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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의 법칙 - 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ㅣ 서가명강 시리즈 36
이재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서가명강 시리즈를 좋아해서 지금까지 출간된 시리즈를 거의 다 읽어 보았는데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여러 주제의 강의를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서울대를 가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서울대 교수진들의 명강의를 책으로 들을 수 있다니 이 책 <지배의 법칙>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은 국내 최고의 국제 분쟁 전문가이자 국제법학자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재민 교수가 혼돈에 빠진 국제사회 패러다임 대전환의 현장을 ‘신냉전’, ‘디지털 시대의 경제’, ‘극지방과 우주 개발’, ‘지구 위기’의 4가지 메가 키워드로 살펴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전망하며, 저자가 직접 경험한 21세기 국제 질서 대전환의 생생한 현장과 깊은 통찰을 ‘국제법’과 ‘국제 규범’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1992년 제 26회 외무고등고시를 거쳐 외교통상부에서 10년간 근무하다가 국제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월키파트앤드갤러거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국제 분쟁의 최전선에서 뛰었을 뿐 아니라 유엔, 세계무역기구 등에서도 활약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힘들다.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나 한창 일에 치일 대리급들은 상사 눈치 보랴, 일을 쳐내랴 정신이 없다. 어떤 날은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때도 있다. 옥상에 올라가 선배와 잠깐의 담소를 나눌 시간은 차라리 로맨스에 가깝다. 맡은 일은 다 끝내지도 못했는데 저녁 회식에 몸은 파김치가 되고, 내일 아침 상사로부터 핵폭탄급 꾸중을 들을 생각을 하니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며, 누가 치유해줄 것인가? 상사는 포악하고, 선배는 불친절하고 회사 다닐 맛이 점점 떨어진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세계를 뒤바꿀 신냉전의 서막’에서는 1991년 소련의 몰락 이후 해체되었던 냉전 체제가 ‘신냉전 2.0’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국제 정세를 어지럽히는지 다루고 있다. 2부 ‘선을 넘는 디지털 시대가 온다’에서는 영토 시대와 사이버 시대가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국가 간 이해관계의 대립의 문제를 설명한다.
3부 ‘이제 세계는 극으로, 우주로 간다’에서는 호기심과 탐험의 영역이었던 우주와 극지방을 현실로 끌고 온다. 이 영역이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출의 금맥으로 떠오르면서 개발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벌어지는 법적 공방전을 설명한다. 4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대전환’에서는 지구 온난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이 국제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새 질서로 다시 쓰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살펴본다.
과학 기술이 만들어 낸 4차 산업혁명은 국제 정세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한때 우리가 진리라고 믿었던 질서는 이제 힘을 잃었다. 강대국들은 자국과 우방국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인다. 이미 대립하고 있는 강력한 힘 위로 노선을 정하여 편승하는 것도 아직까지는 유효한 생존법이다. 이제 우리의 미래는 여러 다양한 국제 규범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이 체제에 참여해서 우리의 생각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규범을 형성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날로 복잡하고 꼬여만 가는 국제 이슈를 이해하고 위기의 국제사회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