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 산책길에 만난 냥도리 인문학
박순찬 그림, 박홍순 글 / 비아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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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이 박순찬 씨는 대학에서 천문학과 건축학을 전공했습니다. 1995년부터 2021년까지 '경향신문'에 시사만화를 26년간 연재했으며, 2013년 "나는 99%다"로 부천만화대상 우수만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집트 여행 중에 만난 길고양이에게서 영감을 얻은 '냥도리'라는 캐릭터를 SNS에 올리다가 냥도리를 주인공으로 한 책을 내는 데 이어졌습니다. 글쓴이 박홍순 씨는 청년 시절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면서 겪은 6년여 수형 생활 중에 만난 '장자'를 계기로 동서양의 고전을 섭렵했습니다.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면서 어떻게 인문학이 독자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두 분이 함께 펴낸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를 보겠습니다.



처음 등장한 인물은 다 아는 분입니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로 유명한 소크라테스입니다. 이 분을 두 얼굴을 가진 철학자로 한 줄 정리했습니다. 철학의 새 지평을 연 위대한 철학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여론과 다수 중심의 민주주의에 분개해 다수결에 반대한 인물입니다. 그는 분별력 있는 한 사람을 따르라고 하며, 정신적으로 뛰어난 소수에게서 진리의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민주정에 반대하는 쿠데타가 몇 차례 일어났고 소크라테스는 신성모독죄와 젊은 세대들을 타락시킨 죄로 기소당했습니다.


동양 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 공자는 백성을 보살피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배움과 성찰에 대한 많은 말을 남겼습니다. 이익보다 가치 중심의 삶을 살아야 하고, 중용을 통해 조화를 이루라고 했으나 백성을 통치 대상으로 보았고, 형식과 절차에 집착해 실질적인 내용이 뒤로 밀린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상대성과 다양성을 부정하고, 인간적 욕구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했고, 각자가 신분에 맞는 규칙에 따라야 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근·현대의 가장 중요한 사회 이론인 사회계약을 말한 장 자크 루소는 국가는 억압의 산물이며 사회계약에 의해 사회질서가 확립된다고 보았습니다. 정의로운 사회계약을 위해 모든 개인은 의무만큼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즉 의무와 권리가 일치할 때 공평하고 자유로운 계약이 성립합니다. 만약 개인에게 정의롭지 못한 사회계약은 다시 맺을 권리가 있으므로 근대와 현대사회의 주권 개념을 확립했습니다.


노동자를 역사의 주인으로 세운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역사의 최종 단계로 보지 않았습니다. 인류가 겪는 변화의 한 과정일 뿐이라며 생산 수단 사적 소유의 본질을 밝혔습니다. 또한 자본주의는 노동 착취로 유지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대 양자역학을 대표하는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오늘날 양자역학의 근원이 되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제창했고 이에 대한 공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는 전자가 존재할 시간과 장소를 확률로 표시할 수 있을 뿐이라며 자연이 필연성의 세계라는 전통적인 결정론이 무너졌습니다. 이렇게 뉴턴 물리학의 예측 가능성은 설자리를 잃었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했습니다.




역사는 떼어놓고 보면 개별 사건의 집합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뚜렷한 흐름이 있습니다. 이 흐름의 방향을 책에서는 '시대정신'이라 부르는데, 겉으로 드러난 개별 사건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사건과 사건의 연결고리를 잡고, 나아가 우연을 넘어선 동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 시대에 스며들어 있는 정신을 읽어야 합니다. 이렇게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만든 인간들을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는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시대를 나눴고, 총 15분을 소개합니다. 각 시대의 주요 정신을 개척하고 완성한 인물들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이들이 가진 어떤 배경으로 이렇게 생각했으며, 이들이 가진 문제의식은 무엇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삶의 개요를 보면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핵심만 짚어 설명하고 요약한 이 책으로 흥미가 생긴다면, 이 인물들의 저작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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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 SF 앤솔러지
고호관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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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제2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한 고호관, 2017년 제4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곽유진, 2018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백상,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가작을 수상한 김정혜진, 2018년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한 남유하, 2017년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한 문이소, 2010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지혁, 제2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대상을 수상한 박문영, 2019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을 박해울, 2021년 제8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연여름, 제2회 문윤성문학상 장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유진상, 2019년 제4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경희, 2018년 및 2020년 SF 어워드 중단편소설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이산화, 2012년 제1회 문학동네대학소설상으로 등단한 이종산, 2021년 제1회 포스텍 SF 어워드로 등단한 이하진, 2007년에 데뷔한 전혜진,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소설집을 펴낸 정소연, 2005년 과학기술 창작문예 아동문학부문에 당선한 정재은, 2021년 제8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황모과, 이렇게 20인의 소설가의 작품이 모인 SF 앤솔러지,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를 보겠습니다.



