝났습니다. '달팽이 식당'으로 이름을 정하고, 하루 한 팀만 예약을 받는 식당으로 운영합니다. 식당을 도와준 구마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물었고, 그는 딸을 데리고 떠난 아내가 해준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린코는 그녀의 카레를 구현해내려고 하다가 포기하고 자신만의 카레를 만들기로 합니다. 마음속으로 무릎을 꿇고 부디 무사히 맛있는 카레를 만들도록 도와달라며 요리의 신에게 기도를 합니다. 린코가 만든 석류 카레를 맛본 구마 씨는 처음 먹어본 카레라며 극찬을 했고, 다음 날 딸과 도시로 나갔던 구마 씨의 아내가 기적처럼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그녀는 두고 간 물건을 찾으러 돌아온 것뿐이라지만 구마 씨는 이 모든 것이 석류 카레 덕분이라고 연신 린코에게 고맙다고 합니다. 이후 구마 씨는 일 년 내내 상복을 입고 지내는 옆집 할머니를 모시고 와 린코의 음식을 맛보게 했고, 할머니는 상복이 아닌 옷을 입고 외출하고 지팡이도 짚지 않고 걸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구마 씨는 할머니가 몹시 행복해했다며, 이 모든 것은 이곳에서 린코의 요리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달팽이 식당의 요리를 먹으면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그럴듯한 소문이 조금씩 이 마을 저 마을 사람들에게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식당을 다녀간 손님들의 이야기를 <달팽이 식당>에서 확인하세요.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니 동거하던 남자친구와 함께 살던 집이 텅 비었습니다. 그와 함께 식당을 차리려고 모아 둔 돈과 집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가져가고, 집 열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은 주인공 린코는 10년 만에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떠난 뒤로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고향엔 엄마와 반려동물 돼지가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린코에게 숙박비를 내라고 하고, 요리가 자신 있었던 그녀는 엄마에게 돈을 빌려 '달팽이 식당'을 차립니다. <달팽이 식당>은 특이한 곳입니다. 한적한 시골에 하루에 한 팀만 손님을 받습니다. 메뉴판도 없고 식당 주인이자 요리사인 린코가 사전 면담이나 상담을 한 후 손님의 사연에 맞는 음식을 만듭니다. 식재료부터 하나하나 혼을 담아 정성껏 요리를 합니다. 이렇게 먹는 사람의 행복을 빌며 요리를 만들어서인지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납니다.


개정판인 이 책에는 원작에 잠시 언급된 남자 커플의 이야기를 새롭게 실었습니다. <달팽이 식당>같은 느낌의 식당을 미디어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일반 식당이나 프랜차이즈 식당과 다르게 요리 하나에도 시간과 정성을 쏟는 곳이다 보니 먹는 사람도 빨리 먹어선 안 되겠더라고요. 한 입 한 입, 정성껏 씹어 그 맛을 음미해야 만드는 분의 정성에 보답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전 빨리 대충 먹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곳의 음식을 보면 너무 과한 게 아닌가 했습니다. 하지만 린코가 먹는 이의 행복을 빌면서 요리한다는 글에 주부인 난 그동안 이런 생각으로 음식을 요리한 적이 있었나 반성하게 됩니다. 먹으며 행복한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요리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제 절대 돌아오지 않는 것.

하지만 이렇게 언제까지나 남아 있는 것.

그리고 이 세상에는 앞으로 끈기 있게 찾다 보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잠들어 있다. (p. 265)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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