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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과 치 - 인생의 격을 높이고 현자의 치를 터득하다
민경조 지음 / 알키 / 2014년 5월
평점 :
우리 사회에서는 진정한 리더를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책임은 전가하고, 타인에게만 엄격하며, 개인의 사리사욕을 우선하면서 자리만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 결과로 세월호가 침몰했다. 전 국민의 애간장이 타들어가고, 너무나 참혹한 인재가 발생한 대참사였다. 이 사건이 이렇게도 큰 참사로 전개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우리는 ‘정의로운 리더’ 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직업의식을 가진, 사명감 있는 리더가 현장에 있었다면, 그렇게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바다에 잠기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결심을 했지만 막상 원전을 바로 접하려면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생소한 단어와 문맥도 그렇고, 행간에 담긴 의미와 역사적 배경을 알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각급 리더들에게 고전 공부가 필수과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매일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들에게 고전을 읽는 일은 남보다 두세 배의 노력을 요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고전의 가치는 수천년 동안 사랑을 받아온 생명력에도 있지만, 학식과 경륜, 인생의 경험과 지향에 따라 사람마다 다양한 깨달음과 지혜를 얻게 해준다는 데 있다. 고전이 읽는 사람에 따라 풍부하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은 그만큼 고전이 품고 있는 통찰의 폭이 넓고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까닭에 오랫동안 수많은 명현이 궁구(窮究)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주석에 매달리며 퍼내어도 고전의 샘은 결코 마르지 않는다.
이 책은 말단 사원에서 그룹 CEO가 되기까지 42년간 치열한 비즈니스맨으로 살아온 코오롱 민경조 부회장이 실제 비즈니스 현장을 누비며 쌓아온 리더로서의 경험을 녹여 조선일보에 연재한 칼럼 ‘CEO 고사성어’가운데 ‘논어’ ‘맹자’ ‘한비자’ 등 동양고전 15편에서 뽑은 88개 말씀을 통해 삶의 격과 리더십의 본질을 담았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 ‘날마다 성장하는 삶’에서는 독자 스스로 자기 삶의 격을 한 단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고전 구절들을 들려준다. ‘세상은 큰일에 매달린 이에게 관대하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신경 쓰지 마라’, ‘부끄러움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라’ 등 공자가 이야기하는 ‘군자’의 진정한 의미와 진정 아름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에서는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지혜의 구절들을 모았다. ‘내 책임은 두텁게, 남의 책임은 엷게’,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만들어라’ 등 리더에게 특히 유용한 조언은 물론, ‘어려움은 함께할 수 있지만 즐거움은 함께하기 어렵다’, ‘간언하되, 지혜롭게 하라’처럼 세상물정에 어두운 이들에게 필요한 인간관계의 기술 또한 들려주고 있다.
3부 ‘이끌어가는 힘’에서는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논한다. ‘물(백성)은 배(임금)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한다’ 편에서는 통치자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하기도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아야 최고의 리더다’, ‘다 된 일은 논의하지 않는다’ 등 리더가 유념해야 할 실질적인 통치술까지 자세하게 전해준다. 누구나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 시대 대표 고전들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의 정수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혜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