고호관 작가의 '그 어떤 존재'는 첫 번째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태양계 외부에서 온 I8/바가반디, 라마는 외계의 인공 물체일 가능성이 매우 컸습니다. 금성을 지날 무렵 빛을 발한 것으로 보아 태양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시도라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여러 가지 파장의 신호를 보내자 라마가 궤도를 틀더니 지구로 향했고 셋으로 나뉘어 정지궤도 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람들은 마이크로파 주파수에 1, 2, 3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보냈습니다. 그러자 같은 주파수로 첫 번째 외계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1, 2, 3이라는 간단한 송신과 비교해 답신은 상당히 길었고, 이를 분석하기 위해 수많은 컴퓨터가 동원되었습니다. 분석에 진전이 없자 똑같이 1, 2, 3을 보냈고 또다시 답신이 왔는데, 그 신호는 앞서 온 것과 달랐습니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방대한 외계 신호는 점점 쌓이고 있었습니다. 여러 인공지능 컴퓨터도 이 공개 데이터를 해독하는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최신 인공신경망과 기계학습 기반의 에아는 라마의 신호를 학습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에아는 모두 학습했고, 라마가 보낸 신호에 에아가 유일하게 라마와 마찬가지로 6차원 배열로 이루어진 답을 내놓았습니다. 에아의 신호는 전송되었고, 곧 둘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신호는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인간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에아의 말은 더 알아듣기 어렵게 변했습니다. 라마는 떠나기 직전까지 에아와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았지만 인간은 끝내 직접 라마와 유의미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에아를 통해서도 어떤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읽은 "모래도시 속 인형들"의 작가인 이경희의 단편도 있어서 반갑게 읽었습니다. 사람을 원자 단위로 분해해서 먼 곳까지 초고속으로 이동시키는 제품을 만든 회사의 CEO 나도영은 대중들 앞에서 직접 시연을 했습니다. 제품은 성공적이었지만 염라국 차사 업무 시행규칙에서 신체의 일부 또는 전부가 분리되어 생명활동이 중단되었기에 사망으로 보고 나도영은 저승세계로 왔답니다. 1초 만에 원래대로 다시 붙였지만 1초 동안 분리되었기에 그 순간에 사망한 것이라는 담당자 말에 납득이 가지 않았고 이의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텔레포트 장치를 사용할 때마다 죽은 것으로 보고 저승 세계로 데리고 와서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사망자들이 수십 명이 됩니다. 재판은 완전히 사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기다리다 보니 어떤 도영이 피 묻은 칼을 들고 오열하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하진의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는 갑자기 점점 줄어드는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되어 가는 모습을 그린 단편입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원인도 규명하지 못했던 중력이 갑자기 약해집니다. 몸무게가 줄어들고, 바닷물이 하늘로 올라가고, 마찰력도 줄어들어 사고가 빈번해집니다. 그러다 요요처럼 태양 주위를 돌던 지구가 중력이 약해지면서 본래의 공전궤도를 이탈해 우주로 갑니다. 생명가능지대를 벗어나면서 지구 온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대기 속 가벼운 원자는 우주로 날아갑니다. 모든 것을 품었던 중력은 이제 모든 것을 놓아주려 합니다. 더 이상 태양빛은 따스하지 않았으며 공기는 포근하지 않았고 지구는 안락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의 '통역'도 실려있습니다. "저주토끼"를 아직 읽지 못해 궁금하던 차에 이 분의 글을 읽게 되어 더욱 기뻤습니다. 그들은 시간과 차원을 넘어 다니며 계속 이동하는 방식으로 존재했습니다. 이동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했고, 먼 차원일수록, 여러 번 이동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종류의 물질적인 유휴 자원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을 오래전부터 발전시켰습니다. 지구는 유휴자원으로 넘쳐나고 있어서 그들은 지구로 왔습니다. 지구인에게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그들에게는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유휴 자원이라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그들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들의 설계에 따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계를 만들어내고 그들의 요청에 맞춰 그들이 작업할 수 있도록 쓰레기장 한가운데 공장을 지었습니다. 그들은 기계를 돌렸고 쓰레기를 사라지게 해주었고 그 대가로 쓰레기에서 전환해낸 에너지를 가져갔습니다. 그들 덕분에 지구는, 땅은, 인간은 그만큼 조금씩 더 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한 세대씩 찾아왔고, 이동하기 충분한 에너지를 비축하고 나면 떠났고, 다음 세대가 찾아와서 작업을 이어받았습니다. 주인공 나는 그들의 언어를 배웠고 인간인 공장 사장의 아버지 유령을 없앤 일로 고소가 들어와 통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민족·시대·장르별로 수집한 짧은 명시 또는 명문의 선집을 앤솔러지라 칭하고 보통은 여러 작가의 글 혹은 한 작가의 다양한 글을 모아 펴낸 책을 일컫습니다. 한 권의 책에 여러 작가들의 글을 실었기에 다양한 글을 읽는 재미가 좋고, 한 작가의 단편집은 단편마다 작가의 다양한 세계관에 놀라며 읽게 됩니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는 20인의 작가의 단편을 실었습니다. 10명 이하의 장르 단편집을 읽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방대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장르 단편집은 처음 접했고, 처음 읽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월간 '현대문학' 2022년 7월 호에 10편, 8월 호에 10편씩 실렸던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2022년 여름 장르 특집 작품들입니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에서도 기획하기 힘든 장르 작가 20명의 글을 한곳에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장르문학상과 여러 작품을 낸 작가들의 최신 작품이라는 사실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한 달에 매일 한 가지씩 먹을 수 있다는 아이스크림 브랜드처럼 매일 다른 느낌의 장르 단편을 읽을 수 있다는 색다른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단편마다 재미있기에, 이 책을 읽는 즐거운 경험을 누려보길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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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 - 유물의 표정을 밝히는 보존과학의 세계
신은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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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관리학과를 진학하면서 역사 속에 담긴 우리 문화의 실재에 다가간 저자는 졸업 후 박물관에서 보존 처리 업무를 담당하며 '문화재 보존과학'이라는 분야에 빠져들었습니다. 문화재에 담긴 삶과 정신을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에 담았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늘 사랑받는 금은 신라에서 황금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경주 '금관총' 금관을 비롯한 황금 유물이 출토되면서부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대 금관은 14점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중 10점이 한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제품은 고대 사회의 성격과 문화를 규명할 수 있는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금제품의 순도를 분석하고 형태와 제작 기법을 연구하면 당시의 기술 수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금으로 만들어진 물건은 사용하다가 본래 기능을 상실하더라도 버리지 않고 녹여서 다른 형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변하지 않는 가치와 희소성으로 인해 금은 꾸준히 사용되었습니다.


