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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김수미 지음 / 용감한까치 / 2024년 12월
평점 :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로 잘 알려진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 씨가 작년 10월 27일 고혈당 쇼크로 가족과 동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나이를 넘어선 연기와 구수한 입담, 포근한 요리로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도 믿기지 않아서 실감이 안 난다. 다양한 작품들에서 명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의 맹활약, 예능 프로그램에서 걸쭉한 입담으로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었었다. 그가 출연한 작품으로 <전원일기>, <미안하다, 사랑한다>, <내 이름은 삼순이>, <여왕의 교실>,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 <멘발의 기봉이>가 있다.
이 책은 한 세기를 살았던 여자의 일생과 인간의 진실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성찰을 할 수 있게 하며, 한국의 여배우이자 글쓰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고 김수미의 일상이 담긴 일기를 통해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한 여성이 겪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그녀가 연기자로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30대 젊은 나이였던 1983년부터 사망하기 전인 2024년까지의 일기 중 핵심적인 내용들로 구성됐다. 독자들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여성의 역할과 그 속에서의 고뇌와 성장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에서 고인은 왜 이 일기를 쓰게 되었는지, 이 일기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밝힌다. 고인이 진실과 거짓이 뒤엉킨 세상에서 진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거짓과 위선 때문에 받은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고인은 “이 일기장에 펜을 댈 때마다 과연 나는 옷을 다 벗어 던져야 하나, 속옷만은 걸쳐야 하나 망설입니다. 아직은 벗지 못하고 추위를 이기려 겉옷만 겨우 벗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진실을 얘기하는 겁니다. 진실을 그저 나 자신과 얘기하고 싶은 겁니다.”(p.26)라고 말한다.
고인은 여배우의 삶을 살면서 가정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썼지만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남편은 도박으로 4억을 날리고도 가족을 못살게 괴롭혔다. 그런데도 이혼하지 않고 신앙으로 버텨내면서 하나님께 기도한다. “주님, 몇 억 되는 돈 처음부터 안 벌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건강만 주신다면 벌 기회는 많이 있습니다. 계속 CF 제의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불과 3년 전에는 단 돈 천만 원도 없었습니다. 5년 전에는 죽음 직전까지 간 병자였습니다. 희망이란 1%도 없었습니다. 주님, 개보다 못한 인간을 용서해야 하는 겁니까?... 시어머니와 남편이 있는 주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평생 지불해야 하는 고통입니까?”(p.193) (2006년 11월 7
고인은 식품판매 회사와 분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때 일기에서 “하루하루가 고문이다. 기사가 터져서 어떤 파장이 올지 밥맛도, 잠도 수면제 없이 못 잔다”, “지난 한 달간 불안, 공포 맘고생은 악몽 그 자체였다. 회사 소송 건으로 기사 터질까 봐 애를 태웠다”고 밝히면서 “주님, 저는 죄 안 지었습니다.” 하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온다.
고인이 남긴 일기 가운데 횡령, 피소, 억울함과 공황장애 호소를 보면서 화려한 배우의 모습 에서 고통, 열정, 가족을 향한 희노애락에서 얼마나 속상하고 견디기 힘들었을까? 이젠 세상 괴로움 다 잊고 천국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