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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라는 착각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이정표
안호기 지음 / 들녘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이제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업가정신’과 정부 주도하에 이루어진 ‘수출 중심의 산업화 전략’이었다. 이를 통해 해외시장 개척 및 외국 자본 유치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2024년 기준 대한민국 행복지수 순위 143개국 중 52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20년 넘게 바뀌지 않고 있으며, 청소년 사망 원인 1위 또한 자살이다. 이 모순된 수치가 나오는 것은 ‘성장이 부족해서’일까? 내가 이번에 읽은 <성장이라는 착각>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성장 담론을 뿌리부터 재검토하는 책이다.
이 책은 현재 경향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호기 저자가 언론인으로서 30년 넘게 한국 사회를 적극적으로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GDP, 수출 실적, 기술 혁신 등으로 포장된 성장주의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자본의 논리가 어떻게 공동체와 인간의 삶을 파괴해왔는지 살핀다. 저자는 이제는 성장률이 아닌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성장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번영이 아니라 파편화된 삶이다.
이 책은 불평등, 기후 위기, 돌봄의 붕괴, 금융 과잉 등 성장주의가 낳은 현실을 사례 중심으로 고발한다. 성장이 인류를 구원할 거라는 믿음을 거두고, 이제는 삶의 질과 분배, 공동체의 회복이 진짜 해법임을 강조한다. GDP 상승이 곧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계와 현실을 통해 정밀하게 짚는다.
이 책은 단지 성장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탈성장’이라는 구체적 전환의 방향을 제시하며 당면한 여러 위기의 근원을 ‘고장 난 성장 시스템’에서 찾는다. “더 많이 가졌지만 더 공허하다”는 한국 사회의 집단적 불행은 성장만을 추구한 결과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즉 고령화, 저출산, 기후 위기, 돌봄의 위기 등 우리가 안고 있는 거의 모든 사회문제가 이 왜곡된 신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기술 혁신, ESG, 그린 뉴딜마저도 자본의 탐욕을 감추는 포장일 뿐이라고 비판하면서 공존과 분배, 공동체의 회복이 진짜 해답임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성장 이후의 시대, 한국 사회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면서 “탈성장은 유토피아도, 극단주의도 아니다. 이미 시작된 현실이며, 우리가 감당해야 할 미래”라고 하면서 “성장 중심 사고가 만든 것은 계층 간 분열, 환경 파괴, 삶의 불안정화”라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장률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지역화, 공유경제 확대, 생태와 문화적 전환 등을 통해 덜 쓰고도 행복해질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 책은 서구에서 탈성장과 새로운 경제체제 논의가 활발한 이유는 성장이 정점에 도달한 후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주의의 모순이 불거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의 칼럼집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를 소개하면서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심화하고 지구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고 하면서 자본주의를 극복할 새 방식으로 “참여적이고 지방 분권화된, 연방제 방식이며 민주적이고, 또 환경친화적이고 다양한 문화가 혼종돼 있으며, 여성 존중의 사상을 담은 사회주의”를 제시하고 있는데 정신을 똑 바로 차리지 않고 이 책을 읽는다면 위험한 사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모두가 ‘경제적 성장’을 외치는 시대에 ‘평범한 시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주목하면서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을 누구나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