1966년 경주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본으로 751년 간행되었습니다. 이 경전은 도굴꾼이 탑 내의 사리함을 노리고 석탑을 들어 올렸으나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습기와 해충 피해로 원형이 많이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이에 1988년 대대적인 보존 처리 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신라의 목판 인쇄술 기술은 고려로 이어졌습니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가 융성하면서 사찰에서 불교 서적의 간행이 활발해졌습니다. 고종 19년(1232) 몽골의 침략으로 만 권에 달하는 대장경이 모두 불타버리고 국난을 부처의 힘으로 이기고자 다시 대장경을 조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장 16년에 걸쳐 81,258판의 대장경이 조판되었는데 이것이 '팔만대장경'입니다. 팔만대장경은 송과 거란의 대장경을 대조·교정하여 만들어 동양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탈자가 거의 없는 완벽한 대장경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의 '장경각' 판전 또한 선조들의 기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습한 대기 환경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건조한 대기 환경에서 수분을 방출하여 목재의 변형을 막게 했습니다. 과거로부터 축적된 목판 인쇄 기술과 금속 공예 기술은 '금속활자'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박물관은 역사적인 사실과 흔적이 담긴 문화유산을 수집하여 연구·보존하고 전시를 통해 이를 알리고 교육하는 기능을 수행해왔습니다.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느끼기보다는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앞에 박물관은 문을 잠시 잠가야 했습니다. 이전에도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과학 기술을 접목한 결과물을 선보이긴 했지만, 반강제적으로 문을 닫게 된 현실에서 박물관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또한 디지털 실감 영상관 등의 실감 콘텐츠, loT를 이용한 방재 시스템, 3D 스캔을 통한 복원과 전시에 힘을 기울이고 있고, 중요무형문화재의 원형을 보존·계승하기 위해 영상물로 제작하거나 장인들의 전시가 공연을 계획하거나 직접 배워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박물관에 있는 문화유산을 보면 역사 순으로 전시되어 있고, 역사도 시대순으로 배웁니다. 하지만 과학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재료가 보입니다.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은 '금속/토기,도자기,유리/목재/지류,직물,회화,벽화,보존환경/석조'로 재료로 구분해서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설명합니다. 문명의 탄생과 발전의 중심에는 '재료'가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이용하는' 삶에서 '만드는' 삶으로의 전환은 미래를 꿈꾸게 하였고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역사서나 문화유산 등을 통해 비어있는 부분을 퍼즐 조각 맞추듯 찾아가는 과정이 '역사'라고 한다면 '보존과학'은 그 과정에서 퍼즐 조각의 진짜 위치를 확인하는 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보존과학은 오랜 시간 먼지 아래 숨어있는 본래의 가치와 의미가 드러나게 하는 분야입니다. 그렇기에 보존과학은 현재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과학 기술과 함께 진일보하기에 미래의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될수록 사라져버린 시간과 공간을 보여주는 보존과학을 통해 문화유산에서 느껴지는 선조들의 생각이 지금의 나와 우리를 이어주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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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정온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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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저자는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작가가 되어 쓰고 싶은 글을 계속 쓰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이미예 작가가 추천하고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인 <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를 보겠습니다.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면서 인공지능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는 계층과 그 정보를 이용하는 계층으로 나뉘고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노력해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거나, 알 수 없는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로 매년, 매달 자살률은 치솟기만 했습니다. 차마 세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죽음 중,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았던 40대 여성 이지은이라는 한 개인의 죽음이 준비된 법령에 이름을 가져올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지은의 죽음 직후 대한민국에서는 자살 방지법, 속칭 '이지은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로써 자살은 도의적 측면으로 볼 때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엄격한 금기 사항이 된 것입니다. 스스로 죽기를 선택한 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재판을 받습니다. 그리고 재판 결과에 따라 치료 보호에서 징역형까지 양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일주일에 20시간 이상 정부가 지정한 단순노동을 해야 합니다. 이지은 법이 처음 입법 예고되던 날 사람들은 그래봤자 죽으면 끝이 아니냐고 생각했으나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뿐 아니라 죽음 자체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비밀리에 개발 중이던 타임머신이 국내에서 가장 먼저 완성되었고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은 30분 전이 최대였습니다. 그러나 수십 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3시간까지 시간을 늘린 정부는 비밀리에 국제 및 국내 정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미한 범위 내, 공익적 목적에 한하여 타임머신을 사용할 것을 약속하고 국제기구와 협상을 완료했습니다. 일급 기밀 사항이라는 명목하에 타임머신은 자살로 인한 사망자를 구조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해당 업무를 관리하는 생명보호처는 비밀리에 업무를 수행하는 팀의 이름을 '자살 예방 TF팀'으로 명명하였고 이지은의 딸 이회영, 자신이 보험 사기라고 판단한 사고 환자가 억울하다며 자살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온 남연우 팀장, 중학교 절친이 입시 스트레스로 자살하고 친구 몫까지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희태가 이 팀의 일원입니다.


