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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지다정 외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평생을 일상의 변두리에 시치미를 떼고 앉은 수상함을 발견해 내는 재미로 살아온 지다정 작가, 네이버 웹툰 "버퍼링"으로 창작 활동을 시작했고 2023년 대한민국 과학소재 스토리 공모전에서 "잊혀진 아이"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최홍준 작가, 독립출판 소설집 "자기만의 방"을 낸 김지나 작가, 미스터리 장편소설 "심야마장"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황금가지 SF 공모전에서 "자애의 빛"으로 우수상 등을 수상한 이건해 작가, 현실의 시름을 잊게 하는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이하서 작가가 쓴 <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돈까스 망치 동충하초'는 같은 학과를 졸업한 사라 언니의 신혼집에 이혼 후 실거주 2년을 채우기 위해 주인공이 이사 오면서 시작합니다. 강남 부잣집 전문 부동산 중개인인 친구 소영의 소개로 갓난아이 리슬과 함께 이곳에 온 첫날부터 주인공은 소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영에게 이야기하자 사라 언니도 안방에 뭔가 있다고 하며 앓았고, 유산도 했답니다. 그래서 양쪽 집안은 그녀와 비슷한 나이대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을 살게 해보자고 했고 주인공은 월세로도 엄두를 못 낼 이 집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30년 전쯤 좀비 바이러스가 발발했지만 과학자들의 연구로 관리 가능한 감염병 수준으로 격하된 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좀비 바이러스를 인류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졌는데, 냉동인간 대체재로 좀비화 인간을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과학자 출신 사업가 대니얼 고는 좀비화 서비스의 이용자를 모집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손을 잡았습니다. 나라 재정으로 연명하고 있는 빈곤층 노인들에게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좀비화 인간 되기가 권유되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좀비화 인간이 되는 노인도 있었는데, 대부분 자녀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게 싫었기 때문입니다. 진욱의 아버지도 그랬고, 진욱의 가족은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치료제 개발은 실패했고 좀비로 변한 사람들에게 탈출구는 없었습니다.
이상한 소리의 정체는 무엇이며, 좀비로 변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지, 이외에도 '청소의 신', '장어는 어디로 가고 어디서 오는가', '톡'의 자세한 이야기는 <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에서 확인하세요.
아무도 살지 않는 아래층에서 매일 똑같은 시간에 들리는 소리의 정체를 알고자 하는 '돈까스 망치 동충하초', 야생 좀비 구역을 떠도는 노인의 이야기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직원 종수에게 많은 것을 위임했고 이후 CCTV로 확인하는 '청소의 신', 장어가 알을 낳는 곳을 추적하는 '장어는 어디로 가고 어디서 오는가', 수중류로 변한 인류와 잠수정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톡'까지 <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에는 5편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안전하게 지내야 할 공간인 아파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생명체를 마주한 호러소설입니다. 해충의 권위자가 이 괴물을 동충하초로 정의 내리는 순간, 이 기괴함은 익숙함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다고 친숙하진 않지만 알고 있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두려움이 줄어들었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입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선 이 사실을 무시하고 자본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합니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의 욕망이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고려장을 떠오릅니다. 고령화 시대에 맞물리며 좀비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미스터리도, 호러도 아니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힘들게 견디고 버틴 사람의 모습을 담담히 그립니다. 그가 떠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이유를 생각하게 합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생명과 존재의 비밀을 탐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줍니다. 과연 믿음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잠수정에서 살아가는 생존자들이 과연 생존한 것인지, 해양생물로 적응한 인류인 수중류가 진화한 것인지, 과연 인간다움은 무엇인지를 고심하게 합니다. 다섯 편의 단편들은 저마다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으며, 호러, 미스터리, 드라마, SF까지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 이야기를 풀어썼습니다. 내년의 수상작품집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