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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산다는 것 -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제니퍼 시니어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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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요즘처럼 자녀교육이 편해진 시대가 없다고들 하지만, 요즘처럼 힘든 시대도 없다. 부모가 되는 순간, 부모들은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고 조기교육, 다양한 학원 등 유행에 따라 바뀌는 자녀교육 때문에 고민한다.
신생아실에서 처음으로 아이를 보면서 부모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대한 경외감에서다. 그리고 ‘부모노릇’ 잘해서 성품 바르고 올곧은 인간으로 키워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는 난감한 경우에 직면하게 되는 일을 적지 않게 겪는다. 도대체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지러울 때도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신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고, 또한 부모가 아무리 사랑을 퍼부어도 아이 입장에서는 늘 부족하고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겠다고 다짐하지만, 대부분은 그게 무엇인지 부모 자신도 잘 모른다. 스스로도 그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국 ‘뉴욕매거진’에서 20년 이상 정치와 사회 분야의 굵직굵직한 인물기사와 커버스토리를 다룬 베테랑 기자인 제니퍼 시니어가 쓴 특집기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달라진 육아환경, 달라진 사회적 여건들, 달라진 결혼풍토 및 사회적 의식 등등이 육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아이를 갖는다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고 기쁜 일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식이 있는 부모가 자식이 없는 부모보다 덜 행복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트레스는 많고 행복감은 낮다. 직장 여성들을 대상으로 ‘어떤 활동이 가장 즐거운가’를 묻는 한 설문에서 육아는 19개 항목 중 16위를 차지했다. 음식준비보다 뒤였으며, 집안일보다도 뒤였다.
부모가 되면 과연 행복할까? 저자는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하려면 ‘아이’에 초점을 맞춘 육아법보다 ‘부모가 되는 과정’에 집중하라고 한다. 이 책은 육아 기술에 대한 조언을 주는 책이 아니다. 아이에 대한 책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책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받는 고통, 그리고 기쁨과 행복의 의미와 과정을 살피는 책이라는 말이다.
아이는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물론, 친구나 이웃, 친척이나 선생님 등 여러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지만, 언어는 물론 사회성과 정서가 발달하는 유아기에는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깊은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부모와의 관계가 전부다. 그리고 이는 아이의 평생 동안 깊은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훌륭하게 자라는 것은 부모가 역할을 잘해낸 덕분이며 혹, 반대의 경우라도 그 역시 부모에게 잘못이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부모 역할을 잘해내기 위한 첫 걸음이다.
어떤 생물에게나 후세를 잇는다는 건 중요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불행한 경우를 종종 본다. 이 책은 현대 가족이 처한 역설적인 상황을 분석한다. 단순히 부모가 느낀 개인적인 감정을 토로한 게 아니라 심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철학 등 여러 학문적인 관점에서 부모가 됨을 조명했다.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닥치는 온갖 문제를 원인요법 방식으로 다룬다. 그만큼 본격적이고 전면적이며, 따라서 똑 부러지는 대답을 구하지는 못한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늘 부모는 불안하고, 자책과 후회를 반복한다. 부모로 살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통은 더 많지만 그에 비례해서 기쁨도 더 깊어지고 커진다.
이 책은 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소설가의 감성으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로서 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가지 사실과 일화가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은 이 책은 모든 부모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한다.