이회영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엄마의 가장 친했던 친구이자 생명보호처의 상사인 임 처장님이 상자를 주었습니다. 당시 스마트워치의 유행이 사그라든 시기였기에 일반 시계와 다르다는 이야기에도 감흥이 없었습니다. 시계를 차자 자신을 D-110이며 편하게 D라고 불러달라는 음성이 들립니다. 평소 아날로그시계로 위장한 D는 내가 일어나면서 잠들 때까지 비서 역할을 합니다. 이회영은 D의 기능이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2030년인 지금 대한민국은 미세 먼지를 공기 중에서 깨끗한 정수로 바꾸어 내리게 하는 화학물질이 개발되어 드론을 이용해 매일 밤 하늘에 흩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정 이후에는 항상 옅은 비가 내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깨끗한 공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회영은 엄마가 죽은 이후 3년 동안 같은 엄마가 나오는 꿈을 반복해서 꿉니다. 그런 회영의 모습에 걱정이 된 임 처장님이 이 자리를 제안했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남 팀장님 자리 너머 벽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있습니다. 업무에 없어서는 안 되는 구조 알림판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구조 대상자가 선정되면 이 모니터에 사고 현장의 정보가 나타납니다. 또한 즉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대상자의 프로필 등이 전송됩니다. 그렇게 알람이 오면 3명의 팀원은 하드웨어, 즉 안경처럼 착용하는 타임머신을 끼고, 현장에 출동에 사망 추정 시각을 감식 요원에게 들은 후에 해당 시간으로 시간 여행을 합니다. 그리고 자살 수배범으로 체포하고, 법의 처분에 맡깁니다. 그런데 어느 날 D가 하드웨어 타임 리프 가능 기간이 10년 전까지 설정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회영은 하드웨어를 다시 착용하고 엄마가 죽었던 그 시간으로 시간 여행을 합니다. 하드웨어를 타고 다시 돌아간 곳에서, 열린 문으로 들어간 그곳은 회영이 매일 꾸는 악몽 속입니다. 하드웨어 사용 승인 이전에 발생한 자살은 막을 수가 없도록 법제화되어 있어 시스템에서 그 장소를 막았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꿈같은 상태로 보인답니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를 했으나 회영은 엄마를 구할 수 없었고 구조가 끝날 때마다 남몰래 하드웨어를 이용해 홀로 도피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찾았습니다. 세상을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고 돌아올 수 있으면서도 위안이 되는 그 순간을요.


