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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고 어휘 여행
책장속 편집부 지음 / 책장속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도심의 지하와 지상을 두루 누비며 바쁜 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는 지하철은 수도권여행을 하기가 너무 좋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지하철을 타고 종로에 간다. 종로는 조선 시대부터 사대문 안에서 가장 핵심적 공간으로서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왕실의 거처가 있었으며, 역대 왕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종묘가 위치한 곳이다. 종로3가역은 3호선, 5호선, 6호선의 환승역으로 탑골공원, 인사동, 북촌 한옥마을, 종로 귀금속 거리, 종로 세운 상가, 청계천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종로3가에서 나와 종묘, 창덕궁, 창경궁을 걷다 보면 옛 선조의 숨결을 느낄 수 있으며, 이어지는 코스인 대학로에서 젊음의 활기를 느끼게 된다.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가장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수많은 역을 지나다 보면 특이한 역명에 눈길이 가고, 모르는 사이 역명이 바뀌어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지하철 역명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이 책은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면서도 도착지로만 여기던 역들을 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까지의 9개 노선에서 277개 역명의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 그 유래를 간단명료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담고 있다. 서울 지하철 역명은 대부분 그 지역의 동 이름에서 따왔기에, 이 책은 대한민국 수도의 2000년 역사를 돌아보며 역사 공부까지 하게 된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모든 지하철 역명에서 재미있는 설화를 알게 된다. 어떤 역명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여럿인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역명은 유래를 해석하는 여러 견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책 제목처럼 ‘어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역명의 한자 뜻을 풀어 써서 독자가 어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필요에 따라 역사적 배경을 덧붙이므로 역사 상식이 저절로 쌓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책의 「1호선_수원」을 보면 수원 지역의 최초 지명은 ‘모수국’으로, 삼한 시대(마한, 진한, 변한) 마한의 작은 나라였다고 한다. 모수란 벌물이란 뜻으로 현재 지명인 수원(水原)과 그 뜻이 같다. 이후 삼국시대에는 ‘매홀’이라 불렸는데, 매홀은 물이 많은 고을을 뜻하며 ‘물고을’을 발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수성’과 ‘수주’를 거쳐 지금과 같이 ‘수원’이라고 불린 것은 고려시대(1271년)부터다. 수성, 수주, 수원 모두 물이 많은 곳을 의미한다.
3호선 압구정역은 조선 세조 때부터 성종 때까지 고위직을 지낸, 한명회의 정자인 ‘압구정’에서 유래되었다. ‘압구(狎鷗)’는 한명회의 호이기도 한데 갈매기를 벗 삼아 지낸다는 의미로 속세의 욕심을 내려놓은 한적한 삶을 의미하지만, 정권의 실세로 권력을 휘두르며 부귀영화를 누렸던 권신 한명회의 실제 삶과는 거리가 있다. 역 승강장 벽면에는 이 일대 지명의 유래가 된 압구정(狎鷗亭)이라는 정자와 갈매기 그림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역을 재미있는 ‘유머’로 알고 있다. 친구따라 가는 역은~강남역, 가장 싸게 지은 역은~일원역, 역3개가 함께 있는 역은~역삼역, 불장난하다 사고친 역은~방화역,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역은~일산역, 서울에서 가장 긴 전철역은~길음역, 양치기 소년의 주인공이 사는 역은~목동역, 길 잃어버린 아이들이 모여 있는 역은~미아역 등 이제는 지하철을 타면 역의 유래들에 대해 생각이 나고 궁금했던 호기심이 다 풀린 거 같아서 너무 좋다. 이 책은 너무 예쁘고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지하철을 탈 때마다 가지고 다니기 좋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