회영은 허가받지 않는 시간 여행을 계속하는데, 과연 들키지 않을 것인지, 회영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에서 확인하세요.




자살방지법이 제정된 미래의 대한민국이 배경이 된 <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를 읽으며 자살이 법의 재판을 받아야 할 죄가 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살한 사람들의 지인들은 그의 죽음에서 오는 감정들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고 나쁜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자살을 막고 재판을 한다고 해서 자살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엔 회의가 듭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주변과의 단절이라고 들었습니다. 그에게 요즘 어떤지, 괜찮은지 물어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 사각(死角) 지대가 관심이나 영향에 미치지 못하는 곳을 이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한자어처럼 죽을 수 있는, 그 정도로 심각한 것을 이르는 말임을 유념하고 내 주변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나를 위해 시간과 마음을 써주는 사람들이

아직 이곳에 있기에

그리고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라도

더는 도망치며 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나를 위해서는 현재의 내가 바뀌어야 한다. (p. 240)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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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이라는 신화 - 인류를 현혹한 최악의 거짓말
로버트 월드 서스먼 지음, 김승진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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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의 행동과 인간의 진화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저자는 1972년 듀크대학에서 인류학 박사를 받은 뒤 1973년부터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학 인류학과 교수로 40년 넘게 재직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의 행동과 생태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해, 영장류와 인간의 기원, 인종 개념과 인종주의의 역사 등으로 관심사가 확대되었으며, 인종의 문화적 개념을 고찰함으로써 우생학 운동을 비판하고 인종 간 차이에 생물학적 기반이 없다는 과학계의 합의를 일구는 데 인류학자로서 기여했습니다. 미국과학진흥협회는 2018년부터 학문적 기여가 큰 인류학자에게 저자의 이름을 딴 로버트 W. 서스먼 인류학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인종이라는 신화>를 보겠습니다.



발생학자 아우구스트 바이스만은 자신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바이스만은 '생식세포'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없으며 변화되지 않은 채로 다음 세대에 전승된다고 주장했습니다. 20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바이스만의 실험은 당시 재발견된 멘델의 유전 이론과 맞물려서, 그리고 인간 삶에 유전이 차지하는 역할에 두드러지게 무게가 실리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우생학이라는 용어와 우생학 운동은 모두 프랜시스 골턴에서 나왔는데, 골턴은 찰스 다윈의 배다른 사촌으로 여러 분야에 기여했으며 기사 작위도 받았습니다. 골턴은 1883년에 '태생이 좋은'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가져왔으며 인간 종의 개량을 위한 체계적인 육종이 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한 목표라고 보았습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오고 사회적 다윈주의가 인기를 끌면서 지배층 인사들이 인간 행위의 생물학적 결정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멘델 유전학의 재발견은 이런 견해를 한층 더 강화했습니다.


그렇게 맹위를 떨친 우생학은 보아스의 인류학적 문화 개념과 패러다임의 변화, 이주민의 증가와 사회와 문화의 변화로 인해 그 영향이 감소했지만, 1937년 3월 드레이퍼가 세운 '파이오니어 재단'은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고 생물학적 결정론과 우생학을 촉진하는 프로젝트에 주요 자금원이 됩니다. 설립 당시 파이오니어 재단이 외부에 표방한 목표는 최초의 13개 주를 건설한 사람들의 후손인 부모들에게 자녀 교육비를 지원하고, 인간 유전 및 인간 우생학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21세기까지 파이오니어 재단이 후원하고 추진한 여러 프로젝트들을 소개합니다.


파이오니어 재단은 미국 전역에서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입니다.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사람들이 흑인의 본성이 백인과 상이하며 그들이 열등한 것은 유전 때문이지 환경 때문이 아니라고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이민 제한 법제화에 힘을 쏟고, 인종주의적 프로파간다를 지속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체들을 지원합니다. 파이어니어 재단, 새로운 세기 재단, FAIR 같은 조직들은 오랜 인종주의 이론을 성공적으로 대중의 눈과 마음에 밀어 넣었고, 20세기 초의 우생학 운동이 추구했던 목적을 지금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드레이퍼 중령은 새로운 편견의 세대에 유산을 남겼습니다. 이들은 미국을 완전히 뒤집어서 인종주의적인 사회로 만들려는 시도에서는 실패했지만, 500년간 이어진 혐오와 불관용의 전쟁에서 이기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종주의는 우리 일상에 속속들이 스며 있습니다. 내가 어디에 사는지, 어느 학교를 가는지, 어떤 직장이나 직업에 종사하는지, 누구와 상호작용을 하는지, 사람들이 나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의료 시스템과 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나를 대하는지 등등 모두가 내 인종이 무엇인지에 영향을 받습니다. 지난 500년 동안 우리는 인종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특정한 방식을 학습해 왔습니다. 우리는 인종주의적인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은 인종주의적 구조가 실제에 토대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복잡성이 높은 인간 행동 중 흔히 '인종적' 특징이라고 여겨지는 것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밝혀진 행동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500년 동안 많은 지식인들과 그들이 내놓은 저술들이 인종주의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인종이라는 신화>에서 서유럽과 미국에서 인종주의적 사고가 갖는 역사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인종주의와 인종 개념에 대한 역사를 바로 알면, 오늘날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미래에 어디로 가야 할지도 더 잘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인종이 생물학적 실재는 아니지만 문화적 실재임에는 명확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르지만 주된 차이는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 문화 때문이지 불변하다고 하는 모호한 생물학적, 유전적 차이 때문이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종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역사를 알아야만 모든 사람들이 인종과 문화에 관계없이 대우받는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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